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은 2017년 발매 당시 각종 음원 사이트에서 100위권에도 들지 못하는 등 혹평을 받았지만, 최근 밈 열풍을 타고 재조명을 받고 있다. 하루에 한 번씩은 반드시 ‘깡’을 들어야 한다는 의미의 ‘1일 1깡’이란 신조어가 일상어처럼 사용되고, ‘깡’ 안무를 따라 하는 영상을 올리는 ‘깡 챌린지’가 급증하고 있다.

이에 힘입어(?) 유통 업계도 ‘깡’ 열풍에 주목하고 있다. 이름에 ‘깡’이 들어가는 제품들이 뜻밖의 관심을 받으면서이다. ‘새우깡’, ‘고구마깡’, ‘양파깡’ 등 농심의 ‘깡 시리즈’ 와 롯데칠성음료의 숙취해소 음료 ‘깨수깡’이 대표적이다. 온라인상에서는 해당 제품으로 노래 ‘깡’을 패러디하거나 제품 자체를 리뷰한 영상들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또 가수 ‘비’를 해당 제품의 모델로 섭외해야 한다는 요구도 빗발치고 있는 상황이다.

편의점 CU는 지난 1일부터 ‘감자깡’과 ‘고구마깡’ 제품에 2+1 혜택을 적용하고 있다. 관계자는 ‘깡 시리즈’ 제품 행사에 대한 소비자 반응이 좋아 ‘1일 3깡’이란 이름으로 행사를 연장한다”고도 했고, 농심은 공식 소셜미디어(SNS) 계정에 ‘깡 시리즈’ 제품 사진으로 ‘깡’을 패러디한 사진과 함께 ‘깡’ 가사를 인용한 ‘화려한 포장이 나를 감싸네’ 등의 내용이 담긴 게시물을 올려 네티즌의 호응을 받고 있다.

 

(왼쪽) 가수 비의 모습을 패러디한 롯데칠성음료의 ‘깨수깡’ 홍보 사진과 ‘1일 1깨수깡’ 이벤트.

 

이쯤 되면 ‘ 도대체 ‘깡’이 뭐지?‘ 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것이지만, 그 알만한 사람들의 대부분은 20~30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자)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 마케팅에 투자하고 있다. 특히 업계에서는 소비 과정에서 재미와 색다른 경험을 추구하는 이들 20~30 대뿐만 아니라 MZ 세대와 30~40대로 확산되는 이른바 ‘펀슈머(Fun+Consumer)’ 고객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더욱 열을 올리고 있다.

 

출처: 배우 김영철(왼쪽)과 김응수를 광고 모델로 내세운 버거킹과 BBQ – 각 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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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비(정지훈)가 부른 ‘깡’처럼 2002년 방송된 드라마 ‘야인시대’ 속 배우 김영철의 대사 ‘사딸라(4달러)’와 2008년 개봉한 영화 ‘타짜’에 출연한 배우 김응수의 대사 ‘묻고 더블로 가’를 활용한 광고는 밈 문화의 유행을 타고 인기를 얻은 스타들을 유통 광고 모델로 캐스팅한 케이스이다. (재인용: “화려한 포장이 나를 감싸네~”… ‘깡’ 열풍 타는 유통업계)

최근 들어 가장 많이 회자되는 ‘밈문화’란 무엇일까?라는 궁금증을 가진 독자들을 위해 부연 설명을 하자면, 밈(meme) 문화란 1일1깡, 깨수깡, 사딸라, 묻고 더블로 가! 과 같이 MZ 세대에게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새로운 문화이다. 1인 1깡, 펀쿨섹좌도 밈(meme)이고, MBTI 성격유형검사의 결과 유형인 ENFT, ESTJ, INFJ, ISTP 등을 엔프티, 엣티제, 인프제, 잇팁 과 같이 한국어로 표현하면서, 외향성 vs 내향성, 사고형 vs 감정형 등 서로 상반되는 성격유형에 따라 똑같은 상황에서도 다르게 행동하는 모습을 재밋거리로 소비하는 것 역시 ‘밈(meme)’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엔프티, 엣티제, 인프제, 잇팁은 총 16가지 성격유형을 구성하는 각 특징을 모두 알고 있어야 밈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소 난해하지만, 그들은 여기서 재미를 느낀다.

‘밈(meme)’은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의 저서 ‘이기적 유전자’에서 처음 사용한 단어이다. 그는 인간이 생물학적으로 유전자(gene)의 복제와 변이를 통해 진화해 왔듯, 문화적으로도 ‘뇌에서 뇌로 옮겨’ 다니는 ‘문화의 최소 단위 ‘밈’이 있다고 주장하였다. 흉내 낸다는 의미의 그리스어 mimene와 유전자 gene과 유사한 발음으로 변형시킨 단어가 밈인 것이다.

당초 리처드 도킨스의 밈은 말 그대로 모든 인간 문화의 최소 단위를 의미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밈은 더 좁은 의미로도 사용되었고, 지금은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표현을 일컫는 단어로 쓰이고 있다.

간단히 말해 밈=유행어라는 것인가?라고 묻는다면, 밈과 유행어는 상당히 유사하기는 하나, 완전히 동일한 의미는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유행어와 밈의 범위, 구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없지만, 대다수의 밈은 보다 복잡한 배경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출처: 기업은행
출처: 구글이미지

 

예를 들어, ‘얼죽아’ 같은 유행어는 뜻을 알기 쉽다. ‘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라는 전체 문장을 보고 나면 의문이 완전히 해소되지만 밈은 그렇지는 않다.

즉 유행어가 아닌 밈인 ‘펀쿨섹좌’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본 고이즈미 신지로 환경장관이 2019년 9월 유엔 기후변화 정상회의 기자회견에서 기후변화 문제에 대처할 때는‘펀(fun) 하고 쿨(cool) 하고 섹시(sexy) 해야 한다’고 발언한 것과 더불어 평소 고이즈미 신지로 환경장관의 중언부언하는 말투로 그를 비판하는 시각이 있음도 이해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즉 앞서의 엔프티, 엣티제, 인프제, 잇팁 등도 그 속뜻을 이해한다면, 바로 알아차리겠지만, 그 단어를 이해하는데 복잡하고 그 배경의 스토리까지 알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한 번 이해하고 나면 쉽고 재미있게 사용할 수 있다. 단순 줄임말인 유행어에 비해 밈은 배경 스토리까지 이해가 요구되는 편이다. 따라서 밈을 이해하는 사람들은 트렌드에 아주 밝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재인용: 1일1깡, 펀쿨섹좌? 트렌드를 이끄는 밈 현상이란?)

결국 밈은 생물학적 유전자처럼 복제되고 전파되면서 이어지는 사회적 문화 요소를 의미한다. 조금 더 쉽게 이야기하면, 커뮤니티 안에서 형성된 문화가 모방과 변이, 복제 등을 거치며 전파되고 이어지는 것을 ‘밈 현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커뮤니티이다. 단순히 특정 ‘콘텐츠’나 ‘문화’가 존재한다고 해서 밈이 되지는 않는다. 쉽게 말해 바이러스가 전파되기 위해서 숙주가 필요한 것처럼, 그 문화적 특질의 영향을 받은 매개가 필요한 것인데, 인터넷이 그 역할을 한다. 이전의 사회에선 문화 현상을 전달하기 위한 매개물로 의사소통이나 글을 통한 전파 등이 사용되었지만 현재의 뉴미디어 사회 속에서는 인터넷 커뮤니티나 그들만의 유행어 등으로 문화적 특징이 전파되는데, 인터넷에서 형성된 밈은 수많은 웹 커뮤니티 안에서 각기 존재하는 그들만의 결속력을 응집시키는 역할을 하고, 그 문화적 특징을 품은 채 인터넷 세상을 유영하면서 자신들의 인터넷 밈은 강력한 힘을 갖게 된 것이다.(재인용: 트렌드를 이끄는 인터넷 밈, 어떻게 화제가 되었나?)

한편 그 힘을 전달하는 도구이면서 미디어의 역할을 하는 Tool이 바로 틱톡(TikTok)이다.

MZ 세대들은 틱톡을 이용해서 주로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들을 재가공하여 ‘짤’ 형태로 만들고 이를 적절한 상황에 공유한다. 대부분의 밈은 자신의 상황이나 감정을 긴 텍스트가 아닌 영상 하나로 표현할 수 있다는 점과 비슷한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점이 계기가 되어 새롭고 재미있는 문화와 유행이 확산 중이다. 즉 영상 하나로 표현되는 밈을 생산할 수 있는 동영상 어플에 대한 니즈가 높아진 가운데, 이를 가능하게 한 동영상 어플 틱톡이 등장하면서 밈을 확산하기 위해 직접 다양한 플랫폼에 퍼나르는 수고로움을 들이는 일, 흔히들 부르는 ‘발품 파는 작업’을 안 해도 되게 된 것이다.

틱톡은 150개 국가 및 지역에서 75개 언어로 서비스되고 있으며 밈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젊은 세대의 이용률이 높다. 틱톡의 시작은 인스타그램과 유사했으나 지금은 전 세계 MZ 세대들이 즐기고 있으며, 이에 따라 수익을 올리고 있다. 즉 이용자들은 틱톡이라는 판 혹은 플랫폼에서 제대로 놀기만 하면 틱톡이 ‘Pan’ + ‘Play’의 장을 열어 편집의 불편함을 최소화시켜주기 때문에 MZ 세대들이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아울러, 영상의 질을 높이기 위해 필터, 스티커, 텍스트, 비디오 전환 기능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으며, 대중적인 음악뿐만 아니라 이용자들이 직접 음원을 재가공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틱톡의 영상 서비스는 15초에서 60초의 길이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밈을 제작하는데 최적인 것이다. 여기에 영상 확산 외에도 이용자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프로모션도 진행하고 있어 이용자들의 흥미를 더욱 가중시킨다. 결국 틱톡은 ‘play’ 즉, 놀이 문화를 변화시키고 있는데, 기존 밈의 형태가 영상을 재가공하는 형태였다면, 틱톡은 이용자들이 밈의 주인공이 되는 놀이 형태인 챌린지 문화를 만들면서, 해당 챌린지 페이지에서 카메라 버튼만 누르면 그 안에서 모든 편집이 가능하므로 트렌드를 반영해 빠르게 업로드되고 있으며, 필터를 이용한 챌린지부터 댄스, 단순 미션 수행 등 챌린지 유형도 다양하다.

한편 지코의 ‘아무노래 챌린지’가 폭발적인 조회 수와 참여를 기록하면서 연예계가 틱톡에 주목한 가운데, BTS도 이번 신곡을 틱톡을 통해 선공개하면서 오픈 3일 만에 10만 건 이상이 영상에 사용되었으며, 일반 유저들이 참여한 ONchallenge의 경우도 1억 뷰를 달성하는 성과를 만들어내었다. 이러한 성공의 배경은 바로 팬들과 소통하는 방식에 변화를 줬기 때문이다. 대부분 팬들의 연령대가 MZ 세대인 것을 반영해 그들의 미디어 소비 심리를 파악했으며, 이를 틱톡의 챌린지 놀이에 이용한 것이다. 팬들은 수동적인 팬 문화를 벗어나 본인이 좋아하는 연예인을 따라 하고 추가로 자신만의 개성을 보여줌으로써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과 소통하고 있다.

 

출처: 연예계도 참여하는 틱톡 챌린지-틱톡
출처: 구글이미지

 

아마도 글로벌 동영상 플랫폼 틱톡의 챌린지 놀이 문화는 국내에서 더욱 발전하고 인기를 끌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엔터테인먼트 업계도 틱톡을 통한 마케팅을 계속적으로 주목할 것으로 보인다. (재인용: 챌린지 문화를 선도하는 틱톡, ‘밈’으로 MZ세대와 새로운 문화 열어)

여기에 틱톡은 2020년 초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영향으로 집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지난 1분기 신규 다운로드 수만 3억 1500만 건에 육박했으며, 지난 5월 기준 앱 누적 다운로드 건수는 20억 건에 이르렀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Forbes)에 따르면 최근 틱톡 일일 이용자 수는 8억 명 이상으로 세계 1위 SNS인 페이스북(지난해 기준 약 16억 명) 절반에 이르러, 이용자의 하루 평균 체류 시간은 52분이다. 질적, 양적으로도 인스타그램(53분)과 유튜브(40분) 못지않을 정도이다. 그런데, 이러한 현상들은 전 세계에서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빨아들이게 되는데, 틱톡이 전 세계 이용자로부터 얻는 데이터양만 하루 2PB(페타바이트)로, 1PB는 약 100만 기가바이트(GB)로 DVD 영화를 17만 4000편 저장할 수 있는 용량이다. 지난 4월 기준 ‘틱톡’ 국내 이용자도 300 만명(국내 10대 청소년 500만) 으로 국내 청소년의 절반을 넘는 숫자에 이르렀다.

이처럼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확보하면서 자연스럽고도 당연하게 나타나는 우려가 있는데, 이는 사용약관에 따라 이들의 신상(아이디, 생년월일, 위치정보)과 이용정보(본인이 올린 영상 및 이용 영상 정보) 기록에 대한 접근 권한이 중국 정부(틱톡의 모기업 바이트댄스 중국 소재)에 있다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지적 때문에 미국 의회는 국가안보 조사를 촉구하는 등 우려를 제기해 왔다. 급기야 미국 싱크탱크인 피터슨 국제경제 연구소는 지난 1월 ‘틱톡을 통해 미국 청소년 4000만 명의 개인 정보가 중국 당국에 넘어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하면서 미중무역 갈등으로 촉발된 문제가 전 세계로 확산되는 중이다. 지난 5월에는 미 하원의 민주당 의원 14명 이 연방거래위원회(FTC)에 틱톡에 대한 조사를 촉구한 가운데, 트럼프 미 대통령이 틱톡을 사용치 못하게 행정명령을 내리기까지 했다. 이에 틱톡은 중국이 아닌 해외 비즈니스를 매각하기에 이르렀는데, MS와 트위터가 인수를 저울질 중이다. (재인용: 이 앱 열면…한국 10대들 개인정보 중국으로 줄줄 샌다)

앞서의 예처럼 깡, 밈, 틱톡으로 이어지는 ‘짤’ 문화가 이제 또 하나의 미중 갈등의 요인으로 등장하면서 그만큼 문화의 영향력은 새삼 중요하다는 걸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실제로 바이트댄스(틱톡)는 막대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업을 키우고 있는 틱톡 외에도 중국 스타트업들은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세계 시장에서 IT 패권을 주무르고 있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이 증가하는 추세에 맞춰, 본사는 미국에 있지만 창업자가 중국인인 화상회의 앱 ‘줌(Zoom)’도 코로나19 이후 가입자만 3억 명을 끌어모으면서 급부상하고 있는데, 여기서도 개인정보 유출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이 외에도 이미 통신망과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화웨이는 전 세계의 나라로부터 거부를 당할 정도로 ‘백도어 기술’로 개인정보를 불법으로 취득하고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어 IT 기술이 MZ 세대의 즐거운 놀이문화로서의 플랫폼으로 단순하게 이용되지 못하고 개인정보 더 나아가 국가 안보와도 연계된다는 부분에서 아쉬움 더불어 씁쓸함이 느껴진다.

한편 이러한 배경 속에서 국내의 밈 문화로 출발한 깡이나 틱톡 등을 이용하면서 우리의 국내 IT 환경은 부실하고 규모의 게임에서 제한된 자원을 갖고 있다는 것을 독자 여러분들도 느꼈을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열악한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미국과 중국에 의한 기반 플랫폼 대신 그 상위에 있는 응용 플랫폼 영역에서 솔루션을 찾는 등 대안을 찾아내야만 우리의 마케팅 활동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참고: 월간마케팅)

 

 

Gil Park님의 브런치에 게재된 글을 모비인사이드가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