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출근하고 만나고 탈출하고 싶어하는 곳 

 

우리는 ‘직장’으로 출근 한다.

무형적으로는 그렇고, 실제 눈에 보이는 것은 ‘사무실’로 출근한다. 큰 빌딩의 어느 한켠이든, 오피스텔이든, 카페든, 우리 집이든,, 우리가 도구를 챙기고 출근하고, 에너지 레벨이 점점 떨어지면서 탈출하고 싶어하는 애증의 공간.

기업 입장에서도 비싼 돈을 들여 임대료가 높은 땅에 건물을 빌리거나 혹은 사거나 하는 투자 혹은 비용을 지불하는 사무실. 그만한 효율성이 있는지, 돈 들인만큼 잘 쓰고 있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지금 우리 사무실에선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그리고 개인이든 법인이든 모두에게 ‘사무실’은 어떤 공간이 되어야 할까?

 


 

1. 앉아 있으면 여기저기서 날라오는 시간 브레이커

A씨는 사무실에서 정말 중요한 일을 끝내본 적이 없다. 정말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거나 보고서를 쓸 때는 항상 사무실을 벗어난 어딘가에서 쓴다. 주말 집이든, 회사 근처 카페든, 자신만의 비밀 공간이든.

사무실에선 몇 분 지나기도 전에 누가 찾아오고 전화하고 메일이나 사내 메신저로 불러서 급하지만 중요하지 않은 업무들이 쌓여갈 뿐이다.

실은, 내가 그 자리에 없다고 해서 크게 문제되는 것도 없는 일이고 실제 없어져봐도 별 일이 생기지도 않았다.

사무실에 앉아 있어서는 일의 진도도 나가지도 않고, 늘 필요 이상의 의사소통과 긴장만이 있을 뿐이다.

 

2. 프로세스를 벗어난 오발탄이 숨는 곳

모든 사무실에는 특별한 비밀 공간이 있다.

‘쌓여가는 곳’

그것이 무엇이든 – 제품이든, 샘플이든, 서류든, 쓰레기든 – 잠시 사이에 모두에게 은연중에 합의된 ‘쌓여가는 곳’이 생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가 문제제기를 할 때까지 잠시간의 안락함을 모두 누리고 있다.

보통 이런 것은 정규 업무 프로세스 밖에 있는 것들이 많다. 사고로 나가지 못한 물건, 처리 규정이 없어 떠도는 서류와 샘플, 보안에 위반이 되는지도 모르는 파일들. 사무실에 물건이 쌓이면 모두에게 잠재적인 스트레스가 생긴다. 그게 언젠가는 모이는만큼의 고민으로 다가 올 것을 알기에. 그러나 그 때까지는 지난 번 어디와 같이 또 쌓여갈 것이다.

 

3. 거기 미팅룸이 있으므로 미팅이 있다

칠판이 있고 프로젝터가 있다면 거기가 오늘의 무덤이다. 모든 역사는 미팅룸에서 이루어진다. 팀장님은 오늘도 모으고 일을 나눠주고 사라진다. 미팅룸에서의 짧지 않은 시간동안 무엇이 나아지지는 않고 일만 쌓여가는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미팅룸이 있으면 일단 잡고, 의례적으로 월요일은 일단 모이고, 실제 일하거나 외부의 기회를 포착하는 시간은 그만큼 줄어든다.

모일 때는 모으는 인건비 만큼의 생산성 있는 아젠다가 사전에 탄탄해야 한다. 미팅룸에 들어서기 전에 모두 이 내용을 알고 있고, (특히 리더) 이미 내용을 넘어서서 논의 사항을 모두의 머릿 속에 그리고 와야 되는데… 아무 것도 모르는 데 오라고 하는, 그곳이 미팅룸인가?

 


 

피터 드러커의 ‘프로페셔널의 조건’에서 사무실은 비용센터에 그친다고 했다. 답은 외부에 있으며, 사무실에서 보내는 시간 중에 생산적인 것은 손에 꼽을 정도.

그렇지만, 시내 곳곳에 우뚝 서 있는 사무실은 괜한 공간 만은 아니다. 일주일간 개별로 혹은 팀별로 출장이나 외근을 하다보면 대학생 팀플도 아니지만, ‘장소’의 필요성이 생각난다.

아예 처음부터 사무실이 없다고 가정하면 다음과 같은 이유로 사무실이 필요하지 않을까?

1. 밸류체인 조율하는 장

외부의 사업 기회는 포착 가능하지만, 우리 안의 잘못된 프로세스는 어떻게 할 것인가?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고민해야 하는 건은 시장 환경의 변화 속도에 맞게 더욱 많아진다. 매번 외부에서 다른 팀이 모여 비싼 임대료를 내거나 커피 값을 축낼 수만은 없는 일이다. 팀과 팀의 의사결정과 더 상위조직과의 소통에 시간과 장소가 일부 필요하다.

2. 중요한 지식을 보관하는 곳

회사의 재산인 지식을 쌓아두는 서버, 자료, 샘플은 보안이 필요함과 동시에 열람이 가능해야 한다. 밸류 체인을 조율하는 것이 SNS나 다른 수단으로 가능해지는 영역이라면, 시간이 지날수록 중요한 지식을 보관/보안하는 니즈는 점점 강화되고 있다. 굴지의 대기업들은 그들의 지식을 컨설팅 펌처럼 열람하고 사용하는데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일정한 장소에서 필요한 지식을 나눌 수 있는 공간, 사무실의 다른 모습일 것이다.

3. 외부 접견, 중요한 의례의 장소

비지니스에는 법인 대 법인, 법인 대 관공서로 대할 때가 많이 생긴다. 개인이라면 격식이 조정될 수 있지만, 개인 이상의 단위에서의 격식은 누가 조율하기가 어려운 사회문제이기 때문에 보수적일 수 밖에 없다. 새로운 사업의 가능성을 논의하거나, 조율이 필요한 것이라면 보안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창구가 필요하다. 또 기업 내부의 다 함께 모여 메세지를 나누는 의례들이 생긴다. 비전을 공유하는 데는 그만한 시간과 공간, 비용이 들 수 밖에 없다.

 

사무실을 가장 덜 비용을 쓰면서도 조직의 정보 공유 및 개인의 창의성을 도와 줄 수 있는 대안은 없을까?

아주 먼(?) 옛날부터 이런 고민은 있어 왔다!

 

[DBR]사무실 혁명…개인 공간 늘리고 소통은 원활하게

– 1인당 적어도 15m² 공간 확보해야

– 딱딱한 회의실이 편안한 공간으로

– 고객들을 배려하는 마음도 표현 : 회사의 얼굴 ‘로비의 갤러리 화’

그런데, 아마도 사무실이 독특해서 논쟁의 대상으로 떠오르게 만든 장본인은 ‘구글’이 아닌가 싶다.

 

 

Google’s Redesigned Amsterdam Office is Functionally Quirky

– 창의성을 고려한 휴식할 수 있는 사무실

– 직원 건강식 등 직원 복지 중심의 공간 구성

그 이후 많은 국내 기업, NGO에서 구글식의 창의성이 퐁퐁 샘솟을 것 같은 사무실 공간 구성을 시작했다. 직원들은 무미건조한 사무실의 디자인이 달라지는 것에 열광했고 기업이 혁신적이냐의 기준으로 사무실의 디자인을 꼽는 사람도 늘어났다.

이후의 트렌드는 공간을 통한 의사소통의 확장과 공유. 기업들이 벽을 허물기 시작했다.

 

 

“실리콘밸리가 사무실 벽 허문 까닭” BY 최호섭 ON 

– 직원들끼리 커뮤니케이션을 쉽게 하고 팀원, 더 나아가 전체 직원간의 유대관계를 높인다

– 전 직원이 회사의 방향에 대해 질문하고, 회사도 새로운 비즈니스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

그러나 반론도 생기고 있다. 얼마전 지상파 다큐멘터리에서도 개방형 사무실이 마냥 좋은 것만은 것은 아니라는 내용이 있었다. ZARA나 실리콘벨리의 벤쳐 기업들이 빠른 속도를 위해 전체가 공유 가능한 사무실을 만든 반면,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는다는 귀납적 사례들이 개방형 사무실을 쓰는 기업에서 여기저기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Google got it wrong.
The open-office trend is destroying the workplace.”

– 소음이 만드는 몰입 방해

– 사적인 일을 할 수 있는 규칙

– 재택근무 등 대안 공간 활용을 더 적극적으로 진행

 

 

마치며 

오늘날에도 사무실은 실험 중이다. 모바일과 대안 공간의 비중 증가로 사무실의 영역이 예전보다 덜 중요하게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그럴수록 역설적으로 사무실을 어떻게 정의하는가가 기업의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내일도 출근할 사무실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우리 스스로 공간을 재정의하고 논의를 확산시켜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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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전략 기획자의 시장 구분법
(2) 신규사업 성공의 ‘전제조건’ 
(1) 왜 우리 회사는 데이터 과학자가 없을까? 

 

PETER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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