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ER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경영을 입체적으로 봅시다

귀납적인 세상에서 귀납적인 방법으로 경영을 하는 장점에 대해 많은 아티클을 할애해서 이야기 드린 적이 있습니다. 잘못된 연역적 접근이 강한 하이어라키를 조직 내부에 만들었고 뭐라고 말해 볼 수도 없을 지경으로 만든 책임이 있기 때문입니다. 매달, 혹은 매 분기마다 혹 매주 우리는 귀납적 현상을 하나하나 받아치면서 경영의 현장에 있는 것 같습니다. 실제 하루가 무척 힘든 스타트업일수록 귀납적인 방법에 거의 100% 의지하며 지내기 바쁩니다. 그 이상의 생각은 사치일 정도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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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우리는 위대한 기업의 과거 혹은 현재의 성공 스토리를 알고 있습니다. 그것은 누구나 한 번쯤 해 보고 싶었던, 몸 담아보고 싶었던 이야기들입니다. 보통은 그런 대단한 성장이라는 숫자가 1차 원인이지만, 1차 원인이 있게 만든 내부의 가치관을 더 높게 봅니다. 가치관을 실현시킨 제도와 인프라는 그 사이쯤 존재하는 것이구요.

보통 이런 것을 다루는 시중의 경영 서적을 보면 어느 한 방향으로 치우친 것도 적지 않습니다. 어떤 책은 철학만 중점적으로 다룹니다. 내용은 대부분 관념적인 이야기로 되어 있습니다. 당연한 이야기를 한다고 생각 들 정도로 내용은 전체적으로 무난하거나 지루합니다. 이런 책들은 철학 그 이하의 것은 독자의 영역으로 남겨두는 부분들입니다. 책이 잘못되었다기 보다는 책의 활용에 대해 친절하지 못할 뿐인 경우가 많습니다. 제도, 시스템, 인프라, 지식, 사례… 그 어떤 이름이든 이런 가시적인 형태로 경영을 접근한 책도 있습니다. 실제 이런 책이 가장 많고 그럴듯하고 각광받습니다. 이런 책들은 복잡한 혹은 핵심적이라는 개념들이 개념도 혹은 적절한 이야기와 함께 제시되어 있습니다. 온통 방법론입니다. 마치 내 회사에 바로 써볼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의 내용들입니다. 그래서 새로운 이론이 나오고 새로운 이론은 마치 오래 전 나온 이론을 다시 보듯이 반복 재생산 됩니다.

마지막으로 성장 그 자체에 포커스를 맞춘 책들이 있습니다. 대부분 읽기 쉽고 무난한 스토리들입니다. 가치관에 대한 내용이나 시스템적인 내용이 없지는 않지만, 주로 창업자의 생애를 내러티브로 풀거나 여러 기업들의 사례를 비교하면서 이런 유행과 트렌드를 표면적인 수준으로 풀어갑니다. 모든 관점이 다 담긴 것처럼 보이지만 읽고 나면 ‘좋은 기업이구나.’ ‘좋은 기업가구나.’ 라는 생각 이상으로 뭘 써먹을지, 활용할 부분은 뭐였는지 잘 생각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역시도 책의 목적이 거기까지이기 때문입니다. 몰랐던 것을 알게 해 주는 것. 현상을 면밀하게 풀어주는 것. 거기까지에 맞는 책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런 다양한 관점들이 있는 경영과 관련된 서적을 읽는 사람이 자신의 것으로 소화 시켜서 이 부분적인 것을 완전한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코끼리 코에 사자 발톱이 아니라 코끼리도 아니고 사자도 아닌 무언가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죠. 한 방향만 읽어서는 안되는 이유입니다. 가치관만 다룬 책을 읽으면 헛똑똑해질 확률이 높고 핵심적인 스킬들만 다룬 책을 읽으면 왜 하는지 모르면서 뭔가를 하기 바쁩니다. 스토리만 잔뜩 읽으면 위에 말한 둘다가 매우 옅은 수준으로 있는 교양인이 됩니다.

기획자의 고민도 입체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은 독서를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전략기획자의 생각이 그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전략기획자 뿐 아니라 경영자도 기업에 몸담고 있는 모든 사람도 그러합니다.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면서 기업활동을 하고 있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대부분은 이 사슬 안에서 기업활동과 관련된 뭔가를 하고 살아갑니다. 그러기에 이런 이야기는 사실 모두에게 중요한 것입니다. 그 생각은 이런 체계 – 철학과 전략적 지식과 풀어내는 디테일 – 를 모두 알고 입체적으로 생각하고 적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대부분 디테일을 배웁니다. 학부를 졸업하고 기업의 기획실에 들어가면 처음 알게 되는 것은 디테일들입니다. 회사에는 이런 활동이 있고 이걸 하기 위해서는 먼저 이게 필요하고, 그것의 결과는 이것이고, 관련된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보통 하고 반응은 이렇게 하는지. 매월, 매주마다 이런 일을 하면서 지낸다는 그런 디테일들입니다. 디테일을 많이 알면 실무적으로 많은 도움이 됩니다.

실제로 자기 사업을 할 때 시작은 남보다 쉽게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몇 년 지나지 않아 ‘전문성’이라는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사표와 함께 마음에 담고 다니는 상사병 같은 단어를 함께 가지게 됩니다. 전문성을 찾아 대학원을 가기도 하고 학원을 가기도 합니다. 컨퍼런스도 참석하고 책도 많이 읽습니다. 전문성은 스킬들을 알려줍니다.

케이스 스터디를 통해 그것이 가능하게 된 이유들을 핵심적인 프로세스나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알려줍니다. 그러면 마음에 안도가 생기고 회의 시간에 몇 마디를 더 할 수 있습니다. 업무에 잘 쓴다면 높은 평가가 따라오고 전에 하지 못했던 일을 성취하는 보람을 맛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어디까지입니다. 팀장 이상이 되고 경영에 책임이 있는 자리로 나가게 되면 이것만으로 충분치 않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부분이 아닌 전체와 마주하는 순간 ‘뭘 해야 하지’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게 됩니다. 뭔가를 하고 있는데 그 다음에 할 게 이전 것과 다르지 않거나 확신이 생기지 않는 일이 빈번해집니다. 그러면 알게 됩니다. 뭔가 이 모든 것을 관통하는 그게 없다는 걸 알게 됩니다. 그것이 가치관 혹은 철학 혹은 비전 등으로 불리는 것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전략은 어디에 뿌리를 두고 있을까

전략은 전략을 촉발시키는 아젠다에 뿌리를 두게 되어 있습니다. 그게 없다면 많은 테스트와 에러를 반복합니다. 그러면서 조직이 커지면 서로가 서로를 당기면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상황을 대부분 경험하게 됩니다.

‘우리 제품이 더 비싸게 팔리는 것이 좋을까, 더 저렴해져야 할까’, ‘예산을 투입할 때 설비의 증가에 올해는 더 힘써야 할까, 판매망을 확충하는데 써야할까’, ‘기술적 변화는 얼마마다 크게 하는 게 좋을까’, ‘마케팅 메세지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이 다음 타겟은 누가 되는 게 맞는 걸까’에 대한 질문은 자원이 제한된 선택형 상황에서 많이 망설이게 되는 사실 정답이 없는 질문입니다.

정답은 자신이 만들어야 하는 것이죠. 그 정답을 만들기 위해 전략의 배후에 아젠다, 철학이 존재합니다. 브랜드의 포지셔닝도 기본적으로 철학이 있습니다. 철학은 프레임을 만듭니다. 시장과 고객, 제품을 어떻게 구분하는지에 대한 나름의 기준을 제시합니다. 그것이 가격일 수도, 기술의 스펙트럼일 수도, 지역적 특징일 수도, 연령과 생활방식일 수도 있습니다. 모델링을 하기 위해서는 모든 변수를 다 고려할 수 없기에 결국 선택이 이뤄지는데 그것의 기준이 철학입니다. 사실 이 중요한 것을 대충 관습적으로 책상에서 몇 마디로 결정내 버리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그것이 중요한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보통 다음 전략적 행동이 불투명하거나 조직이 내부에서 서로를 당기고 있다면 그것은 조직을 관통하는 철학이 없거나 무뎌져서 적용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철학이 대단한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경영과 관련된 생각, 그리고 관련 없는 것을 생각하면 철학이 되는 것이 많습니다. ‘배고픈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먼저 주자’, ‘기초 생활 수급 대상자들을 위한 정보 제공을 해 주자’, ‘가장 빠른 유통 회사가 되자’, ‘주말마다 오래 있고 싶은 카페를 만들자’ 이런 식으로 만들어도 상관 없습니다. 이것도 사실 철학을 한 번 더 구체적으로 만든 수준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경영의 대부분으로 알고 있는 정량적 이미지나 기술적 핵심 용어들, 트렌드를 앞서가는 기업의 사례가 아닌 이런 윤리적이고 당연하고 어디 인문학 책에서 나올 법한 매우 사회적인 내용이 보통 좋은 기업 철학이 됩니다. 이것은 조직원들을 하나로 만든다는 상투적인 효과가 아니라 전략의 일치를 만들어주고, 만들고 있는 시스템과 인프라의 효용을 하나로 극대화 시키고 불필요한 조직과 사업을 없애는 데 커다란 도움이 됩니다. 특히 포지셔닝을 할 때나 실패에 대해 분석을 할 때 이런 철학은 사실상 최종적인 교훈이 나오는 핵심적인 근간이 됩니다.

내년의 경영 목표로 돈이 되는 주요 사업을 다 썼다고 합시다. 부동산 업이라면 새로 수도권에 나오는 교통망 주변, 지방 국립대 주변의 대학가, 중국인이 없을 때 등락할 수 있는 지역에 대한 차익을 주요 경영 목표라고 합시다. 이것을 다 할 수 있다면 규모가 있는 기업이겠지만 대부분은 이것을 다 할 수 없습니다. 이것을 토대로 성과를 만드는데 필요한 정보나 정보를 얻기 위한 네트워크, 이것으로 차익을 거두기 위해 필요한 전문가의 종류는 서로 다릅니다.

얼마나 많은 자원이 필요한지 다 알 수도 없습니다. 이 회사가 잘 하는 게 무엇입니까? 이 회사가 무엇을 목적으로 시장에 인지되고 있습니까? 대답할 수 없다면 결국 다 할 것이고 특히 돈이 많이 되는 것을 할 것입니다. 물론 돈이 많이 되는 것을 해야 하구요. 성공하면 이 모든 우려를 잠식시킬 수 있습니다. 보통 학문이나 책이나 뭐든 성공하는 것이 안될 때 성행하듯이요. 하지만 왔다갔다 하면서 기업의 내부 – 지적재산, 사람, 인프라, 시스템 – 이 함께 진화하면은 기존에 없던 기업이 탄생하는 새로운 비전을 창출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규모가 작은 아직 틈새시장에 있는, 고유한 포지셔닝 하나에서 승부를 보고 있는 대부분의 기업은 그런 트랜스폼은 일어나기 어렵습니다. 한 번에 그 쪽으로 다 쓸려 가듯이 가버립니다. 결국 진화와 기형은 종이 한 장 차이로 나뉩니다. 전략 수립에 기반하는 철학이 있다면 이것은 일단 할 수 있습니다. 구분할 수 있죠. 전략이 선택과 집중이라면, 철학은 그것의 기준이 됩니다. 뭘 할지 안할지를 전략을 만드는 철학이 실제적으로 하기 때문이죠. 여기서 말하는 전략이 전술이고, 철학을 전략으로 아는 분도 있으실 겁니다. 상관 없습니다. 어떤 내용인지는 다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

기업 비전 셋업은 필수적인 일

기획 일을 하면서 가장 막막한 것은 뭘 해야 하는지 모를 때입니다. 늘 새로운 문 앞에 있는데 어느 문을 열지 모를 때입니다. 남들이 가 본 문을 열라고 말을 하지만 그 문에 들어가면 뭔가 다른 부분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도 철학이 필요합니다. 그 철학은 잘 아는 것… 역량과 비슷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역량도 장기적으로는 변하기 때문입니다. 다들 암묵지로 철학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기업이 만들어질 때는 그 철학으로 역량이 생깁니다. 하지만 일정 기간의 성공은 더 많은 조직 구성원을 필요로 하게 하고 이 기업의 철학에 대한 것은 일부의 암묵지, 퇴사자의 암묵지로 남게 됩니다. 그래서 기획실이 이 작업을 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일상적으로 하는 것을 하는 것도, 작년에 만든 것을 올해 그대로 쓰는 개념을 정리하는 그런 일이 아닙니다. 대화와 토론이 있어야 하고 모두의 참여가 필요한 일입니다. 경쟁사를 마냥 볼 일도 아닙니다. 사람으로 치면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추구하는가”에 대한 대답입니다. 철학을 기업의 비전 셋업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비전이 철학이 아니면, 혹은 누군가만의 생각이라면 이것도 허상입니다.

기업의 철학은 기본적으로 경영자의 생각에 있거나 대주주의 가치관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기에 이 작업이 필요한 것입니다. 기업의 동력이 되고 누구보다 잘 아는 실무자가 매일의 선택과 자원의 투입과 성과의 재생산에 필요한 프로그래밍으로 남을, 그것을 하는 작업이 기업의 비전 셋업이기 때문입니다. 스타벅스나 블루보틀의 경영 철학이 어떻게 오늘의 성과를 만들었는지 아는 분은 많을 겁니다. 그 철학이 희미해질 때 경영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결국 스타벅스는 경영자가 다시 돌아오기까지 했습니다. 그것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기에 그랬습니다. 하지만 P&G는 전임 경영자가 돌아왔어도 획기적인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무조건 구관이 명관이 아닌 이유는 철학 위에서 혁신적인 파괴. 지금 무모해 보이는 파괴를 하느냐 못하느냐에 있습니다. 파괴가 새로운 것을 한다가 아닌, 가장 나다운 것을 한다는 것이죠. 나다운 것에서 할 다음 일. 그래서 기획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비전 셋업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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