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세계관’이라는 용어를 들어보셨나요? 최근 활동하고 있는 대부분의 K-POP 아이돌 그룹들은 자신들만의 세계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이돌 그룹의 10대 팬들에게 ‘아이돌 세계관’이란 아주 친숙한 용어인데요. 원래 세계관이란, 영어의 ‘Fictional World(가상 세계)’가 번역돼 사용된 용어로, 콘텐츠 창작물에서 단순한 설정을 넘어 구체적이고 일관된 논리로 만들어진 가상의 세계를 일컫는 말입니다. 일반적으로는 ‘마블 세계관’이나 ‘스타워즈 세계관’ 등 영화나 게임 콘텐츠에서 주로 사용되어왔었죠.  

한편 ‘K-POP’에서도 꽤 오래전부터 이러한 세계관을 중요한 요소로 받아들이고, 이를 발전 시켜 왔습니다. K팝 아이돌 그룹 가운데 ‘세계관’을 내세우며 팬덤을 키워나간 최초의 그룹으로는 ‘엑소(EXO)’를 들 수 있습니다. 2012년 데뷔하면서 이 그룹은 당시로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던 자신들만의 독특한 세계관을 내세웠습니다. 미지의 외행성 ‘엑소(EXO)플래닛’에서 자신들이 왔으며 멤버별로 모두 하나씩 독특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데요. 이들의 뮤직비디오를 비롯한 영상 콘텐츠 등이 모두 이 세계관을 토대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지금은 대부분의 아이돌 그룹이 데뷔를 할 때 독창적인 세계관을 함께 발표하는 것이 하나의 관행처럼 되어버렸지만 당시로써는 아주 참신한 시도였습니다.    

‘엑소(EXO)’가 K-POP 아이돌 세계관의 원조였다면, ‘방탄소년단(BTS)‘은 아이돌 세계관을 가장 성공적으로 활용한 그룹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들의 세계관은 ‘BTS 유니버스’라는 말까지 만들어낼 정도니까요. 소속사에서 공식적인 세계관의 유무를 확인해 준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멤버들의 스토리로 만들어진 세계관이 존재하며 이를 바탕으로 음반, 책, 웹툰, 영화, 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이들 그룹 이외에도 이제는 대부분의 K-POP 아이돌 그룹이 자신들의 독특한 세계관을 가지고 데뷔를 합니다. K-POP 아이돌 팬덤은 이들의 세계관을 받아들이고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와 함께 가상의 세계에 공존하고 있다고 느낍니다. K-POP 아이돌 세계관은 아이돌과 팬들이 서로 이해하고 공유할 수 있는 가상의 세계로, 이미 10대들은 가상 세계에서 소통하는 것에 익숙한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블 세계관’처럼 K-POP 아이돌 세계관도 상상으로 만든 독창적인 세계관을 바탕으로 스토리를 발전시켜가며, 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소비자들(팬덤)과의 소통을 통해 가상 세계를 팽창해 갑니다. 내가 원하는 가상 세계를 선택하고, 나와 같은 선택을 한 다른 팬들과 공동의 정서를 느끼며 교감하고 소통하는 상상의 세계가 바로 아이돌 세계관입니다. 이런 아이돌 세계관은 이미 탄탄한 스토리와 함께 적극적인 참여자인 팬덤이 존재하기 때문에 성공적인 ‘메타버스’로 진화해갈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하겠습니다.

가상으로 창작된 아이돌 세계관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있는 10대와 20대들은 ‘Z세대’와 ‘알파 세대’입니다. 최근 이들에 대한 관심이 폭발하고 있는 것은 이들이 이제 성인이 되어 문화 창작과 콘텐츠 소비의 중심으로 도약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포인트는 이들이 기존의 인류와는 확연하게 구별되는 독특함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들은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디지털 원주민)’입니다. 태어나면서부터 인터넷을 자연스럽게 접한 최초의 세대인 그들은 스마트폰이라는 기계와의 접촉을 통해 유아기의 사회화 과정을 보냈습니다. 유아기 사회화 과정을 기계(스마트폰과 인공지능 스피커)와의 소통으로 보낸 이들은 IT 기기와 인공지능 캐릭터에 익숙함을 느끼고, 인터넷이 만들어낸 가상의 공간(사이버 스페이스, 메타버스)을 현실 세계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들입니다. 그들에게 세상은 현실 세계만이 아니라 각각의 독특한 세계관을 가진 가상 세계도 함께 존재하는 곳입니다. 

 

NC소프트 K팝 플랫폼 ‘유니버스’

 

이런 새로운 인류를 고객으로 확보하기 위해 K-POP 콘텐츠 기획자들은 발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SM엔터의 ‘리슨(Lysn)’, BTS 소속사 하이브의 ‘위버스(Weverse)’ 엔씨소프트의 ‘유니버스(Universe)’ 같은 글로벌 팬 커뮤니티 앱이 변화하는 젊은 팬들을 포용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잘 보여주는 예시라고 하겠습니다.

특히 게임사인 엔씨소프트가 서비스하고 있는 ‘유니버스(Universe)‘는 게임사의 콘텐츠 분야 진출이라는 의미 이외에도, 새로운 기술들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참신한 시도가 돋보입니다. AI 음성 합성, 모션 캡처, 페이스 캡처 등의 첨단 콘텐츠 기술을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창작에 도입한 것은 미래의 콘텐츠 비즈니스 방향을 제시해 주고 있다고 봐야 할 듯합니다.

물론 성공하는 ‘메타버스’를 구축하는 것은 쉬운 프로젝트가 아닙니다. 독창적인 세계관과 적극적인 팬덤 이외에도 필요한 것이 많습니다. 현재의 기술로는 해결할 수 없는 부분들도 있어 앞으로도 상당한 규모의 투자가 필요합니다. K-POP 아이돌 세계관을 보유한 국내의 콘텐츠 기획자들에게 멋진 기회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미래의 콘텐츠 소비자들을 열광시킬 ‘메타버스’를 구축하는 것은 엄청난 투자와 인고의 시간이 필요한 일입니다. 그럼에도 변화하는 소비자들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반드시 도전해서 먼저 선점해야만 합니다. 

아이돌 세계관은 그 자체로서 메타버스가 될 수 있는 기본적인 요소들을 거의 다 갖추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상당한 규모의 팬덤, 탄탄한 스토리의 세계관 그리고 그 가상 세계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도록 해주는 스타의 존재감 등을 가지고 K-POP 아이돌 세계관은 ‘메타버스’로 진화해갈 것입니다. 다음 세대의 주역인 10대들은 이제 가상 세계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신인류입니다. 이들에게 ‘메타버스’는 이미 낯선 환경이 아닙니다.

 

 

고찬수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