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를 그리다 팀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번 더 소개합니다.

성공한 실리콘밸리 기업의 최고경영진은 엄청난 연봉 외에도 스톡 옵션 (Stock option) 등 주식 보상 제도를 통해 수백억원 대의 천문학적인 보상을 받는다. 과연 실리콘밸리 기업 최고경영진의 리더들은 그만한 가치를 가진 사람들일까?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의 자본은 VC라 불리는 벤처 캐피털 (Venture Capital)에서 대부분 제공하고, 창업자와 경영진은 자신의 능력을 제공한다. 자본 투자를 통해 스타트업의 이사회를 장악한 VC들은 최고경영진에게 스톡 옵션 등을 통해 높은 회사 지분을 부여한다. 스타트업이 성장할수록 점점 많은 투자를 유치해야 하지만 이것 역시 VC들의 역할이고, CEO와 경영진은 오히려 증자에 대한 지분 희석을 방지하기 위해 이사회로부터 더 많은 스톡 옵션을 받게 된다.

결국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 기업인 유니콘이 성공적인 주식 공개를 한다면, 아무 자본도 투자하지 않았던 그 기업의 경영진들도 수천억원의 주식 자산을 보유하게 된다. 즉, 실리콘밸리 기업들에서 리더십의 가치는 그들이 증가시킬 수 있는 기업 가치만큼이라는 뜻이다. 반대로 우리가 들어보지 못하고 사라진 수많은 스타트업의 경영진은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한 경우도 흔하다.

그렇다면 실리콘밸리는 왜 이런 식의 독특한 주식 위주의 보상 제도를 발전시켜 왔을까? 스타트업에서 경영진의 리더십은 기업의 성공과 실패를 결정한다. 그리고 주식을 통한 보상은 기업가치가 증가할 경우에만 실현 가능하다. 극히 예외적인 사례를 제외하고 실리콘밸리에서 경영진에 대한 보상은 기업의 성패와 비례한다. 그러나 실리콘밸리에서 스타트업의 ‘성공’은 다른 지역이나 문화에서 생각하는 성공과는 상당히 다르다.

 

실리콘밸리 투자자들이 생각하는 성공

안정적 수익 모델을 달성한 기업들 대신, 위험이 높더라도 블루오션을 개척하고 기존 산업계를 뒤흔드는 (Disruption) 혁신을 가져오는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것이 실리콘밸리 투자의 주된 목표이다. 통계적으로 보았을 때 최초의 혁신, 즉 Zero to One을 이룩한 기업은 창출된 시장 초기 수익의 대부분을 가져간다. 혁신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독식하지 않고 몇 년만에 기업 가치 1조원을 달성하는 회사가 탄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러한 Zero to One을 실현시킬 수 있는 유일한 원동력이 실리콘밸리의 창업가 정신과 리더십이다.

스타트업의 최고경영진은 투자자들의 입맛에 따라 움직이는 피고용인이 아니라 그들의 투자에 확실한 보상을 안겨줄 가장 중요한 파트너이다. 그래서 능력있는 경영진이 떠나지 않고 경영을 잘 해서 회사의 가치를 높였을 때 직접적인 보상을 얻을 수 있도록 파격적인 주식을 제공한다. 이는 과반수 이상의 유니콘들이 실리콘밸리에서 나타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이다.

전세계 1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가진 비상장 스타트업 “유니콘”들의 분포: 54% (미국), 23% (중국), 4% (인도), 4% (영국), 2%(한국), 2% (독일)

 

실리콘밸리 기업 구성원들이 생각하는 성공

실리콘밸리 구성원들에게 ‘성공’의 의미는 금전적 보상이 충분한 안정적인 직장에 정착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느끼는 개인으로서의 성공은, 자아실현과 연결할 수 있는 미션을 가진 기업에 합류하여 좀 더 큰 사회적 혁신을 이끌어 내는데 기여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직원들에게도 Zero to One의 혁신을 만들 수 있는 경영진이 있는 기업에 합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기업 미션의 성공을 책임진다는 점에서 실리콘밸리 경영진의 리더십은 팀원들에 대한 업무 분장이나 업무 수행을 독려하는 차원에 그치지 않는다. 실리콘밸리의 리더는 행동으로 조직을 이끌고, 스스로 결정을 내리고, 그 결정에 책임을 져야 한다.

실리콘밸리에서 여러 주식 상장(IPO: Initial Public Offering)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가까이에서 지켜본 최고 경영진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어떤 문제가 발생할 경우 스스로 신속하게 자세한 내용까지 다각도로 파악하고자 노력한다는 점이다. 회사에서 누군가 그들을 대신해 상황을 종합하고 해결책까지 보고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만약 그런 누군가가 있다면 그가 최고 경영진의 자리를 대신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 발생 신호가 나타나는 즉시 최고 경영진이 신속하게 상황을 파악하고 대처해야 하는 것이다.

여러 다른 프로젝트들과 마찬가지로 IPO 프로젝트도 회사 내외부 관계자들의 압력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기 마련이고, 주어진 스케줄을 맞추기 위해 최고 경영진은 자신의 비전문 분야라도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내려 주어야 한다. 전화, 이메일, 미팅으로 최대한 빨리 문제에 대한 각 전문가 그룹의 의견을 취합하고 경청하지만, 최종 의사 결정은 언제나 최고 경영진이 스스로 내린다. 결국 의사 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다양한 보고서는 존재하지만 사인할 결재란만 비워진, 의사 결정 자체가 담겨있는 문서는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흔하다. 의사 결정의 신속성이 중요할 뿐 아니라 내려진 의사 결정에 대해서는 결과로써 평가받을 뿐이다.

아래에서 올라온 의사 결정 옵션 중 하나를 고르는 다음과 같은 방식은 실리콘밸리에서 전혀 통하지 않는다.

드라마 시크릿 가든, 로엘 백화점 김주원 사장

애플의 CEO 팀 쿡이나 테슬라의 CEO 엘론 머스크가 자사의 신제품 소개 시 항상 직접 나서는 것은 단지 쿨해 보이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회사의 신제품에 대한 시장 평가의 최전선에 서는 것이 조직의 리더로서 요구되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로엘 백화점의 실패한 의사결정의 책임은 사장을 대신해서 최선을 결정한 누군가에게 돌아갈 것이다. 하지만 곧 출시될 iphone 8이나 Model 3가 실패한다면 각 기업의 CEO에게 그 책임이 돌아갈 것이다.

신제품 Model 3를 소개하는 테슬라의 엘론 머스크

 

경영진에 대한 감시와 책임

마지막으로 리더 그룹에 대한 엄청난 보상과 권한이 당근이라면, 외부 이사회를 통한 엄격한 성과 평가와 감시는 채찍이라고 할 수 있다. 실패에 관대하다는 실리콘밸리의 명성은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 아니라 책임지고 물러난 인재에게 다른 회사나 프로젝트에서 다시 기회를 준다는 의미이다.

특히 스타트업의 경우 회사에서 일어나는 모든 의사 결정에 대한 최종 책임을 지기 때문에 리더 그룹은 99번의 올바른 판단에도 1번의 판단 실패로 책임지고 물러나는 경우가 많다. 비상장 기업 중 가장 높은 기업가치를 평가받는 우버의 CEO Travis Kalanick이 자신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었던 최근 일어난 사내외 스캔들로 이사회에 의해 중도 하차하게 된 것이 가까운 사례다.

Uber 의 CEO Travis Kalanick

기업 내 최고 경영자와 창업자가 이사회와의 의견 충돌로 회사에서 쫓겨나는 일이 실리콘밸리에서는 늘 일어나는 일이다. 애플을 창업한 스티브 잡스도 1985년에 이사회의 결정으로 회사에서 쫓겨나서 1997에나 복귀하였다.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 Marvell(마벨)의 경우 아시아 지사의 분식 회계를 막지 못한 CFO가 바로 책임지고 물러났다.

그리고 이러한 인재관리 원칙은 실리콘밸리의 리더 그룹뿐 아니라 그 구성원들에게도 전반적으로 적용된다고 할 수 있다. 규모는 작지만 경영진과 같은 방식의 주식 보상 제도를 통해 성과에 대한 보상을 받고 실패에 대한 확실한 책임 추궁으로 대표되는 프로페셔널리즘은 실리콘밸리의 근간을 이루는 조직 문화이다. 실패와 재도전을 일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도전정신과 원하는 미션 수행을 위해 올바른 일을 하고 있다는 자기 확신이 실리콘밸리 구성원들 중 리더로서 성장할 수 있는 핵심 자질이다.

 

글: Sarah, IPO 재무회계 컨설턴트, 실리콘밸리식 스타트업 자본 구조와 주식 보상제도에 관심이 많음

그림: Chill, 디자이너, 생각을 그림으로 요약하는데 관심이 많음

 

[실리콘밸리를 그리다] 시리즈

(1) 실리콘밸리를 그리다
(2) 생존하는 회사 vs. 미션을 이루어 가는 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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