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부터 IT 소양까지 생각의 근육을 키워줄 책 소개

 
 

눈 깜짝할 새에 2023년도 3분기가 지나고 있고, 어느덧 완연한 가을이 왔다. 매주 브런치에 글 1개 이상을 투고하겠다는 올해 첫 다짐은 시원하게 실패했다. 그나마 ‘브런치 정기 투고하기’를 제외하고 올해의 목표 리스트는 약 20개 정도가 더 있는데, 다행히도 개중 절반 정도는 훌륭하게(?) 수행하고 있다.

올해의 목표 리스트 중 유난히 우선순위가 높은 목표가 있다. 바로 ‘한 달에 책 최소 2권 읽기’이다. 한 달에 책 2권을 소화해내려면, 2주에 1권을 완독해야 한다. 현업과 사이드 프로젝트에 치여 사는 나 같은 현대인에게는 꽤 도전적인 목표라고 볼 수 있다.

지금이 9월 중순이니 올해 읽은 책은 17권인데, 혼자 읽기에는 아까운 책들이 많아 브런치에 한 번 소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오랜만에 브런치를 켰다. 꼭 Product Manager 업무를 수행하는데 직접적인 도움이 되지는 않더라도, 인문학적 소양이나, IT산업의 동향 이해를 위해 읽으면 좋은 책들을 4권만 엄선해 보았다.

 


 

데이터 문해력 (카시와기 요시키 著)

목적 없는 데이터는 쓰레기 더미에 불가하다.

 

 

데이터리안 보민님의 추천으로 읽게 된 책이다. ‘데이터 중심의 문제해결이 중요하다’, ‘데이터 리터러시 역량이 중요하다’라는 말을 귀가 따갑게 듣는 요즘이다. 데이터 분석툴이나 분석 기법이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있지만, 분석툴을 잘 쓴다고 해서 반드시 데이터 분석을 잘한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분석 기법에만 매몰되다 보면, ‘데이터 분석’이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주객전도되는 경우도 있다고 경고한다.

‘나는 어떤 데이터를 보고 싶은 건가? 그 데이터 속에서 어떤 해답을 찾아내고 싶은 건가? 그 해답이 내가 보고 싶은 대로 해석한 결과인가? 아니면 제 3자가 봐도 마땅히 동의할 수 있는 확실한 해답인가?’라는 궁금증이 생긴다면 데이터 문해력 공부가 필요하다는 신호다.

우리가 현업에서 지표 중심적 사고를 할 때 범하는 실수를 다양한 사례를 통해서 볼 수 있고, 나아가 건강한 데이터 중심의 문제해결 프로세스를 딥하게 설명해 준다. 가령, ‘A라는 문제가 발생했다’라고 한다면, 원인을 찾기 위해서 우리가 어떤 액션을 취해야 할지 스스로 고민할 수 있도록 예시를 던져준다. ‘데이터 좀 다루는 직장인’ 소리를 듣고 싶다면 반드시 읽어봐야 할 필독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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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노동 (데니스 뇌르마르크 외 1명 著)

여러분의 노동은 안녕하신가요?

 

 

가장 최근에 읽었던 책이자, 지금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인 책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TV <알쓸별잡>에서 ‘우리는 왜 8시간 노동을 하고 있는가?’라는 아젠다에서 언급된 책인데,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뜨끔하지 않을 수 없었다. 먼 과거, 몸을 쓰고 더러운 일을 하는 것이 ‘노동’이었던 시절에는 노동 시간을 1분 1초로 허투루 사용한 적이 없었다. 그리고 일이 끝나면 집으로 돌아가거나 개인 여가 생활을 즐겼다.

지금은 어떤가. 과거와 비교해 봤을 때 노동 시간에는 큰 차이가 없어도, 산업 혁명의 도래와 지식 노동자의 증가로 ‘노동의 질’은 상당히 훌륭해졌다. 즉, 예전에 4~5시간 삽질하던 게 이제 1시간만으로도 똑같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면 어떤 문제가 생기는가? ‘잉여 시간’이 생긴다. 주 15시간을 일하든, 주 40시간을 일하든 결과물의 총합은 노동 시간에 비례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15시간 만에 일을 끝냈음에도, 어떻게든 주 40시간을 채우는 성실한 노동자처럼 위장하기 위해 ‘가짜 노동’을 하기 시작한다. 이것이 저자가 말하는 ‘가짜 노동’이다. 

만약 여러분들이 이런 경험이나 생각을 해본 적 있다면, 우리의 ‘가짜 노동’이 ‘신성한 노동’이 되기 위해서 어떻게 사고하고 행동해야 할지 궁금하다면, 이 책에서 그 답을 찾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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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인간 리터러시를 경험하라 (조병영 著)

제대로 읽지 않으려 한다면 우리의 세계는 점점 좁아질 것이다.

 

 

최근 스낵 컬처의 영향 때문인지 사람들의 문해력과 어휘력의 수준이 나날이 낮아지고 있다고 한다. 나 역시도 요즘 이런 경험의 빈도가 꽤 잦아지고 있다. 책을 주르륵 읽어 내려가다가 갑자기 위에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다던가, 분명 글을 읽고 있는데 내용을 흡수하는 게 아닌 글자 알맹이만 집중하면서 전체 맥락을 이해하지 못한다던가 그런 경험 말이다.

그래서 나는 ‘제대로 읽고, 제대로 이해하는 방법’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책을 찾다가 이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제대로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리터러시의 시대에 가짜 정보와 진짜 정보를 분별할 수 있는 혜안 또한 가지고 싶었던 참에 딱 맞는 책을 찾은 것이다.

이 책에서는 설령 그 정보가 진짜였다고 하더라도, 그 정보를 공유하는 사람과 그 정보를 이해하는 사람에 따라 가짜 정보가 되기도 한다고 말한다. 즉, ‘어제 뉴욕타임스 신문에 스파이더맨이 선로를 이탈한 기차를 막아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는 글이 게재되었다’라는 정보를 ‘어제 뉴욕타임스 신문에 스파이더맨이 기차의 선로를 이탈시켰지만,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라는 식의 허위 정보가 생겨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길고 복잡한 글도 제대로 읽는 방법, 가짜 뉴스가 넘쳐나는 정보의 시대에 참거짓을 검증하는 능력을 기르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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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얼 씽킹 (빌레민 브란트 著)

아이디어는 가시화될 때 비로소 빛나는 법!

 

 

지난 5월, 우리 조직(파트)에 신입 한 분이 입사했다. 아예 다른 직무로 있다가 피봇하신 케이스인데(문화예술 → 프로덕트 매니저) 덜컥 내 부사수로 지정되었다. 우리는 OJT 기간(3개월) 동안 자사 서비스를 최소 3가지 개선하는 과제가 주어지는데, 산업 이해도와 통찰력은 물론이거니와 꽤 높은 수준의 창의력을 요한다. 머지않아 신입 동료분이 내게 커피챗을 요청했고, ‘썩 괜찮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는다’며 고민을 토로하셨다. 나 역시 뭔가 도움이 될 수 없을까 고민하던 찰나 이 책을 발견했다. 

이 책은 비전 스테이트먼트, 사용자 스토리 맵, 고객 페르소나 등 PM 업무를 진행하면서 마주칠 다양한 케이스에서 어떻게 아이디어를 효과적으로 쥐어 짜낼 수 있는지 가이드가 되어주는 고마운 책이다. 사실 나보다 더 사수 역할을 톡톡히 해낸 책 같다는 생각도 든다.

가장 좋았던 부분은 단순 이론이나 방법론에 매몰된 책이 아니라, 저자가 실제로 현업에서 적용한 시행착오들을 그대로 옮겨 적었다는 점이다. 현업과 동떨어진 얘기가 많았다면 동료에게 권하지도 않았을 텐데 실제로 해봄직한 내용들이 많았기에 선물로 드렸다. 나 역시도 이 책 덕분에 늘 어딜 가든 노트를 끼고 사는 습관을 들였고, 창발적으로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가시화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01533712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말했다. “한 권의 책을 읽음으로써 자신의 삶에서 새 시대를 본 사람이 너무나 많다”. 물론 책 한 권만으로 갑자기 엄청난 통찰력이 생기거나, 인생이 극적으로 달라지진 않는다. 그럼에도 책을 꾸준히 읽어야 하는 이유는 ‘다채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보는 눈을 갖기 위함’이라 나는 생각한다. 

특히나 PM은 책을 더 가까이해야 한다. 기획력의 원천은 보통 책에서 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책을 자주 읽으면 머리가 굳지 않고, 타인의 행동이나 지식에서 영감을 얻을 수 있다. 매일 30분이라도 지금보다 더 일 잘하는 내일의 내가 되기 위해 독서 시간을 투자해보자.

 

 

채드윅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