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당겨야 할 쪽과 ‘거래만 하려고 하면’ 성장의 한계가 올지 모릅니다

 

앞 편 끝에 질문 하나를 남겼습니다.

“매출이 두 배가 되는 동안 확보한 이름(IP)은 하나 늘었는데, 왜 늘리지 않았을까?”

 

일단 돈이 없어서는 아닐 테고, 필요를 못 느껴서도 아닐 거 같고, 아니면 늘리고 싶어도 늘리지 못하는 사정이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때 ‘미식 큐레이션 플랫폼’이라는 그들 스스로 칭한 문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앞 편에서 지나가듯 옮겼던 표현인데, 이 편에서는 이 말이 중요합니다.

 

 


 

 

플랫폼에는 먼저 당겨야 할 쪽이 있습니다

 

여러 주체와의 거래를 통해 연결을 하는 플랫폼 사업은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구조를 만들고 지탱할 수 있는 모두를 동시에 데려올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배달앱은 식당부터 모을지 손님부터 모을지를 정해야 합니다. 또한, 중고거래는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 중 어느 쪽을 먼저 채울지를 정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어느 한쪽이 먼저 최소한의 위용을 갖추어야 나머지가 따라올 이유와 명분이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런 사업 구조상 가장 먼저 답해야 할 질문은 “우리는 누구부터 당겨야 하는가.”입니다. 캐비아를 가운데 두면 네 주체가 있습니다. (a) 이름과 레시피를 내주는 셰프와 레스토랑, (b) 실제로 제품을 만드는 식품 제조 공장, (c) 소비자에게 파는 유통사, 그리고 마지막에 구매하는 (d) 해당 시장 속 고객입니다.

 

 

 

 

이 중에서 캐비아가 먼저 당겨야 하는 쪽은 셰프입니다. 아니, 그래야만 합니다. 왜냐하면, 이름 있는 유명 셰프의 이름값이 있어야만 필요한 모두를 테이블에 앉힐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선 유통사, 이미 유명 셰프에게 공감을 가진 시장 속 수많은 예비 고객의 존재를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럼, 유통 채널 기준으로 갈음하여 최소-최대 물량(MOQ)이 정해질 수 있고, 이를 근거로 제조 발주를 넣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제품이 매대(유통 채널)에 놓여야 시장 속 고객에게 닿아서 거래 가능한 상태가 됩니다. 그래서, 첫 번째 단추가 ‘유명 셰프’일 수밖에 없습니다.

 

 


 

 

첫 단추만 잘 꿰면 되는 상황에서…


KAVIAR는 첫 단추만 새로 만들면 되는 조건에서 출발했습니다. 캐비아는 삼원가든과 SG다인힐의 박영식 대표가 겸직 중입니다. 따라서, 출발부터 외식 쪽에 강력한 네트워크를 갖고 출범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회사 쪽도 같은 이야기를 합니다. 미식 IP를 빠르게 확보한 배경에 “모기업이 46년간 축적한 외식업 네트워크가 있었고, 부처스컷·투뿔등심 등을 운영하는 SG다인힐의 연구개발 역량이 더해져 레스토랑의 맛을 재현한 간편식을 낼 수 있었다”는 겁니다. 마치 옷을 만들어 본 경험 덕분에 뭐든지 만들 수 있었고, ‘팔 수 있는 상품처럼 보일 수 있게 할 장치(단추)만 있으면’, 그걸로 충분한 상황인 것입니다.

 

 

 

 

참고로, RMR 사업은 캐비아보다 먼저 시작했습니다. SG다인힐은 2019년 5월에 첫 RMR 상품을 냈고, 2020년 6월 기준으로 14종을 팔고 있었습니다. 제조는 OEM 공장에 맡기고 유통은 마켓컬리 같은 외부 채널을 쓰는 방식이었습니다. 자체 IP를 활용했다는 것만 빼고, KAVIAR와 구조가 거의 비슷합니다. 캐비아 설립이 2020년이니, 이미 돌아가고 있던 방식 위에 다른 셰프의 이름으로 다양한 네트워크 형성과 운영을 통해 새로운 브랜드로 확장하며 시작한 셈입니다.

 

모기업 관계와 창업 배경

  • 모기업 네트워크 및 SG다인힐 R&D 역량: 서울신문, 「집에서 즐기는 ‘미식’ 스펙트럼 넓어진다… 캐비아, 미식 IP 150개 확보」(2022.10.4). “캐비아가 150개의 미식 IP를 빠르게 확보하게 된 배경에는 모기업 ‘삼원가든’이 46년간 축적한 탄탄한 외식업 네트워크가 자리 잡고 있다”, “‘부처스컷’, ‘투뿔등심’ 등 유명 외식 브랜드를 운영하는 SG다인힐의 연구개발(R&D) 역량이 더해져”. 같은 내용이 식품외식경영(2022.10.4)
  • 박영식 대표의 삼원가든·SG다인힐·캐비아 대표 겸임: 서울경제 CEO&스토리(2024.2.20).
  • SG다인힐의 RMR 사업 선행: 데일리팝, 「[식품업계, 간편식이 미래다] SG다인힐, RMR 플랫폼 꿈꾼다」(2020.6.23). — 2019년 5월 첫 상품 출시, 보도 시점 14종 판매, OEM 제조 및 마켓컬리 등 유통 채널 활용.

 

 

Kaviar는 누구부터 당겨야 하는지는 정확히 고른 셈입니다.
그럼 남는 건 하나죠. 어떻게 당겼는가.

 

 

 

무엇을 주고 당겼는가


셰프가 이 협업에서 무엇을 받는지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업계 전반으로는 맛집이 조리법에 대한 로열티를 받고 간편식을 내는 방식이 자리 잡아가는 중이라는 보도가 있습니다만, 그 로열티가 어떻게 산정되는지까지는 나와 있지 않습니다. 캐비아는 “IP 156개를 확보했다”라고 말합니다. 이 표현은 조금 뜯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IP를 가진다는 것과, 그 이름으로 제품을 낼 권리를 사는 것은 다르기 때문입니다.


IP를 가진다는 것은 보통은 그 이름과 세계관을 함께 키우고, 여러 형태로 확장하고, 커진 만큼 나눠 갖는 협의체를 구성한다는 의미에 가깝습니다. 따라서, 시간이 지날수록 함께 만들어가는 자산도 그로 인한 이익의 규모도 커집니다. 반면 제품 발매 권리를 산다는 것은 그의 이름을 빌려 특정 메뉴를 만들어 팔아도 된다는 계약을 맺는 것입니다. 구조적으로 다릅니다. 한 번 쓰면 끝이고, 쌓이지 않습니다. 둘은 뜻은 다르지만, 같은 말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바로 IP입니다. 둘 다 지적자산(권리)입니다. 대신에 성장성을 놓고 보면 전혀 다른 평가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비록 추정이지만, 캐비아가 확보한 156개는 후자에 가까워 보입니다. 그렇다면 “IP 156개 확보”가 실제로 뜻하는 것은 팔릴 만한 제품 라인 156개를 갖췄다는 쪽일 겁니다. 업계에서 주로 통용되는 계약 구조를 보면 성격이 더 분명해집니다. IP 라이선스 계약은 통상 최소보장금(MG)과 러닝 로열티(RR)로 구성됩니다. 러닝 로열티는 제품이 판매될 때마다 수익금의 일부를 권리자에게 정산하는 방식이고, 판매 수익이 최소보장금을 넘어서는 시점부터 추가 정산이 발생합니다. 즉 셰프가 받는 돈의 상당 부분이 판매량에 연동된 후불로 볼 수 있습니다.

  • 대가 지급 방식은 맛집이 “조리법에 대한 로열티를 받고 간편식을 출시하는” 방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서술 : 한국경제(2023.4.14). 로열티 산정 방식(선지급·판매 연동 여부, 요율)은 해당 보도에 나오지 않습니다.
  • 최소보장금(MG)·러닝 로열티(RR)의 설명과 “판매 수익금의 일부가 미니멈개런티를 넘어서는 시점부터” 추가 정산이 시작되는 구조, 요율 3~8% 내외: 이너부스(INABOOTH) IP 라이선싱 가이드(2025.4.28).
  • 라이선싱 중개 사업자가 자사 블로그에 게재한 실무 안내 자료이며, 공신력 있는 기관의 업계 표준 조사가 아닙니다. 캐릭터·굿즈 라이선싱을 중심으로 서술하고 있어 셰프·맛집 협업이 같은 구조인지는 공개 자료로 확인되지 않습니다.
  • 캐비아와 개별 셰프 사이의 실제 계약 조건은 공개된 적이 없습니다.

 

정리하면, KAVIAR가 셰프를 당길 때 손에 쥐고 있던 것은 ‘건별 거래를 통한 이익’으로 추정 가능합니다. 단, 실제 확인이 필요하고, 그 내용이 어쩌면 사업을 쉽게 시작하게 만들었으나, 구조적으로 성장에 발목을 잡는 일이 될 수도 있다는 두 가지 모두를 말하고 싶었습니다.

 

 


 

 

당겨진 관계는 대부분 한 번에서 멈췄습니다


캐비아 자사몰의 전체 상품 목록은 73종입니다. 그중 외부 셰프와 레스토랑의 이름이 붙은 것이 38종이고, 이 38종을 낸 파트너는 26곳입니다. 여기서 갈립니다. 두 종 이상을 낸 곳은 26곳 중 일곱입니다. 김도윤 셰프가 여섯 종으로 가장 많고, 니시무라 셰프가 세 종, 남준영·코우지·최지형 셰프와 김희은&윤대현 셰프, 선셋스위밍샌드위치가 각각 두 종입니다. 나머지 열아홉 곳은 한 종에서 멈췄습니다. 비율상 넷 중 셋(75%)입니다.


그리고 눈에 띄는 게 하나 더 있습니다. 집안 브랜드의 비중입니다. 73종 가운데 삼원가든이 28종, 붓처스컷이 2종, 셰프 이름 없이 캐비아가 직접 만드는 캐비아데일리가 5종입니다. 셋을 합치면 35종으로 전체의 절반에 가깝습니다. 외부 26곳이 다 합쳐 38종을 냈는데, 모기업 브랜드 하나가 28종을 내고 있는 구성입니다.

  • 셰프별·브랜드별 제품 수 캐비아 자사몰(kaviar.co.kr) 전체상품 목록 전수와 각 상품 상세 페이지, 2026년 9월 21일 조회 기준 직접 집계. 판매 페이지 하나를 1종으로 세었고, 품절 상품(2종)을 포함했으며, 용량이 다르면 별개로 세었습니다. 삼원가든 28종에는 선물세트 5종이 포함됩니다.
  • 자사몰에 노출되지 않는 제품이나 특정 채널 전용 제품은 포함되지 않습니다. 회사가 소개 문구에서 밝힌 제품 수는 “100여 개”인데 자사몰에서 확인되는 것은 73종이므로, 상당수가 자사몰 밖에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두 수치의 집계 시점과 세는 단위가 같은지는 확인되지 않습니다.
  • 가게·레스토랑 이름으로 표기된 파트너도 셰프 이름으로 표기된 곳과 같은 묶음으로 세었습니다. 상품 구성은 수시로 바뀌므로 조회 시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이 중에 두 종의 제품을 낸 곳 중 남준영 셰프의 경우는 캐비아의 관계로만 보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SSG닷컴은 2025년 4월 ‘소고기 쌀국수'(290g 7,900원)와 ‘느억맘 직화 돼지구이'(220g 9,900원)를 내면서, 이를 자사 프리미엄 식품관 ‘미식관’의 단독상품으로, 자사가 남준영 셰프와 협업해 기획·출시했다고 밝혔습니다. 주어가 SSG닷컴입니다. 같은 사양과 가격의 제품이 캐비아 자사몰에도 걸려 있고요.

  • 남준영 셰프 제품: 신세계그룹 뉴스룸, 「SSG닷컴, ‘미식관’ 단독상품 확대… 용리단길 남준영 셰프 ‘베트남 가정간편식’ 출시」(2025.4.10).
  • 보도자료에 미식관 단독상품으로, SSG닷컴이 남준영 셰프와 협업해 기획·출시한 것으로 명시. 제품 사양·가격도 같은 자료 기준. 동일 사양·가격 제품의 캐비아 자사몰 게재는 2026년 9월 16일 확인.
  • 기획 주체가 SSG닷컴이라는 보도자료의 서술과 캐비아 자사몰에 같은 제품이 걸려 있다는 관측이 양립하는 이유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결론적으로 셰프 혹은 레스토랑들과 첫 거래는 스물여섯 곳인데 두 번째까지 이어진 곳은 일곱입니다. 초반에 당겨지긴 했는데 이어지지 않은 것입니다. 앞 편에서 본 IP 수 정체와 같은 현상의 두 얼굴입니다.

 

 


 

 

회사가 매출을 늘리는 방법


이제 회사 쪽 사정을 보겠습니다. 이 구조에서 매출을 늘리는 방법은 제한적입니다. (a) 발매 품목 수를 늘리거나, (b) 납품 채널을 늘리는 것입니다. 한 품목이 낼 수 있는 매출에는 한계가 있으니 품목을 늘리는 게 가장 직접적입니다. 하지만, 유명 셰프가 많은 것도, 그들과 세계관을 넓히는 방향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정황으로 봐서는 당장에는 (a) 전략 방향으로 집중하기보다는 (b) 쪽을 위주로 전략을 펼치는 것으로 보입니다. 왜냐하면, 유통 채널은 GS리테일·SSG닷컴·롯데·꽃피는 아침마을 등으로 점차 넓혀가는 모양새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GS리테일과는 관계가 깊습니다. 2022년 11월 20억 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받았고, 전용 제품과 독점 상품 개발, GS25 플래그십 스토어 오픈까지 협업 범위에 들어 있었습니다.

  • GS리테일 협업: 이데일리, 「GS리테일, 미식 큐레이션 플랫폼과 맞손…”RMR 경쟁력 키운다”」(2022.11.29). 20억 원 지분 투자, 유명 맛집 시그니처 메뉴를 활용한 도시락·즉석 먹거리 출시, GS리테일 전용 및 독점 상품 개발, GS25 플래그십 스토어 오픈이 협업 내용으로 제시됨.

 

 

 

 

그런데, 여기에 제조 구조에서도 제약이 걸립니다. 캐비아는 자체 공장이 없습니다. 앞서 봤듯 모기업 시절부터 OEM(ODM) 방식이었고, 지금도 제품마다 다른 공장에 위탁하고 있습니다. 일부 제품에서 확인한 것만 봐도 남준영 쌀국수는 참푸드, 능라도 평양냉면은 미식발전소, 캐비아데일리 칼국수는 서울향료 진천공장, 배재훈 가락국수는 오래 식품, 니시무라 우동은 후드원, 최지형 백순대국은 비젼푸드, 이북식 백순대국은 차오름푸드입니다. 같은 계통의 우동조차 서로 다른 공장에서 만듭니다.

  • 위탁 제조사: 각 제품 판매 페이지의 상품 정보 고시(제조원 표기) 기준, 2026년 9월 16일 확인.
    다만, 표기된 제조원이 실제 생산 전량을 담당하는지는 확인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위탁 제조에는 최소 발주량(MOQ)이 있습니다. 공장은 일정 물량 이하로는 라인을 돌리지 않죠. 그렇다고 많이 만들 수도 없습니다. 팔린다는 보장이 없으니까요. 결과적으로 발주량이 좁은 구간에 갇힙니다. 적게 만들 수도, 많이 만들 수도 없고, 물량이 적으니 단가도 내려가지 않습니다. 그리고 판매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치면 남은 물량을 처리해야 합니다. 그 선택지 중 하나가 가격 인하입니다. 당장에 원가가 눌린 상태에서 판매 가격까지 프로모션으로 내려가면, 그 부담은 제품의 어딘가에서 상쇄되어야 합니다. 어쩌면 손해 보면서 팔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결과적으로 캐비아는 양심적으로 제조를 하고 있으나, 대량 생산할 만큼의 강력한 수요 및 유통채널을 확보했다기보다는 점차 자신들의 시스템을 고도화하며 시장에서 발을 넓히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더 많은 종류의 제품을 시장에 내놓으며 자신들의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이익을 내는 전략 발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아닐까 추정하고 있습니다.

 

 


 

 

셰프 쪽에서 보면


셰프가 이런 협업에 응하는 이유는 대개 두 가지입니다. 수입과 이름을 알리는 것. 돈과 명예 둘 다 얻고 싶은 게 자연스럽죠. 앞서 계약 형태는 단정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쪽이든 어긋나는 지점은 같습니다.

예를 들어, 셰프의 몫이 판매량에 연동된다면, 많이 팔려야 셰프도 법니다. 그런데 캐비아가 많이 파는 방법은 품목을 늘리고, 채널을 넓히고, 필요하면 가격을 낮추는 것이었습니다. 반대로 정해진 금액을 먼저 받는 구조라면, 셰프는 얼마나 팔리는지에 관심을 둘 이유가 줄어듭니다. 회사만 열심히 팔고, 그 과정에서 생긴 결과는 이름에 남습니다. 계약 조건에 따라 돈과 명예 중에 한쪽으로 쏠리는 구조를 띄는 것입니다.


회사 입장에서 관리 품목이 늘어날수록 한 품목에 들이는 공은 얇아집니다. 개발과 품질 관리에 쓸 사내 자원은 한정돼 있는데 품목이 늘면 나눠 써야 합니다. 게다가 회사는 당장에 반응이 좋은 몇몇 제품에 선택과 집중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아무리 유명 셰프라고 해도 식당 메뉴를 늘리는 게 아니라, RMR 제품을 성공시키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그렇다면, 셰프 입장에서 자기 이름이 붙은 제품이 많아지는 것보다 하나가 잘 나오는 게 중요할 수 있습니다. 그래야만, 돈보다 중요할 수 있는 명예를 지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캐비아는 가장 어려운 1, 2단계는 건너뛰고, 3단계부터 추진 가능한 이점을 갖고 있다

 

 

왜냐하면, 제품에 대한 불만은 대부분 셰프에게 돌아갑니다. 시장 속 소비자는 “캐비아가 만든 제품이 별로다”라고 기억하지 않습니다. “그 셰프가 만들었다던 모 제품이 그렇더라”라고 기억합니다. 큼지막하게 제품에 붙은 이름이 셰프의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실제로 관측되는 소비자 반응에서 반복되는 불만이 있습니다. ‘양이 적다’는 것입니다. SSG닷컴 기준으로 남준영 셰프 소고기 쌀국수는 리뷰 474개에 평점 4.7점인데 양에 대한 아쉬움이 다수 언급되고, 최지형 셰프 백순대국은 리뷰 208개에 평점 4.5점인데 역시 같은 지적이 여러 번 나옵니다. 두 제품에서 확인한 것이라 이것만으로 구조적 문제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서로 다른 셰프, 다른 메뉴, 다른 가격대에서 같은 불만이 나왔다는 점은 기록해 둘 만합니다.

  • 소비자 반응: SSG닷컴 상품평 기준, 2026년 9월 16일 확인. 남준영 셰프 소고기 쌀국수 리뷰 474건·평점 4.7, 최지형 셰프 백순대국 리뷰 208건·평점 4.5. 두 제품 모두 평점은 높은 편입니다. 본문에서 언급한 ‘양’에 대한 아쉬움은 리뷰 본문에서 반복적으로 관측된 내용이며, 전체 리뷰를 계량 분석한 결과가 아니라 두 제품에서 반복 언급을 확인한 수준입니다.

 

 

그래서, 셰프가 하게 될 계산을 정리하면 이렇게 됩니다.
얻는 것은 확실하지 않은 수입이고, 거는 것은 평생 쌓은 자기 이름입니다.

 

 

프리미엄으로 인식될지도 확실하지 않고, “조금은 낫지 않을까” 하는 기대 정도는 생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기대가 오히려 셰프 본인에게 부담이 됩니다. 아무 기대 없이 산 제품이 평범하면 “이 정도지” 하고 넘어가지만, 기대를 갖고 산 제품이 평범하면 실망은 기대의 크기만큼 오기 때문입니다. 물론, 1-2만 원대의 밀키트(RMR)를 구매하면서 그보다 더 큰 기대를 하는 이들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자신의 이름에 먹칠을 할지 모르는 제품을 돈 때문에 내놓고 싶어 하는 셰프들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소비자 다수의 실망이 계속해서 이름에 따라붙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첫 제품이 크게 성공하지 않았다면 두 번째를 하지 않는 편이 셰프에게는 합리적인 판단입니다. 한 종에서 멈춘 곳들은 게으르거나 관심이 없어서가 아닙니다. 돈과 명예를 두고 판단한 결과일 뿐입니다.

 

 


 

 

1편의 질문에 대한 답


여기서 앞 편의 질문으로 돌아갑니다. 매출이 두 배가 되는 동안 확보한 이름은 왜 제자리였을까. 필요를 못 느껴서도, 돈이 없어서도 아닙니다. 늘릴 수는 있는데 붙잡아 둘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새 셰프를 데려오는 일 자체는 이 회사에 어려운 과제가 아닙니다. 모기업의 외식업 네트워크가 있고, 투자금도 있으니까요. 실제로 2022년 한 해에만 135개에서 155개로 스무 곳이 늘었습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데려온 셰프가 두 번째를 하지 않으면, 새로 하나를 데려올 때마다 먼저 있던 하나가 조용히 빠집니다. 관리할 수 있는 회사의 역량은 그대로인데, 관리해야 할 것들이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상품성이 떨어진 것들은 걸러질 수밖에 없습니다.


앞 편에서 본 숫자의 모양이 그래서 나옵니다. 2022년 12월 155개, 2023년 4월 158개, 그리고 지금 156개. 아무 일도 없었던 4년이 아니라, 들어온 만큼 나간 4년에 가깝습니다. 회사는 계속 당겼고, 당겨진 쪽은 계속 남거나 떠나는 모습으로 현 상황에 놓인 것입니다.

  • 위 해석은 IP 수의 추이와 자사몰 셰프별 제품 수 분포에서 읽어낸 것이며, 개별 계약의 종료 여부나 그 사유는 공개된 자료로 확인되지 않습니다. 158에서 156으로의 감소가 실제 계약 종료인지 집계 기준 차이인지도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여기에 하나가 더 붙습니다


유통사가 셰프를 직접 섭외하기 시작했습니다. SSG닷컴은 ‘미식관’에서 월 단위로 셰프 협업 상품을 냅니다. 2025년 2월에는 을지로보석 조서형 셰프, 3월에는 잭앤더베이글 이은정 셰프, 4월에는 효뜨 남준영 셰프, 5월에는 윤서울 김도윤 셰프였고요. 기획 주체는 SSG닷컴 상품개발팀입니다. 셰프 입장에서 이름을 알리는 것이 목적이라면, 채널을 가진 쪽과 직접 하는 편이 나을 수 있습니다.

 

 

 

 

이런 흐름은 최근에 시작된 것도 아닙니다. GS리테일도 2022년 말 고깃집 ‘몽탄’과 셰프 IP 사용 계약을 직접 맺었고, 그 제품은 두 달 새 30만 개 넘게 팔리며 냉장 밥 부문 판매량 1위에 올랐습니다.

유통사의 직접 셰프 협업

  • SSG닷컴 ‘미식관’ 월 단위 셰프 협업: 신세계그룹 뉴스룸(2025.4.10) 및 같은 뉴스룸(2025.5.8). 2025년 2월 조서형, 3월 이은정, 4월 남준영, 5월 김도윤 셰프. 5월 자료에 기획 주체가 SSG닷컴 상품개발팀 MD로 명시됨
  • GS리테일-몽탄 계약 및 판매 실적: 한국경제(2023.4.14). “GS리테일은 작년 말 몽탄과 셰프 IP 사용에 관한 계약을 맺었다”, GS25 출시 제품이 두 달 새 30만 개 이상 판매되며 냉장 밥 부문 1위

 

 

 

당길 대상은 맞았고, 당기는 방식이 다릅니다


라이선싱 실무를 설명하는 자료 중에는 이와 비슷한 형태의 계약 본질을 ‘사용 허락’이 아니라 ‘공동 창출’로 보는 시각이 있습니다. IP 홀더가 권리를 주는 대신, 브랜드 파트너는 그 IP의 상업적 가치를 함께 확장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단순 상업화라기보다는 상업화를 위한 시스템 창출에 가깝다고 보는 것입니다.

  • IP 협업의 정의: 이너부스(INABOOTH), 「IP 라이선스 계약,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2025.10.31). “IP 라이선스 계약의 본질은 ‘사용 허락’이 아니라 ‘공동 창출(Co-Creation)’입니다”, “IP홀더는 브랜드파트너에게 권리를 주는 대신 브랜드파트너는 IP의 상업적 가치를 함께 확장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위 대가 지급 방식 주석과 같은 사업자의 자료이며, 업계 전체의 합의된 정의로 확인된 것은 아닙니다. 본문은 이를 하나의 시각으로 인용했습니다.

 

이 시각에 비추면 캐비아의 협업은 아직 사용 허락 단계에 가까워 보입니다. 권리를 사고, 제품을 만들고, 정산합니다. 그 이름의 가치를 함께 키우는 일은 계약에 들어 있지 않거나 있다고 해도 이행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회사가 겉으로는 미식 플랫폼, IP를 모은다고는 하지만, 회사 스스로 정의한 플랫폼과 IP가 무엇인지 명확하지 못한 상황에서 단순히 매출만을 위한 시스템이 먼저 갖추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셰프 쪽에도 생각할 지점이 있습니다. ‘요리하는 사람’으로 남을 것인가, ‘음식으로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사람’으로 정체성을 넓힐 것인가.

모든 셰프가 후자를 원하는 건 아닙니다. 다만 후자를 원한다면 자기 이름을 어디에, 어떻게 쓸 것인지가 중요한 문제가 됩니다. 단순히 소모되는 것과 많은 이들에게 회자된다는 것은 다른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름을 빌려주는 것과 이름을 키우는 것을 다르게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전자는 건별 수입이고 후자는 자산입니다. 그렇게 되면 파트너를 고르는 기준도 달라집니다. 얼마를 주느냐가 아니라, 이 협업이 내 이름을 키우는 방향인가에 대해 스스로 묻게 되어 있습니다.

 

 

 

 

정리하면, 캐비아는 누구부터 당겨야 하는지는 정확히 골랐습니다. 셰프가 첫 단추라는 것, 그것이 유통을 부르고 제조를 부르고 소비자에게 닿는다는 것을 알고 출발했습니다. 모기업의 네트워크와 이미 돌아가던 제조·유통 방식 덕에 그 첫 단추에만 쉽고 빠르게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그 첫 단추를 건별 거래로 잡았고, 회사가 매출을 늘리는 방식과 셰프가 지키려는 것 사이에서 상생의 방향을 보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회사가 사업을 잘하려 할수록 먼저 당겨야 할 쪽과의 거리가 멀어지는 아이러니한 상황 말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걸리는 게 하나 있습니다


플랫폼에서 첫 단추가 중요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그것 하나만 제대로 꿰면 나머지가 알아서 따라오기 때문입니다. 셰프가 모이면 유통이 오고, 유통이 붙으면 소비자가 모이고, 소비자가 모이면 셰프가 다시 오는 식으로요. 그런데 지금까지 본 여러 장면에는 그런 연쇄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셰프는 한 번 오고 멈췄고, 유통사는 스스로 새로운 셰프를 찾고 그들과 신메뉴를 내놓는 행보를 보입니다. 그렇다면 물어야 할 것은 첫 단추를 어떻게 꿰었느냐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캐비아에서는 그 ‘따라오는 일’이 애초에 일어나고 있기는 한 것인가, 이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해왔고, 해야 하는가에 대해 다음 편에서 다루겠습니다.

 

 

 

이 글의 수치는 공개된 자료(회사 소개, 언론 보도, 보도자료, 판매 채널 표기, 상품 정보 고시)에 근거한 관측이며, 해석과 판단은 필자의 것입니다. 계약 조건 등 비공개 정보는 업계 일반 구조를 참고해 서술했습니다.

 


김영학 코치님의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