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 시장에 가장 끔찍한 보릿고개가 찾아오고 있습니다

 

 

실적보다 주가가 떨어진 이유      

 

 아마존의 1분기 실적이 공개되자 시장이 충격에 빠졌습니다. 안 좋아도 너무도 안 좋았기 때문인데요. 비록 매출이 전년대비 7.3% 증가했긴 했지만, 21년 만의 최저 매출 성장률이었고, 영업이익마저 무려 59%나 감소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올해 2월에 있었던, 작년 4분기 실적 발표 당시만 해도 효자였던 리비안의 주가가 폭락하며, 순이익까지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은 정말 치명적이었습니다.

 이에 따라 아마존 주가도 당연히 급락했습니다. 하루 만에 무려 14%나 떨어졌고요. 4월 월간으로는 하락 폭이 23.8%에 달하여, 2008년 이후 최대라고 합니다. 그런데 물론 부진하긴 했지만, 아마존의 실적이 이 정도로 주가 폭락을 불러올 정도로 심각한 상태일까요? 사실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AWS는 이번에도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며 매출이 36.5%나 성장했고, 영업이익률도 개선되었습니다. 새로운 성장 동력인 광고 사업도 비록 기대에 못 미치긴 했지만, 구글이나 페이스북보다는 성장률이 높기도 했고요.

 이처럼 일부 긍정적인 시그널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나 아마존의 주가가 폭락한 이유는 본질이라 있는 커머스 사업의 장기적인 성장성에 의문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빅테크 기업들은 당장의 실적보다는 미래의 성장 가능성이 선반영 되어 높은 기업 가치를 유지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인데요. 따라서 성장 속도가 떨어질 징후가 발견되면, 주가에는 이와 같이 치명적인 영향을 줍니다. 같은 이유로, 매출이 전년 대비 23%나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알파벳의 주가 또한 4월 한 달 동안 무려 18%가 빠지기도 했습니다. 단지 매출 증가율이 이전보다 떨어졌다는 것이 가장 주된 하락의 이유였고요.

 

 

 

 

네이버와 쿠팡도 위험한 아닌가요?

 

 그렇다면 도대체 얼마나 성장률이 떨어졌길래 이 난리가 난 걸까요? 아마존 온라인 스토어 부문의 전년 대비 매출 성장률은 2021년 1분기만 해도 41%였습니다. 하지만 2분기 13%, 3분기 3%, 4분기 1%로 점차 하락하더니, 올해 1분기에는 -1%를 기록하며 심지어 역신장하였습니다. 여전히 써드파티 셀러 부문은 성장 중이긴 하지만요. 확실히 주주들이 성장 가능성에 의심을 보낼만하지 않나요.

 물론 성장 둔화뿐 아니라, 커머스 부문의 수익성 악화도 당장 아마존에겐 커다란 악재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는 물류 대란 등 외부 거시적 요인의 영향이 컸고요. 따라서 어떻게 보면 일시적인 거라 할 수 있고, 환경만 좋아지면 정상화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나 시장의 성장성은 아무리 아마존이라고 해도 대책이 없습니다. 아마존의 미국 이커머스 점유율은 40% 수준으로, 시장 그 자체가 아마존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니 말입니다. 시장 자체가 침체되면 헤어날 길이 없는 거죠.

 

 

온라인 쇼핑 시장의 성장 둔화는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데이터 출처 : 통계청, 한국 온라인 쇼핑협회)

 

 

 그런데 이러한 온라인 쇼핑 시장의 성장 둔화는, 미국보단 뒤늦게 엔데믹 시대로 전환하고 있는 우리나라에도 동일하게 찾아오고 있습니다. 그러면 역시나 성장주로 분류된 네이버나 쿠팡도 아마존과 같은 위기를 맞이하게 되는 게 아닐까요?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당연히 시장의 성장 둔화는 커머스 플랫폼에게는 위협적인 요소이긴 합니다. 온라인 시장 침투율이 유독 높은 국내 시장은 더욱 그러하고요.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아직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 절대 강자가 없다는 것이 오히려 이런 상황에선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줍니다. 시장 자체의 성장률은 떨어지더라도, 경쟁 업체의 몫을 뺏어오면 매출을 증가시킬 수 있으니까요. 특히 쿠팡이 엄청난 속도로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있지만, 현재 시점으로는 아직 20% 언저리에 불과하여, 아마존에 비하면 갈 길이 여전히 멉니다. 즉 시장이 다소 침체되더라도, 개별 기업이 잘하면 여전히 높은 성장성을 유지할 수 있는 상황이란 거죠.

 

 

결국 양극화만 심화될 겁니다      

 

 코로나 팬데믹이 휩쓸고 갔던 지난 2년, 분명 온라인 쇼핑 시장은 무섭게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그 과실이 모두에게 공평하게 돌아가지는 않았습니다. 상위 플랫폼들의 독식 현상이 심화되면서, 네이버와 쿠팡의 양강 구도가 고착화되었거든요.

 그리고 저성장 시대가 찾아오면서, 이러한 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도 그동안은 모두가 성장하지만, 그중에서도 일부가 유독 튀는 성장을 보이는 양상의 경쟁구도였습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정말 본격적으로 역성장하는 쇼핑몰들이 등장할 거고요. 성장을 하더라도, 기업 가치가 떨어지는 시대에, 이들이 자리는 어디에도 없을 겁니다.

 올해와 내년에는, 컬리부터 11번가까지 유독 많은 이커머스 기업들이 상장을 준비 중입니다. 하지만 냉정히 말해 시장 환경만 보면, 가장 기뻐야 할 수확의 시기에 오히려 최악의 악재가 찾아왔다고 볼 수 있는데요. 과연 위기를 이겨내고, IPO라는 과실을 얻을 기업들은 누가 될까요? 분명한 건 모두가 해피엔딩을 맞이하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거란 겁니다.

 

 

기묘한 님이 뉴스레터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