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의 2021년 2분기 실적이 현지 시각으로 8월 11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공시되었습니다. 언론에서 쿠팡의 실적을 다루는 키워드는 크게 2가지입니다. ‘최초 분기 기준 5조 원 매출 돌파에 성공한 어닝 서프라이즈‘와 ‘상장 후 5개월 만에 주가 반 토막‘인데요. 역대급 실적에도 불구하고 역대급 하락을 기록한 주가. 이렇게 실적이 엇갈린 이유는 무엇일까요? 쿠팡의 앞날은 어떠할까요? 오늘 데이터로 파헤쳐 볼 대상은 바로 쿠팡의 2분기 실적입니다.

 

 

 

 

 

 

 

1. 분기 매출 5조 원, 71% 성장에 숨겨진 의미는 대단합니다.

 

5조 원

 

 분명 쿠팡의 실적은 놀랍습니다. 우선 5조 원 돌파가 가지는 상징적 의미가 상당합니다. 국내 유통 업체 중 매출액 1위는 이마트입니다. 그러한 이마트의 전년도 매출 실적이 21조 3,949억 원입니다. 최초로 연간 매출액 20조 원을 돌파했다고 떠들썩했는데요. 쿠팡의 분기 매출 5조 원은 산술적으로 연간 20조 원 돌파가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2분기 실적으로만 보면 이마트와의 차이가 6,000억 원 수준으로 좁혀져, 사정권 안에 들어왔습니다. 이커머스 특성상 4분기 실적 비중이 크기 때문에, 현재 추이가 지속하면 쿠팡은 매출액 기준으로 1위 유통 기업에 곧 오를 전망입니다.

 

71%

 

 이렇게 의미 있는 규모에 올라선 것만큼 중요한 숫자가 성장률입니다. 일단 덩치는 국내 최고 수준인데, 성장률이 70%대라는 것만 봐도 쿠팡의 무서움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숫자가 얼마나 큰 숫자인지 비교하려면 시장의 평균 성장률과 최대 경쟁사 네이버의 실적과 비교해보면 됩니다.

 2021년 2분기 전체 온라인 시장의 성장률은 25.2%입니다. 시장 자체도 무척이나 성장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지요. 하지만 숫자 차이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쿠팡은 시장의 성장 덕분에 호실적을 거두었다기보다는 시장의 성장을 리딩했다는 것에 가깝습니다. 쿠팡의 실질 성장률만 따져도 45% 정도 되기 때문입니다. 전년도 쿠팡의 시장 점유율 13%를 대입하면, 전체 시장 성장의 36% 정도는 쿠팡이 담당했다고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그렇다면 네이버의 커머스 실적은 어땠을까요? 올해 2분기 네이버의 커머스 매출 성장률은 42.6%였습니다. 네이버의 경우, 광고 수익 비중이 커서 실제 거래액 성장과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일단 쿠팡보다 30%가량 낮은 성장률을 기록했다는 측면은 치명적입니다. 더욱이 시장의 자연 성장률이 25%인 상황에서 말입니다. 이런 추세가 지속한다면 작년만 해도 4% 내외였던 점유율 차이는 2% 내외까지 좁혀질 수 있습니다. 쿠팡의 기세는 정말 무섭다고 할 수 있겠지요?

 

 

 

2. 여전히 놀랍지만, 확실히 성장이 둔화하고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 실적만 봤을 때는 네이버와의 이커머스 1위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에 올라선 건 사실입니다. 네이버가 하반기에 신세계와의 협력을 확대하고, 카페24와 지분 교환을 통해 시장 지배력을 더 강화하려는 이유도 이러한 상황을 반전하기 위함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상황이 마냥 좋다고 평가하기도 어렵습니다. 쿠팡에는 다른 평가 기준이 주어지기 때문입니다.

 최근 파리 생제르맹 FC로 이적하면서 화제를 낳은, 축구계를 대표하는 메시 선수를 예시로 들어볼까요? 메시 선수는 거의 매 경기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최전성기 때는 경기 수보다 골 수가 더 많기도 했습니다. 축구에서는 보통 2경기당 1골만 넣어도 특급 공격수라 평합니다. 하지만 메시 선수가 경기당 0.5골을 기록한다면, 부진이라든가 이제 메시의 시대는 저물어간다는 평이 바로 나와 버립니다. 쿠팡도 이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간, 특히 작년에 쿠팡은 정말 로켓성장을 해왔습니다. 그렇기에 71% 성장 정도로는 쿠팡의 기대치를 채울 수 없습니다.

 

 

쿠팡의 매출 추세선은 여전히 우상향하나, 성장률 추세선은 우하향하고 있습니다.

 

 

 쿠팡은 2020년 분기마다 전년 대비 80~90% 수준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해왔고, 직전 분기 대비해서도 20% 가까이 성장해왔습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쿠팡의 이런 놀라운 성장은 브레이크가 걸린 듯합니다. 70% 대면 물론 엄청 높은 성장 수준이지만, 동시에 10%p 이상 빠진 수치이기도 하고요. 더욱이 직전 분기 대비 성장은 10% 미만으로 빠지기까지 했습니다.

 

 

프로모션 효과를 생각하면, 쿠팡의 성장률은 더 높아야 했습니다.

 

 

 더욱이 2분기 실적이 기대보다 못했다고 평가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쿠팡의 무료배송 프로모션이 있던 기간이었기 때문입니다. 프로모션은 4월과 5월 2달간 진행이 되었는데요. 실제로 그 효과는 작지 않았습니다. 쿠팡 앱의 전년 대비 DAU 성장률이 69%에 달했기 때문입니다. 1분기에는 38%였으니, 30% 이상 프로모션을 통해 성장을 가속했다는 걸 의미합니다.

 

 

[쿠팡 DAU/매출 전년 대비 성장률]

  • 2021년 1분기 DAU 성장률 38% / 매출액 성장률 74%
  • 2021년 2분기 DAU 성장률 69% / 매출액 성장률 71%

(DAU 자료 출처 :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HD)

 

 하지만 매출 성장률은 오히려 3%p 빠졌으니, 아쉬운 성적표가 아닐 수 없습니다. 물론 신규 고객 유입 확보 덕분에 분기 동안 1번이라도 구매한 적 있는 활성 고객 수는 1,700만 명으로 지난 1분기 대비 100만 명 정도나 늘어나긴 했습니다. 재구매율이 높은 쿠팡의 비즈니스 모델 특성상, 이번 프로모션을 통해 확보한 신규 고객들은 향후 지속적인 성장에 큰 힘이 될 것은 분명합니다. 그렇지만 확실한 것은 이제 쿠팡의 성장은 예전보단 둔화하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3. 결국 문제는 수익성 개선입니다.

 

아니 아무리 둔화하였다고 해도, 경쟁사 대비 앞서가고 있으면 된 거 아닙니까? 더욱이 쿠팡만 성장 둔화하는 게 아니고,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슈로 급성장하던 기업들이 조정세에 들어가기도 했고요. 다 맞는 이야기입니다. 쿠팡뿐 아니라, 코로나 19로 인해 고속 성장하던 산업군과 기업들의 성장은 필연적으로 성장세가 둔화할 수밖에 없습니다. 오프라인 기반 비즈니스 기업들이 최소한 전년 대비 반등하고 있는 것과 동일한 이슈인데요. 그래서 작년보다 덜 성장했거나, 혹은 개선된 실적을 거두고 있는 기업이 있을 땐 신중하게 평가해야 합니다.

 동일한 관점에서 쿠팡의 전년도 성장이 이례적이었던 것이고, 올해 성장하는 것도 어찌 보면 기대 이상이라 평가해도 이상치 않습니다. 기대 이상으로 잘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는 성적을 거두고 있는 쿠팡입니다. 하지만 그럼 도대체 왜 주가는 하락했을까요? 그건 바로 수익성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쿠팡에는 악재가 있었습니다. 바로 덕평 물류센터 화재로 인해 2.9억 달러 정도의 손해가 발생한 겁니다. 해당 손해는 보험금을 지급받으면, 타 분기에는 오히려 순이익의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를 제외한 영업손익 구조도 악화하고 있다는 겁니다.

 

 

 

개선되던 손익 그래프가 다시 악화하기 시작했습니다.

 

 

 2019년 1분기 이후 쿠팡의 수익구조는 개선의 기미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래프를 보시면 영업이익률도 개선되기 시작했고요. 분기별 영업적자도 관리되기 시작했다는 시그널을 줍니다. 최대 2억 달러 이내에서 방어에 성공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올해 1분기부터 다시 적자 규모가 커지기 시작하더니, 무려 5억 달러까지 불어납니다. 이는 작년 대비 5배 이상 커진 거니 적신호임이 틀림없습니다.

 국내 언론들은 앞서 말씀드린 분기 매출 5조 원에 집중했지만, 미국 투자자들은 6,000억 원이라는 영업적자에 더 무게를 둔 겁니다. 그래서 주가가 하락한 것입니다. 쿠팡의 흑자 전환이 가능할까는 쿠팡의 상장 이전부터 늘 따라붙던 의문부호였습니다. 그리고 성공적인 상장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쿠팡이 2020년 흑자 전환의 가능성을 증명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올해 1분기, 2분기 연이어 수익성이 오히려 악화하며, 작년 한 해 상장을 위해 실적을 조정한 거 아니냐는 합리적인 의심마저 자아냅니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주가 하락은 지나친 저평가가 아니냐고 할 분들이 계실지도 모릅니다. 쿠팡의 적자는 어느 정도 의도된 것이기도 하고, 둔화하긴 했지만 여전히 무섭게 성장 중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쿠팡에 대한 미국 주식시장의 저평가는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4. 고객 중심도 중요하지만 ESG를 기억해야 합니다.

 

 사실 쿠팡은 2분기 더 무섭게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무료배송 부스터는 그만큼 파괴력이 있는 무기였거든요. 하지만 DAU 성장에 비해 실적 성장은 아쉬웠던 이유는 역시 쿠팡 불매운동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덕평물류센터 화재와 쿠팡이츠 새우튀김 갑질 논란으로 촉발되었던, 쿠팡 불매운동은 이미 4월부터 불씨가 보였습니다.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의 보도가 특히 결정적이었는데요. 쿠팡에 대한 불편한 여론이 조금씩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6월 덕평 물류센터 화재와 쿠팡이츠 새우튀김 갑질 사건은 여기에 기름을 부어 버립니다. 조금씩 쌓여가던 불씨가 큰 불로 번지기 시작한 건데요. 문제의 본질에는 쿠팡의 경영이념의 핵심인 고객 집착에 있었습니다. 고객 만족에 올인하다 보니, 다른 이해 관계자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던 건데요.

 쿠팡이 잘못한 부분도 있고 억울한 측면도 분명히 있지만, 일단 불매운동은 발생했고, 효과는 분명 있었습니다. 기사들에서는 불매운동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실적은 대단했다는 식으로 말하지만, 덕평 화재 이후 쿠팡을 이용하는 고객 수가 꽤 빠졌기 때문입니다.

 

 

 

DAU도 성장률도 확연히 화재 이후 하락세를 보입니다. (출처 : 아이에이지웍스 모바일인덱스HD)

 

 

 붉은색 음영 부분이 화재 이후인데요. 방문자 수는 물론 전년 대비 성장률도 눈에 띄게 떨어진 것을 확인 가능합니다. 특히 쿠팡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여론조사에 따르면 쿠팡 이용 경험이 없거나, 적을수록 강력하게 작용했는데요. 이는 4, 5월 엄청난 마케팅 비용을 들여 확보한 신규 고객의 안착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는 걸 의미합니다.

 더욱이 ESG 요소에 대한 평가는 국내보다 미국이 더 엄격한데요. 이와 같은 ESG 측면에서의 마이너스 요소는 쿠팡의 저평가에 상당히 큰 영향을 끼쳤을 거로 보입니다. 불안 요소로 가지고 있던 게 성장 둔화와 수익성 악화라는 실체로 돌아오자, 당연히 주가가 하락하게 된 겁니다.

 

 

 

5. 그렇다면 쿠팡의 앞날은 어떠할까요?

 

그렇다면 쿠팡의 앞날은 부정적이라 봐야 할까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우선 쿠팡의 수익성은 여전히 계획된 적자의 테두리 안에 있습니다. 이번 분기 수익이 나빠진 원인에는 로켓 프레시나 쿠팡이츠에 대한 직접 투자 증가도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2분기 신선식품 매출은 2배, 쿠팡이츠 매출은 3배 이상 성장하기도 했고요. 더욱이 쿠팡이츠마트 등 이를 활용한 신사업들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기도 합니다.

 그동안 쿠팡은 자본을 태워 레버리지를 만들고 이를 활용하여 고속 성장하는 전략을 취해 왔고요. 여전히 이 전략은 유효합니다. 그리고 2020년 인위적인 조정을 했든 어쨌든 맘만 먹으면 수익 개선도 가능하다는 걸 증명했습니다. 더욱이 상장으로 인해 실탄도 두둑이 가지고 있지요. 특히 쿠팡의 핵심이 로켓배송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규모가 커질수록 수익화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이커머스 패권 경쟁이 아니라면 벌써 수익화에 나섰을지도 모릅니다.

 또한 가장 약점이기도 한 ESG 측면에서도 개선 의지를 강력히 보이고 있습니다. 가장 문제가 되었던 쿠팡이츠의 리뷰/환불 제도부터 뜯어고치기 시작했지요. 이와 같은 자정 노력이 지속한다면, 안 좋았던 여론도 반전시킬 수 있을 겁니다.

 다만 상장을 한 만큼 어느 정도의 수익관리 노력은 앞으로 보여줘야 할 텐데요. 네이버와의 경쟁에서 주도권을 놓지 않을 정도로 투자를 지속하면서,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지 않을 정도의 수익 개선을 동시에 해야 한다는 게 쿠팡의 딜레마이긴 합니다.

 1분기 실적은 상장 비용으로 인한 적자 확대, 2분기 실적은 덕평 화재라는 핑곗거리가 있었는데요. 결국 3분기와, 특히 이커머스 최대 성수기인 4분기 실적에서 얼마나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느냐가 쿠팡에 대한 시장의 평가를 좌우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이커머스 경쟁 판도가 아마존 대 쇼피파이 구도의 북미 시장의 닮은꼴로 흘러가고 있는 상황에서, 쿠팡의 위치가 급격히 흔들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아마존의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고, 쿠팡이 선점한 전략을 후발주자가 따라잡기는 비용 때문에 녹록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네이버가 상반기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치자 절치부심하여, 여러 대안을 준비한 것처럼 쿠팡도 무언가를 보여주긴 해야 할 시점인 거 같네요.

 

 

기묘한 님이 뉴스레터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