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마켓의 시대가 2000년부터 열리기 시작했다. 집에서 사고 싶은 물건을 받아볼 수 있는 것 자체가 신기했던 1990년대와 달리 일반인이 판매자가 된 것이다. 이에 따라 독자적 쇼핑몰들이 하나 둘 등장했고, 어느덧 배달음식, 꽃, 술 등 법에 저촉되는 물품만 아니라면 무엇이든 PC로 핸드폰으로 편하게 구매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 요즘은 심지어 과외선생님, PT 개인교습, 세차, 집안 청소, 빨래도 이커머스를 통해 집으로 부를 수 있는 상황이다. 근 20년에 걸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다.

그렇다면 조금만 깊게 생각해보자. 그 물건들, 재화들은 어떻게 우리 집 앞까지 왔을까. 물론 트럭을 타고, 오토바이를 타고, 사람의 손을 거쳐서 왔을꺼다. 그들의 공통점은 “고용된, 전문적인” 우체부였으며, 택배원이였으며, 물류 직원이었다. 정규직, 비정규직 이슈로 잡음이 많았지만, 배송은 그들의 유일한 밥벌이 수단이었다. 그리고 이제 쿠팡은 물류 직원들인 쿠핑맨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등 기존 보다 훨씬 좋은 처우로 물류 직원들을 대우해주고 있다. 점점 더 늘어갈 배송 소요는 이런 고용 안정화로 푸는 것도 합리적인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Designed by 이수미, 임원 모비데이즈 매니저
Designed by 이수미, 임원 모비데이즈 매니저

물류는 계속 발전하고 있다. 얼마 전 열린 CES 2016에서 드론을 활용한 배송, 유인 드론 등이 시연되긴 했지만 아직 상용화되기엔 2% 모자란 것 같다. 그렇다면 그 중간 단계는 무엇일까. 바로 ‘일반인’이다. 일반인을 활용한 배송, 출근길에 집어서 그 날 점심값 정도 버는 것, 하교길에 배송하며 그날 집 앞 카페서 라떼 한 잔 마실 수 있는 것. 고객 간 거래(Customer To Customer)의 방식, C2C 배송이 바로 그것이다.

미국 아마존의 프리미엄 서비스인 아마존 프라임은 2015년 10월부터 아마존 플렉스(Amazon Flex)라는 서비스를 출시했다. 시애틀에서 먼저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아마존 플렉스의 배송원은 아마존 프라임의 물건을 오프라인 집화소에서 들고 배송을 하면 된다. 배송원은 2시간에서 8시간까지 본인 근무 시간을 조절할 수 있다. 완연한 파트타임(Part Time Job)이다. 또한 18~25불의 시급을 보장하고 있어서 꽤 짭짤한 알바가 될 수 있다. 아마존 프라임의 1시간 이내, 2시간 이내 배송의 경우 Amazon Flex가 담당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쿠팡이 곧 론칭한다고 알려진 쿠팡 포켓클럽이 아마존 프라임의 스텝을 따라갈 것으로 판단되, 우리나라에서도 본격적 C2C 배송이 쿠팡의 주도로 열릴 것이란 예측도 조심스럽게 해본다.

공유경제의 대명사인 우버도 우버 잇(Uber Eats)에 이어 우버 러시(Uber Rush)라는 서비스를 출시했다. 말 그대로 Uber의 기사들이 배송원이 되는 것이다. 배송료는 우버보다 약간 저렴한 기본요금 7달러(3달러 + 4달러/1마일)에 마일당 4달러이다. 지역 상권의 모든 것을 배송해 주는 서비스로 이미 있는 기사 자원을 활용하기 때문에 확장성이 뛰어나다. 이미 미국의 이커머스 사이트 오퍼레이터(Operator)와 협업한 서비스를 출시하기도 했다. 오퍼레이터의 어플을 켜면 배송 옵션에 우버 러시가 등장하고, 구매를 하면 당일 배송이 된다. 물론, 시간이 급하지 않다면 당일 배송(same day delivery)가 아닌 일반 배송을 선택하면 된다.

우버 잇. 출처: 우버
우버 잇. 출처: 우버

우리나라 배달의 민족+배민라이더스와 비슷한 서비스라 이해하면 되는 포스트메이트(Postmates)의 경우 지역에 배달이 되지 않는 음식점을 본인 플랫폼에 입점시키고 일반인들이 풀타임 혹은 파트타임으로 포스트메이트의 배송원이 되어 배달하는 서비스다. 2011년에 설립된 포스트메이트의 경우 본인 플랫폼에서 판매가 되는 음식 등의 9%를, 발생하는 배송료의 20%를 본인 수익으로 가져간다. 팁을 주는 것이 일상화 되어있는 미국의 특성을 살려 배송원에게 30%까지 플랫폼 내부에서 팁을 줄 수 있기도 하다. 최근에는 머천트 프로그램(Merchant Programme)을 출범시켜 지역의 소매업주들과의 공동 발전을 도모하고 있기도 하며, 운운(WunWun), 도어러시(Doorrush) 등 유사한 서비스의 강력한 벤치마킹 대상이기도 하다.

아마존이 아마존 플렉스를 출시했을 때, 중국에서는 이런 반응이 있었다. “이제야 이런 배송을 시작하다니.” 이미 중국에서 이 모델은 새로운 것이 아니였다. 2015년 5월 중국의 이커머스업체 징동(jd.com)은 JD의 O2O 서비스인 징동따오지아(京东到家)의 배송 서비스인 징동쭝빠오(京东众包)를 출시했다. 만 18세 이상의 모든 중국인이 배송원이 될 수 있다는 ‘만인배송(万人配送)’을 표방한 이 서비스는 등록과 교육을 이수하고 300위안(약 5만원)을 예치하면 누구나 배송원이 될 수 있게 설계되어 있다. 알리바바의 타오바오, 티몰에 이어 중국 이커머스 Top3를 형성하고 있으면 나스닥 상장업체이기도 한 JD은 그들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엄청난 물동량으로 많은 배송원을 모집하고 있으며, 진정한 O2O의 물류 서비스로 자리잡고 있다.

징동
징동쫑빠오

하지만 배송만을 전문으로 하는 서비스도 존재한다. 특히 올초에 1억달러 투자를 유치한 윈냐오(云鸟)가 이 분야의 선두주자다. 윈냐오는 2014년 11월에 첫 서비스를 개시했다. 매트릭스 파트너(Matrix Partners) 등 유명 투자자로부터 초기 투자(천만달러)를 유치해 지금까지 엄청난 속도의 발전을 하고 있다. 작년 기준으로 4만명의 기사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트럭을 보유하고 있는 기사의 경우 B2B 물량까지 운송할 수 있도록 서비스의 영역을 넓히고 있다. 베이징 B2B 물량의 70%를 점유하고 있다는 소리가 있을 정도다.

유사 서비스로는 런런콰이디(人人快递)가 있다. 런런콰이디는 위에서 언급한 서비스와 별반 다를바가 없지만, 적극적인 오픈(Open) API 영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중간 규모의 이커머스 혹은 온디맨드 서비스에 본인들의 배송 솔루션을 삽입함으로서 서비스 확장을 이뤄내고 있다. 또한 산송(闪送)등 업체가 시장에서 지속적인 경쟁중이다.

런런콰이디
런런콰이디

한국의 경우 SNS 퀵(Quick)이라는 업체가 있다. 말 그대로 SNS를 통해 배송을 한다는 서비스인데, 이 서비스는 일반인이 일반인에게 물건 배송을 담당시킨다는 C2C의 개념에 가장 충실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유사 서비스로는 무버(Mover)가 있었는데, 지금은 해외 제품 구매 C2C로 비지니스 모델을 피봇(Pivot)한 상황이다. 모두에 언급한 것 처럼 물류를 보유하기 시작한 쿠팡 등 신진 이커머스 업체에서 새로운 혁신이 나오길 기대하며, 확신한다.

안타까운 점은 이 모델의 기원은 아마 한국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점이다. 2000년대 후반,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무료로 탑승할 수 있는 노령자들을 활용한 실버배송이 출시됐다. 특히 대중 교통이 한가한 시간을 활용하여 움직이는 이 서비스는 사회적으로나 비지니스적으로나 시사하는 바가 많았었다. 페이스북, 마이스페이스보다 먼저 SNS 서비스를 만들어 내었던 싸이월드가 잠깐 반짝하고 몰락했던 것과 비슷하게, 이 C2C 모델도 크게 발전하지 못했었다. 만약 그 서비스를 조금 더 확장했더라면, 아마존과 JD가 이 서비스를 벤치마킹하지 않았을까. 배송의 큰 흐름이 우리나라에서 시작될 수도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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