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리티가 높은 가상현실을 체험하기 위해서는 고사양의 컴퓨터와 HMD 및 콘트롤러 장비 등 값비싼 장비를 구매해야 하는데 일반 대중이 구매하기란 쉽지 않다. (모바일과 모바일 HMD를 통해서 가상현실 콘텐츠를 즐길 수 있지만, 아직까지 PC/콘솔 기반의 가상현실 콘텐츠보다 상대적으로 퀄리티 및 재미가 낮은 편이다.) 이웃나라 중국에서는 가상현실에 대한 뜨거운 관심과 함께 일반이도 손쉽게 VR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VR 체험방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중국 상하이에서는 20여개의 VR 체험방이 운영되고 있다.

VR 체험존을 통해 대중들은 비싼 장비를 구매하지 않고 손쉽게 가상현실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고, 콘텐츠 제작자들은 다수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고품질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게 되면서 업계 선순환이 발생한다. 즉, 가상현실의 ‘대중화’는 시장을 성숙하게 성장시키는 주요 키워드 중 하나이다.

중국보다 속도는 느린편이지만, 국내 여러업체들도 VR 대중화를 위해 다양한 솔루션을 준비하고 있다. 게임 개발사인 GPM도 그 중 한 곳이다. VR 게임 서비스 플랫폼인 ‘몬스터VR’을 선보였고 내년 본격적인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박성준 GPM 대표(사진)를 만나, 게임 개발사인 GPM이 VR 게임 플랫폼을 준비하게된 배경과 그들이 바라보고 있는 국내 VR 시장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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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대표는 2000년부터 게임 개발자들 사이에서 정보를 교류하는 커뮤니티인 ‘데브코리아’를 운영하고 있다. 데브코리아를 통해 게임 개발의 흐름 및 정보를 빠르게 얻고 개발사와 네트워크를 구축하는데 도움을 얻고 있다. (개발 시장에 대한 정보력과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2010년에는 미국 ‘유니티 테크놀러지’와 한국 유니티 게임엔진 총판을 체결하기도 했다.) 그는 VR 게임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개발사의 현실적인 상황을 누구보다 빠르게 접할 수 있었는데, 개발사 입장에서 콘텐츠 배포에 대한 진입장벽 해소와 일반 이용자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요소가 중요한 요소임을 느꼈다.

“VR 콘텐츠에 대한 컨셉을 잡기 어려울 뿐이지 개발에 대한 진입장벽은 높지 않은 편입니다. 언리얼 및 유니티 등의 도움으로 VR 개발 환경은 우수한 편이고 그 밖에 콘텐츠 개발에 필요한 기술적 도구의 성능도 향상됐기 때문에 높은 난이도의 개발기술보다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죠. 많은 업체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콘텐츠에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이용자와 개발자에게 입장에서 VR 게임을 전문적으로 서비스하는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VR의 특징인 어트렉션 요소를 십분 활용하면 재미있는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지만, 일반 가정의 경우 고사양의 기기를 구매하거나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이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에 콘텐츠 개발자들의 노력에 비해 그 효과와 영향력은 미비할 수 있다. 박 대표는 VR 콘텐츠를 이용할 때 공간이 필수적으로 필요하고, 고퀄리티 콘텐츠로 앞으로 더 높은 사양의 PC가 필요해질 것이기 때문에 이를 해결해주는 수단으로 VR 전용 플랫폼과 시설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고사양의 PC와 HMD를 구매해서 VR 환경을 구축하는데 약 200만원 이상이 필요합니다. 혼자서 VR 콘텐츠를 즐기는데 부담스러운 가격이죠. 시간이 지나고 기술이 발전할수록 하드웨어 가격은 낮아지겠지만, 그 이상의 콘텐츠가 등장하면서 높은 가격대가 유지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코어 유저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VR 콘텐츠를 쉽게 접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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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GPM

그는 이용자 입장에서 VR 게임은 쉽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놀이문화가 되어야하고 이는 GPM이 추구하는 핵심가치라고 말했다.

“이용자 입장에서 일회성으로 호기심을 해소하는 콘텐츠가 아니라, 새로운 놀이문화로써 또 방문하고 싶게 만드는 경험을 제공하고 싶습니다. 혼자가 아니라 친구, 연인, 가족과 함께 즐겼을 때 이 경험은 배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서로의 모습을 촬영하고 SNS 공유하면서 자연스럽게 VR 게임이 홍보되고, 콘텐츠를 즐기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개발사의 수익으로 연결되게 됩니다.”

GPM은 이용자 입장에서 좀 더 쉽게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도록 VR 게임 서비스 런처를 개발했다. 가상현실은 상상하는 모든 것이 이뤄지는 자유로운 공간이기 때문에 다양한 형태의 게임이 존재하고 조작 방법도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이는 콘텐츠 개발사에게도 도움이 되는데, GPM이 제공하는 SDK를 게임에 삽입할 경우 VR런처에 게임을 게재할 수 있고, 이는 플레이어들의 정보를 측정하고 모니터링할 수 있는데 도움을 준다.

“애플이 앱스토어에 등록한 개발사에게 다양한 성과 측정 및 데이터 베이스를 제공하고 이를 바탕으로 개발사가 발전된 서비스를 개발하듯이, VR 플랫폼도 개발사가 발전할 수 있는 요소를 제공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몬스터VR을 통해 개발사들에게 게임 접속정보, 이용시간, 국가정보 등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보다 양질의 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도록 도울 예정입니다.”

VR 콘텐츠를 이용하는 개발자들과 콘텐츠를 개발한 개발사들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여러 업체가 노력을 하고 있는 가운데, 대한민국 시장에서 VR 대중화를 거론할 때마다 ‘규제’에 대한 이야기는 꼬리표처럼 언급되는 부분이다. 박 대표는 이에 대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과정에서 감수해야 되는 요소라고 밝혔다.

“산업이 발전하면서 새로운 시장이 형성될 때 법적규제는 당면할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사업을 이끌어가는 기업이라면 규제가 자리 잡힐 때까지 기다릴수만은 없죠. 많은 사람들이 건전하게 VR 콘텐츠를 이용하고, 만족도가 높아질수록 규제 또한 긍정적인 방향으로 해결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박성준 대표는 올해 개발적인 요소를 마무리하고 내년 대형 쇼핑몰, 아울렛 매장 등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서 직영점을 운영하며 중국, 일본 등으로 몬스터VR 사업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한다. 사업이 확장되고 안정화되면 해외 유저와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배틀넷 서비스도 선보일 예정이다.

VR 시장에 대한 답은 정해지지 않았고, 어떤 콘텐츠와 플랫폼이 대한민국 VR 시장을 이끌어나갈지 모르지만, VR 시장에 대한 관심만큼 콘텐츠를 사랑하는 플레이어들의 노력이 있기에 앞으로 국내 VR 시장의 미래 모습이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