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일 퍼틸레인 고문이 페이스북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중국명 ‘穿越火線:槍戰王者(천월화선:창전왕자, 이하 크로스파이어 모바일)’가 서비스를 시작한 지 약 일주일이 지났다. 둘째날부터 다운로드 순위는 지금까지 굳건하게 1위를 유지하고 있고 매출 순위는 둘째 날 11위 셋째 날 6위를 하더니 이후로는 6위~9위 사이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초반 일주일이면 대강 어느 선까지 갈지 가늠이 된다. 마케팅 물량이야 사전 마케팅부터 해서 초반 일주일에 화력을 집중할 것이고, 투자대비 얼마나 뽑을지는 일주일간의 성적으로 대강 판단이 되는 것이다.

한국에서 이데아가 6일만에 1위가 되었고 히트가 3일만에 1위가 된 것 처럼 중국도 그렇다. 몽환서유가 일주일 이내 1위가 되어 반년넘게 유지하고 있고 대화서유가 3일만에 2위가 되어 4개월 넘게 유지하고 있다. 미르의전설 모바일 버전인 열혈전기가 3일째 3위가 되어 역시 3개월째 유지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크로스파이어 모바일이 가지고 있는 사이즈는 탑10 유지(5위~10위)가 보편적으로 볼 수 있는 사이즈인 것이다. 일시적으로 올라가도 1~4위의 RPG를 잡기에는 한계가 보이는 것이고 이는 텐센트의 또다른 1인칭슈팅(FPS)게임인 전민돌격과 비슷한 수준의 결과값으로 1차 판단할 수 있겠다.

*사실은 전민돌격은 1위까지 갔는데 크파모바일은 1위까지 가는 것이 일시적으로도 어려워 보인다. 상위 롤플레잉게임(RPG)들이 너무 굳건하다.

게임자체를 볼 때 핵심은 두 가지 정도로 판단해 볼 수 있다. 대전(PVP) 중심으로 설계가 됐다는 점과 기존 크파의 PC유저들에게 익숙한 방식을 고집한 것이다.

크로스파이어 모바일 중국판
크로스파이어 모바일 중국판

PVP 중심이라고 보는 이유는 조작방식 때문이다. 물론 혁신적인 방법은 아니다. 따지고 보면 FPS에서 조작방식의 혁신은 나오기 힘들다. 헤일로가 최초로 콘솔에서도 FPS가 쉽다는 것을 보여준 이후로 콘솔이나 PC의 조작법은 언제나 왼손은 이동, 오른손 타켓팅의 전통적인 방식이 유지 되었다. 크파모바일의 조작방식도 그렇다. 다만 여기에는 타겟팅 되는 순간 자동 슈팅이 되는 편의성을 가미했다.

이 방식이 PC와 콘솔에서는 확실하게 자리잡힌 방식임이 분명하나 모바일에서는 아직 절반의 성공정도라고 이야기 하고 싶다. 물론 콘솔을 많이 했던 나는 익숙하다. 첨부된 스샷에서 나오듯 그 조작법에 이미 익숙해진 나는 PVP 대전에 들어가면 혼자 에이스를 독점한다. 5:5 대전에서 30킬을 먼저 하는 팀이 이기는 것인데 나는 평균 25킬 이상을 혼자서 한다. 내가 잘해서가 아니라 중국애들이 아직 못해서이다. 이 현상은 지금 레벨 20 정도 되는 현 시점까지도 유지가 된다. 즉 중국애들에게는 아직 이 조작방식이 익숙하지 않은 것이다.

PVP중심이라고 해도 콘텐츠의 양은 적지 않다. 아니 무지하게 많다. 세련된 연출로 게임하는 재미를 느끼도록 한다. 마치 콘솔게임을 하는 느낌으로 말이다. 이건 물량의 중국이니까 가능한 것이다. 개발스튜디오의 인력이 무려 150명이라고 하니 무언들 못하겠는가?

내 추측이지만 지금 발생하는 결제의 대부분은 유저들이 PVP 보다 이 컨텐츠를 깨는 맛에 막히는 구간에서 결제를 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히트나 이데아에서 막히면 좋은 무기 뽑기 위해 결제하듯 말이다.

강화, 합성, 뽑기 이런거 없다. 놀랍게도 PC 크파에서와 같이 그냥 아이템을 고가로 판다. 꽤 비싸기도 하거니와 쓸만한 것은 대부분 기간제다. 즉 지금 우리가 모바일에서 익숙한 각종 조각 모으고 무기 업그레이드 하느라 고민할 필요가 없다. 일반 스테이지에서 막히면 비싼 무기 구매를 위해 결제하든가 아니면 현란한 조작법(?)으로 깨던가 해야 한다. PVP도 마찬가지다. 깨지고 열받아 결제하던가 아님 마음을 비우던가 말이다. 난 아직까지 기본형 AK48을 가지고 유료 결제한 유저들을 학살하고 있다.

생각해보니 FPS의 PC버전도 그러했다. 항상 새로운 신무기(혹은 캐릭터)를 비싸게 내 놓으니 유저 입장에서는 또 사는 것인데 모바일 게임에서는 일반적인 비즈니스모델(BM)이 강화석 모으기, 조각, 합성, 뽑기에 목을 맸는데 그걸 다 날리고 다시 오리지널 BM으로 돌아간 것이다.

사실 이건 꽤 놀랍고도 과감한 시도다.

조작법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BM은 얼마든지 그들이 전민돌격에서 학습한 방식으로 더 뽑아먹을 수 있고 그러면 적어도 지금보다 매출순위가 헐씬 위에 있을 것이라 생각되는데 새로운 시도로서 오리지널 방식을 고수한 것이다.

난 이 부분이 PC버전의 게임을 즐기는 애들이 모바일로 와서도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기대와 확신에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게 자리가 잡히면 더 장기간 더 고가의 매출을 유지해 갈 수 있다. 게임의 라이프사이클도 높이고 ARPU도 높이는 방법이다. 물론 현재 결과는 그들의 기대치에 절반의 성공정도라고 본다. 그들은 이번 실험을 통해 또 무언가 방법을 찾아낼 것이다.

서든어택이나 한국의 모바일 FPS들이 만약 모바일로 제작한다면 이 방식은 한번 해볼만한 시도일 것 같다.

한국에서 이데아-히트 처럼 검증된 장르와 BM을 고집하고 그게 여전히 시장에서 통하기도 하거니와 아직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이후의 한국에서의 기대작들도 비슷하다고 감안할 때 텐센트의 이런 시도는 상당히 놀라운 도전이다.

지금 압도적인 1등을 하는 애들이 전혀 방심하지도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과 시도를 한다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좀 방심도 하고 딴짓도 하고 삽질도 해야 후발주자들이 역전을 도모할텐데 텐센트 애들은 확실히 무섭다. 이건 크파 모바일의 성공여부와 무관한 그들의 도전과 철학만 놓고 보더라도 충분히 평가받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 한국은?

우리 스스로를 한번 더 돌아봐야 할 시점이 아닐까 싶다. 시장도 그들보다 작고 자본도 그들보다 작은데 기술 격차도 이제는 별로 없고 여기에 혁신하고자 하는 도전도 그들에게 뒤지기 시작했다. 진정한 의미에서 이런 부분은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반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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