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일부터 중국에 모바일 게임을 내려면 판호를 받아야 하는 것이 의무가 되면서 많은 외산 게임들의 중국진출이 어려워졌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몇몇 퍼블리셔들은 중국이 아닌 일본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하지만, 일본 시장진출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도쿄브랜치는 일본진출을 희망하는 한국 기업들을 지원하고 있다. 법인설립, 현지화 과정 등의 실무를 현지에서 서포트하고 있다. 이곳의 김상하 대표(사진)는 게임에 관해서라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고등학생 때부터 게임관련 글을 썼으며 군 제대 이후에는 아하피씨, 하우PC에서 기자로 일하기도 했다. 이후 엠포마(현, 핸즈 온 모바일)에서 게임 개발을 했으며, YNK 재팬에서 로컬라이징과 게임 서비스 기획을, 록웍스(현, 아사쿠사게임즈)에서는 포털 기획, 게임 서비스, 게임 개발, 운영 등의 업무를 했다.

일본 진출을 꿈꾸는 모바일 게임 퍼블리셔들은 무엇을 고려해야 할까? 십여 개의 모바일 게임을 개발한 김상하 대표를 통해 일본 모바일 게임시장을 알아보았다.

김상하 대표

김상하 대표: “중국이 일본보다 GDP가 크다고 하는데 버블이 많이 끼어 있죠. 일본은 이미 한 번 버블이 꺼진 상태입니다. 콘텐츠나 소비재 쪽에서 시장이 크고 돈의 흐름이 좋아요. 그래서 일본에서 성공하면 정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대박이 납니다.

김상하 대표는 일본 고유의 특성상 초반부터 큰 성과를 얻긴 힘들다며,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브랜드의 평판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했다.

김상하 대표: “일본에 진출하고 싶으면 현상이 아닌 시장을 보아야 합니다. 일본은 결론이 나기에 오래 걸립니다. 초반에 실패하면 다들 사업을 접죠. 사실 일본은 브랜드가 긍정적으로 인식되기만 하더라도 큰 성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브랜드 히스토리를 잘 쌓고 디테일에 집중해야 합니다. 일본에서 평판이 나쁘게 끝나면 재기하기 쉽지 않아요. 그래서 일본에서 실수했던 몇몇 중국 기업들이 일본에 재기할 때 브랜드명을 바꾸고 옵니다. 일본의 잘 된 회사를 보면 사업적으로 실패했어도 서비스는 유지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서비스 유지가 경제적으로 나아서 일 때도 있지만, 유저의 신뢰도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김상하 대표는 컨설팅을 진행하며 일본에서 실패를 시장분석이 아닌 시장 탓으로 돌리는 몇몇 한국 기업을 보며 안타까운 적이 많았다고 한다. 일본생활 11년차인 김상하 대표에게 한국 기업이 일본 진출 때 자주 실수하는 부분, 그리고 주의해야 할 점에 관해 물었다.

 

#한국 기업이 실수하는 것들

1) 디테일(번역)

김상하 대표: “한국 게임사가 일본에 들어올 때 다들 현지화를 합니다. 캐릭터도 바꾸고, 음성도 바꾸죠. 근데 더 디테일 해져야 해요. 특히 번역 부분에서 조심해야 합니다.

일본인에게 번역 오류는 버그에요. 한국인은 크게 신경 쓰지 않죠. 일본인들은 ‘그 작은 오류도 버려둔다면 어떻게 게임을 잘 만들 수 있나?’라고 생각합니다. 반면, 한국인은 ‘업데이트 등 큰 게 더 중요하지 작은 오류는 나중에…’라고 생각해요. 이렇게 인식이 다릅니다.

일본의 게임전문 번역회사에 번역을 의뢰할 경우 상당히 높은 비용이 필요합니다. RPG 게임 하나의 번역비가 미니 게임 하나의 개발비 정도 나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큰 규모의 게임사라면 그 정도 번역비가 비싼 편은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번역비를 아까워하더라고요. 한국 번역사에 맡기면 일본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번역을 할 수 있거든요. 그것마저도 아까워 회사 내 일본어 할 수 있는 직원에게 맡기는 경우도 보았습니다. (여기서 더 큰 문제는 경영진이 일본어를 모르기에 제대로 번역 했는지도 모른 채 컨펌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절대 좋은 퀄리티의 콘텐츠가 나올 수 없어요.

번역이 문자적으로 틀림없이 됐다고 해도 게임에선 이상할 수가 있거든요. 게임에 맞는 뉘앙스로 바꿔야 합니다. 캐릭터의 대사나 스토리도 게임의 핵심 콘텐츠인 데, 번역비를 아까워하면 안 돼요.”

  • 잘못된 번역 예시)

 

2) 디테일(가격 정책)

김상하 대표: “대만이나 한국기업이 일본에서 많이 실수하는 부분입니다. 새로운 모델이 나오면 그 전의 것들은 끼워팔기나 왕창 세일을 해버리죠. 보통 일본 기업은 새로운 모델이 나오면 그 전의 것들을 단종시킵니다. 가격을 유지해 기존의 소비자들이 프리미엄을 가질 수 있게 합니다. 구매 후 가격이 확 낮아진다? 기존 소비자들은 브랜드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되는 것이죠. 어떤 제품을 들고 오는지도 중요하지만, 운영 정책과 퀄리티도 중요합니다.”

3) UI/UX

김상하 대표: “일본은 전자기기에서 중요한 기능만 눈에 잘 띄게 해둡니다. 사실 성능에는 한국과 거의 차이가 없어요. 일본은 중요하고 많이 쓰는 것은 조작하기 쉽게, 나머지 부가적 기능을 숨겨두었습니다. 한국은 모든 기능을 나타내려고 하죠. 이런 차이가 모바일 게임에서도 드러납니다. 한국 모바일 게임은 일본인에겐 조작이 복잡하고 어려울 수 있습니다. 크리에이티브의 성향에도 차이가 납니다. 일본에 마트에 들어가 보면 원색의 홍보물이 붙어있습니다.”

“게다가 일본의 홍보지엔 글자가 많아요. 최대한 많은 정보를 광고에 담죠. 일본인들은 돌려서 말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쪽에서는 직접적으로 말하는 걸 선호해요. 그래서 마트에만 가도 캠페인 판촉이 어마어마하게 붙어있고, 이펙트도 많이 쓰고, 직설적으로 표현하죠. 최대한 광고 같지 않게 간결하게 보이려는 한국과는 차이가 납니다.”

“게임 크리에이티브도 비슷해요. 원색을 많이 쓰고 정보를 최대한으로 담으려고 하죠.”

  • 일본 게임 크리에이티브 예시)
image credit: furubokko
  • 한국 게임 크리에이티브 예시)
image credit: mobidays

김상하 대표: “크리에이티브의 캐릭터도 신경 써야 합니다. 일본인은 캐릭터가 잘리는 걸 싫어해요. 머리 위부터 발끝까지 나와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어중간하게 잘린 거요. 그리고 여기서 또 디테일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레이스 같은 것이요. 일본에서는 레이스 한 올까지 정성스럽게 다 따져요. 하지만 일본에 들어온 한국 게임 크리에이티브를 보면 그렇지 않을 때가 있어요. 크리에이티브를 모아보면 정성에서 티가 나죠. ‘아, 이건 레이스 잘 모르는 사람이 만들었구나 하는 느낌이랄까요.”

 

#수집에 대한 욕구를 자극

image credit: emrank flickr

김상하 대표: “일본 어느 동네 마트, 문방구에서도 파는 토미카입니다. 일본에서 두 살짜리 애들도 이런 걸 모아요. 500엔 미만이라 부모님이 사주기 어렵지 않은 가격입니다. (물론 특별판으로 비싼 모델도 나옵니다) 일본 드러그 스토어가면 500엔 넘지 않는 화장품이 있어요. 여중고생을 타겟으로 둔 거죠. 일본에는 이렇게 500엔 커트라인을 두는 문화가 있습니다. 저렴한 가격에 여러 종류를 내 놓아요.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이라 모을 수 있고, 매달 새로운 모델을 내고 그 전의 것은 단종시키며 수입 욕구를 자극 하죠.

일본의 아이들은 이렇게 어릴 때부터 일상적으로 모으는 게 습관이 되어 있어요. 이들이 나이가 들며 다른 콘텐츠로 갈아타죠. 일본 상위권 게임들 퍼즐앤드래곤, 몬스터스트라이커 등등을 보면 수집 욕구를 자극하는 요소가 내재되어 있습니다.”

 

#일본인에 대한 이해

김상하 대표: “일본인들은 굉장히 개인적입니다. 대부분의 친구들이 학창시절에 만들어져요. 어른이 되어 친구를 사귀는 것은 힘들죠. 그런 의미에서 게임은 성격과 취향이 맞는 사람을 건전하게 만날 수 있는 좋은 창구에요. 그래서 게임에서 친해진 이들이 끼리끼리 잘 뭉쳐 게임하고, 같이 여행도 다니고, 길드 문화가 잘 되어 있죠. 게임 내에 친구가 있으면 그 게임을 오래 플레이하게 됩니다.

한국 게임이 일본에서 힘든 게 일단 채팅 기능이 약하고, 콘텐츠가 경쟁하는 거예요. 게임 내 커뮤니케이션 요소는 부가적인 거지만 유저가 고착된다면 이런 커뮤니케이션 요소도 중요해집니다.

게다가 한국 기업에서는 보편적으로 대부분에 일본인들이 미소녀, 여성의 신체를 부각한 이미지를 좋아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것은 오해입니다. 그럼 왜 배틀그라운드가 잘 되고 있겠어요? 일본은 미소녀 캐릭터를 좋아하는 사람, 카드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 등등 스펙트럼이 정말 넓어요. 일본인의 취향을 한정 지을 순 없습니다.”

김상하 대표의 말처럼 다른 문화로 인해 마케팅과 제작 요소 우선순위에 차이가 많이 날 수 있다. 이런 것들은 일본에 산다면 누구나 알만한 문화 상식이지만 비즈니스로 시장에 접근한다면 놓치기 쉽다. 게다가 현지 문화를 비즈니스에 잘 접목시키지 못하는 이유가 또 있는데, 많은 기업에서 ‘일본 시장은 이래’라고 결론을 내려놓은 뒤 끼워 맞추기 형식으로 진출하는 탓이 크다.

일본 마트에 붙여진 홍보 전단지만 주의깊게 보더라도 일본인의 성향을 알 수 있는 것처럼 해외 진출의 성공을 위해선 시장의 작은 움직임에서도 의미를 파악해야한다. 모바일 게임의 노다지 시장 일본, 일본인의 마음을 사로잡는 게임이 되려면 문화를 파악하고 차이를 받아들이는 유연한 자세가 먼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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