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회사가 고객을 안다고 하고, 정작 알기 위한 노력은 거의 안 합니다


고객(顧客)은 회사가 존재하는 이유다.

다들 그렇게 말하고, 회의마다 ‘고객’을 입에 올린다. 그런데 “그 고객이 누구냐, 무엇을 근거로 아느냐”라고 물으면, 대답은 대체로 감(感)에 의존하는 모습이다. 안다고는 하는데, 그 앎을 뒷받침할 근거를 대는 회사를 본 바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번에 모 회사의 대표도 그랬다. “우리는 고객을 누구보다 잘 안다”라고 자신했지만, 정작 그 자신감은 데이터가 아니라 축적된 경험에만 기대고 있었다.


이 글은 그와 상담했던 대화를 각색한 내용으로, ‘고객 중심’을 외치면서도 정작 고객을 알아가는 일은 미뤄 둔 분들을 위한 내용이다.

 


그날 대표는 자신 있게 말문을 열었다.

창업 때부터 현장을 지켜봤고, 초창기 고객은 한 명 한 명을 모두 기억한다고 했다. 자신의 경험에 근거한 자신감은 자신이 회사를 초기부터 지금까지 일궈왔다는 자부심까지 느껴졌다. 다만 회사가 커지는 동안, 그 ‘한 명 한 명의 고객’이 여전히 같은 사람의 얼굴인가에 대해 꾸준한 확인이 필요했다. 물론, 그동안 확인해 본 적은 없다. 단지 그렇게 믿고 있을 뿐이다.

 

 

 

 

(의뢰인 왈)

“우리는 고객 중심 회사예요. 고객이라면, 저희가 어느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김코치 왈)

“좋습니다. 그럼 딱 한 가지만 확인할게요. 지금 각 팀에서 한 분씩, ‘우리의 핵심 고객은 누구인가’를 한 줄로 적어 주시겠어요?”

 


약 10분 정도가 흘러 넉 장의 메모가 모였다.

  • 마케팅은 ’30대 초반, 유입 단계의 신규 방문자’,
  • 제품은 ‘매일 들어오는 헤비 유저’,
  • 영업은 ‘결제를 승인하는 팀장급’,
  • 운영은 ‘문의를 가장 많이 남기는 고객’이라 적었다.

 


(김코치 왈)

“네 분이 적어 주신 고객을 같은 사람이라고 보기 어렵겠어요.
그렇죠? 이 부분에 대해서 그동안 서로가 안일하게 생각했다는 증거일지 모릅니다.
그럼 하나만 더요. 각자가 고객이라 주장한 내용의 근거는 데이터인가요, 느낌인가요?”

 

 


방이 잠시 조용해졌다. 넉 장 모두, 근거는 ‘그동안의 감’이었다.

많은 회사들이 이렇게 굴러간다. 대신에 그 자연스러운 접근 방식에서 정작 가장 중요한 것 하나가 빠져 있었다. 다들 고객을 ‘안다’고만했지, 그 앎을 확인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어, 누가 다시 돌아오는지, 어떤 사람이 우리를 제대로 이해하고 구매하는지를 데이터로 들여다보는 일 등에 대해서는 소홀히 여기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되도록 모두가 공감 가능한 논리와 근거를 기반으로 고객을 정의하고, 그 정의를 꾸준히 확인하는 프로세스로 굴러가도록 돕고 싶었다. 그게 코치로서 내가 마땅히 해야 하는 일이다.

 

 

 

원론적으로 보면, 회사의 모든 판단 기준은 ‘누구를 위할 것인가’로 귀결된다.

 

 

 

그래서, 고객의 어떤 데이터를 위주로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여기에 대응하여 어떤 기능을 추가로 만들 것인지, 반대로 무엇을 포기할지 등, 여러 갈림길마다 방향을 정해 주는 건 ‘우리 고객’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 고객을 감 또는 과거에 만들어진 정의로 알고 있다면, ‘고객을 위해서’라는 말은 기준이 되기는커녕 팀 각자의 추측을 정당화하는 만능 명분이 되어 버린다. 왜냐하면, 고객을 안다고 믿는 만큼, 실제 그 부분에 대한 확인은 뒷전으로 미뤄지고, 당장에 고객을 위해(?) 하겠다는 것에 우선순위가 밀리기 때문이다.

 

 


 

 

많은 회사가 고객을 ‘안다’라고 말하지만, 정작 ‘정확하게 알려는 노력’은 소홀히 한다

 

사업 초반에 정한 고객 정의는 중반이 넘어가도록 바뀌지 않는 편이다. 문제는 이것이 누구 한 사람의 무지가 아니라는 데 있다. 조직적이고, 구조적이며, 관습적이라고 보고 있다.


그동안 여러 회사를 직/간접적으로 겪으며 이 장면을 너무 자주 봤다. 일반화가 조심스럽긴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조직이 ‘고객을 안다’는 자신감과 ‘고객을 확인해 본 적 없음’을 동시에 갖고 있다. 이미 그들은 본래 갖고 있던 고객 정의를 근거로 이만큼 성장했고, 아니 심하면 그게 굳이 없어도 우리는 잘할 수 있다는 식의 자만심에 가까운 모습이 많다. 그리고, 이러한 내 주장에 대한 근거는 멀리 있지 않다.



첫째, ‘고객을 안다’는 말이 대개 감과 경험에 기대 있다.

오래 봐 왔으니 안다고 믿지만, 그 믿음을 데이터로 맞춰 보는 절차가 없다. 고객을 확보 및 확인하고, 이를 토대로 꾸준히 관계를 맺어가는 방식은 제각각 갖고는 있지만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고, 심지어 고객 데이터를 확보하지 않거나, 확보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객 데이터로 인식하지 않거나, 인식했다고 해도 별도로 관리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시장 분위기가 바뀌고, 거기에 맞춰 고객이 보이는 여러 반응 등이 바뀌어도, 기업이 본래 가진 머릿속 고객은 몇 해 전 그 얼굴에 멈춰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 보니,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것에 멈춰있었다.



둘째, 고객 데이터를 쌓아도 대부분 ‘거래 기록’에 머문다.

이른바 “판매 vs 구매 데이터를 나누어 관리하는가”의 논제이다. 많은 기업들이 언제 얼마어치 팔렸고, 그래서 우리의 적정 재고를 위해 얼마나 채워야 하는지는 잘 아는 편이다. 하지만, ‘어떤 류(그룹)의 고객이 다시 돌아왔는지’를 보기 위해 정리된 회사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거래 데이터는 있는데, 모두 판매 데이터로 인식하고, 거기에 최적화된 조치만 있는 경우가 많은 편이다. 그렇게 되면서 결과적으로 고객을 알아보는 데는 쓰이지 않게 되는 것이다.



셋째, 고객을 정의하는 일을 ‘마케팅 타깃 잡기’로만 여긴다.

그래서, 우리가 타깃으로 삼아 소구해야 하는 대상 중에 구별하기 손쉬운 대상을 고객이라고 칭하는 편이다. 예를 들어, ‘특정 지역의 2030 여성’ 같은, 남이 만든 시장 세그먼트를 쉽게 빌려다 붙이는 편이다. 제품을 기획할 때부터 혹은 그동안의 우리가 해왔던 대부분의 성과가 그들로부터 나왔다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우리에게 반복해서 돌아오는 고객이 누구인지, 다른 이들과 다르게 그들은 왜 반복 거래를 하는지 등에 대해서는 확인하지 않은 채, 그럴듯하게 만든 마케팅 활동만을 위한 정의로 위에서 덮어 버리는 것이다.



한 가지 더, 이 현상은 정반대로도 나타난다.

데이터를 잔뜩 쌓아두고 분석은 미루고, 유독 인상 깊었던 고객 몇 명의 얼굴로 전체를 단정하는 경우다. 이렇게 되면, 근거가 없거나 부족하거나, 편향되면서 내세우는 주장에 힘이 거의 실리지 않게 된다. 분명 고객이라고 생각했던 바를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가 부족해지기 때문에, 주장하는 이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고객 정의를 기준으로 일하기보다는, 그 주장을 하는 이만 바라보며 일하게 되고, 조직은 기강보다는 위계 중심의 문화로 만들어지며 자신들의 약한 뿌리를 결국 드러낼 수밖에 없게 된다.

 

 

 

 

따라서, 방향은 반대지만 뿌리는 같을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같은 고객 데이터를 두고 분명 각자가 다르게 생각하거나 정의 내릴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가 같은 고객을 타깃으로 일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수시로 서로의 생각을 견주는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통해 그동안 해온 여러 활동에서 잘 맞지 않았던 손발을 다시 맞춰가려는 실질적인 노력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 손에 이미 있는 근거로 고객을 확인하는 일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대신에 옳은 방향과 올바른 방식을 취해야 할 것이다.

 

 


 

 

우리의 고객은 이렇게 알아볼 수 있다

 

고객을 정의하는 방법론만 제대로 알아도 조직의 업무 생산성은 지금보다 두 배는 높아질 수 있다. 그날 나는 넉 장의 메모를 밀어 두고, ‘고객’이라는 말의 뜻부터 되짚었다. 고객(顧客)은 ‘돌아볼 고(顧)’에 ‘손님 객(客)’ 말 그대로 다시 돌아오는 손님이다.


그래서, 한 번 산 사람보다 두 번, 두 번보다 세 번 이상 거래한 사람이 고객에 가깝다. 거래의 연속성이 곧 지속성을 뒷받침해 주고, 동시에 거래량, 거래액의 증가 혹은 다른 고객이 될 누군가를 소개해줬다면 더욱 강력한 고객이 되어간다는 증거다. 그때마다 ‘돌아옴’의 내용은 바뀌지만, 기본 원리 속 전제는 늘 같다. “우리가 의도한 바를 제대로 이해하고 돌아와야 한다는 것이다.” 돌아올 때마다 고객도 우리도 조금씩 바뀌어있고, 그 바뀐 모습이나 상황까지도 각자의 방식대로 이해했어도, 그 본질은 멀리 있지 않아야 하는 것이다. 대신에 우리가 먼저 고객을 알아볼 수 있어야 한다.


고객을 알아본다는 게 다소 거창하게 들릴지 몰라도, 실은 손에 잡히는 순서가 있다. (이를 카페라는 비즈니스로 풀어 보자.)

 

 

 

 

카페를 열 때 가장 먼저 정하는 건 원두도 인테리어도 아니라, 우리 카페의 ‘콘셉트’이다. ‘혼자 조용히 일하는 작업 공간’으로 갈지, ‘친구와 수다 떠는 디저트 공간’으로 갈지. 이 콘셉트가 곧 그 카페의 ‘의도’로 볼 수 있다. 그리고, 만약 같은 골목의 서로 다른 카페라 할지라도, 의도가 다르면 고객이 다를 수밖에 없다. 조용한 작업 공간으로 만들었다면 왁자지껄 떠들러 온 손님은 한 번 오고 말지만, 그 조용함이 필요했던 프리랜서는 다음 또 그다음 이어지면서 다시금 문을 연다. 이렇게 되면 돌아오는 손님과 그 손님이 카페에서 보인 여러 반응은 단순한 재방문이 아니라, 우리 의도가 제대로 닿았고, 그들 스스로 자신이 이 카페의 주요 고객이라는 증거를 내보인 것과 같은 것이다.

 

 

 

그래서 시작은 의도(콘셉트)를 세우고, 그 의도가 통한 ‘돌아오는 손님(고객)’이 누구이고, 얼마나 되는지부터 확인하는 일이다.

 

 

 

따라서, 첫 질문은 ‘누가 사는가’가 아니라 ‘우리 의도를 알고 누가 다시 사기 위해 돌아오는가’가 된다. 이때 의도가 통했거나, 통할 것 같은 손님이 보이면, 그동안 쌓인 경험을 토대로 ‘관계를 맺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해야 한다.


  • 우리는 어떤 문제를 풀려했고(집도 사무실도 아닌, 혼자 집중할 자리),
  • 그 문제를 어떤 방식과 방법으로 풀어왔으며(넓은 테이블·콘센트·리필·낮은 배경음),
  • 거기에 가장 크게 반응한 단골은 누구였는가.
  • 이 셋을 우리 손님 기록 위에 겹쳐 보면, 돌아오는 손님의 윤곽이 잡히기 시작한다.
  • 윤곽이 잡히면, 거기서 ‘고객에 가장 가까운 유형의 값’을 뽑는다.
  • 그리고, 단골을 모아서 ‘성별, 나이, 지역, 취향과 기호 등’ 공통된 기준값을 임의로 정해 보는 것이다.



이를테면 세 번 이상 온 단골이 ‘근처 직장인·프리랜서, 30대, 평일 낮, 노트북 작업’으로 모인다면, 그게 지금 우리 수준에서 내릴 수 있는 고객 정의다. 완벽한 정의가 아니라, 우리 손 안의 근거로 내린 ‘현재의 정의’다. 이러한 접근 방식을 토대로 방문해서 구매한 손님 기록이 더 쌓이면, 정의도 더 또렷해지거나, 변화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정의가 바로 서면, 그 값으로 우리의 ‘거점시장(Target market)’을 그릴 수 있다. 
앞의 예시 속 카페라고 하면 거점은 ‘가게 반경 몇 백 미터 안에서 낮에 혼자 일할 자리를 찾는 사람들(주간 기준)’이 되고, 다음 질문이 자연히 이어진다. 그 안에 그런 사람이 몇이나 되고, 그중 우리는 얼마를 단골로 잡고 있고, 아직 우리 카페를 잘 모르거나, 알지만 아직 방문(경험) 하지 않은 이들은 얼마나 되는가를 통해 앞으로 확보해야 할 거점시장 기준 고객 pool이 얼마나 되는지를 알아볼 수 있다. 또한, 기존 고객 대상으로 충성도 높은 고객을 구분할 수도 있다. 첫 방문 이후에 재방문으로 남는 비율은 어느 정도가 되고, 이 두 그룹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무엇인지 등등. 여기까지 오면 ‘고객을 안다’는 말은 감이 아니라, 의도, 정의, 숫자를 가진 확실한 근거에 의한 주장이 된다.


그리고 신메뉴나 새로운 이벤트로 신규 고객이나 다른 타입의 고객이 될 후보군을 더 부르는 일은 그다음이 된다. 이른바 거점시장 기준으로 양/질적 확장 전략이다. 이때 확장부터 하는 것이 아니다. 먼저 우리 의도가 통한 단골을 통해 거점을 결정하고 난 뒤에 확장 전략을 말할 수 있다. 왜냐하면, 정작 우리 단골도 모르면서 새 손님부터 끌어모으려다가 자칫 중요한 단골 고객을 놓칠 수 있는 리스크를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순서가 이렇게 서면, ‘고객을 안다’는 자신감은 우리가 만든 고객을 알아볼 수 있는 시스템이라는 근거 위에 서고, ‘고객을 위해서’라는 캐치프레이즈는 조직 모두가 하나의 고객을 향하고 있음을 말하는 진짜 기준이 된다. 그러나, 순서가 뒤집히면, 우리는 ‘고객 중심’을 가장 크게 외치면서도 정작 그 고객이 누구인지 제대로 확인해 보지 않은 채, 저마다의 감으로 고객을 위한다는 명분만 있고, 성과는 없는 상황 속에 허우적댈 것이다.

 

 


 

 

그가 가져온 넉 장의 메모에 적힌 고객은 넷 다 틀리지 않았다. 다만 그날 우리가 먼저 할 일은 고객을 더 아는 척하는 게 아니라, 우리 손에 이미 있는 데이터로 ‘누가 다시 돌아오는가 혹은 누가 돌아올 가능성이 높은가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는 어디서 볼 수 있는가 등’을 확인하며 미뤄 둔 ‘고객을 위한 노력’을 시작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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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소개]

이직스쿨 김영학 대표. 18년차 전략 컨설턴트.
6년이 넘는 동안 1,500여 명의 직장인을 만나 커리어 코칭을 했고, 함께한 사람들이 스타트업 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중견기업에서 전도유망한 스타트업 기업으로, 외국계 기업이나 해외로 취업하는 것을 도왔다. 또한 수년간 대기업과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전략 기반의 비즈니스 컨설팅을 했으며, 현재는 스타트업 전문 비즈니스 코치로도 활동 중이다. 또한, 직장생활과 커리어에 인사이트를 주는 글을 꾸준히 쓰고 있으며 〈이코노믹리뷰〉에 ‘직장에서 생존’이라는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김영학 코치님의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