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임원 모비데이즈 매니저

던킨도너츠와 크리스피 크림 도넛. 우리나라에서는 도너츠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브랜드입니다(이하 던킨, 크리스피). 두 브랜드 모두 미국에서 시작했는데요. 던킨은 지난 1950년 미국 매사추세츠, 크리스피는 1937년 노스 캐롤라이나에서 시작했습니다. 매장 숫자에서는 던킨이 앞섭니다. 2014년 미국 매장 숫자는 6000곳으로 250여곳의 크리스피를 압도하고 있습니다.

국내에는 던킨이 먼저 들어왔습니다. 1994년 BR코리아와의 제휴를 통해 첫 점포를 세웠으며, 크리스피는 2004년에 롯데를 통해 첫 진출을 합니다. 실적을 보면 여전히 던킨이 앞섭니다. 2015년 기준 800여곳의 매장을 갖고 있죠. 반면, 크리스피는 120여곳입니다. 크리스피는 매장을 늘려가고 있는 추세이며, 던킨은 줄이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필요는 있으나 여전히 던킨의 세상인 셈입니다.

콘텐츠의 관점에서 도넛은 이미 레드오션입니다. 뚜레쥬르, 파리바게뜨 등 프랜차이즈 빵집도 도넛을 판매하고 있으며, 지하철 주요 역마다 입점해 있는 미스터도넛 같은 후발주자의 추격도 무섭죠.

그럼에도 두 업체를 비교하는 것은 콘텐츠와 유통 플랫폼의 관계를 분석하는 입장에서 나름의 의미가 있습니다. 세 가지 측면에서 두 매장의 차이를 정리했습니다.

#킬러콘텐츠의 모순(?)

던킨 하면 ‘도넛’, 혹은 ‘커피’라는 일반 명사가 떠오릅니다. 하지만 크리스피는 다릅니다. ‘오리지널 글레이즈드’ 혹은 단맛나는 도너츠라는 명확한 키워드가 쫓아옵니다. 킬러콘텐츠가 명확한 브랜드라는 의미죠.

크리스피의 킬러 콘텐츠인 오리지널 글레이즈드.

크리스피 역시 2004년 처음 한국 시장을 진출했을 때 이를 적극 활용했습니다. 매장 전광판에 불이 들어오면 직접 제조하는 글레이즈드를 공짜로 제공해줬죠. 엄청나게 긴 줄을 보는 것은 예삿일이었습니다. 달짝지근한 도너츠 하나를 먹어보기 위한 사람들로 붐볐죠.

크리스피 크림 도넛 한국 진출 초창기만 하더라도 이 불이 들어오면, 공짜로 시식용 오리지널 글레이즈드를 나눠주곤 했다. 하지만 2009년 이후부터는 시식 상품을 없앴다. 출처: 크리스피 크림 도넛

하지만 여기서 모순이 시작됩니다. 오리지널 글레이즈드로 유명해진 크리스피의 다른 도넛은 인기를 끌지 못합니다. 다른 맛 글레이즈드와 와플 등 신 메뉴를 발표하더라도 큰 반향을 이끌지 못했던 것이죠. 사람들은 오리지널 글레이즈드로 크리스피를 떠올리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보면 던킨의 입장에서 크리스피의 등장이 반가웠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크리스피를 통해 도넛에 대한 인식이 제고됐고, 그 수혜를 던킨도 맛볼 수 있기 때문이겠죠. 맛집 근처 식당들이 부흥(?)하는 경우가 종종 보입니다.

제주도 국수거리. 자매국수가 유명해지면서 주위 국수집도 부흥(?)했다는 후문이 있다.

크리스피와는 달리 던킨은 도넛을 파는 매장에서 카페로 완전히 변신을 하게 됩니다. 2009년 커피 로스팅 센터를 설치하고 커피 퀄리티 향상에 매진하고 있는 상황이죠. 이후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커피 만족도 1위 업체로 선정이 되면서, 카페로도 자리를 잡습니다.

#매장 규모가 만드는 숫자의 차이

크리스피 매장은 70평(230㎡) 규모의 대형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유는 직영 위주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에 진출했던 초기부터 대형 매장을 세우고 사람들을 모집했던 형태를 유지했습니다. 크리스피는 2014년부터 가맹점을 유치했는데요. 현재는 10~20곳의 가맹점이 있습니다.

크리스피 크림 도넛 매장. 출처:크리스피 크림 도넛

반면, 던킨은 소규모 매장이 많습니다. 전체 매장 숫자에서 가맹점이 차지하는 비중이 80%를 육박합니다. 직영점과 같이 대규모 투자를 하지 못하기 때문에 주로 골목에 작은 크기로 입점을 시작하게 됩니다. 매장 숫자가 700곳을 넘어서면서 사람들이 다니는 길목마다 던킨도너츠라는 간판이 노출되기 시작합니다.

던킨 도너츠 매장. 출처: 던킨 도너츠

크리스피는 ‘글레이즈드’가 떠올라야만 가게 되는 브랜드라면, 던킨은 지나가다가 눈에 들어오면 방문하게 되는 매장이 되는 셈이죠.

#마일리지, 이용자를 한 번 더 묶는 비법

던킨은 BR코리아가 운영하는 브랜드며, BR코리아는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SPC그룹의 계열사입니다. SPC 그룹 계열사들은 ‘해피포인트’라는 마일리지 카드로 묶여있는데요. 바로 이 해피포인트가 던킨 매장의 활성화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파리바게뜨에서 빵을 사먹으면서 적립한 포인트를, BR코리아가 운영하는 배스킨라빈스31, 던킨에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죠. 던킨에서 도넛과 커피를 구매하는 것은 곧 던킨과 연결된 SPC 계열 가맹점들과의 연결을 의미하게 됩니다. 비록 5%를 적립해주긴 하지만, 금액이 모이면 해피포인트를 사용할 수 있는 곳을 이용하게 되는 것은 충분히 예상가능한 일입니다.

크리스피도 OK캐쉬백, 캐시비 카드 등과 제휴를 했지만, 프랜차이즈의 영역을 묶은 해피포인트와 비교했을 때 결속력 측면에서는 약하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습니다. 심지어 크리스피는 주력 메뉴인 오리지널 글레이즈드는 최근 롯데마트 등에 공급하면서 ‘글레이즈드=크리스피 매장에서 파는 것’이란 공식도 깨지게 됩니다.

도넛과 커피 역시 콘텐츠의 한 종류라면, 두 회사 모두 한정된 콘텐츠를 유통시키는 브랜드 플랫폼이 됩니다. 콘텐츠야말로 사업의 성패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인 건 분명합니다만, 두 회사의 확장성을 비교했을 때 결국은 많은 사람들을 모을 수 있는 ‘전략’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크리스피가 오리지널 글레이즈드라는 획기적인 콘텐츠로 사람들을 모았다면, 던킨은 커피 한잔이 생각나는 사람들까지 끌어들이며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게릴라전’을 방불케 하는 소규모 던킨 매장의 난립(?)도 한몫 보탭니다.

시장은 ‘특별한 콘텐츠’에 열광합니다. 하지만 실상은 이용자들의 눈에 띄는 곳곳에 플랫폼을 세우면서, 콘텐츠 접근성을 높이는 전략이 한 가지 돋보이는 콘텐츠를 압도할 수 있다는 점을 던킨이 보여주는 있는 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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