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후 사람을 쓰는 일이 평소보다 잦아졌다.

산후도우미 업체와 산후 마사지 업체를 사용하며 여러 명의 관리사님을 거치는 동안 일을 잘한다는 것은 무엇인지, 프로는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생각이 많이 들었다.

 

 

 


 

 

네 명의 산후도우미

 

이런저런 해프닝으로 총 네 분의 산후 도우미를 거쳤다.

 

 

A 산후 도우미

 

경력이 아예 없는 듯한 초짜 도우미. 원래 오기로 한 분이 코로나 양성으로 일정이 밀렸고 그 사이 임시로 오신 분이었다. 일을 못 하는 수준을 넘어서 냄비를 태워먹고, 삼겹살을 구운 후 기름을 제대로 안 닦은 채로 청소기를 돌려서 온 집안에 기름칠을 했다. 아이 분유 먹이는 시간도 제대로 못 지켜서 아이가 배앓이를 했다. 계약 서비스의 절반도 제공받지 못했고, 이틀만 오셨던 분이라 웬만하면 업체 컴플레인 없이 넘어가려고 했는데 상황이 심각해서 업체에 강력 항의를 했다.

실력보다 더 심각한 것은 이 분의 태도였다. 고객의 니즈가 아닌 본인이 편한 방식으로 일을 하려고 했고, 둘째 날 분유 시간을 지키라고 한 마디 했더니 그 후 오후 내내 꽁해서 아무 일도 안 하고 집에 일찍 가버렸다. 가면서 남긴 말은 ‘나는 최선을 다했다’였다.

 

B 산후 도우미

 

3주간 봐주셨던 바우처 업체 도우미. 경력 3년이라는데 청소, 요리 등 집안일도 잘하고 아이도 잘 보셨다. 항상 20분 일찍 오셨고 계약 서비스 이상의 것을 해주셨다. 이를테면 산모가 아닌 가족의 식사 등은 추가 비용을 내야 하는데, 남편이 재택할 때 추가 비용 없이 남편 몫의 요리 및 빨래를 같이 해주셨다. 아이가 잘 때 집안일을 해놓는 등 효율적으로 시간 분배를 하셨고, 손이 빨라서 맡은 일을 다 하고 살짝의 여유 시간도 가지셨다. 아이 100일까지 계속 계약하고 싶었으나 3주 후 바로 다음에 다른 예약 손님이 있다고 해서 아쉽게 보내드렸다.

 

C 산후 도우미

 

10년 경력이 의심되는 도우미. 경력 10년이라고 해서 초반에 이 분의 말을 무조건 따르고 맡겼다. 오신 첫날 아이가 보챌 때 무조건 안아줘야 한다며 하루 종일 아이를 안고 계셨고, 그 후 아이에게 매우 민감한 등센서가 생겼다. 본인이 원인인데 그다음 날부터 ‘이렇게 등센서가 심한 아이는 처음 본다’라며 당황해하셨다.

아이가 잠시 잘 때 본인도 같이 쉬셨고 그 시간에 청소 등을 하지 않았다. 그 결과 계약 서비스인 청소 및 빨래 등을 안 하고 가실 때가 잦았다. 1주일 반이 지나고 그다음 월요일에 안 오셔서 전화드렸더니, 금요일에 응급실에 갔고 몸이 아파서 더 이상 일을 못하겠다고 업체에 전했는데 연락을 못 받았냐고 반문하셨다. 내게 금요일 또는 토요일에 직접 알려주셨다면 나도 상황을 더 잘 대비할 수 있었을 텐데. 책임감이 없는 모습이 아쉬웠다.

 

D 산후 도우미

 

15년 경력의 베테랑 도우미. 우여곡절 끝 지금 도와주시는 분이다. 등센서가 심해져서 하루 종일 안 자며 보채는 아이를 돌보면서 청소, 빨래, 요리 및 각종 집안일을 다 해놓으셨고 화장실 청소까지 하셨다. 참고로 도우미 서비스를 50일 이용하면서 화장실 청소는 한 번도 받지 못했었다. 저녁에 남편이랑 먹을 요리까지 챙겨주셨는데, 그 많은 일을 어떻게 다 하셨는지 신기했다. 직전 도우미는 아이를 달래느라 다른 일을 많이 못 했기 때문이다.

업무에 대한 지식도 해박했다. 대치동 주변 소아과도 추천해 주셨고, 등센서가 심해져서 고민이라고 말하니 하정훈 선생님의 육아책을 인용하며 팁을 알려주셨다. 최신 육아 템들도 이미 사용법을 다 알고 계셔서 따로 설명을 안 해도 돼서 좋았다. 뭔가 최신 경향이나 지식을 계속 업데이트하시는 것 같았다. 앞뒤로 예약 손님이 이미 잡혀있었고, 내게 본인 서비스가 끝난 후 시터 업체도 추천해 주실 수 있다고 했다.

심지어 업무 첫날 내게 협상도 성공적으로 하셨다. 본인의 업무 능력을 충분히 보여주신 후 오후 5시 즈음 출퇴근 시간 협상을 했다. 본인이 버스로 출퇴근을 하는데 여섯 시는 퇴근 시간과 겹쳐서 9~6시 근무가 아닌 8:30~5:30 근무가 가능하냐고 물으셨고, 여기에 내가 흔쾌히 승낙하자 그다음에 금요일은 본인이 수업을 듣는 것이 있어서 8~5시가 가능하냐고 물으셨다. 나는 여기에도 OK를 했다. 협상이 잘 된 몇 가지 이유는 다음과 같다.

  • 본인 능력을 먼저 보여주셨다. 능력 있는 자는 협상의 우위에 설 수 있다.
  • 나에게도 어떤 이득이 있는지 어필하셨다. 보통 아이가 잠을 안 자서 밤을 새는 엄마들이 선생님이 일찍 와주길 바란다며, 자기가 조금이라도 일찍 오면 나도 아침에 더 빨리 쉴 수 있으니 좋지 않냐고 했다.
  • 단계적 협상을 했다. 한꺼번에 월~목의 일정과 금요일 일정을 말씀하신 게 아니라 월~목의 협상에서 원하는 것을 얻어낸 다음에 조심스럽게 금요일 얘기도 꺼냈다.

네 분에 대한 나의 만족도는 다음과 같다: D > B >> C >>>> A

당신이 같은 서비스를 받았더라도 만족도의 순서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D, B 조리사님은 예약이 꽉 차있었다.

 

(출처: Unsplash)

 

 


 

 

일 잘하는 사람은

 

D, B 관리사님의 공통점은 다음과 같다.

  • 본인의 일에 대한 전문성이 있다. 다양한 육아 관련 지식을 알고 계셨다. 그리고 그 지식을 계속 업데이트해가는 듯했다.
  • 시간을 효율적으로 쓴다. 아이가 잘 때 같이 쉬는 게 아니라 다른 일을 해둔다.
  • 책임감이 있다. 시간 약속을 잘 지켰고 한 번도 늦게 온 적이 없다. 그리고 계약사항에 있는 모든 서비스를 제공했다. 당연한 듯하지만 몇몇 사람들은 계약사항에 있는 것도 제공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 약속한 것, 부탁한 것 이상을 준다. 즉 고객의 기대를 뛰어넘는다. 계약서에 없거나 추가로 비용을 내야 하는 것도 선뜻 먼저 제공해 주셨다. 아이 옷 정리 등 내가 굳이 부탁하지 않은 일도 알아서 해주셨다.
  • 고객의 상황과 니즈에 맞춘다. 미니멀리스트인 나는 육아템도 최소한으로 구비해두었는데, 육아템이 없으면 없는대로 아이를 잘 봐주셨다. 또한 나는 밥을 적게 먹고 양식 위주로 먹는 편인데, 내 취향에 맞춰서 밥을 해주셨다. D 조리사님은 내가 원하는 밥의 질감(된 것, 질은 것)까지 확인하고 밥을 지으시더라.
  • 꼼꼼하게 일한다. 청소를 할 때도 청소기만 돌리는 것이 아니라 걸레질까지 꼼꼼히 한다.

이런 사람들은 고객의 신뢰를 얻고 일감이 끊이지 않는다.

 

일 못하는 사람은

 

당연히 위의 정 반대다. 다음은 A, C 조리사님들의 공통점이다.

  • 전문성이 떨어진다. A 조리사님은 분유를 먹는 아기의 경우 일정한 시간을 지키는 것이 좋다는 기본적인 내용도 모르고 있었다. 본인 업무에 대한 연구와 공부가 없는 듯했다.
  • 일머리가 없다. 그리고 게으르다. 틈날 때 집안일을 해야 하는데 틈이 날 때 쉬고 아이를 돌보느라 집안일을 못했다는 핑계를 댔다.
  • 책임감이 없다. C 조리사님은 총 7일 오셨는데 그중 이틀은 5분~10분 늦게 왔다. 그리고 내게 언질 없이 갑자기 그만두셨다. A 조리사님은 내가 잘못을 지적한 후 아예 일을 안 하고 앉아만 있다가 일찍 나가셨다.
  • 계약서에 있는 것을 100% 지키지 못했다. A 조리사님은 제공 서비스 목록의 절반도 못 했고, C 조리사님은 절반 정도는 했으나 항상 빠트리고 안 하는 사항이 있었다.
  • 나 편한 대로 일한다. 고객의 니즈나 상황에 맞추는 것이 아니며 탓을 잘 한다. 아이를 바닥이 아니라 침대에 눕혀달라고 말했는데, 한 분은 본인은 바닥이 더 편하다며 계속 아이를 바닥에 눕혔다. 한 분은 집에 왜 바운서나 역류 방지 쿠션이 없냐고 매일 물어보며 장비가 없는 것을 탓했다.
  • 대충 일한다. 청소를 할 때 청소기만 대충 돌려서 바닥에 이물질이 그대로 있더라.

 


 

 

분야를 막론하고 일을 잘하는 사람, 못하는 사람에는 공통점이 있다.

당신은 어떤 사람에 가까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나는 D 조리사님의 연륜, 능력, 협상력에 감탄했다. 이왕 일을 할 거면 물경력인 C가 아닌 찐경력을 가진 D와 같은 사람이 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배준현 님이 블로그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