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는 전 세계에 의료와 보건뿐만 아니라 기업과 경제, 사회활동과 인간관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전통적인 모금방식인 대면활동에 어려움이 생긴 만큼 NGO단체에서는 코로나 상황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그린피스에서는 비대면 방식의 모금 활동을 포함하여 후원자분들과 더 적극적으로 소통하기 위해 새로운 방식으로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었는데요.

2021년도 설립 50주년을 맞은 그린피스, 다양한 모습으로 후원자들에게 어떻게 다가가고 있는지 노정연 매니저님을 통해 자세히 들어보았습니다.

 

 

 

Q. 안녕하세요 노정연 매니저님, 간단한 자기소개와 그린피스 소개도 부탁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그린피스 동아시아 지부의 서울오피스에서 신규후원팀을 맡고 있는 노정연입니다. 올해 50주년을 맞이한 그린피스는 지난 1971년, 12명의 활동가들이 알래스카의 암치카 섬에서 벌어진 미군의 핵실험을 막기 위해 작은 배를 타고 캐나다 밴쿠버에서 항해하면서 시작된 국제 환경단체입니다.

 

 

현재 전 세계 55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데요, 동아시아 지부에 속해 있는 서울 사무소는 2011년 10월 문을 열어 올해로 10주년을 맞았습니다. 동아시아 지부에는 한국 외에도 중국과 일본, 대만, 홍콩이 속해 있습니다. 그린피스는 기업과 정부의 지원을 일체 받지 않고 개인 후원자들의 후원으로만 운영되고 있으며, 과학적 조사를 기반으로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방식으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Q. 최근 그린피스에서 주요하게 진행하고 있는 캠페인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주요 캠페인들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그린피스 서울 사무소에서 진행 중인 캠페인 중 가장 우선순위가 높은 활동은 기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목적의 캠페인입니다. ‘기후참정권’ 캠페인은 투표를 통해 기후위기 해결에 앞장서는 리더를 뽑자는 취지의 캠페인입니다. 국회와 행정부를 대상으로 광범위한 기후위기 정책 및 법안 제안 등을 진행하고 있으며, 시민들과 정책 모니터링 활동도 진행합니다. 또한 탄소 배출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교통 분야에서도 가솔린, 경유 등 내연기관차량을 전기차로 전환하여 교통의 패러다임 변화를 끌어내는 캠페인을 지속해 나가고 있습니다.

교통만큼이나 탄소 배출량이 높은 분야가 축산업 분야입니다. 서울 사무소는 2018년 ‘채소한끼 최소한끼’ 캠페인을 시작으로, 공장식 축산업이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알리고 식물성 식단 중심으로 식생활의 변화를 끌어내기 위한 캠페인도 진행했습니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기후 위기로 인한 식량 위기, 동식물의 멸종 등에 대해 알리는 시민참여형 캠페인을 본격적으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플라스틱 제로 캠페인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캠페인도 있습니다. 플라스틱 제로 캠페인은 이제 정부 정책 변화를 넘어 유통 및 식품 제조사의 변화를 요구하는 캠페인으로 확장하여 진행 중입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캠페인은 방사능 오염수 문제에 국한하지 않고, 모든 국가의 탈원전을 이뤄낼 때까지 더 강력한 캠페인을 지속해 나갈 것입니다.

 

 

Q. 코로나19로 인해 카페에서 테이크아웃을 권하고, 배달음식을 많이 시켜먹으면서 일회용품, 특히나 플라스틱 사용이 급격하게 증가했습니다. 이에 대한 우려가 굉장히 클 것 같은데요. 그린피스에서는 일회용품/플라스틱 남용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고 계신가요?

말씀해주신 것처럼 코로나19로 인해 카페와 레스토랑에서는 일회용 컵과 식기류가 더 위생적이고 안전하다는 생각으로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이 늘어나고, 온라인 쇼핑과 음식 배달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이 더욱 증가했습니다.

작년 6월 전 세계 공중보건 및 식품 안전 분야의 과학자, 의사 등 전문가들은 ‘코로나 시대의 다회용품 사용은 안전하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는데요. 이 성명서는 일회용품이 다회용품보다 안전하다는 플라스틱 업계의 주장을 일축하고, 기본 위생 수칙을 잘 지킨다면 다회용품 재사용 시스템은 안전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린피스는 이러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일회용 플라스틱을 줄일 수 있도록 플라스틱 제로 캠페인을 지속해서 진행 중에 있습니다.

 

 

Activists are holding up banners saying “Lotte-Mart fails to reduce single-use plastic” and “Reducing single-use plastic abroad, but why not in Korea?” in front of Lotte-Mart Sondo store. Lotte-Mart which is one of the largest supermarket chains in South Korea, announced a single-use plastic reduction target for its stores in Vietnam in 2019. However, so far there’s been no such announcement in Korea yet.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롯데마트 송도점 앞에 플라스틱 쓰레기로 가득 찬 높이 5m의 대형 카트를 설치하고 일회용 플라스틱 유통 실태 조사에서 ‘F’로 낙제점을 받은 롯데마트를 규탄하는 배너를 들어 보이고 있다. 롯데마트는 해외 매장에 대해서는 플라스틱 감축 목표를 발표했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어떠한 감축 목표도 발표한 바 없다. 그린피스는 올해 3월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하나로마트, 메가마트 등 국내 5대 대형마트의 플라스틱 감축 노력을 평가한 를 발표하고, 마트에 불필요한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한 감축 목표를 세울 것을 요구하고 있다.

 

소비자 개개인이 직접 동참할 수 있는 #용기내 프로젝트는 마트에서 물건을 사거나 음식을 포장할 때 직접 가져간 용기에 포장해 올 것을 장려하는 캠페인으로 많은 분들이 동참해 아주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작년에는 일회용 플라스틱 포장을 많이 사용하는 대형마트들을 대상으로 캠페인을 진행했는데요, 롯데마트가 이에 응답해 2025년까지 플라스틱 포장을 50% 감축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Q. 코로나바이러스, 위축된 경제상황으로 인하여 모금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시민들이 증가했을 것이라고 예상됩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시민들이 좀 더 환경문제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그린피스에서는 이를 위해 어떻게 노력하고 계신지 말씀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사실 정부의 사회적거리두기 시행으로 거리에서 직접 시민들을 만나는 활동에 큰 제약이 생겨 거리모금팀의 모금성과는 악화되었지만, 대신 코로나19 기간에 타겟 오디언스의 실내 활동이 증가되어 TV, 인터넷을 통한 모금이 크게 증가했습니다. 실제 신규 후원자수가 전년대비 2020년에는 40% 증대하는 결과로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점을 고려했을 때, 코로나19로 인해 대중의 환경 인식이 크게 변화했다고 생각합니다. 경제 성장, 개발 중심의 가치만 추구하던 우리에게 코로나19는 우리와 더불어 살아가는 동식물, 그리고 그들의 터전인 자연의 보호와 환경보존의 가치를 깨닫게 해준 커다란 계기가 된 것이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그린피스는 이번 팬데믹으로 인한 환경에 대한 인식 변화가 앞으로도 이어져, 팬데믹 이후에도 다시 기존의 환경을 파괴하며 경제성장 및 개발에 집중하는 시스템으로 되돌아가지 않고 인간과 환경이 공존하며 건강하고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시스템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Q. 미세먼지와 코로나 이슈로 인해 그린피스에서 작년 10월, 공식적으로 대면모금 채널 사업을 종료하고 신규 후원자 개발을 디지털 모금 활동으로 강화해나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2017년 이후로 미세먼지 고농도 일수는 더욱 빈번해지고, 이에 더해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되어 거리모금 채널 종료를 고려하게 되었습니다.

그린피스는 기업과 정부의 기금이나 후원을 받지 않고 오직 개인의 후원금으로 운영되는 단체이다 보니 개인 후원자분들의 소중한 후원금을 효율적으로 잘 사용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그린피스가 거리모금 채널 종료에 대한 의사 결정을 내린 가장 큰 이유는 효율이 악화된 모금 채널을 유지하면 소중한 후원금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게 되어 더 시급한 캠페인을 위한 재원 확보에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그린피스 서울 사무소는 전체 직원들과 여러 번의 간담회를 통해 작년 10월 거리모금사업 종료를 결정하였습니다. 거리모금가들은 전화모금팀으로 전원 이동하여 유선으로 그린피스 서포터즈분들에게 캠페인에 대해서 안내하며 모금활동을 이어 나가고 있습니다. 또한 추후에는 많은 분들이 좀 더 자발적,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을 통해 그린피스와 소통할 수 있도록 집중해 나갈 것입니다.

 

 

Q. NGO 단체 사이에서도 디지털 중심의 모금활동, CRM 마케팅이 중요하게 대두되고 있다보니 그린피스 내에도 데이터분석 능력 및 디지털 마케팅에 대한 이해도가 많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실제 프로젝트를 진행하실 때 어떤 역량들이 많이 필요하다고 느끼시나요?

그린피스 서울사무소가 후원사업을 시작한 것이 2014년입니다. 모금사업 초반에는 주로 거리모금 중심으로 운영이 되었으나 미세먼지 이슈로 거리모금 채널이 어려움을 겪기 시작한 2017년부터 디지털, TV 채널, 전화모금 등 모금채널 다양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였으며 주요 3개 채널이 신규후원 모금을 위한 채널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후원 기금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 데이터 중심의 의사결정 그리고 가설을 바탕으로 전환율을 높이기 위한 AB테스트를 진행하는 CRO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웹사이트 데이터를 분석하고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가설을 세우고 실험하는 애자일 방식으로 일하는 문화를 계속 지켜 나가고 있습니다. 모금사업팀 스텝들은 분석역량 및 디지털 트렌드을 갖추기 위해서 꾸준히 내외부 교육을 받고 있으며 서로 정보공유를 끊임없이 합니다. 또한 외부의 다양한 디지털/테크 전문가들과 일하며 우리 내부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에 대한 조언을 얻고 있습니다.

 

 

Q. 그린피스 설립 후 50년 동안 수 많은 캠페인들이 진행이 되었고, 그로 인해 사회에 전달된 선한 영향력들이 아주 크다고 느껴집니다. 그린피스에서 이루어 낸 많은 변화들 중 가장 의미 있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꼽아보자면 어떤 것일지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굉장히 많은 성과가 있는데요.

1974년 그린피스의 항의 시위 끝에 남태평양에서 진행하던 핵실험을 중단시켰습니다. 또 그린피스 하면 포경반대 캠페인을 많이 떠올리실 텐데요, 상업적 포경을 막고 고래를 지키기 위해 10년의 캠페인을 펼친 끝에 1982년 국제포경위원회는 잠재적 포경 중단을 결정했습니다. 1993년에는 오존층 파괴를 막기 위해 친환경 냉매 기술로 만든 냉장고 ‘그린프리즈’를 개발해 이 기술을 전 세계에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공개하여 유엔의 상을 수상했습니다.

 

 

 

 

2000년대로 넘어와서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활동들을 펼쳤는데요.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 세계적 IT기업의 100% 재생에너지 사용 선언을 이끌어 냈고, 한국에서는 2015년 네이버가 최초로 자사 데이터센터의 사용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또 2018년 삼성전자가 유럽, 중국, 미국 시장에서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하겠다고 선언하였습니다.

 

 

 

서울사무소의 성과로 말하자면, 미세플라스틱 사용 중단을 요구하는 캠페인을 펼쳐 2016년 씻어내는 화장품과 치약 등에서 미세플라스틱 금지 조치가 내려진 성과를 얻었습니다. 지난 2017년부터 진행된 플라스틱 제로 캠페인은 플라스틱 폐기물 불법 수출과 재활용 수거 대란 등의 문제를 고발하면서 변화를 요구하였는데요, 특히 지난해 류준열 배우와 함께 시작한 #용기내 챌린지는 올해 초 대통령 부부도 함께 참여할 정도로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용기내 챌린지는 마트나 시장을 방문할 때 일회용 플라스틱이 아닌 재사용 가능한 용기를 가져가자는 취지에서 탄생했습니다. 또한 대형마트와 기업들을 대상으로 일회용 플라스틱 생산량 공개 및 감축 목표 선언을 요구하는 캠페인을 펼쳐왔습니다. 그 결과 지난 해 롯데마트가 아시아 대형마트 중 최초로 2025년까지 일회용 플라스틱을 50% 감축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는데요. 후원자분들의 지지와 적극적인 참여 없이는 이뤄낼 수 없는 캠페인 성과였습니다.

 

 

Q. 그린피스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그린피스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네 단어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후 정의”, “지속가능성”, “시민의 힘”, “탄소 제로”

최근 사회적 화두인 공정성과 그린피스가 요구하는 기후 위기 해결은 큰 틀에서 함께 이뤄 나가야할 가치입니다. 환경이 파괴되었을 때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이들은 사회적 약자인 경우가 많습니다. 기후변화, 대기오염, 대규모 난개발 등, 수많은 환경문제는 사회 정의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후위기 해결을 통해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또한 그린피스는 계속해서 우리 후대에게 부끄럽지 않게 건강한 미래를 물려주기 위해서, 우리 사회가 지속가능한 에너지를 사용하고 시민의 힘을 모아 탄소제로를 위해 더 강력한 캠페인을 지속해나갈 것입니다.

 

 

Q. 마지막으로 모비인사이드 구독자분들께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앞에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그린피스는 철저히 개인의 후원금만으로 운영되는 재정적 독립성을 확보한 단체입니다. 이 때문에 그린피스는 지난 50년 동안 여러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시민들의 목소리를 모아 전 세계 수많은 거대 기업들과 정부를 대상으로 대담한 캠페인을 펼칠 수 있었습니다.

또한 그린피스는 후원금 사용에서도 매우 엄격한 기준을 가지고 있습니다. 재정적 투명성을 위해 매년 독립적인 회계감사관으로부터 감사를 받고, 재무제표를 연차보고서에 공개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그린피스는 지난 50년간 지켜온 재정적 독립성을 바탕으로 기후위기가 해결되는 그날까지 다양한 캠페인을 지속해 나갈 것입니다. 그린피스와 함께 지구를 지키는데 동참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