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를 기획하다 보면 사용자가 의도와 다르게 이해하고 헷갈려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러한 의도를 일일이 설명하기도 애매합니다. 기획자 입장에서는 설명할 필요도 없이 너무나 당연하기도 하고,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다 알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명확하게 전달되지 않은 서비스 의도는 사용자에게 불편하고 아찔한 심쿵 포인트가 될 수 있습니다.

 

 


 

 

1. 배달의 민족 

 

제 소중한 음식이 다른 주소로 배달됐다고요?!

만일 내가 주문한 음식이 다른 주소로 배달이 된 것을 알게 된다면 얼마나 아찔할까요? 배달의 민족에서는 주문을 하면 주문 내역에 ‘다른 주소로 배달됐어요’라는 버튼이 노출됩니다. 페이지 기준으로 꽤나 상단 영역에 말이죠. 그리고 이 버튼을 클릭하면 해당 주문 건에 대해 배달의 민족 상담사와 실시간 채팅을 할 수 있습니다.

 

배달의 민족 출처 ( 일부 정보 편집 )

 

배달의 민족의 기획 의도는 아마 잘못된 주소로 주문을 한 사용자에게 재빠른 해결책을 제공하고자 한 것 같습니다. 또는 혹시나 잘못된 주소로 입력하지는 않았을까 하고 사용자에게 경각심을 줄 수도 있겠죠.

하지만, 사용자 입장에서는 이 버튼이 다소 당혹스러운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배달 주소는 버튼과 떨어져 있어서 정말로 주소를 잘못 입력한 건 아닌지 바로 파악하기도 어렵고요. 

 

실제로 저의 경우에도 기존 주소가 아닌 다른 주소로 주문을 한 줄 알고 당황하였습니다. 사용자 입장에서 ‘다른 주소로 배달됐으니 도와주세요!’ 인지 서비스 제공자 입장에서 ‘다른 주소로 배달됐으니 확인해 보세요!’인지를 명확하게 인지하기가 어렵습니다.

이러한 당혹스러울 수 있는 경험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워딩을 명확하게 하거나 배달 주소 정보를 근접하게 제공하여 개선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배달의 민족 서비스 개선안 A / B

 

 

 

2. 카카오톡 지갑

 

샘플은 샘플답게

사용자의 정보를 입력받는 서비스의 경우, 정보를 입력받았을 때 어떤 결괏값이 제공되는지 샘플로 미리 확인할 수 있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카카오톡 지갑 서비스에는 ‘돈 나갈 일정 챙겨드려요 / 매달 내는 고정비 확인하기’라는 버튼이 다른 메뉴와 함께 랜덤으로 노출됩니다. 이 버튼을 클릭하면, 자산을 연결하여 일정을 관리할 수 있는 ‘금융일정’ 샘플이 나오는데요. 물론 하단에 ‘내 자산 불러오기’ 버튼을 통해 내 자산 정보는 아니겠구나 알 수 있겠지만 이 정보가 샘플인지 내 정보인지 단번에 파악하기란 어렵습니다. 

 

출처 : 카카오톡

 

다른 서비스와 비교한다면 정보에 따라 달라지는 결괏값은 ‘?’ 처리하거나 값이 랜덤 하게 계속 바뀌도록 애니메이션 처리합니다. 사용자가 샘플임을 단번에,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도록 말이죠. 

 

 

출처 : 원티드, 네이버페이

 

물론 카카오톡 지갑 내의 다른 서비스에서도 타사 서비스와 유사하게 처리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필 카카오톡 메뉴에서 바로 접근 가능한 금융일정의 샘플 구분이 명확히 되지 않은 것 같네요.

 

 

출처 : 카카오지갑
 
 
 
 

3. 리멤버

 

새로운 제안이 도착했습니다.

늘 마음속에 사직서를 품고 다니는 직장인에게 더 좋은 기업으로 이직할 수 있는 스카우트 제안은 꽤나 짜릿한 경험일 겁니다. 하지만 프로필 공개를 하지 않았는데도 스카우트 제안을 받았다면 어떨까요? 

경력직 인재풀 플랫폼인 리멤버에서는 프로필 공개를 하지 않은 사용자 대상으로 프로필 페이지에서 ‘새로운 제안이 도착했다’는 일종의 CTA 버튼을 제공합니다. 클릭해 보면 ‘프로필 등록 제안’이라는 깜찍한 재치를 볼 수 있는데요. 사실상 다크패턴이라고 볼 수 있겠죠.

 

출처 : 리멤버
 

 

아마도 리멤버에서는 이직 목적이 있는 사용자에게 프로필을 공개하고 스카우트 제안을 받으라는 의도인 것 같은데요. 하지만 프로필 공개를 희망하지 않는 사용자 입장에서는 부정적인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개인정보인 프로필을 공개하는 것에 예민한 사용자라면 더더욱 말이죠. 

이 경우, ‘새로운 제안을 받아보세요!’ 또는 ‘1만 개 이상의 기업에게 제안받을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 등으로 사용자가 명확히 인지하도록 개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의도와 다르게 사용자가 받아들이든 혹은 의도대로 사용자를 심쿵하게 했든 재치와 불편은 어쩌면 한 끗 차이인 것 같습니다.

 

 

 


 

eggfly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