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계약이 전부가 아니다

 

 중소기업 사장에게 고민거리를 물어보면 매출이나 자금 문제 등을 주로 이야기를 합니다. 특히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는 현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러하겠지요. 이에 더해 사장이 가진 다른 고민거리가 바로사람문제입니다. 

 의외로 많은 중소기업 사장들이 ‘우리 회사 규모에서 이 정도 급여 수준과 복리후생이면 충분하다.’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연히 그 수준에 맞는 직원을 채용할 수밖에 없고 입사 지원을 하는 직원도 그 수준을 수용하기에 지원을 하게 됩니다. 

 말하자면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셈입니다. 직원 채용 후 근로계약서나 연봉계약서에 서명하면 고용관계가 맺어집니다. 사장도 계약 내용을 충실히 이행하면 역할을 다한다고 생각하죠. 고용을 한 직원에게는 회사에 최대한의 능력을 발휘해 줄 것과 애사심을 원합니다. 

 일단 직원을 채용하긴 했는데 밥값을 하기는커녕 이기적인 요구만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매사에 불평불만인 직원도 있죠. 회사에 어려움이 생기면 이를 남의 일인 양 외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회사에 만족하지 못하고 갑자기 회사를 떠나 버리기도 합니다. 사장은 이런 직원들을 대할 때마다 난감하고 분노하게 됩니다. ‘ 최선을 다했는데 도대체 뭐가 문제인가?’라며 고민에 빠집니다.

 

 

심리적 계약심리적 계약 위반?

 

 

 

 

 회사를 운영하는 사장이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우리가 맺는 ‘고용계약’ 외에 눈에 보이지 않는 ‘심리적 계약’이란 것이 있다는 것을요. 심리적 계약이란 문서로 기록된 것은 아니지만 회사와 직원이 서로에 대해 갖는 주관적 믿음을 말합니다서로에게 기대하는 바가 있다는 것이죠. 회사는 직원에게 능력 발휘와 열정, 헌신을 요구합니다. 직원들은 회사에 공헌하고 열심히 일하면 ‘회사가 이 정도는 해주겠지’하는 막연한 기대감을 품습니다. 이 심리적 계약에 상처 받는 것은 사장보다는 직원일 경우가 많아 주로 직원들의 입장에서 많이 이야기됩니다. 

 심리적 계약이 중요한 이유는 직원들은 회사에 공헌하는 만큼 보상이 주어질 것이라고 기대할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행동을 하기 때문입니다이를 위해서는 회사가 공정성을 유지하고 직원들을 존중하려 한다는 신뢰가 전제되어야 합니다. 

심리적 계약은 여러 가지 이유로 깨지기도 합니다이를심리적 계약 위반이라고 합니다. 직원들은 회사에 대한 기대감이 무너질 , 회사가 약속된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느낄 계약 위반이라고 생각합니다. 

 납득할 수 없는 인사, 복지나 급여 감축, 상사의 갑질, 부정부패나 비리, 일방적 해고 등을 보며 그런 느낌을 갖습니다. 또한 독단적 경영을 하거나, 회사가 어떤 방향으로 가겠다는 사장의 의지가 안 보이면 직원들은 실망하게 되죠. 직원들의 능력 개발에 대한 무관심도 불만을 갖게 합니다. 심리적 계약 위반은 직원들의 사기와 생산성 저하로 이어집니다. 일에 대한 만족도를 떨어뜨리고 누구도 회사를 위해 일하려 하지 않습니다. 

 이와 같은 부정적 효과는 직원들에게 빠르게 전염된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예컨대 비록 자신이 대상자는 아니더라도 동료나 상사 또는 후임이 일방적 해고, 조기 퇴직 강요를 당하는 것을 보며 심리적 충격을 받습니다. ‘나도 언젠가 저렇게 될 수 있겠지.’라는 불안감과 냉소적인 감정이 조직 전체에 퍼지게 되는 거죠. 결국 회사의 성과는 떨어지고 직원들이 회사를 떠나는 결과를 낳게 합니다.

 

 

 고용 계약만 믿지 말고 심리적 계약부터 챙겨라

 

 

 

 

 문제는 이러한 부분을 서로가 이해를 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자신의 입장에서만 생각하니 오해를 낳습니다. 사장은 직원들의 불평불만과 이기주의, 능력 없음을 탓하고 직원들은 사장의 잘못된 회사 운영, 사고방식 등을 탓합니다. 

 사장은 서로의 생각이  다름을 이해하고 자신을 성찰해 봐야 합니다. 회사의 규정과 시스템도 다시 한번 정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과연 직원의 기대치를 충족시켜 주고 공정하게 운영되고 있는가를 확인해야 하는 것이죠. 직원들에게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 합니다. 

 매월 월급을 챙기듯이 직원들의 심리적 부분을 들여다봐야 합니다. 기껏 월급 주고 원망만 듣는다면 사장만 손해를 보는 것이죠. 최악의 경우 직원들은 회사를 떠나면 되지만 사장은 회사를 포기할 경우까지 생기는 것입니다. 

 이에 더해 사장은 평소 징징대거나 냉소적인 직원을 무시하기보다 직원의 말을 귀담아 들어 보세요보통 이런 직원이 ‘상자 속의 썩은 사과’라고 잘못 알고 있기도 합니다. 하나 불평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회사에 대한 애정이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의 말에서 현재 회사가 처한 문제점을 알아낼 수도 있습니다. 만약 사장이 불평의 원인을 알아낸다면 사과 상자 전체가 썩지 않도록 귀중한 정보를 알려 줄 수도 있는 것이죠.

 IMF 이후 성과주의, 연봉제 등으로 인해 금전적 요소가 중요한 것으로 생각되었지만 이제는 직원의 심리적인 측면이 더 중요시되고 있습니다. 사장도 직원 탓만 하지 말고 심리적 계약을 회사 운영의 요소로 간주할 필요가 있습니다. 직원과 대화를 통해 세심하게 심리까지 살피는 경영을 해야 하는 거죠이를 통해 조직 안정과 더불어 더욱 강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기업시스템코디(조현우) 님의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