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페이스북은 향후 5년 이내에 가상세계인 메타버스 기업으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요즘 메타버스가 정말 핫하죠? 대표적인 기업으로 국내에서는 네이버의 제페토가 대표적이고 미국의 로블록스 등이 있습니다. 저도 이 메타버스라는 것을 공부하기 위해 어플을 깔고 잼민이들과 중2병자들이 가득한 가상세계, 즉 메타버스의 세상으로 입장해봤습니다. 그런데 역시 그들의 세계관을 이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이런 새로운 세상에 적응을 잘 하든 못 하든 상관없이 지금 국내외의 대기업들은 메타버스를 새로운 플랫폼으로 인식하고 이를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메타버스가 게임과 엔터테인먼트 쪽으로 집중되는 경향이 있지만, 이는 비단 게임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닙니다. 아직 메타버스는 시험단계이고, 이제 막 꽃을 피우기 시작한 산업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페이스북 외에 아마존도 메타버스가 존재하기 위해 필요한 서버, 저장장치, 네트워크를 구축해 제공하는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메타버스에 접속할 수 있는 기기인 홀로렌즈를 만들고, 트위터도 메타버스 사업 진출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단순하게 말하면 이제 IT 기업들은 인터넷에서 소셜네트워크로, 그리고 지금 소셜네트워크에서 메타버스로 플랫폼을 갈아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가상현실, 내지는 가상세계로 불리는 이 메타버스 세계관의 최고봉에 페이스북이 서 있습니다. 현재 페이스북은 VR기기를 만드는 오큘러스에 20억 달러를 투입하였고, VR기술을 사용한 가상의 사무실을 구축하는 ‘인피니트 오피스’를 개발 중에 있습니다.

 

세계 최고의 SNS 플랫폼으로 여겨지는 페이스북이 왜 이렇게 메타버스라는 신세계에 올라타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일까요?

 

페이스북은 전 세계적으로 20억의 유저를 거느린 대형 SNS 플랫폼입니다. 거대한 고객 데이터를 바탕으로 맞춤형 광고를 노출해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이죠.

그런데 이런 광고 매출, 어떻게 얻게 되는 것일까요? 바로 페이스북이 20억 명의 유저들로부터 얻는 방대한 분량의 취향 데이터들을 통해서입니다. 그들의 동선, 기호, 게시물 등을 기반으로 분석한 뒤 그들의 취향을 저격할 수 있을 만한 맞춤 광고를 노출하는 것이죠. 그런데 이러한 고객 데이터 수집에 대해 구글과 애플이 딴지를 걸기 시작합니다.

 

“야! 페이스북! 너네 고객 동의를 얻지 않고 고객 데이터를 활용하면 우리 스토어에서 퇴출할 거야!”

 

이런 사태가 왜 벌어지는 걸까요? 바로 페이스북이 지금 처한 상황 때문입니다. 그들은 지금 애플 앱스토어, 구글 플레이스토어라는 플랫폼의 체제 밑에 종속된 상황이죠. 페이스북은 이들이 내놓는 정책에 좋든 싫든 따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5G 통신의 발전과 함께 페이스북은 칼을 빼 들었습니다.

 

 

“우린 메타버스로 간다.”

 

 

 

 

코로나 19 이후 세상은 재빠르게 디지털화되면서 언택트가 대세로 자리 잡았고, 이에 따라 가상공간의 필요성이 크게 대두되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 19는 메타버스 세계관이 뿌리내릴 수 있는 모판이 되어 주었습니다. 이제까지 플랫폼 아래 종속되어 있던 빅테크 기업들이 플랫폼의 지배에서 벗어나기 위해 메타버스 공간으로의 탈출을 꿈꾸고 있는 겁니다. 내가 바로 메타버스 공간의 주도적 플랫폼이 되겠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이들의 반란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요? 안타깝지만 단기간에 페이스북이 구글과 애플에 종속된 현 상황을 탈피할 가능성은 그리 커 보이지 않습니다. 그 이유를 나름대로 말씀드려보겠습니다.

현재 가장 점유율이 높은 유튜브에 전 세계 사람들은 정말 많은 시간 접속해 있습니다. 인생의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이 유튜브라는 플랫폼을 페이스북은 뛰어넘을 수 있을까요? 또 제페토나 로블록스, 또는 앞으로 나올 메타버스 플랫폼은 유튜브를 뛰어넘을 수 있을까요?

저는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플랫폼이 유튜브의 점유율을 뛰어넘기 힘들거나, 뛰어넘는다고 할지라도 5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제가 이렇게 생각하는 몇 가지 이유는 메타버스라는 가상공간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VR장비라는 아주 거추장스러운 도구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스마트폰이나 스마트워치, 에어팟 같은 무선 이어폰에 비해 부피가 매우 크고 조금 우스꽝스럽습니다. 고글의 형태를 갖춘 것 같지만 VR 장비의 본질은 박스를 뒤집어쓴 것입니다. 고글 모양의 박스를 뒤집어쓰고 그 캄캄한 박스 안에서 신기루 같은 가상의 공간을 시각적으로 경험하는 것입니다.

만약에 가상현실로 들어가는 이 입장권이 좀 더 가벼워지고 웨어러블 기기처럼 휴대하기 편리해진다면 그때는 유튜브를 뛰어넘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죠?

다른 한 가지 이유는 유튜브는 수동적으로 콘텐츠를 소비하기 좋은 플랫폼입니다. 가만히 있어도 내가 원하는 영상을 보거나 들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클럽하우스라는 음성 기반 플랫폼이 있죠? 처음에 일론 머스크 같은 인플루언서 덕분에 흥했다가 지금은 망해가는 플랫폼 중의 하나입니다. 관련 주식인 아고라(API)의 시세를 봐도 곧 망하기 직전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플랫폼이 많은 사람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것은 어떤 이유 때문일까 곰곰이 생각해봤습니다. 아이폰만 가능하다는 폐쇄성 때문일까요? 아닙니다. 클럽하우스가 가진 폐쇄성은 오히려 흥행요소였습니다. 초청장이 필요하고 인싸들만 입장이 가능하다는 이유 때문에 대중의 주목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클럽하우스가 내리막길을 걷게 된 이유는 바로 사람들의 귀찮음 때문입니다.

직접 마이크를 켜고 참여하지 않으면 안 되는 클럽하우스 특유의 토론 문화 때문에 망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냥 라디오처럼 듣고 싶은데 그러기엔 너무 재미없고, 토론에 참여하자니 너무 귀찮은 거죠. 반대로 유튜브는 귀만 열어놓으면 되기 때문에 운전하면서 듣기에 좋은 콘텐츠 플랫폼입니다.

오늘 말하고 있는 메타버스는 더 심각합니다. 말도 해야 하지만 몸도 움직여야 합니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편리함입니다. 이 본성을 이해하지 못하면 죽었다 깨어나도 성공하지 못합니다. 어떤 사업이든 이 인간의 본성을 거스르면 문을 닫게 되어 있습니다.

메타버스의 청사진으로 언급되는 스필버그의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 다들 보셨나요? 고글을 쓰고 슈트를 입고 장갑을 끼고 달리고 뛰어야 합니다. 가상의 공간이 새로 생기는 것이지만 오히려 집에 메타버스 전용 공간을 마련해야 가능한 일입니다. 저는 무엇보다 인간의 게으름과 귀찮음 때문에 메타버스가 유튜브를 뛰어넘으려면 매우 긴 노력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유튜브도 메타버스라는 이 새로운 시대의 조류에 맞게 진화할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구글 직원들이 비싼 연봉을 받고 놀고만 있지 않겠죠? 유튜브를 가지고 있는 구글이 어떻게 대응 전략을 짜고 있는지는 제가 아직 공부를 못했습니다만, 최근 YOUTUBE에 360도 VR 동영상 기능이 추가되었죠? 유튜브가 메타버스 세계에 적응하기 위한 여러 시도를 하는 중이라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페이스북이나 제페토, 로블록스 등 메타버스 플랫폼이 구글이나 애플의 모바일 플랫폼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면, 메타버스 깃발을 든 기업들이 승승장구할수록 구글과 애플은 지금보다 더 웃을 수 있습니다.

국내 메타버스 1위 플랫폼인 제페토 내에서 인앱 결제를 하면 수수료를 구글에서 가져갑니다. 메타버스 경제가 가속화될수록 구글이 가져가는 수수료는 자연스럽게 늘게 됩니다. 구글이 상위 포식자의 위치를 잡고 있는 셈입니다. 플랫폼 위의 플랫폼입니다. 이건 다른 진영인 애플도 마찬가지입니다. 제페토에서 비싼 구찌 가방을 많이 팔면 팔수록 구글과 애플에 반사이익이 생기는 구조입니다. 네이버의 제페토뿐 아니라 엔씨소프트 같은 게임 속에서의 소비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강성모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