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우리의 일상을 바꿔놓은지 벌써 1년이 지났습니다. 우리의 소비 생활과 식생활도 크게 달라졌습니다. 코로나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일시적이라 생각했던 변화가 새로운 일상으로 자리 잡은 경우도 있습니다. 저 또한 한 개인으로서 저와 가족의 생활과 소비에 나타난 변화에 새삼 놀랄 때가 많습니다.

이토록 짧은 기간 내 압축적으로 나타난 변화는 기업에 위협이 될 수도, 혹은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코로나 이후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변화를 면밀하게 살펴본 뒤 위협에 대응하고 기회를 살릴 방안을 고민해야 합니다. 오픈서베이는 이러한 고민의 재료가 될 수 있도록 자체적으로 쌓고 있는 데이터를 분석해 코로나 이후 1년간 소비 변화와 식생활 변화를 살펴보았습니다.

 

 

오픈서베이 데이터로 살펴보는 소비 트렌드 변화

 

오픈서베이는 1년 전인 20년 4월에도 코로나 확산 초기인 20년 2~4월 사이의 소비 변화와 식생활 변화를 분석해서 알려드린 바 있습니다. 이번에는 그 범위를 좀 더 넓혀 20년 2월부터 21년 1월까지의 1년 치 데이터를 분석해 코로나 이후 소비 행태 변화를 좀 더 장기적인 관점으로 살펴봅니다.

분석 대상이 된 데이터는 오픈서베이가 해빗팩토리와 협업해 함께 수집하는 카드 결제 데이터와 오픈서베이 자체적으로 수집하는 푸드다이어리 데이터입니다. 해당 데이터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인 사항은 아래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번 칼럼은 신용카드 결제 데이터를 통해 목격한 소비 행태 변화를 중점적으로 살펴봅니다.

 

오픈서베이 x 해빗팩토리 신용카드 결제 내역

  • 사전 동의한 오픈서베이 패널로부터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결제 시 수신하는 문자와 푸시 알림에 포함된 결제 정보를 수집합니다.
  • 2020년 2월부터 매일 약 600개 브랜드 결제건수와 결제금액을 수집한 뒤 오픈서베이가 자체 보유한 패널 프로필 정보와 결합해서 분석합니다.

 

오픈서베이 푸드다이어리

  • 푸드다이어리 데이터란 내식간편식(HMR)·포장/배달·외식을 아우르는 국내 유일 식생활 데이터베이스입니다.
  • 2016년 7월부터 매월 약 7,000개의 식단에 올라온 메뉴와 마련법 및 TPO 정보를 수집한 뒤 약 3만 개의 음식과 음료 메뉴의 취식 증감 등을 분석합니다.

 

 

코로나 초창기, 오픈서베이가 관찰한 소비 트렌드 3가지

 

코로나 이후 1년 치 데이터를 분석하면서 가장 궁금했던 점은 오픈서베이가 코로나 초창기에 관찰했던 트렌드의 향방이 어떻게 되었는가입니다. 이에 당시 관찰된 트렌드가 무엇인지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이후 아래에서 언급한 트렌드가 현재까지도 지속하는지, 달라졌다면 어떤 점이 달라졌고 그 이유는 무엇인지 집중 조명해보도록 하겠습니다. 20년 4월 당시 오픈서베이가 관찰했던 주요 트렌드는 아래 3가지입니다. [▶관련 아티클 읽기]

 

 

세분화, 유통업태별·세대별·지역별 변화 방향과 속도가 달랐다

코로나 초창기 가장 두드러지는 트렌드는 ‘세분화’였습니다. 비축형 소비를 위한 채널을 선택할 때도 연령별로 3549와 50대가 서로 다른 채널을 선택하는 모습이 나타났으며, 대형마트 전체 결제가 늘어나는 가운데 특정 브랜드는 오히려 결제가 감소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이렇듯 코로나 초창기에는 한 방향으로 일관된 변화가 일어나는 게 아니라 서로 다른 방향으로 더욱 세분된 변화가 관찰되었습니다.

 

근린유통의 성장, 지역 상권 소비 증가하다

코로나 초창기 소비자의 생활 반경이 좁아지며 집 근처 동네 상권에서의 소비가 늘었습니다. 이에 대표적인 근린유통인 기업형 슈퍼마켓과 동네슈퍼 결제가 크게 증가했고, 재난지원금 효과로 단기적으로 더 성장할 것으로 예측한 바도 있습니다.

 

오프라인 파편화, 온라인 집중화

코로나 초창기 온라인 쇼핑과 배달음식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습니다. 이에 각 업태 내 1위 브랜드인 네이버쇼핑과 배달의민족의 결제금액 점유율이 더 높아지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반면, 오프라인에서는 하모니마트·노브랜드 등 대형업체가 아닌 브랜드의 결제금액 점유율이 높아졌습니다. 접근성이 제한 요인으로 작용하는 오프라인과 달리, 접근성의 물리적 제한이 없고 규모의 경제를 갖출수록 소비자에게 더 매력적인 구색과 가격·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온라인 유통의 특성이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첫째, 세분화 현상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그럼 코로나 이후 1년이 지난 지금 위의 3가지 변화는 지속하고 있을까요?

먼저, 유통업태별·세대별·지역별 소비 행태 세분화는 더욱 가속화된 것으로 보입니다. 아래 표는 20년 2월에서 21년 1월 사이 주요 유통 채널의 결제금액 증감 추이를 소비자 세그먼트별로 정리한 표입니다. 지난 1년간 각 세그먼트가 어느 채널에서 소비를 늘리거나 줄였는지를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코로나 이후 1년간 소비자 유형별 유통 채널 결제금액 변화 (출처. 오픈서베이 x 해빗팩토리 신용카드 결제 내역)

 

위 표를 살펴보면 50대는 대형마트와 창고형 할인매장 구매를 줄인 반면, 2034 남성은 유지하거나 오히려 늘린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대부분 세그먼트에서 동네슈퍼 결제가 줄어든 반면, 2034 남성에서는 오히려 늘어나는 현상도 관찰할 수 있습니다. 대형마트 등에서 구매를 줄인 50대와 여성은 한살림·자연드림으로 대표되는 친환경 식료품점에서의 소비를 늘렸습니다.

또한, 위 표에는 없지만 코로나 이후 1년간 2034 남성은 삼성디지털프라자에서, 3549 여성은 한샘에서 결제금액이 늘어났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자 남성은 가전제품을 좀 더 구매하고, 여성은 가구/인테리어 소품에 투자하는 모습이 관찰된 겁니다. 이렇듯 코로나 초창기 관찰되었던 유통업태별·세대별·지역별 소비 행태 세분화 트렌드는 지난 1년간 지속하였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과거와 같은 일원화된 전략에서 벗어나 세분 시장에 대한 맞춤 전략을 구사할 때입니다.

 

 

둘째, 근린유통은 지속해서 소비자를 붙잡는 데 한계를 보였습니다

 

코로나 초창기 외출을 자제하고 근거리 위주로 쇼핑을 하면서 근린유통인 기업형 슈퍼마켓과 동네슈퍼 소비가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상승세는 20년 5월에서 9월까지 더욱 가속화됐습니다. 일부 기업형 슈퍼마켓과 동네슈퍼가 재난지원금 사용처에 포함되면서 많은 소비자가 근린유통 채널을 이용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상승세는 9월 이후 꺾이기 시작합니다. 기업형 슈퍼마켓과 동네슈퍼의 결제 횟수가 재난지원금 사용 기간이 끝난 9월 이후 크게 감소한 겁니다. 이후 코로나 3차 유행기인 12월에 소폭 반응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코로나 초창기 수준까지는 회복하지 못했죠. 실제로 통계청에서 발표한 주요 유통업체 매출 증감 데이터에서도 기업형 슈퍼마켓을 뜻하는 SSM은 20년 전체 매출이 전년 대비 4.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납니다.

 

 

코로나 이후 1년간 소비자의 슈퍼마켓 결제건수 변화 (출처. 오픈서베이 x 해빗팩토리 신용카드 결제 내역)

 

 

위 패턴을 보면 기업형 슈퍼마켓과 동네슈퍼 모두 코로나 유행기마다 일시적으로 소비자를 유치했지만, 그들이 꾸준히 찾을 수 있도록 발길을 붙잡지는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기업형 슈퍼마켓 중 GS더프레시는 상대적으로 선방했지만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와 롯데슈퍼는 더 고전하는 상황입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구체적인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각 슈퍼마켓 결제 내역이 있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리타겟팅 설문을 진행했습니다. 조사 결과, GS더프레시는 타 슈퍼마켓 대비 규모가 큰 매장이 많은 편이라 상품 구색과 쇼핑 경험 면에서 더욱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멤버십 만족도 역시 더욱 높습니다. 이러한 장점 덕에 GS더프레시를 정기적인 장보기 채널로 이용하는 소비자가 많으며 객단가 또한 높습니다.

 

소비자로부터 타 슈퍼마켓 대비 큰 규모 매장이 많아 상품 구색과 쇼핑 경험이 좋다고 인식되는 GS더프레시 (이미지 출처. GS리테일)

 

반면, 동네슈퍼와 GS더프레시 이외의 기업형 슈퍼마켓은 상대적으로 멤버십 혜택과 상품 구색 면에서 소비자의 기대치를 충분히 충족시키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근린유통의 성장은 선진 시장에서는 보편화된 현상입니다. 이제는 근린유통 채널이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는 구색과 환경을 갖추고 있는지를 생각해보고, 소비자의 발길을 붙잡을 수 있도록 혁신이 필요한 것으로 보입니다.

 

 

셋째, 집중화 현상은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에서도 나타납니다

 

코로나 1차 유행기에 배달음식 이용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배달의민족 결제건수도 크게 증가했습니다. 코로나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배달의민족 상승세는 꾸준히 이어졌습니다. 결제건수 기준으로 배달 앱 중 배달의민족 점유율은 20년 2월 77.4%에서 21년 1월 83.7%까지 증가했습니다. 이러한 집중화 현상은 온라인 쇼핑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납니다. 상위 3개 브랜드인 네이버쇼핑·쿠팡·이베이의 결제금액 점유율은 높아진 반면, 11번가·위메프·티몬 등의 점유율은 하락한 겁니다.

 

 

코로나로 배달음식 수요가 크게 늘자 19년 12월 기준 1만 명 수준이던 배민 커넥트 라이더 수도 20년 12월에는 5만 명 규모로 늘었습니다 (이미지 출처. 배민 블로그)

 

한편, 오프라인은 코로나 초창기에 관찰된 파편화 현상이 더이상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코로나 1차 유행기 때는 하모니마트 등 대형업체가 아닌 브랜드의 점유율이 높아지는 현상이 나타난 바 있는데요. 코로나 장기화 이후 대형마트 중에서는 롯데마트·홈플러스와 비교할 때 이마트의 결제건수와 결제금액 점유율이 높아졌습니다. 또한, 기업형 슈퍼마켓 중에서는 GS더프레시의 결제건수 및 결제금액 점유율이 높아지면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와 롯데슈퍼의 위상이 약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코로나 이후 시장의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커지며 근본적인 경쟁력을 갖춘 브랜드와 그렇지 않은 브랜드의 성과 차이가 명확하게 나타났기 때문으로 해석됩니다. 예를 들어 오프라인 유통은 매장을 찾는 소비자가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신규 출점이나 프로모션 등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지 없는지가, 온라인 유통에서는 물류 등 인프라에 대규모 투자를 할 수 있는지 없는지가 성과를 가른 겁니다.

 

코로나 장기화 이후 결제금액·결제건수 점유율 모두 증가한 이마트 (이미지 출처. SSG 뉴스룸)

 

결론적으로 오픈서베이가 코로나 초창기 관찰했던 주요 변화 3가지 중 첫 번째인 유통업태별·세대별·지역별 소비 행태 세분화 현상은 지속하였습니다. 두 번째인 근린유통 성장은 동력을 꾸준히 유지하지 못해 반쪽짜리 성적표를 남겼으며, 세 번째인 온라인 집중화와 오프라인 파편화 현상은 코로나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모두 근본적인 경쟁력을 갖춘 브랜드가 더 입지를 강화하는 집중화 방향으로 귀결된 것으로 보입니다.

 

 

코로나 이후 1년간 트렌드 변화 더 알아보기

 

오픈서베이는 포스트 코로나 전략을 고민하는 기업을 위해 코로나 이후 1년간 소비자 트렌드를 분석한 <포스트 코로나 리포트 2021>을 출시했습니다. 리포트는 소비 변화를 다루는 Buy 리포트와 식생활 변화를 다루는 Eat 리포트로 구성됩니다. 이에 코로나 이후 대한민국의 소비 생활과 식생활 변화를 심층적으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아래와 같은 점이 궁금하셨다면 오픈서베이 포스트 코로나 리포트 2021을 더 알아보세요.

  • 코로나 이후 성장한 브랜드는 어디이며, 브랜드 간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 코로나 초창기 발견된 트렌드가 코로나 장기화 이후에도 지속되었을까?
  • 코로나 특수로 성장한 이커머스, 모든 온라인 유통 브랜드가 똑같이 성장했나?
  • 내식 상황 증가로 배달음식이 우리 식탁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늘었나?

 

 

 

 

해당 글은 오픈서베이와 모비인사이드의 파트너쉽으로 제공되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