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ivation] Marketing Funnel

 

 

마케팅 리부트의 세 번째 단계는 ‘Activation’으로 잡았습니다. 이미 언급했듯 전통적인 마케팅에서의 ‘Action’은 주로 ‘구매’를 뜻하죠. 하지만 플랫폼 마케팅에서 말하는 ‘Action’은 보통 ‘가입’, 또는 ‘앱 설치’를 뜻합니다. 그래서 뭐가 다른데? 하고 별거 아닌 거로 생각하기 쉽지만 여기엔 근본적인 차이점이 있죠. 

 

 


 

 

측정하지 않으면 관리할 수 없다.

 

자세한 내용에 들어가기 전에 사례를 하나 살펴보겠습니다. 제가 한 글로벌 기업의 신제품 론칭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의 일입니다. 어떤 제품인지 밝힐 수는 없으니 일단 날을 교체해서 쓰는 면도기라 가정해 보죠. 출시되면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제품이라 생각되긴 했지만, 문제는 가격이었는데요. 최초 구매 시 사야 하는 Full Package가 10만 원 정도였습니다.

일단 초기에 어떻게 많은 사람들이 쓰게 할 것인가 고민하던 중에 클라이언트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대표님이 아래와 같은 요청을 했다더군요.

 

우리 회사 제품은 초기 가격이 고가라 구매에 허들이 있으니, 일단 소비자는 편의점이나 마트 등에서 살 때 3만 원만 결제하고 사용해 본 후, 반납할 의사가 없으면 나머지 7만 원은 후 청구되도록 했으면 합니다. 어차피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고객 정보가 남을 테니, 나머지는 2주 정도 내에 사용을 확정하면(반품하지 않으면) 받으면 되지 않을까요?

 

저는 난감했습니다. 이게 쉽지가 않은 문제거든요. 하지만 클라이언트분들은 잘 이해를 못 하시더군요. 호텔의 경우도 디파짓(deposit)을 통해 체크아웃 이후에라도 미니바 사용 금액 등을 청구할 수 있는데 왜 안 되냐는 거였죠.

호텔은 자신들의 네트워크(플랫폼)로 사용하는 것이니 가능합니다. 보통 라이선스 형태로 운영하는 지점이라 해도 동일한 멤버십과 결제 시스템하에 관리되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이 경우는 자체 판매망이 아닌 편의점이나 마트의 플랫폼을 빌려 쓰는 것이니 추가 결제나 반품 등에 대해 사전에 꽤 복잡한 협의 과정을 거쳐야겠죠. 게다가 유통사는 여러 곳이니 따로따로 협의가 진행되어야 합니다. 

이 사례에서 플랫폼 기업이라면 넷플릭스나 밀리의 서재 같은 곳이 많이 쓰는 방법처럼 일단 결제 정보를 받아 놓고 한 달 무료 또는 대폭 할인된 금액으로 첫 달 서비스를 하면서 고객 정보를 확보할 겁니다. 플랫폼 기업이 앱의 설치를 가장 첫 번째 단계(Acquisition)로 삼는 이유가 여기에 있죠. 일단 앱을 설치한 고객은 어떻게든 연결 고리를 가져갈 수 있으니까요.  

경영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피터 드러커는 ‘측정하지 않으면 관리할 수 없다’라고 했지만, 디지털 시대에는 ‘획득’하지 않으면 관리할 수 없습니다. 

 

 

 

 

 


 

 

‘Funnel’이 없으면 ‘LTV’도 없다. 

 

앞의 다른 글들에서 여러 차례 언급한 ‘Funnel(깔때기)’을 다시 생각해보겠습니다. 전통적 마케팅에서 사용하는 Marketing Funnel, 또는 CDJ 등은 소비자 인식의 변화에 대한 추상적 개념입니다. Awareness, Interest, Desire 등은 물론 T.O.M(Top of Mind) 등이 모두 마찬가지죠. 구체적인 행동은 Action(구매)이 유일하죠. (그래서 ‘Action’일 수도 있겠지만..) 

그마저도 누가 샀는지는 알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 이런 Funnel은(좀 심하게 말해) 있으나 마나 합니다. (물론 여전히 많은 회사는 Awareness, T.O.M 등을 KPI로 삼습니다) 

비플랫폼 기업은 보통 프리미엄 전략을 통해 제품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이를 통해 마케팅 비용을 더 써서 진입 장벽을 높이는 게 목표입니다. 좋게 말해, 브랜드 자산(Brand Asset)을 키우는 것이지만, 나쁘게 말하면 제품 가격에 모델비, 광고비 등 각종 마케팅 비용을 고객에게 전가하는 겁니다. 면도기 구독 모델로 성공한 DSC(Dollar Shaver Club)의 바이럴 영상에서는, 우리가 질레트 내는 면도날을 구매하는데 쓰는 20달러 중 19달러는 ‘로저 페더러'(당시 질레트 광고 모델)에게 간다고 대놓고 공격을 하죠. (물론 구체적인 근거는 없습니다) 

 

 

Dollar Shave Club의 그 유명한 바이럴 영상. DSC는 이 영상 하나로 대박을 친다.  

 

 

마케팅 세계에는 아래와 같은 유명한 격언도 있습니다.  

 

“광고비의 절반은 낭비되는 돈이다.

문제는 어느 쪽이 낭비되는 것인지 모른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플랫폼 기업은 Tracking(추적)에 기반해서 LTV(고객 생애 가치)를 높이는 방식을 취하게 됩니다. 고객이 장바구니에 담거나 구매를 하면 추가 구매를 유도하고, 슬쩍 보기만 하고 나간다면 리타게팅 광고를 통해 관심을 유도할 수 있죠. LTV 높아지면 마케팅 비용이 낮아지고 낮은 가격에 제품을 공급할 수 있게 됩니다. 박리장매(薄利長賣)라고 할까요? 플랫폼 기업에 의한 Disruption(비즈니스의 붕괴, 파괴)은 주로 여기에서 일어납니다. 

위의 격언 비슷한 내용을 플랫폼 세계에서 찾아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웹사이트 트래픽의 98%는 활성 고객으로 이어지지 않으며,

대부분의 모바일 앱은 3일 이내에 사용자의 80%를 잃는다.”

 

아주 구체적이죠? 광고비 절반 운운하는 말보다 훨씬 더 절망적인 숫자들이구요. 그동안 우리가 진행해왔던 마케팅 하에서 얼마나 많은 고객이 그냥 스쳐 지나가는지 우리는 알 수조차 없습니다. 경쟁사들이 다 비슷한 처지일 때는 상관이 없지만, 플랫폼 기업들이 하나하나 ‘이삭줍기’를 하는 상황이라면 얘기가 달라지죠. 

결국, 비 플랫폼 기업의 핵심적인 과제는 우리의 Funnel 토대로 지속해서 LTV 높여 가는 데에 있습니다. 숨어는 우리의 고객들을 찾아내어 우리의 자산으로 활성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야 하죠. 플랫폼 마케팅에서는 ‘Acquisition(획득)’에 해당하는 작업을 ‘Activation’이라 칭한 이유입니다.   

 

 

Marketing Reboot를 위한 Activation은 소비자를 우리 Funnel 안으로 획득하는 단계.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생깁니다. 분명 비 플랫폼 기업의 Funnel은 의미 없는 허상에 불과하다고 해놓고, 이제 와서 Funnel에 고객을 끌어들이고, 이 고객을 활성화해야 한다니요. 우리도 결국 앱이나 쇼핑몰을 만들어 우리 고객들을 모두 그곳에서 구매하도록 유도해야 할까요? 

물론, 대부분의 회사에서 그렇게 하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오랫동안 쌓아온 유통망을 흔들어 놓는 것은 굉장히 큰 모험일 수 있죠. 하지만 고객이 ‘인지’하는, 또는 ‘구매’하는 각 경로에 대한 설계와 측정은 지속해서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합니다. 

우리도 가상의 Marketing Funnel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죠. 이에 대해서는 글이 길어지는 관계로 다음 편에 이어가겠습니다.  

 

 

 

Ryan Choi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