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ER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사업의 기회는 조직 내부에 있지 않습니다. 조직 내부의 효율성은 사업의 기회를 잘 실현하기 위해 수반되어야하는 것이지,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우리 나라 기업 대부분은 그 반대의 경우가 더 많은 것이 함정입니다. 조직 내부에만 골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경영진이 많은 시간을 내부 조직 재배치, 인적 자원의 활용 방법, 평가와 보상, 업무 프로세스의 효율성에 돈과 시간을 쏟는 것은 장려할 일입니다. 하지만 여기에 대부분의 시간을 쓰면 사업의 새로운 기회는 일어나지 않습니다.

세부적인 인재사용 실행에 대해서는 내부의 TFT를 바탕으로 문제 단위로 해결하면서, 경영진은 철학을 명확히 해 주면 되는 것입니다. 이 철학의 문제는 기회가 될 때 더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능동적 사업제휴와 수동적 사업제휴

문제는 사업의 기회를 능동적으로 알아보는 확률은 조직이 커지면서 적어진다는 것입니다. 특히 사업의 제휴를 수동적으로 하는 조직이 그렇습니다. 경영진 대부분이 내부 문제에 골몰하고 있을 동안 시장에서는 부족한 역량을 사업의 제휴로 극복하려는 기업들의 이합집산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사업의 제휴는 작게는 제휴 상대의 컨텐츠와 유통망을 일시적으로 테스트 하는 것부터, 아예 일정 기간 개런티 금액이나 수수료를 지불하면서 계약을 맺는 게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단계들이 지나면 조인트 벤처(Joint-venture)를 만들어서 운영하는 형태도 있습니다. 무엇이든 중요한 것은 사업의 기회를 능동적으로 찾고, 능동적일 때만 얻을 수 있는 사업의 가설을 실행하면서 우리 기업이 어떤 게 실제로 부족했는지와 역량의 내부화를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그 방법을 찾는 것입니다.

하지만 수동적 사업 제휴는 우리 기업의 나아갈 방향과는 다르지만 쉽게 할 수 있는 달콤한 유혹과 같습니다. 지인의 소개, 퇴사한 직원이 만든 회사부터 시작해서 도저히 역량이 안되고 우리가 얻을 게 없는 타사의 제안까지 비합리적인 결과를 낳을 때가 많습니다. 심하면 리베이트 등 부정이 이루어지는 빌미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내부적 검토가 사실상 경영진에 의해서만 추진되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그 전에 우리 회사는 어떤 역량을 갖고 있고 나아갈 방향이 무엇인지, 그리고 추구하는 고객과 비지니스 모델에 대한 전사적 철학의 부재에 기반하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안 되는 제휴의 실제

캐릭터는 소비재 산업에서 다양한 형태로 제휴되고 있습니다. 제품의 기능적 특성에 캐릭터가 갖고 있는 고유한 감성적 가치를 더하는 것입니다. 힘 들이지 않고 고객에게 완제품으로 전달할 수 있기에 많이 선택합니다. 이전에는 이런 제휴가 제품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면 지금은 한국 캐릭터 산업의 발전 혹은 경험치로 인해 캐릭터 중심으로 주도권을 잡고 이루어지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제품에 수요가 있는 고객이 원하는 캐릭터인지 검증하지 않고 제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캐릭터의 특성상 연령대를 불문하고 환영받는 것도 있지만 연령에 따라 뚜렷하게 호불호가 나뉘어지는 것도 마구잡이로 하고 있으니까요.

이런 원인은 소비재 마케팅에 고민이 부족한 기업 문화입니다. 처음부터 어떤 것과 어떻게 제휴하겠다는 사전 준비 없이 갑자기 제휴 들어온 캐릭터에 별다른 검증을 거치지 않고 덥썩 물어버리는 경우가 있죠. 이런 경우 고객에게 선택되지 않아, 재고가 양산되고 기존에 구축한 브랜드 가치가 오해받는 일이 벌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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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과 감성의 제휴는 오랜 레파토리였습니다

한 샴푸 브랜드가 유명한 해외 연예인의 디자인을 겉면 패키지로 사용하거나, 한 의류 브랜드가 제품의 고객군의 나이대와 대중적이지도 않은 캐릭터와 협업하는 부작용을 보았습니다. 제품의 감성 차별화를 만들어내는 핵심을 잘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입니다. 정말 샴푸의 감성적 차별성을 제품 겉면의 도안으로 해야 하는지, 의류 선택의 기준이 연령대 보편적 선호를 깨트리고서라도 파격적으로 유치해졌어야 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유니클로의 도전 – 사업 제휴의 성공

사업이 잘되는 B2C 기업들은 능동적으로 사업 제휴를 합니다. 물론 시작은 의도되지 않은 기회의 발견이였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것을 의도화 시켰다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작게 제휴를 하다가 나중에는 아예 인수를 하거나 함께 커다란 제 3 브랜드를 만듭니다. 그것이 콜라보레이션의 형태이든 라이센스든 입접의 형태든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그런 현상들에서 발견된 공통점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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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클로의 르메르 제휴

유니클로는 베이직한 디자인으로 오랜 시간 사랑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런 디자인은 금새 물리게 되어 있습니다. 비슷한 옷이 집에 이미 몇 벌 있는데 굳이 또 사야하는 이유가 없으니까요. 유니클로는 그 동안 도레이사와 제휴하여 원단의 기능성에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이것이 1차 제휴 성공이라 볼 수 있습니다.

히트텍이나 에어리즘 등은 기능성에 대한 주도적인 기획으로 만들어낸 작품이었습니다. 이후 유니클로는 ‘+J’라는 새로운 라인에 도전했습니다. 20만원이 넘는 자켓 등 기존의 유니클로의 가격보다는 비쌌지만 유명한 디자인 브랜드인 ‘질 샌더(Jil Sander)’ 의 감성을 추가로 차별화에 도전했습니다. +J는 기대와 달리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유니클로는 의도한 SPA 베이직 상품의 디자인 차별화를 멈추지 않고 계속적인 하이앤드 브랜드 디자이너와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에르메스의 디자이너였던 ‘르메르(LEMAIRE)’와의 콜라보레이션이었습니다. 미니멀리즘에 기반을 둔 르메르의 디자인은 유니클로의 가치와 잘 맞았고 콜라보레이션은 어느 정도의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유니클로 본사에서도 기회를 발견했는지 최근 르메르와의 제휴를 더 키우고 더 많은 권한을 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베이직 디자인의 변형을 기반으로 한 2차 제휴가 의도대로 자리 잡히고 있는 모습입니다.

사업의 기회를 미리 생각하고 나아갈 방향에 맞는 제휴가 이루어지면서 가능케 된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잘 안되는 기업은 하기 편하거나, 지인이 하고, 비용이 싸고, 만만한 제휴를 하며 사업하고 있습니다. 제휴라도 하면 다행입니다. 무슨 역량이 없는지 미리 고민하지 않으면서 모든 걸 혼자 다 할 수 있다는 의지만 가득찬 회사들도 많습니다. 도전정신에는 박수를 칠 일이지만 그러기에는 갈 길이 너무 멀고 험난합니다. 제휴 상대의 상대적 강약점이 맞는 곳을 찾고 서로의 비교 우위가 보완이 되는 곳을 찾는 노력도 해 볼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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