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최앤리 법률사무소의 최철민 변호사입니다.

스타트업 대표가 어느 날 걱정 가득한 얼굴로 최앤리를 찾아왔습니다.

 

“최변호사님, 난감한 일이 생겼어요. 지난 3년 동안 보릿고개 넘으면서 이제야 회사가 영업망도 갖춰지고 궤도에 올랐는데요, 얼마 전에 들어온 영업팀장이 갑자기 경쟁업체로 이직하려는 것 같아요, 영업망을 다 들고서요. 영업팀 입사 때 그래도 전직금지계약서를 썼었는데요. 여기에 3년 동안 이직 금지 조항을 두었거든요. 이걸로 어떻게 이직을 못하게 막을 수 없을까요?”

 


 

#  스타트업이고 대기업이고 영업비밀은 목숨 같은

 

설립된 지 1년밖에 안된 기술 스타트업뿐 아니라 삼성 같은 굴지의 대기업에도 영업비밀이란 목숨과도 같은 생명줄일 거예요. 특히 스타트업이 믿을 만한 것은 오직 기술과 영업비밀 뿐이죠. 그 기술과 영업비밀은 특히 ‘사람’ 안에 있습니다. 그래서 스타트업에서 영업비밀 등을 갖고 있는 핵심 인력이 다른 회사로 빠져나간다는 것은 회사 존립이 위태로울 수 있는 심각한 일이죠.

사실 영업비밀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은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처음부터 영업비밀보호센터 영업비밀을 등록하는 방법부터 최후의 수단으로 부정경쟁방지법에 따른 민형사상 소송에 이르기까지 각 단계에 따른 여러 대응 방법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 전직금지약정은 영업비밀에 관한 다툼 중에서 가장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앞선 사례와 같이 회사들이 직원들과 근로계약을 맺을 때 근로계약서와 함께 전직금지약정서 또는 ‘비밀유직계약서를 작성하기 때문이죠. 자 그렇다면 처음에 질문했던 전직금지계약 유효할까요? 직업의 자유가 있는 자유로운 대한민국에서요?

 

 

 

 

# 직업선택의 자유 VS 계약의 자유

 

우리나라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입니다. 그 자유의 핵심 중 하나가 계약의 자유‘ 입니다. ‘전직금지약정’도 양 당사자의 자발적인 의사로 이루어진 계약이니 기본적으로 유효합니다. 단, 원칙에는 늘 예외가 있지요! 헌법에서는 직업 선택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기 때문이죠.

 

헌법 제15조 – “모든 국민은 직업 선택의 자유를 가진다.

 

당사자 간 계약의 자유 역시 헌법의 기본권으로 보장되지만, 일방의 직업 선택의 자유라는 다른 기본권을 침해하는 경우에는 “기본권 충돌”이 일어납니다. 이 경우 계약의 자유가 “법률”로 어느 정도 제약되기도 합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전직금지약정(계약의 자유) 것이죠

 

 

# 판례가 말하는 전직금지약정이 유효하기 위한 4가지 요건

 

전직금지약정 유효성에 대한 대표 판례를 간략히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경업금지약정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약정이 헌법상 보장된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권 등을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자유로운 경쟁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경우에는 민법 제103조에 정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라고 보아야”

 

판례를 보다 보면 “그래서 어쩌라는 거야?”,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인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때 그때 다르기도 합니다. 그 만큼 실제 상황은 제 각각이고 구체적인 사정이 다릅니다. 그래서 대법원도 비슷한 사례가 반복되면 일관성 있는 기준을 세우려고 합니다.

물론 전직금지약정도 판단하는 기준이 있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전직금지약정’에 대한 유효성 분쟁이 많았고, 결국 대법원이 그 기준을 명확히 정했습니다.

 

 

1. 보호할 가치가 있는 영업비밀

 

 대법원 판례원문입니다. “‘보호 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이라 함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제2조 제2호 에 정한 ‘영업비밀’뿐만 아니라 그 정도에 이르지 아니하였더라도 당해 사용자만이 가지고 있는 지식 또는 정보로서 근로자와 이를 제3자에게 누설하지 않기로 약정한 것이거나 고객관계나 영업상의 신용의 유지도 이에 해당

보호할 가치가 있는 영업비밀이라는 것 자체가 좀 애매합니다. 그래도 누구나 별다른 노력과 비용을 쓰지 않고 얻을 수 있는 정보는 그야말로 영업비밀이 아닐 겁니다. 

법원도 보험회사 지점장이 보유한 고객의 개인적 인적사항은 보험회사의 배타적인 영업비밀이라고 볼 수 없다고 봤습니다. 대법원은 ‘보호할 가치가 있는 영업비밀’이란 취급하는 자만이 알고 있는 정보이고, 제3자에게 누설하지 않기로 약속한 정보이면 ‘전직금지약정’의 영업비밀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2. 근로자의 퇴직 지위

 

신입사원이나 또는 중요한 정보를 다루지 않는 지위에 있을 경우에는 ‘전직금지약정’이 무효일 수 있습니다. 자기가 낮은 직급이고 별다른 중요한 정보를 다루지 않는 위치라면 전직금지약정이 있어도 무효일 수 있다는 것이지요. 

실제 사례에서는 반도체회사와 대학교 산학협력단의 협력 계약에 따라 근무하게 된 대학원생은 영업비밀을 다루는 지위와 업무에 종사한다고 하여 전직금지약정을 인정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근로자가 퇴직할 때 회사나 사장의 책임이 있을 경우 즉, 부당해고일경우에는 ‘전직금지약정’의 효력이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3. 이직 금지 기간

 

전직 금지 기간이 가장 중요합니다. 전직금지약정이 기간 때문에 무효(혹은 일부인정)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법은 상식의 최소한입니다. 막 5년, 10년 이직을 못하게 하는 경우라면 상식적으로 노예 계약처럼 느껴집니다. 대법원은 대체적으로 1년 정도를 합리적인 기간으로 보고 있습니다. 

물론 매우 중요한 영업비밀을 취급하고, 회사가 그 비밀보호 대가로 보상을 잘해주는 등 특별한 상황이 인정되면 1년 이상 이직이 금지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주의해야 할 점은 그 기간이 길다고 해서 무조건 ‘전직금지약정’ 전부가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 기간이 축소되어 인정되는 것이죠. 예를 들어 3년 기간을 1년만 인정하기도 합니다.

 

4. 대가의 제공

 

‘직원님아, 너가 이러이러한 위치에서 저러저러한 영업비밀을 취급하고 있으니깐 지금은 물론 퇴사하고서도 비밀을 좀 지켜줘,,, 그 명목으로 돈도 더 주고, 연수도 더 보내줄게’라는 겁니다. 비밀유지수당, 해외연수기회, 퇴직위로금, 퇴직생활보조금 등등 일반적인 급여 외에 별도의 대가 제공을 말합니다. 대가의 제공은 논란이 좀 있는 부분인데, 결국 회사에서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했는지를 판단하려는 것입니다.

‘전직금지약정’ 자체는 회사와 사용자를 위한 것이지만 제가 말씀드린 위와 같은 제약들은 ‘근로자’가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정보이니 유념하시길 바랍니다.

 

 

최앤리법률사무소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