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혹시 망했던 캠페인 사례도 있었나요? 

 

크리에이티브와 관련된 강의를 하다 보면 자주 들었던 질문 중 하나이다. 당연히 강연이나 세미나에서는 성공했던 사례들을 공유할 수밖에 없다. “이래저래 하여 이렇게 캠페인이 성공하였습니다!”라는 것을 듣고 싶지 굳이 “이래저래 하여 실패하였습니다!”를 듣고 싶겠는가?

하지만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하는 말이 있는 것처럼 분명 우리는 실패에 대한 경험을 밑거름 삼아 한 발짝씩 더 나아간다고 생각한다. 남부럽지 않은 성과를 올리며 찬란한 영광이 있는가 하면 한편으로는 과거 망했던 캠페인들에 대하여 한번 읊조려 보겠다.

 

 

프롤로그

 

미세먼지가 심했던 어느 날. 중국산 황사+미세먼지 어택으로 인하여 대한민국의 실검에는 매번 ‘미세먼지’ 키워드가 1위를 할 정도로 전 국민이 미세먼지에 대한 스트레스로 이만저만 고생이 아니었다.

“미세먼지가 날이 갈수록 심한데 이걸 없앨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사실 불가능에 가까웠다. 대기 중에 떠도는 미세먼지를 한낱 스타트업 마케터가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전체 공기를 정화시킬 순 없어도 특정 공간의 공기를 정화해 줄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또다시 말도 안 되는 캠페인이 시작되었다. 그 캠페인은 바로 휴대용 공기청정기를 만들기!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건 가내수공업 

 

 

시작

하나보다는 둘이 좋고, 둘 보다는 셋이 좋다고 했다. 아이디어는 컨펌받았고, 어차피 진행 예정이라면 단독으로 하는 것보다는 캠페인에 공감하는 회사와 같이 하면 좋지 않을까? 싶었다. 무엇보다 이 캠페인을 진행하기 직전에 야놀자와 함께 콜라보 캠페인을 진행하였는데 생각보다 효율도 괜찮게(돈 한 푼 안 쓰고) 나왔었다.

그렇게 한번 진행해 본 경험을 바탕으로 뜻을 함께 도모할 동료를 모아 보기로 결정했다.

 

 

서로의 유저들에게 타사 서비스를 알리게 해 준 혜자스런 캠페인
 

 

처음 메일을 보낸 곳은 날씨를 알려주는 호우호우 라는 앱 서비스 회사. 미세먼지와 관련하여 우리는 건강이라는 컨셉으로 호우호우는 날씨라는 컨셉을 가져가면 서로 윈윈 하기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호우호우 담당자분에게 첫 메일을 보내고 몇 시간 뒤. 바로 진행해 보자는 답장을 보내왔다. “벌써??!”

 

우선 휴대용 공기청정기에 대한 정의부터 했다.

1) 휴대용이기에 들거나 가방처럼 메고 다닐 수 있어야 한다.

2) 전기는 자체 배터리로 공급되어야 한다.

3) 공기를 흡수하고, 필터로 미세먼지를 걸러야 한다.

 

 

실행

 

전 직장에서 광고 소품 만든다고, 이곳저곳 안 쑤셔본 영역이 없었기에 제작에 있어서는 큰 무리는 없었다. 가방 형태는 골판지로 만들고, 필터는 차량용 필터를 근처 대형마트에서 구매하였다. 공기를 흡수할 팬 같은 경우, 처음에는 선풍기를 개조하여 쓸 예정이었다. 하지만 무게와 크기를 감당하기 힘들어 컴퓨터의 냉각 팬 중에서 가장 강력한 것을 수소문하여 장착하기로 했다.

 

1) 도면을 만들고 골판지로 제작
 
 
 
2) 당시 국내 최초였던 휴대용 공기청정기
 
 
 
3) 외형 디자인까지 완성 짜잔~!
 
 
 

결과

 

결과적으로 이 캠페인은 성공하지 못하였다. 목표 달성 기대치의 반도 채워주지 못하였다. 당시 승승장구하며 진행하던 캠페인마다 뉴스에 노출되었으니 이번에도 당연히 평타 이상은 칠 줄 알았다. 무엇 때문에 캠페인 잘 안되었던 것일까? 한 줄로 요약하자면

 

열정적이지 않았다.

단순히 브랜딩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소비자들에게 이득이 되는 광고를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거짓말은 금방 뽀록 나는 법. 실제 행동이 아닌 눈에 보이는 것에만 치중했다. 정녕 소비자에게 이득이 되는 광고를 만들겠다고 생각했다면 이 휴대용 공기청정기를 365일 매고, 출근을 했었어야 했다. 가방은 양산형으로 시장에 출시했어야 했다. 하지만 그러지 못하였고, 역시 진정성 없이 눈 여기로만 보이는 광고는 시장에서 인정받기 힘든 법이다.

개인적으로 뉴욕 페스터벌이니 부산광고제 같은 국제광고제를 별로 신뢰하지 않는다. 그 안의 내용물을 뜯어보면 실제 집행되고 세상을 바꾼 아이디어도 물론 있지만 많은 작품들이 광고제 출시만을 위해 기획되고, 특정 기간에만 실행되는 경우가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당시 내가 이 캠페인을 대하는 태도가 딱 그랬다. 수상을 위한 캠페인을 신뢰하지 않는다면서 그것들과 똑같은 행동을 하고 말았다. 자신에게 타협하고, 협의 보는 순간 소비자들을 설득할 수 없다는 것을 몸으로 체험했다. 아 물론 지금 생각해보면 아이디어도 딱히 퍽킹 그레이트 하지는 않다.

사람은 누구나 실패할 수 있는 법이다. 그 실패를 밑거름 삼아 다음번에 더 발전된 모습을 보이면 된다고 생각한다. 수많은 실패들이 누적되면 한편으로는 수많은 경험들을 얻을 수 있을 것이며 그렇게 우리는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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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마케터로 퇴사하고, 그로스해커가 되다. 

 

 

김용훈님의 브런치에 게재된 글을 모비인사이드가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