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로 직장 생활 중에 경험한 면접에 대한 기억은 강렬하다. 2005년 첫 면접부터 2019년 마지막 면접까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면접 장소와 분위기부터 질문과 답변까지 많은 부분이 기억 속에 생생하게 남아 있다. 아무래도 취업에 있어서 면접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다 보니 준비도 긴장도 많이 했기 때문일 것이다.  

언젠가부터 면접을 앞두고 조언을 듣기 위해 찾아오는 이들이 많아졌다. 딱히 계기가 있던 것은 아니지만 커리어 상담을 자주 해주다 보니 자연스럽게 면접 준비할 때도 찾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면접이라는 것 자체에 대해 고민이 깊어졌다. 시작은 바로 이 질문이었다.

 

‘면접 결과와 상관없이 지원자의 존재는 달라지는 것이 없는데 대체 면접은 무엇을 위한 것일까?’

 

지원자가 면접을 잘 봤다고 해서 그 사람이 갑자기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면접 결과가 나빠도 그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 그의 경력, 실력, 성장 가능성, 인성까지 어느 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여전히 면접 준비에 애먹고, 애쓰고, 애타는 이들을 위해 면접의 본질에 가까이 가보려 한다.

 


 

회사는 면접을 통해 ‘사람’을 찾는다

 

회사 입장에서 면접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회사가 필요로 하는 것은 ‘사람이 가진 능력’이 아닌 ‘능력을 가진 사람’이다. 결국 능력보다는 사람이 중심이고, 사람을 뽑기 위해서는 제대로 알아가는 과정인 면접이 필요하다. 이력서와 자기소개서가 아무리 훌륭하더라도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들어봐야 한다. 물론 짧은 면접 시간을 통해 알아낼 수 있는 것은 제한적이지만 회사는 그 시간을 통해서라도 지원자를 알아보고자 한다. 주어진 면접 시간을 잘 활용해야 하는 것은 지원자도 회사도 마찬가지인 셈이다.

 

 

 

 

면접의 칼자루는 면접관이 쥐고 있다

 

면접 합격을 결정하는 것은 면접관이다. 그것이 면접관의 의무이자 권한이다. 합격의 칼자루를 면접관이 쥐고 있기 때문에 지원자가 가장 신경 써야 하는 것은 다름 아닌 면접관과의 소통이다. 그리고 이 소통의 최종 목적은 바로 면접관으로 하여금 ‘이 지원자를 꼭 잡아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하는 것이다. 좀 더 나아가 면접이 끝나자마자 면접관의 마음에 ‘이 사람이 다른 곳으로 가면 안 되는데, 빨리 결과를 알려야지!’하며 안달이 나게 만드는 것이다.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자신이 지원하는 포지션에 적합한 지원자라면 자신의 100%를 보여주면 된다. 생각해보자. 직장인으로서 나의 100%를 알고 있는 사람이 누구일까? 내 현재 능력과 잠재력까지 아는 사람이 누구일까? 대개는 직속 상사 또는 팀원 중에 있다. 이들은 오랜 기간 동안 나를 지켜봤고 또 함께 일했기 때문에 가능했지만, 면접 때는 한 시간 정도 되는 시간 안에 자신을 알려야 하는 것이 숙제이다. 이런 면에서 면접은 잔인하다. 이 전달 능력을 갖춘 사람이 분명 유리하기 때문이다. 굳이 변명하자면 이제는 포지션에 상관없이 전달력과 소통 능력이 중요한 시대가 됐다.

이러한 능력을 타고나지 않았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나를 포장하지 말자

 

면접은 신분 세탁하는 자리가 아니다. 자신의 100%를 보여줘야지 150%, 200%를 보여주려 욕심 부리면 안 된다. 대부분의 경우 면접관이 지원자보다 경험과 실력 측면에서 우위에 있다. 면접관은 지원자의 첫 마디나 사용하는 단어만 살펴봐도 그 사람의 깊이를 알 수 있다.

결정적으로 아무리 자신을 포장해도 면접관은 포장지 따위에는 관심 없고 내용물을 들여다본다. 그래서 지원자가 자신을 포장할수록, 면접관은 더 집요하게 포장지를 벗기려 든다. 따라서 면접에서는 자신이 아는 부분과 모르는 부분에 대해서 정확하게 표현해야 한다.

2005년,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S전자 직무적성검사를 거쳐 면접을 앞두고 있었다. 면접은 그룹 토론 면접과 개인 PT 면접으로 진행됐는데, 관건은 개인 PT 면접이었다. 내 경우 전공이 맞지 않아 겨우 수업을 따라갔는데 전공 관련한 PT를 준비해서 발표해야 했다. 먼저 대주제 3개가 주어지고 그중 하나를 고르면, 그것과 관련한 소주제 중에 하나를 선택해서 준비해야 한다. 대주제 중에 그래도 관심이 있었던 것이 하나 있어서 선택했다. 하지만 불행히도 소주제 중에는 내용을 깊이 있게 아는 것이 없었다. 고민 끝에 나는 한 가지 주제를 선택했고, 대학교 1학년 수준으로 쉽게 발표했다. 어설프게 발표해서 면접관들의 날카로운 추가 질문에 답을 못하느니 차라리 쉬운 내용으로 준비하는 것을 택했다. 대개 5분 정도 발표하고 5분 질의응답을 했는데, 내 발표는 2분 만에 끝났다.

대부분 박사급인 면접관들의 반응이 어땠을까? 발표 내용에 대한 질문이 아예 없었다. 발표가 너무 평이했기에 물어볼 내용이 없었던 것이다. 면접관들은 바로 화제를 돌렸다. ‘야근이 많은데 체력은 좋은지?’ ‘운동을 좋아한다고 적혀 있는데 어떤 종목을 잘하는지?’ 등 PT 내용보다는 내 체력에 더 관심이 많아 보였다. 면접관들은 아마도 내 전공 관련 수준은 대략 파악했을 것을 것이고 입사 후 발전시킬 수 있다고 판단했던 것 같다. 그리고 입사 초기 강도 높은 기간을 버틸 수 있는 체력과 마인드를 체크했다.

결과적으로 나는 S전자에 최종 합격했다. 다만 글쓰기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회사에도 합격에 S전자 입사는 포기했다. 그래도 대학 시절 전공에 실패했다고 생각했던 나에게 S전자 입사할 실력은 인정받았다는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다. 돌이켜보면 면접관들은 내가 자신을 포장하기보다 100%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던 자세를 높이 샀던 것 같다.

 

 

 

 

면접은 포장이 아닌 선물이다

 

면접은 나를 포장하는 자리가 아니다. 오히려 나를 회사에 선물하는 자리다. 선물을 마다하는 사람이 있을까? 선물의 즐거움은 여러 가지로 표현할 수 있지만 예상하지 못한 선물일 때가 그 즐거움의 크기가 가장 크다. 포장지가 조금 별로여도 그 안에 정말 받고 싶은 선물이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만으로는 선물을 열어 볼 수 없다. 서류만으로는 비슷해 보이는 두 면접자들이 다르게 보이는 순간이 바로 면접이다. 동일한 연차에 커리어 패스도 비슷한 경우에도, 한 사람은 주도적으로 일을 했고, 다른 사람은 주어진 일만 했다는 것이 갈리기도 하고, 성장 가능성의 차이도 판단할 수 있다.

선물을 주고받는 순간을 떠올려보자.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즐겁다. 면접도 그렇게 즐거울 수 있다. 핀테크에 도전하는 후배 면접을 도와준 적이 있다. 후배는 제대로 된 면접은 처음이라고 했다. 아니나 다를까 실제 면접처럼 질문을 해보니 평소와 달리 말을 조리 있게 하지 못했다. 그런데 본인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어려움에 부딪혔을 때 어떻게 극복했는지를 물었을 때는 달랐다. 본인은 알아채지 못했는데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다. 그 프로젝트하면서 난관을 극복했던 기억이 너무 행복했던 것이다. 그 순간만큼은 내가 면접관이어도 ‘아 이 친구는 진짜구나’라고 생각했을 정도였다. 그래서 후배에게 말했다.

 

“지금 이 느낌, 이 몰입감을 기억했으면 좋겠어. 이런 상태를 유지하면서 면접을 본다면 면접관들이 너의 진심, 너의 진짜 모습을 볼 수 있을 거야.”

 

후배는 면접에 합격했다. 면접관들에게 선물과 같은 존재로 보였을 것이기에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면접도 도움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면접에 애먹고 애쓰고 애탄다. 크게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은 이해력이다. 면접에서는 면접관의 질문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면접관으로 참여했을 때 가장 안타까울 때가 질문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엉뚱한 답변을 하는 경우다. 생각보다 이런 일이 자주 벌어진다. 아마 지원자 스스로는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다른 회사들도 많은데 왜 저희 회사에 지원하셨나요?”

 

이 질문은 많은 이직러들이 접하는 전형적인 질문 중 하나다. 적지 않은 지원자가 회사의 비전을 언급하며 본인이 추구하는 방향과 같아서 지원했다는 뉘앙스로 대답한다. 완전히 틀리진 않지만 정확한 대답은 아니다. 면접관의 질문을 다시 한번 살펴보면, ‘왜 꼭 우리 회사여야 하느냐’를 묻는 것이다. 다른 경쟁사, 비슷한 비전을 추구하는 회사도 있고, 어떤 경우는 지원자의 스펙이면 더 큰 회사도 지원 가능한데, 왜 꼭 우리 회사여야 하는지 궁금한 것이다.

이런 질문에 대해서 내가 주위에 조언하는 대답은 윈-윈 전략이다. 우선 회사가 성장하는 데 있어 본인이 기여할 부분이 있다는 점, 그리고 본인도 성장할 수 있는 회사라는 점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것이다. 회사 입장에서도 함께 가고 싶은 지원자이고, 지원자 입장에서도 함께 가고 싶은 회사라면 지원하는 것이 마땅하고, 다른 회사들도 많은데 꼭 이 회사에 지원해야 하는지도 명확해진다.

다음은 표현력이다. 질문을 이해를 했다면 그것을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표현력에는 개인 역량 차이가 분명히 있다. 그럼에도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면접관이 듣고 싶어 하는 대답을 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논리적이지 않는 열 마디 말보다 논리적인 두세 마디 말이 효과가 크다. 표현력이 부족한 이들에게 많이 하는 조언 중 하나가 굳이 말을 길게 하지 말라는 것이다. 두세 마디라도 핵심을 담을 수 있다면 충분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본인이 이해한 질문에 대한 핵심적인 대답을 가장 먼저 하는 것이 좋다. 핵심을 전달하면 오히려 면접관들이 더 궁금해져서 추가 질문을 하게 되고, 그때 좀 더 길게 말해도 늦지 않다.

마지막으로 서류 준비이다. 면접관이 질문하기 위해 활용하는 소스는 크게 3가지이다. 하나는 모든 지원자에게 동일하게 묻는 정해진 질문 리스트, 다음은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마지막으로 면접 도중에 나온 지원자의 답변이다. 그런데 정해진 질문 리스트와 면접 중간에 나온 지원자의 대답 모두 이력서와 자기소개서에 나온 내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결국 서류 준비를 철저히 하는 것이 면접 준비의 기초석을 다지는 것이다.

나는 서류 준비는 마치 지뢰 설치와 같다고 말한다. 면접관들이 쭉 훑어봤을 때 질문할만한 내용들을 곳곳에 설치해두는 것이다. 면접관들이 지원자가 설치한 지뢰와 같은 내용에 걸려들게 되면 작전 성공이다. 그다음은 본인이 미리 준비한 완벽한 대답을 하는 것이다. 거꾸로 말하면 서류 준비가 엉망이면, 면접을 잘 보기란 쉽지 않다. 본인이 설치한 지뢰를 면접관이 밟는 게 아니라 자신이 밟은 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류 준비는 면접의 시작이다.

 

 


 

 

면접은 잔인하다. 서로 얼굴을 보고 대화하면서 상대를 파악하고 때론 좋은 얘기도 나누지만 결국은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잘못 판단해서 좋은 지원자를 놓칠 수도 있고, 좋지 않은 지원자를 뽑아서 곤란해질 수도 있기 때문에 신중을 기한다. 지원자 입장에서는 절실함으로 임하지만 면접이 끝나면 이상하게 시원섭섭하다는 이들이 많다. 이제는 접근방식을 바꿔보자. 면접은 나를 포장하는 자리가 아닌 선물하는 자리라고 말이다.

 

 

Mark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