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스타에디터 규리네님의 블로그에 게재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지난 포스팅에선 퀘스트 속에 숨겨진 심리학적 원리로 자이가르닉 효과를 먼저 꼽았다.

사실 게임 좀 했다고 하는 사람이라면 게임을 계속 하게끔 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퀘스트인 걸 알고 있다. 하나의 퀘스트를 끝마치면 그 다음 목표가 계속해서 주어지는데, 이 퀘스트를 달성하다보면 시간도 잊고 게임에 푹 빠져있는 자신을 보게 된다.

물론 달성뒤에 오는 보상 때문에 퀘스트를 수행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그 보상이 휘황찬란한 것이 아니여도 퀘스트에 목매게 된다. 도대체 퀘스트가 뭐길래 이처럼 사람을 끌어당기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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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퀘스트가 뭐길래 묘하게 사람을 끌어당기는 것일까?

 

목표설정이론(goal setting theory)
목표를 달성하려는 의도가 동기의 근원이 된다는 이론이다. 수행 목표에는 몇 가지 충족조건이 있는데 그 중에 몇 개만 꼽아보면 다음과 같다.

  • 구체성: 수행목표는 분명하고 세밀하며 필요조건을 정확하게 기술할 것
  • 난이도: 성취 가능한 범위 내에서 가능한 어렵고 도전적일 것
  • 경쟁성: 타인과의 경쟁성을 지닐 것
  • 피드백: 목표 달성 시 적절한 보상을 주거나, 노력여부에 따라 적절한 피드백이 동반될 것
  • 자기설정목표: 외부의 자극(경쟁자)에 의해서 스스로 설정하는 목표일 것

위에 서술한 목표설정의 조건이 게임 속 퀘스트와 부합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목표설정이론은 동기부여와 연관있기에 중요하다. 게임으로 치면, 여러분이 “게임을 계속 하게 되는 이유“인 것이다. 게임안에서 동기부여의 부족은, 게임을 재미 없게 만들고, 종국적으로는 그 게임을 아예 플레이하지 않게 한다. 때문에 제작자는 어떻게든 플레이어에게 동기를 부여하도록 노력해야한다.

그럼 어떻게 하면 동기를 부여할 수 있을까? 플레이어들이 차례대로 돌아가면서 게임을 수행하는 ‘턴제 게임’을 예로 들 수 있다. 턴제게임은 매 턴마다 구체적이고 세분화된 목표를 (구체성) 스스로 설정한다. (자기설정목표) 턴이 성공했을시 원하던 결과가 나오면 (피드백) 재미를 느끼게 된다. 그렇다고 누구나 아무 생각없이 할 수 있을 정도로 게임이 쉬워선 안된다. 게임은 플레이어에게 도전적인 목표를 주어야 (난이도) 플레이어는 더 큰 성취감과 재미를 느끼게 된다.

여기서 성취감은 자기효능감의 밑바탕이 되기에 큰 의미가 있다. 자기 효능감은 과제를 끝마치고 목표에 도달한 자신에 대한 스스로의 평가를 말한다. 쉽게 말하면 ‘내가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느낌이다. 삶의 어느 한 부분에서의 성취감은 다른 영역으로도 번지기 때문에 게임을 즐김으로써 얻는 성취감도 큰 의의를 가지며 성취감이 클 수록 그 게임에의 재미도 크다. 아울러 성취감은 동기를 내면화시키는데 큰 몫을 한다.

그렇다면 동기의 내면화란 또 무엇인가? 동기는 크게 외재적 차원과 내재적 차원으로 나눌 수 있다. 게임 내 퀘스트로 치면 단순히 “이 아이템을 주니까” 의 이유로 게임을 수행하는 사람은 외재적 차원의 동기 내면화를 한 사람이고, “퀘스트하는 자체가 재미있어서”란 이유로 퀘스트를 수행하는 사람은 내재적 차원의 동기를 가진 사람이다. 둘 중 어떤 사람이 그 게임을 더 오래하고 더 재미있게 할까? 두 말할 것 없이 내재적 차원의 동기를 가진 사람이다.

학생으로 치면 ‘성적이 올라갈때마다 돈을 줄게’ 혹은 ‘성적 떨어지면 틀린 갯수당 회초리’가 외재적 차원의 동기가 되고, ‘공부하는 자체가 재미있어서’하는 공부는 내재적 차원의 동기다. 외재적 차원의 동기는 외부적인 요인이 없어지면 해당 행동도 거기서 멈춘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그러니까 매맞는게 싫어서 공부했던 학생은 처벌이 없어지면 공부도 더이상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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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재적 차원의 동기는 외부요인이 없어지면 해당 행동도 없어진다. 예를들어 매맞기 싫어서 억지로 공부했던 학생, 돈준다길래 공부했던 학생은 외부적인 처벌이나 보상이 없어지면 더이상 공부도 하지 않는다.

 

동기의 내면화가 더 효과적이지만 어떠한 동기를 내면화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우리 사회는 당근과 채찍, 보상과 처벌로 동기를 부여하려고 한다. 하지만 이 역시도 낮은 수준의 동기를 부여한다. 그러면 어떻게 동기의 내면화를 잘 할 수 있을까?

첫번째로 적절한 노가다를 넣으면 된다. 말했다시피 게임이 너무 쉬우면 재미가 없다. 반드시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만 성공할 수 있는 과제를 마련해 놓아야하는데, 이는 달성하기 어려운 만큼 성취감이 크다는 말이고, 이것이 곧 그 게임의 재미로 연결된다.

한 던전을 몇백번씩 클리어하고 한 아이템을 얻기 위해 같은 짓을 수백번씩 반복하고 레벨업을 위해 수만시간씩 같은 몬스터를 때려잡는 것과 같은 일. 심지어는 게임 내 보상이 그리 특별할 것이 없는데도 그 같은 일을 수행하기도 하는데 이는 그 게임을 하는 동기가 잘 내면화되었기 때문이다.

두번째로, 동기의 내면화를 잘하기 위하여, 게임제작자는 게임 내 단순 보상말고도 수집 같은 요소를 게임 속에 마련해 놓는다. 그걸 다 모은다고 특별한 뭔가가 있는 건 아니지만 무언가를 모으고 완성시키는 자체와 스스로 노력을 기울인 것에 대한 보람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다. 그래서 게임 내 수집 요소는 게임하는 동기를 내면화하는데 일조한다.

이와 같은 동기부여와 목표설정이론은 당연히 현실에도 적용가능하다. 만약 현재 당신에게 무언가 해야할 일이 있다면 마치 게임에서 하는 것처럼, 스스로에게 퀘스트, 미션을 단계별로 주어보자. 우선 자신이 할 수 있는, 수행가능한 범위에서 목표를 세우자.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괜찮다. 다만 수행목표는 게임에서처럼 구체적으로 정해놓는다. 막연히 일찍자기가 아니라 밤 10시엔 무조건 자기처럼 상세하게 정해놓는다. 특정 퀘스트 지점에서 스스로에게 보상을 마련해 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흔히들 “게임하는 만큼 노력했으면 S대 갔다!“라는 말들을 한다. 만약 게임하는 것만큼 현실이 재미없다면 본 포스팅에서 배운 방법대로 자신에게 퀘스트를 부여해보자. 피드백이 꼭 거창할 필요는 없다. 게임도 꼭 뭔가 거창한 이유나 보상이 있어서 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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