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놀이에 능한 중국자본, 긴장해야!

출처: 플리커 https://flic.kr/p/b7Scke

지난 2015년 말 중국 DMG그룹은 한국 콘텐츠기업 초록뱀에 320억원을 투자했다. 이를 통해 25%지분 취득, 최대주주로 등극하고 한 달 후 12월에 SH엔터를 380억원에 100% 인수했다.

한국의 자본시장을 제대로 활용하는 중국자본. ‘일타쌍피’인가.

정작 자신의 현금은 320억원만 태우고, 초록뱀의 주가가 세 배로 뛰자 초록뱀을 몸체로 SH엔터를 인수하는 전략을 구사한 것이다. 전환사채발행을 통해 주가 상승의 이점을 자본조달 및 기업 인수합병(M&A) 전략에 활용했기에 더욱 그러하다.

DMG그룹은 한국에 320억원 투자로 한국의 드라마, 예능, 모델 산업의 구도를 한방에 바꿔놓는 변화를 일으킨 것이다.

지난주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는 SM엔터테인먼트에 355억원을 투자하면서 4% 지분을 취득했다. 물론, 4%가 커다란 의미를 지니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 엔터테인먼트산업에 포석을 하나 깔았다는 의미에서 의미심장하다.

마윈 회장은 알리바바그룹의 엔터테인먼트 계열사인 알리바바픽쳐스를 통해서 한국 영상콘텐츠에 조단위 투자를 하겠다고 밝힌 것은 단순히 의미심장한 것을 넘어 두려움이 느껴지기까지 하다.

알리바바픽쳐스는 홍콩상장사로 시가총액이 6조원이 넘고, 한때는 10조원을 육박하던 거대 미디어기업이다. 물론, 알리바바의 시가총액이 200조원에 달하는 것을 고려하면 알리바바라는 몸통은 더욱 거대하게 느껴지지만.

알리바바픽처스

분명한 것은 알리바바 모회사이건 알리바바픽쳐스이건 한국의 영화, 드라마, 음원 등 콘텐츠 산업 전반에 대한 알리바바의 야심이 뚜렷하다는 것이다.

알리바바 뿐 아니라 중국 본토의 미디어그룹, 최대 종합 인터넷기업 텐센트 모두 한국의 콘텐츠를 그들의 필수 아이템으로 여기는 듯하다.

올해는 이러한 중국 자본의 한국 침공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기에 더욱 우려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한국의 콘텐츠는 왜 중국 자본에게 매력적일까? 답은 간단하다.

“한국의 콘텐츠는 유니크(Unique)하다.”

세계 어느 곳이나 콘텐츠를 점령한 나라는 미국이다. 일본이나 프랑스, 인도에 자생적 콘텐츠가 존재한다고 하나 보편적(Universal)이지 않다. 한국의 콘텐츠는 한국인 특유의 스타일, 쿨한 감성, 과도할 정도의 마무리(Final-cut) 등이 어우러져서 헐리웃 콘텐츠에 뒤지지 않는 세계적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

어찌보면 한국인의 참을성 없음, 깐깐함, 급한 성질이 콘텐츠 생산의 초경쟁적인 환경을 만들고, 숨막힐 듯한 경쟁과 속도가 우리의 콘텐츠에 힘을 불어넣은지도 모른다.

한국 영화, 드라마, 음악에 담겨있는 뭔지모를 힘은 바로 우리의 버리지 못하는 그놈의 “성깔”때문일지도 모른다.

걸그룹 AOA. 출처:FNC엔터테인먼트

“중국 IT공룡은 중독적 콘텐츠를 원해!”

현재 한국 콘텐츠에 입맛을 다시는 중국 자본은 대부분 모바일 IT기업들이다. 이유는 전세계적인 거대한 트렌드와 맞닿아있다. 소비자를 자신의 모바일한 생태계에 잡아두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바로 본질상 흥미롭고 중독적인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광고를 아무리 해봐라 사람의 시선을 10초넘게 잡아둘 수 있을지? 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엔터테이너, 예능인에게는 1시간, 2시간도 집중하는게 우리다. 그것도 귀를 쫑긋 세우고 눈을 부릅뜨고 온몸의 감각을 집중시키고 자신이 좋아하는 콘텐츠에 시간을 투자한다. 그것도 모바일하게, 온디맨드(on demand)로 말이다.

요즘 O2O, SNS를 아우르는 모든 종류의 모바일 서비스기업들에게 숙명의 과제는 무엇일까?

“Retention Rate를 올려라!”

바로 자꾸 모래알처럼 빠져나가서 돌아오지 않는 소비자(사용자, 유저)를 자신의 생태계에 붙잡아두는 것이다. 이것을 리텐션(Retention)이라고 하는데, 아무리 많은 돈을 들여서 프로모션을 하고 할인행사를 해도 이 리텐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말짱 헛거인 것이다. 비용은 비용대로 늘어나고, 소비자는 길거리 간판 쳐다보듯 한번 힐끗쳐다보고 다 빠져나가면 모바일 서비스는 생존할 수 없는 상태로 몰락하는 것이다. 그래서 대형 모바일서비스 기업들은 하나같이 콘텐츠에 아낌없이 대규모 투자를 감행하는 것이다. 소비자들의 바짓자락을 잡고 “잠깐! 여기 재미있는거좀 보고 가이소”라며 호객행위를 하는 것이다.

아마존이 넷플릭스와 경쟁적으로 영화, 드라마에 투자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고, 알리바바가 유쿠투도우에 수조원 투자하며 인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러한 거대한 맥락 속에서 한국의 콘텐츠의 매력을 이해하면 더욱 뚜렷해진다.

‘이거 장난 아닌데? 절대 헐값에 넘어가지 말자. 대박 기회다.’ 이렇게 느껴야만 한다. 그런데 현실은 어떠한가? 수백억에 인수되고, 투자받으면 대박이라고 생각한다. 상상의 스케일이 그렇게 작아서 어디 대륙의 공룡들과 협상을 하고 딜을 하겠나? 그들에게 그깟 수백억 푼돈은 잊는 셈치고 묻어두는 돈이다. 알리바바는 현금만 수십조원 들고 있다. 백억단위는 계산하기도 구찮다.

각개전투로 개별 영역에서 전사하면서 중국 자본에 블랙홀 휩쓸리듯 쓸려들어가는 현상을 보면서 안타까움이 앞선다. 과거 텐센트의 자본 공습에 한국 게임산업도 그렇게 초토화되었다. 그렇게 순응해갔다.

이제 영화, 드라마, 예능, 음악 모든 콘텐츠 분야가 그러한 길을 답습할 가능성이 농후해졌다. 아니, 이미 그러한 추세가 대세로 자리잡은 듯하다. 중국 자본은 영민하게 한국 자본시장까지 제대로 활용해서 자본의 효율을 극대화 하는데, 우리는 그들의 숫자놀음에 멍하니 입을 헤 벌리고 좋아하는 꼴이다.

한국판 디즈니는 영영 나올 수 없는 것일까? 콘텐츠에도 규모의 경제가 분명 존재한다. 그것을 몸소실천한 기업이 있으니 디즈니다. 100년 전통의 퍽퍽한 (빤한) 믹키 캐릭터에서 벗어나 미래적 캐릭터의 픽사를 인수하고, 어른의 캐릭터 마블을 인수하고, 우주적 캐릭터 루카스필름을 인수했다. 그래서 요즘 디즈니의 신작 영화에서는 이들 캐릭터들이 뒤죽박죽 섞여서 등장한다.

캐릭터간의 상관관계 속에서 숨겨진 가치가 증폭되며 창조된다. 콘텐츠는 숫자로 딱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예술적 영감의 영역이라 더욱 규모의 경제가 만들어내는 상승효과는 상상을 초월하는지도 모르겠다.

디즈니의 지난 10여년간 주가성장, 인수합병을 통한 전략적 성장을 바라보면, 한국도 이러한 궤적을 따라야 한다는 확신이 든다. 진정 분절화된 각각의 산업과 각 분야의 리딩 기업들이 자신의 영역에 매몰되어 타영역에 대한 확장과 협업은 꾀하지 않는 모습들도 그러하다. 더군다나 자본의 속성에 대한 이해 또한 미흡해서 상장이후에도 어떻게 양적인 성장을 건전하게 만들어나갈지 뚜렷한 방향성도 갖고 있지 않다.

출처: 플리커 https://flic.kr/p/944g5t

영화, 드라마, 예능, 음악, 심지어 유아동, 교육 콘텐츠까지 모든 한국적 콘텐츠를 아우르는 거대 공룡이 등장해야 한국 콘텐츠 몸값은 세계 최고의 가치를 누릴 수 있다.

지금의 모래알 조직력으로는 중국 자본의 침공에 그대로 안방을 내어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콘텐츠의 주인이 될 것인가? 콘텐츠 제조 외주국가로 전락할 것인가? 우리의 결정에 달려있다. 한국판 디즈니가 등장하길 간절히 기도한다.

[fbcomments url=”https://s3.ap-northeast-2.amazonaws.com/mobiinsidecontent/index.php/2016/02/19/korea-china-content-1/” width=”100%” count=”off” num=”5″ countmsg=”wonderful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