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망원경으로도 안 잡히는 아주 작은 별들이 많이 있다. 나는 어린 왕자의 별이 그런 별들 중에서 소행성 B612라고 짐작했다.

1909년에 터키의 천문학자가 그 별을 발견했다.

그는 국제 천문학 총회에 가서 그 사실을 발표했지만 터키의 전통 옷을 입고 나왔기 때문에 아무도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1920년에 그 학자가 양복을 입고 다시 발표하자 모두들 그의 말을 믿었다.

내가 소행성 B612에 대해 시시콜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어른들 때문이다. “옛날 옛날 아주 작은 별에 어린 왕자가 살았어요. 그는 양을 원했고, 잘 웃었어요”하고 말해 봤자 어른들은 내 말을 안 믿어 준다. 그러나 “어린 왕자가 살았던 별은 소행성 B612입니다”라고 말하면 그들은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문학과지성사) 중에서 –

 

 

모든 이미지는 <어린 왕자> (문학과지성사)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이 터키의 천문학자가 된 듯한 경험을 할 때가 있습니다. 출신 학교가 어때서 채용 방법이 어때서 나이가 어때서 직무가 어때서 등등등 내 실력이 정당하게 평가받지 못하고 뭔가 평가절하된 느낌에 몸서리칠 때가 있습니다. 

저도 그런 적이 있었습니다. 아무리 해도 안 받아들이는 경험을 하면서 스스로 부족해서 그런 거라 생각하고 정말 밤낮없이 일해서 더 단단하거나 포용력이 넓은, 때로는 아주 날카로운 것을 만들어 다시 들고 간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단칼에 거절을 번번이 겪기도 했죠.

그러다 어떤 포지션으로 옮겨가면서 번번이 거절했던 사람들이 제 의견을 듣고 믿는 신기한 경험을 했습니다. 저는 그 사이 조금은 성장했을 수도 있겠지만 사실 달라진 건 저의 포지션이었죠. 제 역량과 상관없이 독점적인 역량 공급을 내부에서 할 수 있는 포지션에 들어간 것뿐이죠.

그러면서 한 동안 화가 났었던 마음이 편안해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유리천장과 싸우지 않아도 되는 경험은 화내는 데 에너지를 뺏기지 않아도 되었고 제가 저 스스로를 더 믿고 일할 수 있는 근거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저 환경이 바뀐 것뿐인데 몇 년간 눌려있었던 것을 던지고 주도권과 자율성, 창의성 등을 온전히 찾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물론 그 이후로 퍼포먼스는 이전보다 더 나아졌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곰곰이 그동안의 조각들을 모아서 맞추어보니 저는 자격지심에 왜곡된 관점과 부정적인 생각들로 저를 망치고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의 평가 때문에 저의 잠재력을 스스로 무너뜨리고 일종의 의심을 스스로에게 하고 있었던 것이죠. 그때 유연하지 못했고 방어 논리를 펴고 있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과 싸우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상태를 그 당시 스스로 알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구조적으로 색안경을 쓰고 나를 보는 느낌이 든다면 애써 나를 증명하는 것도 한두 번이면 충분하단 생각이 듭니다. 세상은 생각보다 넓고 나를 찾는 곳은 어디에든 있습니다. 정보 비대칭 속에서 벗어나 환경을 바꾸어 본다면 나의 잠재력을 더 빨리 많이 이끌어 낼 수 있습니다. 이전에 비슷한 취지로 쓴 이 하나 있는데 생각해보니 같은 맥락인 것 같네요. 이 아티클을 읽는 분들의 커리어를 응원합니다!

 

 

PETER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