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도 뉴스야?”

뉴스에 랩과 힙합을 입힌, 콘텐츠 크리에이터 ‘짱피디’가 제일 많이 받는 질문이다. 그도 한 때는 보통 기자들처럼 뉴스를 만들었던 공중파 기자출신이다. 하지만 밀레니얼 세대와 뉴스의 좁힐 수 없는 간격, 미디어 산업 변화의 시급성을 느끼고 자리를 박차고 나와 홀로 쉽고 재미있는 뉴스를 만들고 있다. 하지만 그는 전통 미디어들이 밀레니얼 세대의 관심을 따라가지 못한 채 과거의 매스미디어 방식의 뉴스 제작 시스템에만 안주한 것에 문제 의식을 느꼈다. 몸집이 비대해진 거대 공룡 내부에서는 변화가 어렵다고 판단한 그는, 회사를 나와 자신만의 뉴스를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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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피디’ 장주영

짱피디는 콘텐츠 크리에이터임과 동시에 언론인이다. 물과 기름처럼 언뜻 보기에 섞이기 어려운 두 가지 철학을 어떻게 지키고 있는지 묻고 싶었다. 뉴스 콘텐츠 크리에이터라는 특이한 시작점을 찍은 짱피디, 장주영을 강남의 카페에서 만났다.

짱피디가 제작한 영상에서는 큰 동작과 손짓이 빠지지 않는다. 마치 팬터마임처럼 뉴스를 전달한다. 모바일 퍼스트 세대라 불리는 밀레니얼 세대가 그의 타깃이기 때문이다. 페이스북 스크롤이 넘어가기 전에 그들의 이목을 끌려면 과장된 몸짓은 필수다. 페이스북으로 영상을 시청하는 시간은 평균 1분 30초를 넘지 못하는 걸 참조하여, 랩으로 속사포처럼 정보를 전달한다.

※ 밀레니얼 세대[Millennials, Millennials generation] : 1980년대 초(1980~1982년)부터 2000년대 초(2000~2004년)까지 출생한 세대를 일컫는다. 이들은 전 세대에 비해 개인적이며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에 익숙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밀레니얼세대를 공략한 짱피디 페이스북의 ‘좋아요’는 1만8천개가 훌쩍 넘었다. 어느 기업 운영 SNS계정과 비교해도 결코 낮은 수치가 아니며 100%의 응답률도 자랑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은 스튜디오에 텐트를 설치해 쪽잠도 불사하는 열정과 공으로 이룬 결과다.

q짱피디는 왜 어렵게 통과한 언론고시를 뒤로하고 ‘밀레니얼 세대를 위한 뉴스’와 ‘미디어 리터러시’라는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하고 있을까? 실제로 먹방, 게임, 뷰티계의 콘텐츠 크리에이터는 많으나 뉴스 부분은 전무후무하다. 그가 어려운 길을 선택한 이유의 첫째는 뉴스를 통해 청년들이 성장 사회에서 성숙 사회로 접어든 변화된 세상을 감지하고, 이를 통해 자신의 미래에 도움이 되는 직업을 선택하게 하는 것이다. 두번째 이유는 뉴스를 통한 사회 감시로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하고 싶기 때문이다.

“SNS에 떠다니는 수많은 거짓 정보들과 기업들의 바이럴 광고 마케팅에 속지 않으려면 주도적으로 정보를 분별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스마트폰, 태블릿, TV 등 수많은 스크린에서 정보를 접하는 N스크린 시대에서는 뉴스를 볼 때도 비판적으로 선별해 볼 줄 알아야 하죠. 모든 콘텐츠에는 만든 이의 의도가 담긴 메시지가 담겨 있으니까요. 또한, 뉴스의 문턱을 낮추는 것도 제 목표입니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쪽잠을 자고 도서관에서 공부하느라 뉴스를 볼 시간이 없는 10대, 20대 청년 분들이 제가 만든 뉴스로 인해 조금이나마 사회에 관심을 가지게 되길 바래요.”

그는 영상 제작에 그치지 않고, 더스쿨오브뉴스란 사업도 준비하고 있다. 좋은 뉴스를 분별하고 스스로 소화하게 하는 능력을 길러주기 위한 뉴스 미디어 리터러시의 오프라인 교육(News media literacy)이다. 지난 8월에는 뜻에 공감하는 청, 장년들 30여 명과 함께 개교식도 진행했다. 한 달 전에는 미디어 리터러시 활용교육이 선진화된 덴마크에 답사도 갔다 왔다. 현재는 교재를 제작하며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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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3~7시간을 뉴스 제작에 쏟고 교육 사업 준비만으로도 충분히 바쁘지만, 틈을 내어 언론대학원에 다니며 지속적으로 공부도 하고 있다. 그만큼 언론의 중요성에 대한 막중한 사명감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가 힘들게 들어간 언론사에서 나왔던 이유는 기존 뉴스 매체의 뉴스 제작 관행에 대해 회의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시청률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언론사에서 시청자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어요. 저는 10대 친구들한테도 배울 점이 무척 많다고 믿고, 현재도 댓글을 통해 매일매일 배우고 있어요. 그리고 이건 조금 민감할 수 있는 이야기인데, 언론사가 디지털 시대에 맞게 변하기 위해선 현재의 정년보장식 고용구조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취재의 전문성을 보장하기 위해 개인의 조건과 능력을 바탕으로 한 ‘계약제’로 바꿔야 해요. 이를 통해 공채 기수 중심의 순환 보직 인사 틀을 깰 수 있고, 기자 개인의 전문성도 강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죠. 한국식 기자제도는 크게 ‘시험’을 통한 신입 기자 공채와 ‘기수’를 토대로 한 순환 보직체제로 요약할 수 있어요. 이 제도에도 분명 장점이 있죠. 하지만 회전식 인사와 조기 정년퇴직 문제로 기자 개인이 정치, 권력에 줄을 서서 저널리즘에 타격이 생기는 것은 물론, 언론사를 상징하는 인물이 없어져 독자들이 이탈하는 현상을 부추기고 있기도 해요. 회사에서도 연공서열과 기회의 평등주의를 깨면, 10명의 미국 대통령을 취재하며 백악관 기자실의 전설이라고 불린 ‘헬렌 토머스’ 같은 영웅적인 기자를 만들 수 있어요. 이는 매출에도 큰 도움이 되죠. 하지만 안일한 울타리에만 머물던 월급 루팡 기자들은 거부할 거에요. 이들을 설득하기 위한 큰 그림을 사측에선 그려야 해요. 뉴스 매체도 배우고 노력해야 도태되지 않아요.”

기존 매체도 변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짱피디, 그도 변했다. 기존의 백화점식 뉴스 시스템과 불특정 다수를 향한 매스 미디어 형식을 버리고 버티컬 뉴스 형식으로 타깃팅을 ‘뉴스에 관심을 갖기 힘들었던 청년층’으로 정했다. 타깃에 맞게 최적화된 새로운 뉴스 포맷을 실험하며 만들어 가고 있는 그에게 1인 미디어의 미래에 대해 물어봤다.

“먹방, 뷰티 쪽에 있는 크리에이터 후배들의 고민 상담을 해준적이 있어요.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진입장벽’이 낮은 분야이니만큼 자신들보다 더 어리고 예쁘고 잘생긴 크리에이터가 등장하면 팬들이 쉽게 갈아탄다는 점이 그들의 걱정이에요.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들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즉 돈을 벌기 위해 방송을 더 자극적으로 할 수 밖에 없어요. 이런 악순환의 반복을 막기 위해서는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자신만의 ‘킬러 콘텐츠’가 필요해요. 킬러 콘텐츠가 없는데 무턱대고 이 쪽 시장이 핫하다고 해서 진출하면 망해요. 취미로는 할 수 있겠지만, 돈 벌 생각하면 안돼요. MCN 회사나 업계에서도 이 점을 분명히 말해줘야 해요. 하지만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게 우선이기에 어린 친구들에게 허파에 바람 들어가게 부추기는 경우가 종종 있죠. 자질이 없는 친구들에게 긍정적인 말만 하면서 등록을 시키는 악덕 학원들처럼요.”

이제 콘텐츠 업계는 크리에이터뿐만 아니라 플랫폼 사업자들과 MCN사업자들도 함께 노력해야 한다. 얼마 전에는 한 플랫폼이 우후죽순인 운영정책으로 대거 크리에이터를 잃으며 논란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뉴스 콘텐츠뿐만 아니라 MCN사업의 생태계 조사도 철저히 하는 짱피디에게 이와 관련된 해결책을 물어봤다.

“몇몇 MCN들은 초기에 투자를 받기 위해 카테고리에 상관없이 크리에이터들을 대거 모았어요. 크리에이터가 많으면 그들의 구독자 숫자를 모두 더 해서 ‘우리는 구독자가 몇백만 명입니다!’ 이렇게 사업계획서에 적었어요. 숫자에 약하고 업계를 잘 모르는 투자자들에겐 그렇게 해야 눈 먼 돈들을 유치하기가 쉬웠거든요. 하지만 정작 중요한 크리에이터 관리는 소홀했고 크리에이터들의 불만이 쌓여갔죠. 회사에서 해주는게 없는데 자기 수익만 가져가니까요. 제가 접한 바로는 그들의 분노가 거의 임계량에 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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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이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짱피디. 그도 얼마 전 한 MCN회사에 속해 있다가 나왔다. 그의 신념 중 하나는 ‘할 말은 해야 한다’라고 한다. 지난 6월 광주에서 열렸던 ‘세계 웹 콘텐츠 페스티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콘텐츠 크리에이터 멘토로 참여했던 자리에서 ‘크리에이터 아무나 하면 망한다’라며 시장에 대한 솔직한 실정을 얘기할 만큼 과감하게 업계의 사실을 알렸다.

콜라보 요청도 쉽게 수락하지 않는다. 뉴스 콘텐츠는 신뢰도가 중요한데, 콜라보를 제안한 사람이 신뢰할 만한 사람인지 그 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SNS상에선 가짜 뉴스(Fake news)가 이슈화가 됐다. 이에 대한 짱피디의 생각을 물어봤다.

“네, 이번에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 그 문제가 명시화됐습니다. 가짜 뉴스가 진짜 뉴스인 양 공유됐죠. 주커버그가 대안을 발표하긴 했지만, SNS 상의 뉴스 신뢰도 하락의 문제는 기술로 100% 막을 수 없어요. 콘텐츠를 신문이나 TV뿐만 아니라 테블릿, 스마트폰 등 수많은 스크린을 통해 접하며 그 중 양질의 정보를 분별해야만 하는 N스크린 시대에선 신뢰도가 중요해요. 하지만 대다수의 기업들은 ‘어떻게 하면 동영상 클릭을 많이 해서 바이럴을 많이 시킬까?’에만 골몰되어 있습니다. 가짜뉴스 이슈는, N스크린 시대에선 바이럴이 많이 되는 콘텐츠 대신 콘텐츠 신뢰도 모델 개발을 비롯한 브랜딩적 전략을 수립해야한다라는 시사점을 던진다고 생각합니다.”

짱피디의 신뢰에 대한 정의는 다음과 같다. ‘글을 잘 쓰고 싶으면 글 잘 쓰는 사람이 되면 된다. 마찬가지로 사람들에게 신뢰받는 뉴스를 만들고 싶으면 신뢰받을 수 있는 사람이 되면 된다.’ 그는 연예인들의 신비주의처럼 자신을 숨기지 않고,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의 삶을 의견표명이나 똑똑일기라는 콘텐츠를 통해 본인의 생각을 시청자와 함께 나누고 소통하며 신뢰를 쌓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두 번째 신념은 ‘자신이 믿는 바를 삶으로 살아낸 사람의 말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말의 무게와 깊이는 다르다’이다. 누가 보기엔 그것도 뉴스냐고 가볍게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자신만의 뉴스에 대한 가치관을 믿으며 청년들과 소통하며 진정성 있게 다가가는 짱피디. 앞으로 밀레니얼 세대들의 뉴스 선입견과 패러다임을 바꾸면서 이름처럼 뉴스 계에서 ‘짱’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