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사태로 인해 이제 언택트(비대면) 소비는 일상이 되어 버렸다. 활기찬 젊음의 광장인 대학 캠퍼스는 물론, 왁자지껄 대화하며 식사하던 구내식당, 학교 앞의 문구점, 식당 그리고 PC방마저도 썰렁하다. 많은 사람들이 타인과의 접촉을 피하기 위해 ‘집콕’ 중이다.

마케팅 현장 역시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변화하고 있다. 거리의 많은 점포들은 문을 닫았고, 열었다고 해도 손님이 없다. 학원이나 카페, 노래방, 영화관, 대형마트, 백화점 등의 이용객 또한  확연히 줄어든 상황이다.

이러한 시기에 홍대, 이태원 클럽 방문으로 인한 감염 확산은 대중들의 일상 활동을 더욱 위축되게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모든 감염원이 사람인지라 더욱 주의를 해야 하는데, 현실은 거리 두기와 마스크 한 장에 의존해야만 하는 상황이라 두려움이 커지는 듯하다.

이처럼 사회적 혹은 생활 속 거리 두기가 일상화된 최근, 유튜브나 실시간 영상 앱을 통해 생활 용품을 판매, 구매를 하는 라이브 커머스가 증가하고 있다. 학교, 회사, 심지어 국제 주요 회의들까지 모두 온라인 화상 라이브로 진행되는 요즘, 마케팅 현장 역시 언택트를 기반으로 한 라이브 커머스가 대세일 수밖에 없다. 사람들과 접촉을 최대한 줄이며 마케팅을 펼치려 하다 보니 선택한 방법이 바로 라이브 커머스인 것이다. 그동안은 매장으로 손님들이 찾아오면 직접 제품도 보여주고 설명도 할 수 있었지만 코로나 사태 이후에 이 모든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에 코로나19 사태가 본의 아니게 언택트를 베이스로 한 라이브 커머스의 활성화를 만들고 있는 중이다.

 

백화점에서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라이브 커머스’ 방송을 통해 제품을 소개하고 판매하고 있는 모습

 

라이브 커머스란 오프라인 매장 상품을 모바일에서 실시간 방송으로 소개하고 판매하는 방식이다. 소비자들이 방송을 보고 댓글을 남기는 등 즉각적으로 소통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라이브커머스는 무선 모바일이나 유선 랜을 통해 전달되기 때문에 PC의 역할이 아주 크다. 소비자들은 스마트폰, 노트북 등 무선 모바일, 또는 유선 PC를 통해 코로나19 사태에 집에서도 매장을 간 것과 같은 현장감을 느낄 수 있다. 최근에는 라이브 커머스에 오락성을 더한 라이브 방송의 수요 또한 증가하고 있다.

필자는 지난 2019년 8월, ‘언택트’라는 제목으로 원고를 게재한 적이 있다. 언택트란 접촉(contact)을 뜻하는 콘택트에 언(un)을 붙여 ‘접촉하지않는다’(Un+contact)는 의미의 용어이다. 기계로 메뉴를 주문하는 키오스크나 VR(가상현실) 쇼핑, 챗봇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해 판매 직원이 소비자와 직접적으로 대면하지 않고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례가 여기에 해당한다.  패스트푸드점, 극장 등에서 사용하는 키오스크가 훌륭히 활용되는 언택트의 가장 기본 유형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 원고에서 필자는 1인 가구 급증 등 인구, 세대 구조 변화에 따라 점차 대면 관계를 꺼리는 소비자의 태도 변화가 이러한 언택트(untact) 마케팅 확산의 주요 원인이라고 기술했다. 또한, 라이브 커머스 역시 지난 2018년 9월 호와 2017년 8월 호의 글을 통해 이미 소셜 라이브 서비스(SLS) 또는 동영상 마케팅 활동을 예견해 왔던 바 있다. 지금은 대표적으로 유튜브가 그 역할을 해주고 있으며, 다양한 쇼핑 앱들이 라이브 커머스로 진화 중이다.

실제로 백화점의 한 관계자는 “라이브 커머스가 소비자로 하여금 상품을 간접적으로 체험해볼 수 있도록 돕는 것은 물론 실시간으로 소통 및 예능과 같은 흥미 있는 요소도 갖춰 새롭게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이 모든 것은 비대면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오프라인 유통 채널인 백화점도 최근 급감하는 매출 만회 차원에서 라이브 커머스 시장에 하나둘씩 진출하고 있다. 심지어 대형 호텔의 레스토랑이나 고급 식당, 유명 패션 브랜드까지 TV 홈쇼핑이나 별도의 라이브 커머스로 주문을 받고 음식을 배달하는 형태를 실시, 준비하고 있다. 매출의 급속한 하락이 너도나도 뛰어들 정도로 절실한 상황을 만들어낸 것이다.

 

유튜브에서 제품을 소개하는 커머스 숍

 

현대백화점은 네이버와 협업해 ‘백화점 윈도 라이브’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온라인에서는 판매하지 않았던 해외패션 브랜드를 선보이고 있다. 롯데백화점 역시 온라인 쇼핑몰인 엘롯데를 통해 백화점과 아웃렛 등에서 판매하는 상품을 실시간으로 소개하는 라이브 방송 ‘100 LIVE’를 진행한다. 최근 방송된 ‘롯데 아웃렛 파주점 아디다스 창고 털기’ 편의 시청 횟수는 4만 6000뷰를 기록하기도 했다. 카카오도 라이브 커머스와 관련된 라이브 방송 프로그램 기획 및 연출 인력을 채용했으며, 11번가는 메이크업 아티스트 조성아와 뷰티 브랜드 에뛰드가 함께 한 뷰티 라이브 방송을 기획해 소비자들로부터 큰 호평을 받았다. 특히 글과 사진으론 설명하기 어려운 화장품의 경우, 사용법과 실제 발색, 발림성까지 생생하게 볼 수 있었다는 반응이 많았다. (재인용: 집콕족 늘자 ‘라이브 커머스’가 뜬다…”집에서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쇼핑한다”)

현실적으로 모바일 쇼핑과 모바일 앱 활용에 익숙한 2030 고객들은 재미있는 라이브 콘텐츠에 대한 호기심이 높을 수밖에 없다. 이에 유통 업체들이 라이브 방송을 통해 다양한 상품군을 구성하고 여기에 엔터테인먼트적 요소를 가미한 방송 콘텐츠를 기획과 함께 판매를 겸하는 방식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또한 라이브 방송은 실시간 진행이 묘미이다. ‘라지 사이즈 면 허리는 몇 사이즈인가요?’ ‘다른 스커트와 매치 좀 해주세요!’, ‘팔 길고 몸통 짧은 블라우스도 추천해 주세요!’, 와 같은 실시간 댓글들이 올라오면 즉석에서 셀러들은 신속하게 궁금증을 해결해 준다. 상품이 마음에 든 고객들은 바로 쇼핑몰 클릭 버튼을 눌러 바로 구매를 완료한다. 아울러 라이브 방송 중에 미션 이벤트를 진행하고, 미션 수행 시 보너스로 쿠폰을 보내줌으로써 재미를 더하기도 한다. 대표 채널로는 10대들의 쇼핑천국 ‘스타일쉐어’, ‘일요일의 너 튜브’에서는 애프터스쿨 레이나의 봄 시즌 스타일링 등이 있다. 말그대로 유통가는 지금 ‘라이브 방송’ 전쟁 중인 것이다. 얼핏 보면 기존의 CJ오쇼핑, GS홈쇼핑과 별반 다를 바가 없는 유통 방식처럼 보이지만 실제 커머스 방송에 참여해보면 TV 홈쇼핑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쫄깃한 쇼핑 재미가 있다. 여기에 라이브 이커머스를 표방하는 그립 등 전문 플랫폼까지 등장하며 살아있는 방송이 늘어나고 있다.

 

 

‘스타일쉐어’의 비디오 커머스 채널 ‘스쉐라이브’
라이브몰 tv
너튜브의 봄시즌스타일링

 

사실 언택트를 기반으로 하는 라이브 커머스(Live Commerce)는 스트리밍 비디오(Streaming Video)와 이커머스(e-commerce)가 결합된 새로운 용어로 디지털 전환에 따른 유통 업계와 소비 방식 혁신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온 온라인 유통은 오픈마켓, 소셜마켓, 모바일 쇼핑, 옴니 채널 등 단기간 내에 빠르게 버전 업을 이루며 변화를 거듭해 왔다. 오늘날 온라인 유통은 AI 기술 등을 통해 고객의 취향에 맞는 상품을 추천해 줌으로써 고민의 시간을 줄여주고, 로켓 배송과 같은 퀵 배송 서비스로 제품을 기다리는 시간도 단축시켜 주고 있다. 여기에 4G, 5G 등 IT 기술의 발전과 모바일 디바이스의 보편화, 텍스트에서 이미지, 동영상을 포함하는 라이브 동영상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 변화까지 주도하는 상황이다.

특히, 라이브 커머스는 고객들과 실시간 소통이 가능하기에 쌍방향(Two way)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고객들의 경험가치를 생생하게 해준다는 강점이 있다. 즉 고객의 참여를 통해 고객과 제품의 갭을 좁혀 판매를 유도하고 평균 판매 가격도 높일 수 있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디지털 세상에서의 쇼핑은 분명 한계가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매장에서 직접 구매할 때의 쇼핑 경험 부재와 의사소통 과정에서의 어려움이라는 단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오프라인의 경우, 온라인 기업이 가지지 못하는 ‘공간’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공간’을 통해 오프라인 유통기업들은 지역 매장을 물류 거점화할 수 있고, 공간을 직접 운영하면서 경품으로 인한 판매 손실, 공급 과잉으로 인한 재고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할 수 있다.

 

반면 온라인 유통의 가장 큰 강점은 ‘유연함’이다.

 

시공간의 자유로움을 기반으로 다양한 상품을 기획할 수 있는 것이 온라인의 장점이다. ‘데이터’도 또 다른 큰 장점이다. 온라인은 특성상 방문 고객의 다양한 행동 성향에 대한 데이터 수집과 분석이 가능하므로 소비자에게 맞는 개인화된 상품 추천과 마케팅이 가능하다. 그래서 앞서 언급된 오프라인과 온라인 각각의 장, 단점을 활용하기 위한 옴니 채널 역시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언택트를 베이스로 한 라이브 커머스는 온, 오프라인과 옴니 채널 등 다양한 유통채널 모두를 통합한 복합적인 라이브 플랫폼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사실 아시아권에서 라이브 커머스 시장의 트렌드는 중국이 주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른 나라에 비해 비교적 뒤늦게 이커머스 시장이 발달한 중국이지만 소비력을 갖춘 강력한 인구의 규모와 경제력을 바탕으로 한 20~30대 소비자들이 트렌드 수용에 있어서 스피디한 속도를 자랑하기 때문이다. 2016년, 중국 내 모바일 라이브 방송 시대가 개막하면서 후야, 더우위 등 동영상 플랫폼이 등장했다. 최근에는 더우인(틱톡), 콰이쇼우 등의 기업은 동영상 플랫폼에 커머스 기능을 추가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몇 년 전부터 ‘왕홍경제’라는 의미의 인플루언서들이 라이브를 주도해 왔었던 것을 기억해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중국은 글로벌 이커머스 시장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의 라이브 커머스 진입은 비교적 늦은 편이다. 대표 이커머스 기업인 아마존은 2019년 라이브 스트리밍 쇼핑 서비스인 Amazon Live를 시작했고 Amazon Live Creator라는 별도 앱을 운영하고 있다. 이는 2017년 시작한 아마존 인플루언서 프로그램에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를 결합해 발전시킨 것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해 경제적 손실을 입은 니만마커스 백화점, 버그도프 굿맨 백화점 등이 문을 닫았고, JC페니 백화점 역시 파산 신청 중이라고 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라이브 커머스의 성장세는 가파르다. 시작은 이커머스, 미디어 커머스, 소셜 커머스 같은 이름으로 불리는 마켓 채널에서 출발하여 지금의 라이브가 더해져 복합적인 라이브 플랫폼 형태를 띠고 있다.

 

국내 이커머스 현황

 

국내도 이에 지지 않을세라 IT 기술을 바탕으로 결코 뒤질 수 없는 마케팅 전략들을 펼치는 중이다. 백화점 업계에서는 AK플라자가 라이브 커머스 기업 ‘그립’과 MOU를 맺고 그립 플랫폼을 활용해 백화점 상품을 모바일 실시간으로 판매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고객이 스스로 만든 동영상을 공유하고 할인도 받은 신개념 V 커머스 서비스 ‘마튜브’를 도입했으며 ‘G마켓’ ‘옥션’을 전개하고 있는 이베이코리아 역시V커머스를 매개로 한 판매 콘텐츠를 확대하고 있다. 티몬 역시 지난 2018년 양방향 라이브 쇼핑 플랫폼인  ‘티비온(TVON)’을 구축하며 라이브 커머스 시장에 참여 중이다. 여기에 네이버와 카카오가 온라인 쇼핑 시장 공략을 위한 무기로 라이브 커머스를 앞세워 인스타 그램과 틱톡 등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라이브 커머스를 도입했다. 국내 양대 유, 무선 포털과 SNS가 기존 라이브 커머스와 유사한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Z세대 잡기를 선언한 것이다. (재인용: 네이버·카카오가 푹 빠진 ‘라이브 커머스’)

 

카카오톡 톡딜라이브 영상 화면과 네이버 라이브 커머스 서비스
AK플라자 ‘그립’의 그리퍼 라이브 방송

 

앞서 이야기한 중국, 미국 그리고 국내 사례를 통해 라이브 커머스 시장이 지속적으로 다양한 디지털 디바이스들과 융합되어 스마트폰과 함께 생성된 소셜커머스, 디지털 미디어가 바탕이 된 미디어 커머스, 영상이 베이스인 비주얼 커머스와 같은 형태로 성장해오던 시점에 코로나19로 인해 언택트(비대면)의 속성과 복합적인 형태로 시너지화 되어 현재의 라이브 커머스로 성장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서비스를 판매하는 보험이나 은행 그리고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유통회사와 마트에 이르는 기업들이 비접촉을 전제로 한 B toB 와 B to C 채널을 창출하고, 매출 상승에의 길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채널의 변화와 신규 채널의 개발은 앞으로 더욱 적극적으로 바뀔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H/W의 초기 보급 및 확산 이후에는 S/W와 콘텐츠가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중장기적으로 VR/AR이 새로운 미디어로 부각되면서 미래형 유통채널이 개발되어 2020년 글로벌 시장 규모가 80조 원 수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또한, Disney, Apple, Google, Nokia 등 글로벌 기업들은 M&A 및 기술 개발을 통해 콘텐츠, 플랫폼, 디바이스, 네트워크 전 분야에서 시장 형성을 준비 중인 가운데, 5G 시장의 상용화로 VR/AR 관련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 된다는 가능성도 있기에 더 그렇게 판단된다.

국내의 모든 오프라인 유통기업과 포털, 세계 굴지의 IT기업들까지. 최근엔 페이스북도 참여하겠다고 선언한 라이브 커머스의 최강자는 누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왜냐하면 그들은 새로운 활로를 개척하지 않으면 그냥 끝이라는 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기고 지는 것보다는 지금의 환경에서 살아남아 야만 한다는 절실함이 이들을 앞으로 나아가게 함과 동시에 그 가능성에 도전하게 한다. 역설적이게도 코로나19가 이들로 하여금 새로운 길을 모색하게 하는 동기부여가 된 것은 아닌지. 아직은 판단하기 이르지만 지붕이 무너져도 솟아날 길은 있다는 걸 새삼 느낀다.

 

 

Gil Park님의 브런치에 게재된 글을 모비인사이드가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