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를 경영하라”

지금 수많은 유니콘들은 풍요경영을 하고 있다.
혁신을 준비하고 있다면 희소가 아닌 주변에서 풍요를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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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소성을 추구하다 퇴출되다

노키아는 내비게이션 및 도로 지도 분야 서비스를 제공하는 나브텍을 2007년 3월에 81억 달러에 매입했다. 나브텍은 도로교통망센서 업계를 독점하고 있었다. 노키아는 희소성을 사서 소유하고 통제하려 했다. 애플의 혁신적 신제품과 구글의 실시간 데이터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2007년 1월 잡스가 아이폰을 발표한 후 2개월 후의 일이다.

그즈음 나브텍처럼 도로망 센서에 막대한 자본을 투자하는 대신, 잡스가 내놓은 신형기기인 스마트폰의 고객 GPS를 이용해 위치정보를 모으는 기업이 생겨났다. 이스라엘의 웨이즈는 2년 만에 나브텍 만큼 많은 교통 정보를 입수했다. 4년이 지나자 나브텍보다 10배나 많은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었다. 웨이즈의 경우 새로운 출처를 하나 추가하는 비용이 0이었다. 이용자들은 스마트폰을 꾸준히 업그레이드 했기에 정보 기반 역시 꾸준히 업그레이드가 되었다. 반면 나브텍은 시스템 업그레이드를 한번 하려면 어마어마한 돈이 들었다.

2013년 6월 구글은 11억 달러에 웨이즈를 인수했다. 인프라, 설비도 없었다. 직원이 100명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웨이즈는 교통상황을 알려주는 5,000만 이용자 즉 인간센서가 있었다. 웨이즈는 고객의 스마트폰 GPS센서라는 풍요로움을 활용했다. 반면 노키아는 나브텍이라는 어마어마한 자금이 투여되어야 하는 물리적 인프라를 사들였다. 독점을 꿈꾸었다. 웨이즈는 스마트폰 이용자들에 업혀가는 방식으로 나브텍의 물리적 인프라(센서)를 가뿐히 뛰어넘었다. 1998년부터 2011년까지 13년 동안 핸드폰 시장점유율 1위를 지켰던 노키아는 핸드폰 시장에서 퇴출되었다.

희소성이 아니라 풍요를 경영해야 한다

혁신 스타트업은 풍요를 경영한다. 나브텍과 웨이즈의 사례는 풍요로움과 희소성이 어떻게 흥망을 갈리게 하는지 보여준다. 노키아도 세계적인 혁신기업이었다. 핸드폰시장 점유율은 40% 육박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산업화시대 흐름을 따랐다. 산업화시대는 정보화나 풍요로움보다 희소성에 중점을 두었다. 희소성이 ‘가치’를 의미했다. 희소해야 사업이 성립되었다. 하지만 정보 기반은 세상을 풍요로움 쪽으로 이끌고 있다. 지금은 풍요의 시대다. 풍요한 것을 더욱 풍요롭게 조직화해야 한다. 또 희소한 것을 가져다가 풍요롭게 만들어야 된다.

풍요를 경영해야 하는 근본적 배경

제레미 리프킨은 <한계비용 제로 사회>에서 말한다. 혁신 기업들은 재화나 서비스 한 단위를 추가로 생산할 때 필요한 총비용의 증가분인 한계비용을 거의 ‘0’까지 밀어붙이게 된다. 이것이 ‘협력적 공유사회’로 이끌 것이다. 자본주의는 이 새로운 시스템, 즉 ‘협력적 공유사회’에 의해 파괴될 거라고 주장한다. 협력적 공유사회의 핵심은 재화와 서비스가 전 세계적으로 정보화되는 것이다. 소비자들의 구매비용은 거의 들지 않는다. 사업 또는 산업의 일부가 정보화되는 순간 한계비용은 사라지기 시작한다. ‘협력적 공유사회’는 풍요로운 사회다.

풍요를 경영하는 기업들은 공급의 한계비용을 0으로 만들고 있다. 예를 들면 ‘우버는 자동차나 기사가 한 명 추가되어도 기본적으로 추가비용이 0이다. 에어비앤비는 빌려줄 방이 하나 새로 생겨도 한계비용은 기본적으로 0이다. 하얏트나 힐튼호텔은 그렇지 않다. 한계비용이 떨어지는 핵심적인 이유는 공급이 상대적으로 풍부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웹과 SNS를 통한 협력적 소비로 물리적 자산을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소비패턴이 소유에서 접근과 경험으로 옮겨가고 있다. 물물교환, 자전거 공유, 카풀, 자동차 공유, 공동 작업실, 주거공유, 택시공유, 자원봉사 시간을 화폐처럼 사용하는 타임뱅크 등이다.

희소성은 가치 있다. 하지만 혁신스타트업들은 정보화를 통해 희소한 것을 희소한 상태로 가만히 놓아두지 않는다. 희소한 것이 별로 없다. 희소하다는 다이아몬드도 광채와 단단한 내구성을 갖춘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인공 다이아몬드는 나오고 있다. 이처럼 모든 것을 구현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희소한 것은 가치 있다. 찾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혁신 스타트업을 꿈꾸는 이들은 희소보다 풍요를 찾아야 한다. 그래야 생존가능하고, 유니콘을 꿈꿀 수 있다.

사람이 모여야 한다

풍요로운 것을 활용해야 풍요롭게 된다. 구글도 이미 웹상에 있는 수많은 정보를 잘 조직화했기에 성공했다. 혁신경영자들은 버려진 또는 활용가치 없는 것처럼 보이는 재료를 원재료로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많은 부분에서 정보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필름 사진이 디지털로 바뀔 때 경험했듯이, 물질적이고 기계적이던 사업이 정보 기반의 디지털로 전환되는 순간 이미 폭발적 성장 방아쇠는 당겨진다. 그 활용의 뒷단에는 정보화가 자리 잡고 있다. 풍요를 경영할 수 있는 근간은 기술발달로 인한 정보화, 네트워크의 발달로 인해 사람들이 촘촘히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을 많이 모이게 하는 것이 풍요경영의 핵심이다. 오늘 날에 처음 생긴 개념은 아니다. 뭔가 호기심을 자극하는 곳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그 몰려든 사람들끼리 시너지를 만들기도 하고, 다툼이 있기도 한다. 많이 모이면 자정작용이 일어난다. 그러면서 구전으로 이어졌다. 결국 풍요경영의 핵심은 사람들이 모이는 플랫폼이 될 수 있다. 풍요경영은 외부성을 충분히 활용하는 것이다. 다른 기업들이 풍요경영을 하는 기업의 플랫폼을 통해 출연하고 영업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협력적 공유회사를 경영할 핵심은 플랫폼 비즈니스라고 제레미 리프킨은 주장한다. 시간이 좀 더 지나면 플랫폼 자체가 없어질 수도 있다. 모든 사물과 인간이 연결될 것이기에 지구촌 자체가 플랫폼이 될 수 있다.

자산은 소유보다 빌려야 한다

자산을 소유하지 않는 것이 미래를 소유하는 지름길이다. 자동차, 컴퓨터, 설비, 장비, 사람이건 소유하지 않고 빌려 쓴다는 개념은 풍요경영의 기동성과 유연성을 위해 중요하다. 웨이즈가 스마트폰에 업혀가고, 우버는 멈춰있는 차량을 활용하고, 에어비앤비는 비어있는 방을 활용했다. 자산보다 이익이 중요하다. 자산은 소유보다는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 효율적이다. 디지털 평판이 중요한 시대다. 자신이 잘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외부 자산의 활용의 조건은 자산의 표준화, 정보화, 상업화이다. 하지만 희소하거나 표준화되지 않았다면 소유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 테슬라 자체공장과 아마존의 자체 창고, 지역별 배송센터를 소유하고 있다. 이유는 자신들의 기술이 반영된 새로운 시스템이어서 표준으로 구현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커뮤니티를 활용해야 한다

2018년 현재 인터넷 사용자수는 38억 명이다. 2020년은 50억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소셜 미디어 구루인 클레이 셔키 교수는 통계를 발표한 적 있다. 2010년도에 인터넷 이용자수가 12억이었다. 이들이 가진 자유시간을 합하면 연간 1조 시간이 넘었다고 한다. 지금 인구에 대략 대비시켜 계산해도 연간 자유시간이 3배로 늘어날 것이다. 이 자유시간은 활용 가능한 엄청난 외부자산이다. 커뮤니티를 활용하는 간단한 방법은 우선 질문하고, 기회와 상금을 제시하는 것이다. 목적이 비슷한 사람들이 모인 커뮤니티 플랫품이 핵심이 될 수 있다.

2007년 5월 크리스 앤더슨 ‘DIY드론즈’ 커뮤니티 만들었다. 커뮤티니 활용은 미군에서 사용하는 프레데터 드론과 98%(2%는 무기시스템 차이)같은 드론을 만들었다. 프레데터는 400만 달러지만, DIY드론즈는 겨우 300달러였다. 자신의 시간과 전문지식을 기꺼이 내놓는 열정적인 애호가들을 활용했기 때문이다.

폐쇄보다 개방, 통제보다 신뢰

풍요경영은 자율로 시작한다. 풍부한 것을 규제나 통제한다는 것은 이미 풍부하지 않다는 의미다. 통제는 더 이상 새로운 것이 유입되지 않거나 아주 천천히 유입되어야 효력을 발휘한다. 셀 수 없이 많고 지속적으로 생겨나는데 그것을 통제한다는 것은 어려운 이야기다. 자율은 강력한 동기부여 요소가 될 수 있다. 밀레니얼 세대는 독립적인 것이 자연스럽고 디지털에 익숙하며 톱다운 방식의 통제나 위계서열에는 저항한다. 이들 새로운 노동력을 십분 활용하고 최고의 인재들을 꽈 붙잡아 두려면 기업은 개방적인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구글 OKR(Objectives and Key Results, 목표 및 핵심 결과)시스템은 기업 전반에서 투명하게 운영된다. 구글 직원이라면 누구나 다른 동료 또는 팀의 OKR을 찾아보고, 그들이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과거에 얼마나 성공적이었는지 찾아볼 수 있다. 이 정도의 투명성을 갖추려면 기업문화와 조직 측면에서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구글은 위험천만한 개방성이 여러 불편을 감내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자신만의 독단적 가치를 품안에 오래도록 간직하는 이들을 주변에서 많이 본다. 자신이 알고 있는 노하우를 지키기 위해 투자설명회에서도 멈칫거리는 이들도 가끔 있다. 크라우드 펀딩에서도 고민거리 중 하나가 자신의 아이디어를 어디까지 노출시켜야 하는지를 고민한다. 당연히 특허를 통해 아이디어 훼손을 막아야 한다. 하지만 아이디어 훼손이 두려워 아이디어를 노출을 꺼린다는 것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숙성시킬 자신이 없다는 의미다. 그 정도로 자기아이템에 자신이 없다면 요즘같이 거의 모든 것이 오픈 되는 시대에는 사업하기가 쉽지 않다. 요즘 같은 시대에 특허권 획득은 마음의 위안은 줄 수 있다. 자신의 아이디어가 시장에서 통하고 있다면 경쟁자는 특허를 교묘히 피해 비슷한 사업을 하게 된다. 시장에서 인기 있는 아이디어라면 그 효력기간은 6개월, 길면 1년 6개월이라도 봐야 한다. 우리는 모든 잠재적 경쟁자를 살필 수 없다. 자신의 아이디어를 지켜야 한다. 하지만 아이디어 성숙이 우선이다. 스타트업의 본질이다. 자신을 투명하게 드러낼 용기를 가져야 한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휴대전화는 70억 대가 훌쩍 넘었다. 대부분 카메라가 달려 있다. 온갖 것을 실시간으로 녹화할 수 있다. 스마트안경 구글 글라스, 10만원도 되지 않은 드론으로 다양한 고도촬영 등 우리의 의사와 관계없이 급속히 투명한 세상으로 가고 있다. 우리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녹화하는 수십조 개의 센서가 작동한다. 감출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 사생활 침해 문제는 있지만 세계는 점점 투명해 지고 있다.

작아도 충분하다

개인도 기업처럼 운영할 수 있다. 전례가 없을 정도로 개인과 작은 팀도 큰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개인이나 작은 팀의 힘은 더욱 커질 것이다. 크기나 규모보다 적응력과 민첩성이 더 중요해질 것이다. 예를 들면 정말 좋은 컨텐츠는 사람들이 퍼 나른다. 옛날에는 신문, TV, 라디오에 실어야 했다. 물론 지금도 이런 미디어가 영향력이 큰 것은 맞다. 하지만 컨텐츠가 매력적이거나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들면 우리는 퍼 나른다. 어쩌면 큰 미디어보다 무게감이 더 있다. 개인이나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마케팅 툴에 별 차이가 없어졌다.

디지털 정보라는 소행성과 충돌할 이후 글로벌 경제는 돌이킬 수 없는 변화의 길로 들어섰다. 공룡 기업들이 전통적인 위계질서로 시장을 장악하던 시절은 그 끝을 맞이하고 있다. 이제 세상은 더 똑똑하고 작고 빠르게 움직이는 기업들의 것이다. 지금은 정보기반 산업에만 적용된다. 조만간 전통적인 산업에도 적용될 것이 확실하다.

우리가 지금 경험하고 있는 조직구조는 희소성에 대처하기 위해 진화된 형태이다. 희소한 세상에서는 ‘소유’라는 컨셉이 잘 맞는다. 하지만 풍요롭고 정보화된 세상에서는 ‘접근’ 또는 ‘공유’라는 컨셉이 더 잘 맞는다.

지금 수많은 유니콘들은 풍요경영을 하고 있다. 혁신을 준비하고 있다면 희소가 아닌 주변에서 풍요를 찾아야 한다. 풍요한데 정보화하지 못한 것부터 리스트업해야 한다.

[정강민의 스타트업이 품어야 할 명언] 시리즈

(9) 점이 아니라 선으로 인식해야 미래가 보인다
(8) 달리고 있는데 힘들지 않다면 내리막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7) 거인의 어깨에서 시작하라
(6) 경영자는 탓하는 자리가 아니다. 해결하는 자리다.
(5)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정강민 소개 (jkm8346@naver.com)
* 미세영역연구소 대표
* 재능공작소 크레버 코치: 창업, 기업가 정신, 재무, 회계, 펀딩, IPO, 책쓰기 코치
* 한국디자인씽킹연구소 감사
* (재)한국지식재산관리재단 전문위원
* 다수 스타트업 코치

저서
* <스타트업에 미쳐라> (부제 : 탁월함보다 진정성이다)
* <혼란스러움을 간직하는 방법> (부제 : 퇴사, 그 흔들림 속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