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스타트업’하면 수평적인 문화 속에서, 변치 않는 비전을 향해 실험하고 도전하는 아름다운 모습만 생각한다. 그런데 실제로도 그런가? 오늘 소개하는 ‘하드씽’ 에서는 초지일관 전하는 메시지가 뚜렷하다.

 

 

엄청 힘들고 뜻대로 되는 것은 없을테니 죽도록 버텨라. 

 

저자인 벤 호로위츠는 실리콘밸리의 전설적인 투자자이자 창업자이다. 저자는 스타트업 경영을 하다 보면 사업 방향도 자주 바뀌고, 해고도 하게 되고, 사내 정치도 마주하고, 그래서 이게 맞나 싶을 텐데 그게 정상이라고 한다. 50~60 페이지 정도 읽다가 멈춰 놓고 에버노트에 먼저 한 줄을 남기게 되었다.

 

 

나중에 경영자가 되면 또 읽어볼 것

 

 

흔한 스타트업의 성공 방정식보다는 어떻게든 버티며 해결책을 쥐어짜내는 현실적인 리더의 모습이 보여서, 보는 내내 어깨에 긴장을 풀기 어려웠다. 이 책은 진짜 정말 진짜다.

 

 

어른과 아이의 차이는 역경을 극복하는 데 있다.

 

 

(저자가 아니라) 나는 29살에 2명의 동료와 함께 첫 창업을 했다. 취지 좋게 사회적 기업이 만드는 재료를 사용해서 미술 원데이 클래스를 진행했는데, 강남의 카페 2곳을 대여했었고 회사 다닐 때보다 월급도 좀 더 챙겼던 것 같다. 강남의 부유하고 시간이 많으신 어머니들, 문화활동이 필요한 회사원 단체 손님이 타겟이었다.

하지만 자영업을 넘지 못해 비슷한 수준의 매출이 지속되었고, 어느 날 문득 ‘이 사업이 확장성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는 클래스 101 같은 모델로 전환할 생각을 왜 못했었는지 …) 망하면 경력이 단절될 것이라는 두려움도 엄습해왔고 결국 1년 만에 사업을 정리하고 다시 회사로 들어갔다.

아직 인생에 대안이 많았던 어린 나는, 나름 대표였는데도 불구하고 어려움이 왔을 때 극복하기보다는 피하는 것이 훨씬 쉬운 선택지였다. 그런데 하드씽에 이런 말이 나온다. “위대해지고 싶다면 역경을 도전 과제로 받아들여라. 위대해지고 싶지 않다면 애초에 회사를 시작하지 말아라”. 뼈를 때린다.

 

 

사람들이 왜 그만두지 않냐고 묻고, CEO조차 도저히 답을 찾지 못할 때.

 

다음은 책에서 호로위츠가 CEO가 겪는 악전고투의 상황을 표현한 부분이다.

 

기업가들은 새로운 회사를 시작할 때면 으레 성공에 대한 명확 비전으로 중무장을 한다. 경이로운 환경을 창조하고, 가장 능력 있는 직원들을 고용할 것이다. 하지만 그러던 어느 날, 그들은 상황이 계획대로 돌아가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문득 깨닫는다…(중략)

마땅히 형성되리라 예상됐던 시장이 잘 보이질 않는다. 지인들은 자신감을 잃어 가고 있는 데다 일부는 이미 그만둬 버렸다. 그만둔 친구들이 비교적 유능한 직원들인지라, 남아 있는 친구들마지 그냥 자리를 꿰차고 있는 게 현명한지 아닌지 갈피를 못 잡는다. 현금은 곧 바닥을 드러낼 기색이다. 벤처 캐피털리스트들은 유럽발 경제위기가 닥쳐올 거라며 자금 모집이 힘들 것 같다고 말한다. 회사의 경쟁력은 땅바닥으로 곤두박질치고 있다. 충성스러운 고객도 떠나고, 훌륭한 직원도 떠나간다. 양쪽에서 거대한 벽이 좁혀 들어오는 듯한 공포감이 엄습해 온다.

 

호로위츠는 넷스케이프를 다니다 AOL에 인수된 후, 넷스케이프의 대표였던 마틴과 ‘라우드 클라우드’라는 회사를 창업한다. 실리콘밸리에 혜성처럼 등장한 신예 기업으로써, 라우드 클라우드는 캐피털들의 빵빵한 투자를 받고, 최고의 직원들을 200명 이상 고용하며 순조롭게 출발했다.

하지만 곧 닷컴버블이 꺼지기 시작했고, 어디서도 자금을 구할 수 없자 낮은 공모가에 어쩔 수 없이 IPO를 진행했다. 그리고 그마저도 충분치 않아 ‘옵스웨어’라는  소프트웨어만 하나 남긴 채 회사를 매각하고 직원의 절반을 해고하게 된다. 5년 뒤 HP에 인수되기까지 계속해서 이와 같은 악전고투를 반복하게 된다. 그리고 악전고투에 해법은 없지만, 도움이 될만한 방법은 몇 개 있다고 한다.

 

  • 모든 것을 혼자 짊어지려고 하면 안 된다. 실망을 두려워하지 않고, 어려움을 최대한 많은 사람을 모아 천명하고 해결책을 강구하는 게 옳은 방식이다.
  • 체스판에는 어떻게든 수가 있다. 기술 업계의 복잡성으로 인한 숱한 위기만큼, 빠져나올 수 있는 방법도 다양하다.
  • 최대한 오래 버티면 운이 따라줄 수도 있다. 기술 업계의 내일은 오늘과 딴 판 일 수도 있다.
  • 감정적으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 회사가 어렵다면 CEO의 실수일 가능성이 크나, 모든 CEO가 많은 실수를 저지른다. 낙제점을 주며 자책하는 것은 아무 도움도 안 된다.
  • 마지막으로, 앞서 말한 것처럼 어른과 아이의 차이는 역경을 극복하는 데 있다. 역경을 극복할 생각이 없었다면 애초에 회사를 시작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리고 어려운 상황 가운데서도 극도의 솔직함을 강조한다. 자금난으로 직원들을 해고할 때도 마찬가지인데, ‘우리는 이 어려움을 딛고, 사업을 단순화하며, 기회로 삼아 …’라는 식으로 메시지를 흐리지 말라고 한다. ‘회사가 잘못했고, 그럼에도 앞으로 나가기 위해서 탁월한 직원들을 잃을 수밖에 없다’가 정답이라는 것이다.

 

 

위대한 리더는 타고나는 것인가? 만들어지는 것인가?

 

 

호로위츠는 버티라는 말 외에도 위대한 리더가 되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할 것을 강조한다. 그는 리더라면 아래의 세 가지 능력을 갖추어야 하며, 분명히 노력을 통해 성장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 비전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는 능력 – 직원들이 회사일을 지속하는 게 재정적으로 부족하다고 느낄 때조차 떠나지 않게 할 정도의 설득력. 어떤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뛰어난 스토리텔러임은 분명하지만, 누구나 집중하고 노력하면 비전 제시 능력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모든 CEO는 비전을 제시하는 능력을 연마하는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 관심과 배려 – CEO가 자기 자신보다 직원을 더 신경 쓰고, 그로 인해 직원들이 ‘내 회사’라고 생각하게 하는 능력. 이런 특성이 학습 불가능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가르치는 것이 불가능함은 확실하다. 3가지 중에서 가장 ‘타고나는 특성’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 비전을 성취하는 능력 – 그 자신의 역량을 말하며 이것은 분명히 학습이 가능하다. 역량을 키우는 데 때로 장애물로 작용하는 것은 자신감이다. 리더는 결코 지나치게 자신만만해서는 안 된다. 자만에 빠진 사람은 기량을 향상시키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제품관리자를 위해서도 “좋은 제품관리자 vs 나쁜 제품관리자”라는 글을 썼다. 하드씽보다 더 많이 회자되고 있는 것 같아 아래에 첨부한다. (이전에 정리한 ‘인스파이어드’라는 책에도 이 글이 인용되었다)

 

 

좋은 제품 관리자는 ‘제품의 CEO’와도 같다. 시장, 제품, 제품 라인, 경쟁 업체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고 있으며, 확실한 정보와 자신감을 가지고 움직인다. 또한 제품의 성공에 대한 책임감을 지니며 제품의 성공을 기준으로 스스로를 평가한다.

좋은 제품 관리자는 올바른 제품을 적절한 시기에 출시하고 그에 수반되는 모든 사항에 책임질 줄 안다. 회사 상황, 매출, 시장의 경쟁 등 제품을 둘러싼 맥락을 이해하고 효과적인 전략의 수립과 실행을 책임진다. 그리고 어떤 경우에도 변명을 늘어놓지 않는다. 나쁜 제품 관리자는 변명과 핑계를 입에 달고 산다. ‘예산이 부족해.’ ‘엔지니어링 팀장이 멍청한 탓이야.’ ‘마이크로소프트에는 우리보다 10배나 많은 엔지니어들이 있다구.’ ‘요즘 내게 할당된 일이 너무 많아.’ ‘상사가 제대로 방향을 잡아 주질 않아’등 핑계도 다양하다. CEO가 이런 종류의 변명을 늘어놓아서는 안 된다면 제품의 CEO 역시 마찬가지다.

좋은 제품 관리자는 적시에 훌륭한 제품을 출시하기 위해 협력해야 하는 다양한 부서와의 상호작용에서 불필요하게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 그들은 제품 팀의 소중한 시간을 허비하지 않는다. 다양한 기능을 관리하지도 않는다. 그들은 엔지니어링 팀의 심부름군이 되지 않는다. 좋은 제품 관리자는 제품 팀의 일부분이 아니라 제품 팀 자체를 이끄는 리더다. 엔지니어링 팀은 좋은 제품 관리자를 마케팅을 위한 도구로 여기지 않는다.

좋은 제품 관리자는 목표를, 즉 ‘무엇’에 초첨을 맞춰야 할지를 정확히 알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애쓴다. 나쁜 제품 관리자는 ‘어떻게’를 이해하는 데 그친다. 좋은 제품 관리자는 서면이나 구두로 엔지니어링 팀과 정확하게 의사소통한다. 또 비공식적인 지시를 내리지 않으며 비공식적으로 정보를 수집한다.

좋은 제품 관리자는 세일즈 팀, 마케팅 팀, 임원들이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부수적 사항과 문답 자료(FAQ), 보고서를 만들어 프레젠테이션을 수행한다. 나쁜 제품 관리자는 세일즈 팀이 궁금해 하는 내용에 답해 주느라 하루 종일 시달렸다고 불편한다. 좋은 제품 관리자는 제품의 중요한 결함을 미리 예측하고 실제적인 해결책을 구상한다. 나쁜 제품 관리자는 늘 사태가 터진 뒤에 수습하느라 바쁘다.

좋은 제품 관리자는 중요한 문제들에 대한 관점이나 입장을 문서로 정리해 둔다. 경쟁력 제고를 위한 묘책, 아키텍처에 관한 어려운 선택, 제품에 대한 힘든 결정 사항, 공략하거나 퇴거해야 할 시장 등이 그런것이다. 나쁜 제품 관리자는 자기 견해를 입으로 떠들기만 하고 ‘권력자’가 허용치 않아서 자기 계획을 실행할 수 없다고 불평한다. 그리고 실패를 할 때마다 ‘그럴 줄 알았다’고 말한다.

좋은 제품 관리자는 수익 창출과 고객 관리에 집중하도록 팀원들을 이끈다. 나쁜 제품 관리자는 팀원들이 경쟁 업체가 얼마나 많은 기능을 개발하고 있는지에만 집중하게 만든다. 좋은 제품 관리자는 노력을 쏟아 구현할 수 있는 좋은 제품을 정의한다. 나쁜 제품 관리자는 실제로 구현하기 힘든 좋은 제품을 정의하거나, 엔지니어들이 원하는 대로 만들게 내버려 둔다. 그럼으로써 가장 어려운 문제를 엔지니어 팀에 떠넘긴다.

좋은 제품 관리자는 제품 기획 단계에서 시장에 제공할 최고의 가치를 고민한다. 그리고 시장 진출 단계에서는 시장 점유율과 매출 목표를 달성할 방법을 궁리한다. 나쁜 제품 관리자는 가치 전달, 경쟁력 특성, 가격 정책, 제품 보급 등에 대해 혼란스러워 한다. 좋은 제품 관리자는 문제들을 분석하지만, 나쁜 제품 관리자는 모든 문제들을 긁어모다 더 커다란 문제로 부풀린다.

좋은 제품 관리자는 언론에 보도되길 원하는 제품 스토리가 무엇일지 생각한다. 나쁜 제품 관리자는 언론에 제품의 기술적 기능들이 빠짐없이 정확히 소개되기만을 원한다.

좋은 제품 관리자는 언론에 질문을 던진다. 나쁜 제품 관리자는 언론에서 던지는 질문에 무조건 대답한다. 좋은 제품 관리자는 기자와 애널리스트들이 똑똑하다고 가정한다. 나쁜 제품 관리자는 기자와 애널리스트들이 멍청하다고, 제품에 적용된 기술의 미묘한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고 가정한다.

좋은 제품 관리자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명확성을 추구한다. 나쁜 제품 관리자는 뻔한 것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좋은 제품 관리자는 자신이 할 일과 성공을 스스로 정의한다. 나쁜 제품 관리자는 해야 할 일을 지시받길 기다린다.

좋은 제품 관리자는 자기 관리가 잘되어 있어서 현황 보고서를 매주 제시간에 제출한다. 나쁜 제품 관리자는 자기 관리가 엉망이기 때문에 현황 보고서 제출 시간을 자주 잊어버린다.

 

 

 

그냥 이겨, 친구.

 

호로위츠가 마지막으로 CEO에게 하는 가장 큰 조언은 이거다. “아무도 신경 안 쓰니까, 그냥 팀을 이끌어라

실패의 이유는 누구도 신경 쓰지 않으니 지난 일을 후회하거나 힘듦을 알아주길 바랄 시간에, 그냥 어떻게 해결할지 1초라도 더 고민하는 게 리더의 역할이다. 냉정하지만 맞는 것 같다.

 

 

+ 이상적인 스타트업 성공 방정식에 익숙해져있다면, 이 책과 더불어 링크드인의 CEO인 리드 호프만이 쓴 ‘블리츠 스케일링’을 읽어보는게 좋다. 뒤통수를 제대로 맞을 수 있는 좋은 책이다. 가능하면 브런치에 리뷰를 남겨봐야겠다.

 

 

 

도니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