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석 중국 IT 칼럼니스트가 미디엄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왕홍 하면 떠오르는 건 외모가 뛰어난 ‘개인’입니다. 즉, 조직적으로 움직인다기보다는 ‘끼’가 있는 개인이 모바일 화면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의미를 내포합니다.

하지만 더 이상 중국에서는 개인 왕홍이 홀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가 아닙니다. 생태계는 매우 복잡,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즉, 계속해서 영역이 파편화된다는 것입니다.

아래 아이리서치의 그래픽에 나와있듯, 왕홍의 콘텐츠를 위해 각종 소프트웨어가 지원되고, 미용(성형) 서비스 역시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라이브, 전자상거래 플랫폼 역시 계속해서 많아지고 있기에 한 개인이 이 모든 계약관계를 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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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아이리서치

#에이전트, 파편화 기회를 잡다?

왕홍이 라이브를 통해 인기몰이를 하던 초창기에는 우리나라의 아프리카 BJ 같이 웹캠 앞에서 격식 없이 방송을 하는 게 전부였습니다. 하지만 이 시장이 성숙해짐에 따라 콘텐츠의 퀄리티에 대한 기대치도 높아졌습니다. 이에 따라 각종 왕홍들의 업무를 대신해주는 ‘에이전트(经纪公司)’가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에이전트(经纪)는 단순히 콘텐츠 유통을 하는 것을 넘어 팔로어 관리, 업체 간 계약 등 왕홍의 영향력 확대 및 수익 기반을 탄탄히 할 수 있도록 도우면서 각광받고 있다. 아이리서치와 웨이보가 함께 발표한 2016년 왕홍생태백서에 따르면 에이전트와 계약된 왕홍의 비중은 23.8%. 점점 더 콘텐츠가 전문화되고, 유통 플랫폼이 파편화되면서 최대한의 효율을 줄 수 있는 에이전트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 从“红人经济”到“红人经纪” 快火耿巍找到“风口”(中国新闻网)

중국 왕홍은 다른나라의 인플루언서와 달리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수익을 내는 것이 일반적인 정서인데요. 작년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 행사인 광군제(双11) 기간 동안 타오바오 메인 화면에서 라이브를 진행한 것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第一财经日报의 보도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한 명의 유명인 왕홍이 20여가지 제품 광고를 진행할 경우 1시간에 벌 수 있는 돈은 최소 600위안(약 10만원)부터 시작합니다. 40개의 광고를 8시간 동안 진행했을 때는 20만 위안(약 3500만원)을 벌어들입니다. 그중 25%의 수익을 가져간다고 가정하면 하루 봉급이 5만 위안(860만원)인 셈입니다.

라이브 플랫폼에서도 역시 왕홍의 수익은 데이터화돼는 추세입니다. 가령, 장다이(张大奕)가 스마트폰 제조업체 메이투(美图)의 광고를 진행했을 때 객단가를 400위안으로 책정하고 광고비를 집행했습니다.

하지만 왕홍이 얻은 수익이 온전히 스스로에게 돌아가지는 않습니다. 이들이 방송 카메라 앞에 서기까지 온갖 제휴, 미용, 보조 서비스 등 제반의 업무를 담당해온 에이전트가 수익의 일부(5:5 혹은 6:4)를 가져가는 구조입니다.

#에이전트의 그림자…수익 파편화

이렇듯 에이전트는 보통 수수료 기반의 비즈니스를 하기에 왕홍 개인에게 돌아가는 수익은 점점 줄어듭니다. 문제는 왕홍이라 불리는 대다수는 위와 같은 큰 돈을 벌어들이지 못한다는 건데요.

왕홍 전문 매체 今日网红가 발표한 ‘중국 인터넷 스타 생태 조사 보고’에 따르면 월 3만 위안(약 500만600만원)의 수익을 내는 왕홍은 13%입니다. 전체 왕홍의 절반에 가까운 숫자의 월 수익은 5000위안(80만90만원)에 불과합니다.

중국 광고망의 분석에 따르면 ‘중국에는 왕홍이 부족하지 않으나, 영향력이 큰 왕홍은 부족하다’는 표현이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습니다. 대다수는 30만 명 정도의 팔로어(粉丝)를 갖고 있는 중간 층 왕홍이라는 진단인데요. 격차가 갈수록 커진다는 게 이 매체의 진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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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홍은 영화배우나 CEO 같은 직업적 왕홍과 모바일 라이브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일반 왕홍으로 분류된다. 출처: 이관즈쿠

모바일 라이브 플랫폼 또우위(斗鱼)의 사례를 봐도 차이는 극명히 드러납니다. 또우위에서 라이브를 진행하는 왕홍은 두 종류인데요. 하나는 초기에 플랫폼과 직접 계약을 한 경우와, 에이전트를 끼고 계약을 한 왕홍으로 나뉩니다.

이용자의 입장에서는 누구랑 계약을 했건 왕홍의 방송을 본다는 점에선 차이가 없습니다. 방송이 시작되면 별풍선과 같은 선물을 보내고, 인기가 많은 프로그램일 경우엔 시청자수가 몰리죠. 하지만 왕홍 개개인이 벌어들이는 돈은 천지차이입니다.

라이브 플랫폼 롱주(龙珠直播)의 부총재 자오쉬펑은 “롱주와 직접 계약한 왕홍들의 수익이 최소 수십만 위안에 달한다”고 말합니다. 허나 이 특권을 누리는 숫자는 많지 않습니다. 롱주에서 방송하는 왕홍 10만 명(2016년 9월 기준) 중 플랫폼과 직접 계약한 숫자는 4847명으로 5%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죠.

왕홍 경제의 2016년 가치는 580억 위안(10조원)에 달합니다. 이는 중국 내 영화 매표소 매출(440억 위안)을 호가하는 금액입니다. 시장 가치가 성장하면서 왕홍 1인이 만든 콘텐츠가 이용자에게 방송되기까지의 과정도 복잡해졌습니다. 복잡한 계약, 제휴 등을 대행하며 수익을 가져가는 에이전트의 역할이 점점 중요해진 셈이죠.
에이전트의 등장은 왕홍의 입장에서 버는 돈이 줄어든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선발주자들은 에이전트 없이 수익을 창출해왔던 플랫폼(라이브/전자상거래)에 더욱 종속되며, 후발주자들은 에이전트와 수익을 나눠야 한다는 것입니다.

결국 ‘왕홍경제’라는 새로운 광고 시장이 만들어졌지만, 사업적으로 구조화되면서 정작 콘텐츠는 비슷해지고 있습니다. 콘텐츠 차별화가 중요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왕홍 생태계는 보모(保姆)-브로커(经纪人)-공급사슬(供应链)의 구조로 고착화되고 있다. 이는 왕홍을 길러주는 역할, 이들을 전자상거래나 라이브 플랫폼으로 연결해 수익을 내는 역할, 그리고 콘텐츠가 흐르는 프로세스를 함축한 구조다. 허나 이렇게 왕홍이 특정 프로세스에 의해 고착화되면서 개성이 사라지고 있단 지적도 있다.” -  “网红”正变成一种职业(인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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