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엔 어떤 콘텐츠나 서비스든 화제성의 척도가 곧 밈(meme)으로 측정되는 듯하다. 재미있고 공감대 형성이 쉬울수록 밈이 되기 쉽다. 각종 예능이며 콘텐츠며 재미있는 것들은 짤, 밈화 되기 일쑤인 요즘 세상.

오늘의 앱 크리틱은 광희가 진행하는 네고왕에도 출연 이력이 있는 회사(서비스). 저기.. 혹시.. 당근이세요..?라는 밈으로도 잘 알려진 당근마켓이다.

 

 

“저기.. 혹시.. 당근이세요..?”

 

 


 

1. 서비스 소개

 

 처의 당근마켓

 

당근마켓동네 기반 커뮤니티 겸 중고 직거래 플랫폼이다. 당근마켓을 둘러싼 항간의 가장 흔한 오해는 이 서비스가 단순 중고거래 애플리케이션이라 인식되고 일컬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막상 앱을 설치하고 이용해 보면 중고 제품 직거래 외에도 로컬 광고, 동네 커뮤니티 등 다양한 지역 기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당근마켓은 왜 전국구 중고 거래 플랫폼으로 시작하지 않고 지역을 한정 지어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을까?

리서치를 통해 알게 된 사실에 따르면 당근마켓 서비스 창업 전 ‘판교 장터’라는, 어떻게 보면 서비스의 시초나 다름없는 중고거래 MVP가 선행적으로 시범 되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당시 중고거래를 이용하고자 했던 고객들의 Pain point는 무엇이었을까.

 

 

 

2. 당근마켓이 해결하려고 했던 문제

 

  • 지역 기반 카페(커뮤니티나 모임)의 높은 진입 장벽  
  • 기존 중고 거래 서비스의 신뢰성 부재  

 

사실, 당근마켓 출시 이전에도 중고 거래를 할 수 있는 플랫폼은 존재했다. 그 선봉에는 중고나라가 있었고 각 지역 구민 전용 네이버/다음 카페, 직장인이나 육아맘 전용 커뮤니티가 그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이러한 커뮤니티들은 대개 진입 장벽이 높거나 신뢰도가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오죽하면 평화로운 중고나라라는 표현이 생겨날 정도로 거래 사기가 극성이었고, 지역 기반 카페에 글을 쓰거나 거래를 하려면 등업 조건부터 만족시켜야 하는 등 절차가 까다롭기 그지없었다.

 

 

위는 당근마켓 대표의 인터뷰 원문에서 일부 발췌한 내용이다. 생각해보면 중고 거래의 특성상, 제품의 배송이나 CS 부담은 대부분 고객이 질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특히나 부피가 크고 무거운 제품의 경우 운송료 부담이나 파손의 위험이 있기에 직거래가 선호된다. 이런 제품들은 구매자의 입장이나 판매자의 입장에서도 거리상 가까운 사람과 거래하는 것이 효용이 높다.

 

 

3. 당근마켓의 Primary users & Secondary users

 

최근 당근마켓은 월 이용자 수 1,000만 명을 돌파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월간 활성 이용자(MAU)가 1,000만, 유저 월평균 사용 횟수만 24회, 앱 체류 시간은 하루 20분에 달했다. 그뿐만 아니라 앱 스토어의 다운로드 횟수는 2,000만 회를 돌파했다. 당근마켓을 이용하는 이 많은 수의 사용자들은 어떤 기능에 가장 많은 시간을 소비하고 있을까? 어떤 포인트에 꽂혀 이 앱을 계속해서 실행시키는 걸까

 

1) 당근마켓의 Primary users : 지역 기반 중고 직거래와 소식에 관심이 많은 지역민들  

 

리서치를 통해 알아본 수치로는, ‘동네생활’ 탭의 월 활성 사용자 수가 230만 명 정도라 한다. 이를 통해 일부의 고객들은 ‘내 근처’와 ‘동네 생활’ 기능을 자주 이용하고 있지만 그 외 대부분의 고객이 ‘중고 거래’를 주로 사용하고 있음을 유추해볼 수 있다. 당근마켓 공식 홈페이지 FAQ에 따르면 동네 주민 1인당 홈피드 체류 시간이 하루 평균 16분, 한 달 평균 21회 방문 수준이라 한다. 당근마켓은 단순 중고 거래 앱은 아니지만, 서비스 이용자의 대부분이 중고 직거래 기능을 애용하고 있다는 점은 무시될 수 없다.

 

 

하지만 월 활성 사용자 수가 230만에 달하는 동네생활의 경우, 전체 MAU의 1/4에 해당하는 수치로 결코 적은 숫자라 보기 어렵다. 당근마켓의 서비스 이용자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커뮤니티를 활용하고 있었다.

집 근처 공원에서 같이 산책할 사람을 구하거나 자신이 키우는 고양이를 동네생활란에 자랑하기도 한다. 심지어는 대신 벌레를 잡아주겠다는 글도 심심찮게 올라온다. 이러한 글들은 한동안 당근마켓의 밈으로 유행하기도 했다.

당근마켓 벌레잡이 글은 부업계의 새로운 장르로 한때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구기도 했다. (심지어는 가격도 3만원이다. 당근 벌레잡이 부업은 당근마켓에 올라온 웬만한 중고품보다도 높은 가격으로 형성되어 있다.)

이러한 글들이 밈화되어 커뮤니티에서 인기를 끈 것이 단순한 우연일까? 사용자는 자신의 집에 낯선 이웃을 들이는 것에 아무런 거리낌도 없었을까? 아마도 손가락만 한 바퀴벌레의 출현은 글쓴이에게 꽤 긴급한 문제여서, 외부 업체를 통해 해결하기에는 다소 급박한 상황이었을 지도 모른다.

이는 단편적인 사례일 뿐이지만, 이를 통해 예상할 수 있는 점은 당근마켓의 사용자들이 자신도 모르는 새 당근마켓을 소셜 앱으로 활용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당근마켓의 밈이 흥할 수 있었던 것도 결국은 ‘동네 이웃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이었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2) Secondary users : 지역 광고를 걸고 싶어 하는 광고주

 

당근마켓은 더불어 광고주 센터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지역 기반 광고는 현재 당근마켓의 수익을 책임지고 있는 수입원으로, 로컬 기반 광고를 집행하고자 하는 개인이나 소상공인들에게 적합한 홍보 수단이다. 물론 원한다면 타지역에도 광고를 게재할 수는 있다. 광고주 센터의 주요 고객인 동네 소상공인, 개인의 경우 해당 동네에서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단골 이웃, 고객을 포섭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회성 방문이라고 해도 멀리서 온 고객들보다는 근처에 사는 사람들이 가게에 들러주는 것이 가게 홍보(입소문)에도 도움이 된다. 광고 집행 비용이 저렴하거나 방법이 편리하다면 소상공인과 개인 사업자들은 지역 기반 광고를 더 선호할 수밖에 없다. 그런 이유로 지역 광고주들을 두 번째 고객으로 보았다.

 

 

정리해 보자면, 당근마켓은 거래 반경 제한(지역, 동네 기반) 중고 거래와 커뮤니티를 사용자들에게 제공함으로써,

  1. 지역 기반 카페(커뮤니티나 모임)의 높은 진입 장벽 문제와
  2. 기존 중고 거래 서비스들이 가지고 있던 신뢰성 부재라는 문제를 동시에 해결했다.

 

당근마켓은 게시글 n개 작성, 댓글 n개 작성, 출석 몇 회와 같은 등업 조건 없이 GPS 위치 인증으로 사는 동네를 인증하게 해서 같은 지역(반경 최대 20km 제한)에 살고 있는 사용자들을 하나의 Pool에 모았다. 회원 가입을 할 때도 이메일 주소나 다른 수단이 아닌 휴대폰 번호로 인증을 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항상 문제가 되던 택배 거래가 아닌 같은 동네 이웃과의 직거래 방식이기 때문에 타 중고 거래 사이트 대비 높은 신뢰도를 형성할 수 있었다.  

인터뷰 내용을 보면, 당근마켓의 창업자는 같은 문제를 겪고 있는 고객들이 수도권 밖에도 충분히 많을 거라고 봤던 것 같다. 이와 같은 추측을 뒷받침할 자료가 있는지 찾아보았는데, 다소 지난 2019년 8월경 자료이기는 하나, 이해에 도움이 될 것 같아 첨부했다. 당근마켓은 2019년 7월경에 300만 MAU를 달성했고, 이후 9개월 만인 2020년 4월 그 두 배인 700만 MAU를 달성했다. 해당 기간 사이의 주요 사용자층을 분석하면 빠른 성장의 원인을 짐작해볼 수 있을 거라 생각된다.

 

https://www.mobiinside.co.kr/2019/10/01/app-ape-daangn/

 

👉 ‘헬로마켓’이라는 중고 거래 앱을 제외하고 대부분 육아와 관련된 서비스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서비스 이용자의 성별, 연령대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역시 여성이 우세하다. 2020년에는 성비가 다소 달라졌을 수 있지만, 2019년 기준으로는 여성 사용자의 수가 남성의 두 배에 달했다. 주요 연령대 역시 3~40대에 집중 분포되어 있다. 위의 통계는 당근마켓이 3~40 여성들이 많이 거주하는 동네(경기, 서울 신도시 지역)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할 있었던 이유를 뒷받침해 준다.

당근마켓은 맘카페와 같은 지역 기반 커뮤니티들이 가지고 있던 진입 장벽 이슈를 해결하고 한정된 커뮤니티 안에서 일어나던 정보 교환을 ‘동네 생활’ 서비스를 통해 잘 녹여냈다. 그렇다면 이들이 향후 되고자 하는 커뮤니티란 어떻게 정의될 수 있을까?

동네마다 자주 올라오는 질문과 상품의 카테고리가 다르듯, 해당 지역이 가진 특성과 문화에 따라 그 안에서 창출될 수 있는 가치도 천차만별이다. 그뿐만 아니라 당근마켓과 타 커뮤니티 플랫폼의 가장 근본적인 차이는 단순 지역민 외 로컬 비즈니스에도 큰 비중을 두고 있다는 점이라 보았는데, 아래의 이미지를 잠깐 살펴보자.

 

 

지역 맘카페나 타 커뮤니티 사이트의 경우, 광고 수익을 위해 외부 광고를 게재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들의 광고주는 대부분 유명 브랜드나 업체, 대기업인 데 반해 당근마켓의 광고주는 지역의 소상공인 또는 개인이다. 당근마켓은 서비스가 가진 신념과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대기업 광고 제의를 거절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에 근거해, 동네의 소상공인 및 개인과 밀접하게 협력하여 지속가능한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 당근마켓이 도달하고자 하는 커뮤니티의 최종 목표라 생각했다.

 

4. 당근 마켓의 문제 해결과 핵심 지표

 

당근마켓은 기존에 존재하던 중고 거래의 신뢰성 부재와 지역 기반 카페(맘카페)의 높은 진입장벽 문제를 잘 해결하고 있다. 당근마켓은 정식 서비스 런칭 전 ‘판교장터’라는 MVP를 통해 시장에 앞과 같은 문제를 가지고 있는 고객 집단이 충분히 많은지 검증하고, 같은 이슈를 겪고 있는 고객들에게 ‘동네 인증, 거래 반경을 제한한 동네 이웃과의 직거래’라는 솔루션을 제공함으로써 앞선 두 가지 문제를 해결했다.

그렇다면 이는 어떻게 증명될 수 있을까? ‘고객의 문제를 잘 해결하고 있는가’, ‘시장에 같은 문제를 가진 고객 집단이 충분히 존재하는가’에 대한 주장으로 Product-Market Fit을 참고해 볼 수 있다고 보았다.

PMF를 찾았다는 것은 곧 제품의 지수 유기적 성장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PMF의 달성을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무엇일까? 아무래도 사용자들의 입소문만큼 확실한 지표가 없다. 많은 수의 사람들이 실제로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고, 가까운 지인이나 가족들에게 이 서비스에 대해 공유한다면 지수 유기적 성장을 이루었다고 판단할 수 있다.

 

당근마켓은 이미 넷상에서 밈의 대명사가 된 지 오래인 데다, SNS를 통해 당근 거래와 관련된 재미있는 일화들이 매일같이 올라오고 있다.

 

https://www.mobileindex.com/report/mi_report_202004.pdf

 

현재 당근마켓의 월 활성 사용자 수는 1,000만 명에 육박했고, 서비스 월평균 체류 시간은 2시간 56분에 달한다. 이는 단순 평균값으로, 헤비 유저들의 경우 더 오랜 시간 서비스를 사용한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물론 시장의 상황과 고객의 요구는 계속해서 변하기 마련인데, 당근마켓이 계속해서 시장과 fit을 잘 맞춰가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지표로 신규 유저의 재방문율과 기존 유저의 이탈률을 참고했다.

중고거래 앱 이탈률 현황 통계에 따르면, 당근마켓의 앱 이탈률이 현재 서비스되고 있는 중고 거래 앱 중 가장 낮았다. 그뿐만 아니라 앱 실행일 수, 신규 사용자의 재방문율은 후보군 중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위의 내용에 비춰보았을 때, 중고 거래 플랫폼으로서의 당근마켓이 고객의 문제를 잘 해결하고 있다고 보아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https://www.mobileindex.com/report/mi_report_202004.pdf

 

는 올 초 코로나19 발생 후 2~3월 간의 중고거래 서비스 이탈률을 조사한 자료다. 해당 기간 동안 모든 중고 거래 앱의 리텐션(사용자 유지율)이 두 달에 걸쳐 평균 10% 가까이 하락한 점을 확인할 수 있다.

👉 자료를 통해 대면 거래가 선호되는 중고거래의 특성상 판매자-구매자 간의 오프라인 만남이 쉽지 않았기 때문에 해당 기간 동안의 사용자 유지율이 하락했다고 볼 수 있으며(택배 거래의 경우 ‘중고 물품’의 위생 상태를 보장 받을 수 없다는 불안감 때문에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해당 시기에 택배 물류센터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는 등 다양한 이슈가 있었다.) 동시에 물건을 사고파는 경험을 할 수 없다면 사용자들은 언제든 서비스를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으로 해석되었다.   

 

서비스 핵심지표 ?

 

이러한 이유에서 당근마켓의 핵심 지표를 DAU와 지역별 WAU라 보았다.

WAU, MAU도 아니고 DAU로 본 이유는 당근마켓을 커뮤니티 플랫폼이라 보았기 때문이다. 단순 직거래 서비스였다면 거래 관련 메시지를 전송 받거나 판매/구매와 연관된 활동을 할 때에만 앱을 실행하겠지만, 서비스가 커뮤니티의 성격을 띠게 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별 소식이 없어도 매일 들어가서 오늘은 무슨 글이 올라왔는지, 어떤 상품이 올라왔는지 확인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커뮤니티성 플랫폼은 이용하는 사람들로 인해 가치를 가지게 된다.

커뮤니티 내 콘텐츠 생산자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이고, 콘텐츠 소비자 역시 고객이므로 소비할 수 있는 콘텐츠(정보)의 양이 충분하지 않으면 리텐션이 유지되기 어려운 구조다. 이런 이유로 당근마켓과 같은 서비스는 습관적으로 매일 실행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았기 때문에 DAU를 꼽았다.

 

 

다음 핵심 지표로는 지역별 WAU를 꼽았다. 당근마켓은 지역 기반으로 커뮤니티를 분할 운영하고 있는데, 이 말은 지역별 구매자의 수와 판매자의 수 그리고 사용자의 활동성에 차이가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차이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다. 지역 가입자 수가 적은 지역을 대상으로 WAU를 모니터링해서 실제로 거래량이 얼마나 발생하는지, 활동 빈도는 어떠한지 확인해 볼 필요성이 있다.

MAU가 아닌 WAU인 이유는, 가입자 수가 적은 지역일수록 거래가 활발하게 일어나지 않을 확률이 높고(거래가 발생할 만큼의 아이템이 충분하지 않을 거라 가정했다.) 이러한 중고거래 플랫폼은 하루빨리 물건을 팔거나 사는 경험을 해야 리텐션이 꾸준히 유지될 거라 추측했기 때문이다.

 

▷ 당근마켓이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上)-2 편으로 이어집니다.

 


위의 원고는 ‘위시켓‘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참고 자료]

https://www.sedaily.com/NewsVIew/1Z7SE9OJMJ

https://jmagazine.joins.com/forbes/view/329503

https://www.mobileindex.com/report/mi_report_202004.pdf

 

 

 

로빈님의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