최근 IT 업계의 연봉 인상과 기존 대기업의 성과급 논란으로 처우와 보상이 어느 때보다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열심히 일하는데 보상이 부족한 직무와 직급별로 연봉이 큰 차이를 보였던 현상이 일각에서는 해소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런 일들이 새삼 이슈가 되는 것은 아직 그렇지 못한 회사가 많다는 증거이며, 코로나 팬데믹으로 어려워진 상황에서 기존보다 깎인 월급과 줄어들지도 모르는 보상을 마주하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블랙 기업은 여전히 많습니다

 

상황이 달라진 것은 기존 대면 방식, 오프라인 방식, 낡은 사업 모델, 회전문 인사, 족벌 경영, 정치와 라인, 백 오피스의 권력화 등이 더 이상 실적을 내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블랙 기업 상당수는 그동안 받지 못했던 정당하고 냉엄한 평가를 시장에서 받고 있습니다. 굳어질 대로 굳어진 문화는 새로운 사업 모델을 만들어낼 수 없다는 것을 공공연히 공유하고 있죠.

이런 상황에서 블랙 기업은 비용을 줄일 수밖에 없습니다. 줄일 비용이 남아 있지 않지만 여전히 몇몇을 위한 복리후생은 줄이지 않고 오히려 대부분의 임금에 손을 대는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예 사다리 걷어차기를 진행하는 곳도 많습니다. 과거에 승진하면 받던 높은 연봉을 더 이상 구경할 수 없는 새로운 체계를 만듭니다.

하지만 이렇게 뻔히 보이는 보상안을 그냥 밀어붙일 수는 없습니다. 블랙 기업이라고 해도 법이란 게 있기 때문이죠. 노동조합이나 노동자의 상당수가 동의하지 않고서는 보상안 자체가 성립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블랙 기업은 자신들의 약점을 도리어 이용합니다. ‘수평적인 조직 문화 만들기라는 명목으로 말이죠.

 

지난 몇 년간 많은 블랙 기업들이 보상 제도를 손봤습니다

 

승진이 적체되어 있고 기본급을 올려주는 것은 오래된 일이죠. 이제는 아예 미래에 이런 일을 원천적으로 막고자 보상안을 건드립니다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만든다는 명목으로 닉네임이나 이름을 부르는 옵션을 섞지만 결론은 누구나 해당 레벨 중에서 가장 낮은 급여를 주겠다는 게 깔려 있죠. 수평적인 회사를 만든다는 명목은 과거 이 회사들의 이름만 바라보고, 다급한 사정상 취업한 실력 있는 젊은 직원들에게 장래 기댓값이 줄어드는 소득을 제시하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당연히 이직하겠죠.

 

 

복잡한 보상안은 또 하나의 옵션입니다. 사실 보상안이 부실해서 성과가 나고 수평적인 문화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닙니다제대로 승진시키고 납득할 수 있는 공유가 이뤄지면 기존 보상안들도 검증된 역할을 합니다. 성과급 제도가 나쁜 것은 아니니까요. 중요한 건 이를 악용했던 회사의 의사 결정과 그걸 이용해 연명하고 있는 몇몇이 사라지지 않고 답습하고 있다는 것이죠. 새로운 보상안이 정답이 아닐 수 있습니다. 차라리 기존 제도에서 시원하게 전체 얼마 인상이나 주식 지급 같은 게 오히려 더 동기부여라는 보상의 목적 차원에서는 적합합니다.

 

보상의 목적이 동기부여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복잡한 보상 제도는 복잡한 동기부여를 낳습니다

 

직관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보상안을 만드는 블랙 기업이 많습니다. 임금 구성이 개를 넘어 서너 개의 수식을 복합적으로 계산해 급여가 지급되는 계약도 있습니다그냥 잘하면 기본은 얼마고 최대 얼마까지 받을 수 있다는 말을 왜 이렇게 돌려서 할까요? 사다리를 걷어차야 하거나 몇몇에게만 현재보다 더 높은 보상을 만들기 위해 많은 사람의 실질적인 소득이 줄어들어야 한다면 복잡하게 만들어야 경우의 수도 만들 수 있고, 빠져나갈 방법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죠. 인건비의 총액이 줄어드는지 고인물만 더 많은 보수를 받는 것인지 시뮬레이션해 보면 답이 나옵니다.

시중에 풀린 많은 돈으로 더 이상 노동의 가치가 투자에 비해 하잘것없는 것처럼 보이는 세상이지만 근로소득은 여전히 사회를 구성하는 근간을 이루고 있습니다. 보다 투명하고 동기부여를 얻을 수 있는 보상안을 만들지 못하고 오히려 반대로 개악하는 모습은 사무실에서 코인과 주식을 하는 상황을 바꾸지 못할 것입니다. 아무리 월급 받는 포지션이지만 누구나 일을 가치 있게 느끼고 싶고 열린 도전을 마주하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니까요.

 

PETER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