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호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스타트업 종사자라면 익히 C레벨에 대해서 많이 들었을테지만, 이 단어가 생소한 분들을 위해 간략히 설명을 덧붙이자면 [Chief OOO Officer]의 약자로 [최고 OOO 책임자]라는 뜻을 가진 특정 영역의 전문 경영진(임원)을 일컷는 말이다. 대표적인 것이 CEO (Chief Executive Officer / 최고경영자)이며, 그 밖에 수십여 가지의 C레벨 직함들이 존재하고 있다. (현재에도 시장의 트렌드에 따라 생겨나고 있다. 즉, 기업에서 만들어내면 그만일지도…)

보통 작은 기업들. 그러니까 우리처럼 소기업에 속하는 스타트업에서도 팀원들에게 의욕을 고취시킬 수 있는 하나의 방법으로써 혹은 외부 고객을 상대해야하기 때문에라도 경력에 비해 직책을 높게 잡는 것이 현실이다. 허나 이는 잘못된 것이 아니라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문제는 대리/과장/차장 혹은 선임/책임과 같이 팀원에 속한 타이틀이 아닌, 주요 경영진들이 가지고 있는 타이틀이라는 것이다. 이 역시 주관적인 경험에 의거하였기에 표현이 매끄럽지 않을 수 있으나, 필자 역시도 어린 시절부터 경험해 본 바로는(사실 아직도 어린 편에 속하지만) 오히려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많을수도 있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것이다.

그동안 창업을 오랜기간 그리고 꽤 여러번 도전해왔기에 나는 사원/대리 생활보다는 이사(COO)/대표이사(CEO)라는 타이틀을 더 많이 써왔었던 사람 중 한명이다. 처음에는 명함만 보고 있어도 마냥 좋았다.

‘내가 대표라니, 내가 이사라니!’

이미지: Getty Images

타이틀을 달고 보니 처음보는 사람도 나에게 ‘님’이라는 호칭을 붙여가며 왠지 모르게 깎듯하게 대해주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스스로가 CEO라는 직책을 부담스러워하기 시작한지는 창업을 하고 약 5년 정도 되는 시기로 짐작해본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고객을 만날 땐 ‘팀장’이라는 또 하나의 명함을 꺼내들고 다녔기도 하다.

필자가 운영하는 사업체에 머무는 동안 CEO라는 직책에서, 그리고 남의 사업에 머무는 동안 COO를 달며 그렇게 몇 년의 시간을 보내고나니 주변에서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을텐데, 어떻게 그렇게 많은 일(다양한 사건)을 혼자 해내었나요?’라고 묻곤 한다. 솔깃하지만 사실 이 문장에는 숨겨진 함정이 있다.

 

이는 긍정과 부정이라는 두 가지의 관점이 섞여 있다는 것이다.

첫 번째는 긍정적 신호이다. 이 신호는 보통 나보다 경험이 낮은 사람들로부터 나오게 되는데, 다시 말해 경영진 보다는 실무에 위치한 사람들이 바라보는 시각에서 나올 수 있는 표현이라는 것이다. 이걸 바꾸어 말하면 ‘넌 아직 이렇게나 어린데 어떻게 그런 일들을 해낼 수가 있어?’ 혹은 ‘친구인 우리들은 너가 (너의 타이틀이, 너의 도전이 등) 자랑스럽다’와 같이 말이다. 그럼 나는 겸손하게 ‘아니에요~’라고 하겠지만,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하였던가. 은연 중에 좀 더 의기양양해 질 것이다. 만약 이러한 표현들이 긍정적 시그널로 작용하여 준다면 더욱 멋진 C레벨이 되기 위해서 노력하고 공부하고 멘탈을 강화할 수도 있는 끊임없는 반복제가 되어주겠다.

하지만 문제는 부정적 신호이다. 먼저 대부분은 긍정적 신호에 가려져 자기 자신의 수준을 가늠할 수가 없을 뿐더러 가늠할 기준 자체가 상대와 내가 일치하지 않는다에 문제가 있다. 쉽게 예를 들어, 만약 사회생활을 어느 정도 한 당신이 (설령 사업을 해보지도 않았지만, 연차가 좀 된다 할지라도) 우리 회사의 최종 면접에 갓 스무살의 청년들이 들어왔다고 치자. 그 친구들은 이렇게 말을 한다. “전 사업을 했었고 CEO 였습니다.”, “전 창업멤버였고 CTO 였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그들의 도전정신과 의지를 보자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매우 훌륭한 것에 의심이 없다. 하지만 분명 충분히 사회적 경험을 가진 당신의 시각에선 “대단하네” 보다 “귀엽네”가 나올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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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찬가지로 우리가 진정 경영의 경험이 풍부하지 못한 상태로 C레벨과 같은 타이틀을 사용할 때 정말 우량 고객을 상대하거나 혹은 정말 노련한 경영자를 만나게 될 경우 자칫 ‘기업의 이미지가 가볍게 보일 수도’ 있는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 가벼움이란 상대의 덩치가 혹은 내공이 클 수록 간파당하기 쉽다. 그들은 짧은 대화에서 나오는 지식과 센스 그리고 눈빛, 표정, 말투 심지어 눈동자의 굴림까지로도 상대의 그릇을 파악해버리기 때문이다. 더욱 큰 문제는 나의 경험이 영원하리라는 보장이 없다. 일련의 경험을 끝내고 새로운 경험을 시도하려고 할 때 노련한 자들과 힘을 합치거나 Co-work을 한다고 하자. 업무적 스킬에서 차이가 나게 된다면 당신의 신뢰도는 보이지도 않는 지하 속에 파묻혀 버릴 수도 있다. (왜냐하면 당신은 기존의 임원진들이 가진 일과 그들이 하지 못하는 일까지 추가적으로 찾아서 해내야만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실 다른 주제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이 역시 필자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최근 한달이 넘는 시간 동안 글을 쓰지 못한 이유이기도 한데, 실로 정신을 못차릴 정도로 사정없이 온 몸을 구타당했다는 표현이 적절할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으로도 꽤나 많은 경험을 했고, 그만큼 노련한 면이 있다고 생각해왔으나 일전의 경험이 전무한 테크 스타트업의 일원으로써 그리고 성공을 해본 (벤처 2세대) 선배 경영인들을 만나고나서 그들과 손발을 맞추기에 개인적인 자질이 매우 미약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일례로 최근에 개최된 NVIDIA 컨퍼런스에 참석하여 Inception 팀에 속한 AI START-UP들의 PT를 듣게 되었는데, 이 역시도 그들과 내가 같은 것을 보고도 캐치하거나 받았던 느낌이 현저히 달랐던 것처럼 말이다.

우리가 이 이야기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C레벨을 달지 말자’가 아니다. C레벨은 상상 이상으로 기업의 외부적 이미지를 대변하고, 외부 혹은 내부로부터 본인 스스로의 가치를 상대로부터 나도 모르게 과대평가받는 것에 기여함으로 공식 석상 등에서 특별히 신중해야한다는 필요성과 권고성을 전달하는 것 뿐이다.

아무튼 오늘 이 순간에도 밤낮없이 내달리고 있을 수 많은 스타트업들과 경영진들을 존경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