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학교 인라이튼 마케팅 학회_ 김수현님의 작성글입니다.

 

 

 

예비 마케터인 나는 늘 어떻게 하면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것을 만들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참신한 캠페인을 만들 수 있을지 생각한다. 특히 AI가 수많은 콘텐츠와 아이디어를 빠르게 만들어내는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누구보다 새롭고 차별화된 생각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익숙한 것보다는 새로운 것을, 이미 해본 것보다는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것을 찾으려고 했다. 캠페인을 기획할 때도 자연스럽게 ‘이번에는 무엇이 새로울까?’라는 질문부터 던졌다.

그런데 이번 MAX Summit에서 여기어때 강석원 팀장님의 세션을 들으며 조금 다른 생각을 하게 됐다. 여기어때는 무려 6년째 같은 노래를 사용하고 있었다.

매번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기보다,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을 반복하고 그 안에서 조금씩 변화를 주고 있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드는 것’이 좋은 마케팅의 시작이라고 생각했던 나에게는 꽤나 낯선 접근이었다. 어쩌면 나는 AI처럼 생각하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AI가 끊임없이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내듯, 나 역시 마케터라면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브랜드에게 정말 중요한 것은 ‘새로운 것’일까?

 

이 질문을 따라가다 보니, 여기어때가 6년 동안 같은 노래를 사용해온 이유를 조금 이해할 수 있었다.

 

 

여행 플랫폼은 왜 브랜드가 되기 어려울까?

여행을 준비할 때 우리는 여러 플랫폼을 비교한다. 같은 호텔이라도 어디가 더 저렴한지, 쿠폰은 어디가 많은지, 예약 과정은 어디가 편한지를 꼼꼼하게 따져본다. 여행은 시간과 비용을 많이 투자하는 만큼 소비자에게는 꽤나 중요한 의사결정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이렇게 여행에 많은 고민을 하면서도, 정작 ‘어떤 여행 플랫폼을 좋아하느냐’고 물으면 선뜻 답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여행 플랫폼은 제품과 같은 물성이 없어 특정 플랫폼에서만 이용할 수 있는 독점적인 상품도 많지 않다. 실제로 여기어때 강석원 팀장님도 소비자들이 브랜드 자체를 좋아한다기보다 ‘편해서’, ‘혜택이 괜찮아서’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여행 자체는 소비자에게 고관여 영역이다. 시간과 비용을 크게 투자하기 때문에 예약 전에는 여러 서비스를 비교하고 신중하게 결정한다. 하지만 정작 여행 플랫폼에 대한 충성도는 높지 않다. 예약 과정에서 불편함이 생기거나 더 좋은 혜택을 발견하면 소비자는 쉽게 다른 플랫폼으로 이동한다.

그렇다면 제품의 기능이나 혜택만으로 차별화하기 어려운 브랜드는 어떻게 소비자의 기억 속에 남을 수 있을까?

여기어때가 찾은 답은 ‘브랜드 자산을 쌓는 것’이었다.

 

 

여기어때 강석원 팀장

 

 

 

6년째 같은 노래를 사용하는 이유

 

여기어때의 대표적인 브랜드 자산을 떠올리면 ‘여행할 때 여기어때’라는 메시지와 함께 특유의 여기어때 송이 생각난다. 여기어때는 이 메시지를 6년째 이어오고 있다고 한다.

처음에는 조금 의문이 들었다. 마케팅을 공부하면서 캠페인을 볼 때면 자연스럽게 ‘이번에는 무엇이 새로웠는가’를 먼저 찾았기 때문이다. 새로운 모델을 섭외하고, 새로운 콘셉트를 만들고, 새로운 이야기를 보여주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졌다. 그렇다면 같은 노래를 6년 동안 사용하는 것은 오히려 브랜드가 정체된 것처럼 보이지 않을까?

그런데 강석원 팀장님의 설명은 조금 달랐다. 여기어때 내부에서도 매번 여기어때 송을 사용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한다. 소비자가 피로감을 느끼지는 않을지, 경쟁사와 비교했을 때 여전히 경쟁력이 있는지, 브랜드 인덱스 조사에서 소비자의 반응은 어떤지 등을 확인한 뒤 사용 여부를 결정한다.

 

즉, 그냥 익숙하니까 반복하는 것이 아니었다.

 

여기어때가 원하는 것은 사람들이 여름에 여기어때 송을 들었을 때 ‘휴가철이 왔구나’라고 느끼는 순간이었다. 발표에서 브랜드 자산을 ‘좋은 사골’에 비유한 것도 인상적이었다. 여러 번 우려도 계속 맛을 내는 사골처럼, 좋은 브랜드 자산은 반복해서 사용해도 계속해서 힘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들으며 브랜드의 반복을 조금 다르게 생각하게 됐다. 반복되는 광고는 흔히 ‘똑같은 광고를 또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소비자의 머릿속에 특정 브랜드를 떠올리게 하는 장치가 쌓이고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새로운 것을 계속 보여주는 것보다, 같은 것을 얼마나 잘 기억하게 할 것인가가 더 중요할 때도 있는 것이었다.

 

 

 

일관성은 똑같이 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여기어때가 6년 동안 똑같은 광고만 반복한 것은 아니다. 여기어때는 ‘여행할 때’라는 메시지와 여기어때 송이라는 중심적인 브랜드 자산은 유지하면서도 모델, 여행지, 캠페인 콘셉트와 장르는 계속 바꿔왔다.

해외여행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선보일 때는 외국인 모델을 활용했고, 해외여행 수요가 커진 시기에는 여행 예능 출연자들을 모델로 기용했다. 겨울에는 식도락 여행이라는 소비자의 관심사를 캠페인에 반영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콘텐츠를 통해 여행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흐름을 보고 국내 여행에 집중한 캠페인을 선보이기도 했다.

특히 올해 캠페인에서는 여기어때 송을 사용하면서도 예전처럼 처음부터 노래를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시작하고 약 10초가 지나서야 등장하도록 했다고 한다. 같은 자산을 사용하면서도 그 활용 방식은 달라진 것이다. 결국 여기어때가 지키고 있는 것은 모든 것을 똑같이 하는 것이 아니었다.

브랜드가 기억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유지하고, 소비자의 관심과 시장 상황에 따라 바꿔야 하는 것은 바꾸는 것. 이 부분이 이번 세션에서 내가 가장 크게 얻은 인사이트였다.

마케팅을 공부하면서 ‘일관된 브랜딩’과 ‘새로운 시도’는 자주 서로 반대되는 것처럼 느껴졌다. 기존 자산을 활용하면 안전하지만 식상해 보일 수 있고, 완전히 새로운 것을 시도하면 신선하지만 기존 브랜드와 연결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어때의 사례를 보면서 두 가지가 꼭 충돌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 알고 있다면, 무엇을 바꿀지도 더 명확해진다.

 

 

 

 

 

결국 브랜드는 ‘쌓이는 것’이다.

 

세션 후반부에서는 여기어때가 브랜디드 콘텐츠를 넘어 오리지널 콘텐츠와 IP를 만들어가는 과정도 소개했다. 여기어때는 그동안 수많은 브랜디드 콘텐츠를 제작하면서 성과를 쌓아왔지만, 동시에 조회수는 일정 수준에서 정체되고 비용은 계속 증가하는 고민도 경험했다고 한다. 그래서 새로운 오리지널 콘텐츠 채널을 만들고, 처음에는 여기어때라는 브랜드를 전면에 드러내지 않는 방식을 선택했다.

여기서도 앞서 이야기한 ‘브랜드 자산’이라는 개념이 이어졌다. 여기어때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단순히 채널의 조회수나 구독자 수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 자체가 하나의 IP로 성장하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콘텐츠에 참여하고 그 과정에서 여행을 떠올리게 만들고, 그렇게 만들어진 IP를 이후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하는 것. 결국 여기어때가 6년 동안 여기어때 송을 쌓아온 것도, 새로운 콘텐츠와 IP를 만들어가는 것도 결국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었다.

 

 

브랜드는 한 번의 캠페인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씩 쌓이는 것이다.

새로운 캠페인은 소비자의 시선을 끌 수 있다. 하지만 그 캠페인이 반복되고, 변주되고, 다른 콘텐츠와 연결되면서 하나의 기억으로 남는 순간 브랜드의 자산이 된다. 이 지점에서 처음에 내가 가지고 있던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한 생각도 다시 돌아보게 됐다. AI가 수많은 아이디어를 빠르게 만들어내는 시대에, 나는 마케터라면 AI보다 더 새롭고 더 독특한 것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찾는 것이 경쟁력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쩌면 ‘계속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AI처럼 생각하는 방식일지도 모른다. AI는 새로운 결과물을 빠르게 만들어낸다. 그렇다면 사람인 마케터가 해야 할 일은 단순히 그보다 더 많은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것일까?

마케팅 학회에서 여러 브랜드의 캠페인을 분석하면서 나 역시 ‘이번 캠페인은 무엇이 새로웠는가’를 자주 이야기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그 질문과 함께 ‘이 캠페인은 우리 브랜드에 무엇을 남기는가?’도 생각해보고 싶다. 당장의 조회수나 화제성은 빠르게 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소비자의 기억 속에 남은 메시지와 콘텐츠가 다음 캠페인과 연결되고, 시간이 지나 다시 브랜드를 떠올리게 만든다면 그것은 단순한 캠페인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된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능력만큼, 무엇을 남길 것인지 선택하고 그것을 오래 쌓아가는 능력.

6년째 같은 노래를 사용하는 여기어때의 브랜딩을 보며, 이번 세션에서 내가 배운 것은 어쩌면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드는 법’이 아니라 ‘오래가는 브랜드를 만드는 법’에 가까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