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에 사람 좀 소개해주세요” 라는 말의 무게

 

 

몇 년 전부터 알고 지낸(하지만 친하지도, 사적인 교류도 없는) 스타트업 대표님에게서 SNS 메시지가 왔다.



“잘 지내죠? 요즘 사람 많이 만나시겠죠?

마케터나 CS 매니저 좀 추천해주실 분 있을까요?”



저게 메시지의 전부다. 앞뒤의 맥락도, JD나 리크루팅 공고 첨부도, 하다못해 신입인지 경력인지도 말이 없다. ‘티키타카’ 주고 받을 사이도 아니고, 내가 인재추천 파트너(헤드헌터)도 아닌데. 믿고 함께할 사람이 필요한 건 저 조직 아니던가. 구성원을 모시는 일에 대한 인식이 어느 정도인지 엿보인다. 철저한 도구적 관점. 헤드헌터 분들도 이런 문의에는 고개를 절레절레 하지 싶다. 저런 회사와 엮여서 피해 사례 나오면 업계 평판이 어떻게 될지 뻔하니까.

또 한 명의 대표님도 아주 재밌는 말씀을 하셨다. 이번에는 ‘서비스 기획자’를 찾으신단다. 그런데 디자인 부분도 직접 해결하고 마케팅 플랜까지 세워서 진행하면 좋겠다고 하신다. 처우? 연봉 3,000만원 정도 생각한단다. 그냥 더 할 말이 없어서 “주변에 적절한 분이 있으면 연락 드릴게요” 하고 말았다. 당연히, 절대, 죽어도 그 회사에 어떤 좋은 멤버도 추천할 생각 없다. (차라리 오징어게임의 장덕수 패거리에 들어가라고 할 거다.)

 

 

 



“우리 회사에 사람 좀 소개해주세요”라는 말에는 많은 것이 담겨 있다. 가장 먼저 니즈가 있는 곳은 자신들이며, 두 번째로 기존 채널에서 적절한 효과가 없었거나 아니면 크게 차이 나지 않는 효용을 얻을 수도 있겠다는 최소한의 기대감, 마지막으로 당신이라면 적어도 이상하지는 않은 사람을 추천할 것이라는 믿음이다. 그런데 그런 것 치고는 너무 무례한 건 아닌가 싶다. 아무리 봐도 나와 생각이 좀 다른 것 같다.

어떤 조직에 누군가가 적임자라고 권유한다는 일, 아무리 못해도 얘기 나눠보시라 주선 하는 일은 내 신용이 달려 있는 일이다. 저 사람은 내가 아는 좋은 사람이며, 이 조직 역시 당신 커리어를 박살낼 곳은 아니라는 말을 양쪽에 해주는 일이니까. 그런데 그 무게감을 정작 채용을 책임지는 사람은 모르고, 나만 알고 있다면 애초에 얘기가 되지 않는다. 아마추어도 아니라 수술실에 들어오면 안 되는 사람에게 내 목숨을 맡기는 격이니까.

그렇게 화딱지가 나 있을 때,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의 HRBP 한 분이 연락을 해오셨다. 특정 포지션을 찾고 계셨는데, 어찌어찌하다 나에게까지 이야기가 닿았다. 말씀을 나누다 보니 지금의 나와는 여러모로 적절하지 않다는 결론을 냈지만, 많은 정보를 얻었다. 기존의 어떤 멤버들과 합을 맞춰 어떠한 일을 하며, 어느 정도의 권한을 갖고 무슨 퍼포먼스를 기대하는지, 높이 사는 경험은 어떤 것인지, 어려움은 뭔지 등.

물론 세세하게 여쭤본 덕분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애초에 채용에 대해 워낙 뾰족한 니즈와 명확한 가이드가 있었던 점이 압도적으로 크다고 생각한다. 어떤 질문에도 막힘이 없고, 분명한 기대치와 힘들 수 있는 부분까지 진솔하게 말씀 주셨다. 당연히 긍정적인 생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지 않나. ‘역시 잘 준비된 팀이구나. 저기 가면 만만치 않겠지만 최소한 추천했을 때 얼굴 붉히는 일은 없겠다. 주변에 도전할 만한 사람 있으려나?’

 

 

 



나는 리크루팅 스페셜리스트도 아니고, 인사 전문가는 더더욱 아니다. 오히려 구성원에 대한 전략 역시 ‘조직 전체의 브랜드 경험’이라는 관점 속에서 맥락화를 구현하자는 얕은 이상을 가진 초짜다. 우리 브랜드에 대한 총체적 경험은 내부 고객인 멤버들으로부터 시작하고, 다시 그 팀원들이 보여주는 모든 언행을 통해 고객께 닿는다고 생각한다. 그 일련의 통일성 있는 결과물과 과정이 일하는 방식이며, 다른 말로 ‘문화’라고 믿는다.

그런데 그런 구성원을 모셔오는 단계부터 엉망이라면, 앞선 두 곳 스타트업의 브랜드 경험이 어떨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지 싶다. 몇 년 걸려도 고객이 좀처럼 모이질 않더라. 재밌게도 항상 그런 대표님들은 “우리 회사에는 제대로 된 직원이 없다”고 말한다. 차라리 잘되든 안되든 혼자 해보심이 어떨까. 아직 내가 많이 부족하기에 주위에 멋진 분들은 간혹 계시는 수준이지만, ‘그딴’ 조직에 낭비할 좋은 사람은 없으니까.



류태준 님의 브런치에 게재된 글을 모비인사이드가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