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받은 0.01%의 세상

‘전략 컨설팅’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나요?

세상에는 수많은 컨설턴트가 있지만 (부동산, 창업, 자소서, 주식, 입시… 심지어 헤어 스타일 컨설팅까지 있다!) ‘전략 컨설팅’에 대해 들어본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혹은 전략 컨설팅을 어렴풋이 알고 있다고 해도, 실제 정확히 어떤 사람들이 어떤 일을 하며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사람은 극소수일 확률이 높습니다. 그만큼 세간에 잘 알려져 있지 않고, 베일에 싸여 있는 신비로운 직군이기 때문입니다.

 

세상은 넓고 컨설팅은 많다

 

오늘 이야기하려는 ‘전략 컨설팅’은 이런 컨설팅이다

 

오늘 이야기하고자 하는 ‘전략 컨설팅’은 경영 진단, 전략 수립, 조직 개선 등 국내외 유명 기업의 ‘두뇌’가 되어 경영자를 돕고 기업 전체 방향성을 함께 설계해 나가는 경영 전문가 집단을 말합니다.

컨설팅 펌에도 여러 업체가 있는데 경영 전략 분야에 있어서 글로벌 Top 3 펌을 꼽으라고 하면 단연 맥킨지, BCG, 베인입니다.

나열된 순서대로 가장 전통이 있고, 규모도 큰 업체라고 보면 됩니다. 글로벌 전체로 봤을 때 맥킨지의 매출은 BCG의 2배, BCG의 매출은 Bain의 2배 정도이고요. 다만 국가별로는 좀 차이가 있어, 한국의 경우에는 세 업체 간 전문 분야에 차이는 있지만 전체 매출 규모 격차는 훨씬 적은 편입니다.

국내 전체 근로자가 3천만 명 정도인데, 현시점 기준 오직 300명 정도만이 글로벌 Top 3 펌에서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습니다. 매년 Top 3 펌에서 뽑는 인력을 다 합쳐도 보통 20-50명 내외, 한국에서 컨설팅업이 30년 전 시작해서 점진적으로 지금의 모습으로 성장해온 것을 고려하면 현·전직 다 포함해도 Top 3 펌 출신 컨설턴트는 1천 명이 될까 말까 할 것 같네요.

말 그대로 0.01% 이하의 (0.001-0.01% 어느 사이일 것 같지만 편의상 0.01%라고 하겠다) 세상인 것입니다. 저도 처음에 취업했을 때 아버지가 ‘그게 도대체 무슨 회사냐? 대기업 가야지 100명밖에 없는 회사 괜찮겠니?’라고 하시며 걱정하셨던 기억이 있네요.

0.01%의 인재20대 억대 연봉각종 신화와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다니는 컨설턴트, 도대체 어떤 사람들인 것일까요?

 

그들은 생각보다 멀리 있지 않다!

요즘은 10-20년 전보다 컨설팅 출신 인재들이 많아졌고, 컨설턴트들이 유명한 스타트업이나 글로벌 펌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경우도 많아 전략 컨설팅에 대한 인지도가 서서히 올라가고 있다고 느낍니다. 

티몬, 마켓 컬리, 영단기, 리멤버처럼 컨설팅 출신이 창업해서 성공시킨 스타트업도 많아졌고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SAP, IBM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의 한국 지사 대표도 컨설팅 출신들로 채워지는 경우도 자주 존재하죠.

 

우리가 아는 그 회사들이 맞다

 

특히 컨설턴트들의 스타트업 이직이 잦아지면서 소위 좀 잘 나간다는 스타트업에는 컨설팅 출신이 1-2명 이상 채용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컨설턴트들이 과거에는 주로 후방 조력자 역할을 맡아 왔다면, 최근에는 본인들이 직접 최전선에 나가 발에 흙을 묻히며 실제 세상에서 본인들을 증명하기 위해 노력하는 분위기인데 개인적으로는 몹시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봅니다.

그렇다면, 컨설턴트들은 어떤 사람들이길래 이렇게 화제와 이슈의 중심에 항상 서있는 것일까요?

 

도대체 어떤 사람들?

글로벌 Top 3 펌 기준, 앞서 말한 바와 같이 0.01%만이 선택받는 업이다 보니 인재 퀄리티에 대한 기준이 정말 높습니다.

컨설팅 펌들은 단순히 이력서에 적히는 스펙뿐만 아니라, 강도 높은 인터뷰 프로세스를 통해 원하는 수준의 인재를 뽑기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매년 수천 명이 글로벌 Top 3 펌에 지원하는데, 이 중 1-2% 정도만의 합격되므로 1:100 가까운 경쟁을 뚫어내야 하는 것이죠. (심지어 탈락하는 99%도 만만한 후보자들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컨설팅 펌 입사에 성공했고, 또 3-4년 이상 생존해냈다면 그 사실 자체가 해당 인재의 역량을 증명하는 하나의 인증 마크가 되곤 합니다.

컨설턴트의 역량에 대해서는 많은 구설수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인정하는 부분은 ‘종합적 판단 능력’, ‘문제 해결 역량’, ‘구조적 사고력’, ‘커뮤니케이션’, ‘빠른 학습 속도’, ‘높은 숫자 감각’ 등 Generalist 적인 요소들입니다.

최근 IT 스타트업에서 주목받는 개발자, 기획자, 디자이너, 마케터 같은 전문직과는 다르지만 기업에는 Generalist가 필요한 직군이 분명히 있고, 사람별로 편차가 있을 수 있으나 컨설턴트들은 전반적으로 Generalist로서는 훌륭한 기질을 보유한 분들이 많습니다. 이 때문에 IT 스타트업이라고 하더라도 요즘은 공격적으로 컨설턴트 출신들을 채용하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IT 스타트업 이직 시 경력이 있는 경우 임원직을 맡기도 하지만, 나이가 어리면 보통 전략팀이나 PO, 사업 개발, 경우에 따라서 마케팅을 맡기도 합니다. 아니면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아예 본인이 창업자가 되어 스타트업을 직접 설립해서 성공시키는 빈도도 훨씬 많아졌어요.

Top 3 컨설팅 펌은 명시적으로 적어 두지는 않지만 (사실 어느 회사나 마찬가지이겠지만) 채용 시 학벌을 중요하게 보기는 합니다. 국내에서는 상위 5개 대학교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카이스트, 포항공대) 출신이 아니면 합격하는 경우가 이례적이죠. 치열한 입사 경쟁률과 업무 강도를 생각하면 기준이 높을 수밖에 없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기도 합니다. 특히 컨설팅 업의 특성상 날고 기는 대기업 실무진과 임원진에게 ‘조언’을 해야 하는데, 컨설턴트가 스펙이나 역량이 부족해 보인다면 어떤 고객사도 컨설턴트의 조언을 귀 기울여 듣기는 쉽지 않을 거예요. 실력주의 사회에서 이게 웬 말이냐고 하겠지만, 어느 정도 겉으로 보이는 스펙이 중요할 수밖에 없는 잔혹한 현실도 마냥 회피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20대 억대 연봉 = Fact

 

연봉 1억, 빠른 직군 vs. 느린 직군 | 컴퍼니 타임스의 비즈니스 뉴스, IT/웹/통신 0.0 평점 | 잡플래닛

 

‘컨설턴트 = 억대 연봉’이라는 인식이 강한데 틀린 말은 아닙니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첫 입사 때는 대기업과 비슷하거나 약간 높은 수준인데 3-4년 차 정도 되면서 급격하게 연봉이 상승하는 구조라고 보면 됩니다. 경력 대비 소득 수준을 비교한다고 하면 대충 아래 정도의 느낌일 것 같습니다. (물론 최근 직군별 연봉 체계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대기업도 산업별로 천차만별이라 일반화할 수는 없다.)

Top-tier 의사, 변호사, 투자사 > Top-tier 컨설턴트 또는 Mid-tier 의사, 변호사 > Top-tier 회계사 또는 Mid-tier 컨설턴트, 투자사  ≥ 대기업, 스타트업

요즘은 대기업 급여도 많이 상승했고, 유명한 스타트업은 높은 연봉과 스톡옵션을 주고 컨설턴트들을 공격적으로 채용 중이기 때문에 컨설팅 업의 연봉 메리트는 예전보다 많이 줄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20대 후반-30대 초반의 젊은 친구들이 본인의 몸값을 억대 이상으로 만들기 위해 3-5년 정도 머물렀다 떠나는 경우가 많아요. 오랜 기간 버텨서 파트너급까지 올라가면 연봉이 서울 중위권 아파트 값 정도로 올라가는 경우도 있지만, 인내해야 하는 시간도 길고 업무 강도도 높은 데다 결정적으로 오랜 기간 근무한다고 해서 반드시 파트너급이 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대부분 원하는 수준으로 본인의 몸값을 올리고 나면 스톡옵션을 노리고 스타트업으로 가거나, 직접 스타트업을 차려서 더 높은 업사이드를 노리는 경우가 점차 많아지고 있습니다.

 

업무 강도,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

컨설턴트는 주로 1-3달 단위의 프로젝트에 4-6명 규모로 팀을 이뤄서 일합니다. 아침 9-10시에 출근해서 평균 퇴근 시간은 자정이고, 프로젝트가 힘든 경우 새벽 2-3시 퇴근이 일상이 되기도 하죠. 1주일 근무 시간이 적을 때는 60-70시간, 많으면 80-100시간에 근접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연봉이 높은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시급 보존의 법칙

컨설턴트가 하는 일은 주로 고객사가 경영 전략과 관련된 특정 주제를 던지면 (기존 사업 문제 해결, 신사업 기획, 조직 개편 등) 이에 대한 답을 찾는 일입니다. 과거 유사 프로젝트 경험, 산업별 전문가 인터뷰, 고객사 인터뷰, 문헌 조사 등 각종 내·외부 리서치를 통해 정보를 얻는데 사실 중요한 건 정보의 양이나 질뿐만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종합적으로 해석하고 액션 플랜으로 만들어내는지입니다. (흔히 말하는 ‘구조화’, ’ 80-20’, ‘로지컬 싱킹’ 같은 단어가 여기서 비롯됐는데 이건 여기서 이야기 다 하려면 너무 길어지니 나중에 다른 글에서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여하튼 고객사에서 최소 5-10년 혹은 그 이상 경력을 쌓은 사람들도 쉽게 답을 찾지 못하는 문제에 대해 1-3 달이라는 제한된 시간 안에 아웃풋을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에, 업무 강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 것이 전략 컨설팅의 현실입니다.

조금 더 여담을 풀자면, 컨설턴트에게 의뢰가 날아올 때는 고객사가 어느 정도 답을 가지고 있지만 내부적으로 합의나 정리가 되지 않아서 그걸 컨설턴트에게 부탁하는 경우도 많고 (이게 무슨 충공깽 같은 소리냐고 하겠지만 조직이 100명 단위로만 커져도 회사가 앞으로 뭘 했으면 좋겠는지에 대한 생각이 서로 다 엄청나게 달라집니다. 하물며 천 명, 만 명 단위의 대기업이 되면 어떨까요? 누군가 확실한 로직을 가지고 우선순위를 정해주지 않으면 의사 결정이 쉽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신사업의 경우에는 기존 조직원들도 잘 모르는 영역이므로 외부 컨설팅을 요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혹은 사모펀드와 같은 전문 투자 기관에서 투자나 M&A 시도 시 기업 가치 산정을 위해 컨설팅의 도움을 요청하기도 합니다. 투자자들이 모든 산업, 모든 회사에 대해 깊이 있는 지식을 가지기는 어렵기 때문에 사업적인 평가 요청을 위해 컨설팅 펌을 쓰는 것이죠. 최근에는 시장에 돈이 점점 많이 풀리고 전문 투자 기관이 많아져서 이런 기업 실사 프로젝트도 점점 많아지는 추세입니다.

 

해당 콘텐츠는 Man on the Grid님과 모비인사이드의 파트너쉽으로 제공되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