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이번 행사에서 앞으로 확실한 세 가지 방향성을 보여줬습니다.

1. 애플은 반도체 회사다.

2. 애플은 콘텐츠 회사다.

3. 아이폰은 프로를 위한 폰이다. 프로에게는 접히는 폰보다 똑똑한 폰이 필요하다.

 

 

 



❏ 반도체 회사로 도약.. 따라올 테면 따라와 봐



애플은 매년 아이폰 신제품과 함께 모바일 기기의 두뇌 역할을 하는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신제품도 선보이는데요, 아이폰13은 예고됐던 대로 애플이 직접 설계한 A15 바이오닉 칩셋으로 새단장 했습니다.

새로 공개된 A15 바이오닉 프로세서는 5nm 공정으로 설계됐습니다. 고성능 코어 2개, 고효율 코어 4개가 합쳐진 6코어 시스템이고, 150억 개의 트랜지스터로 이뤄져 있어요. 인공지능(AI) 처리는 16코어 뉴럴 엔진(Neural Engine)이 맡습니다. 이런 공정과 코어 탑재로 1초당 15조 8000억 회 연산이 가능합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강조했는데요

 



“애플은 새 칩이 경쟁사 제품보다 CPU는 50%, GPU는 30%가량 더 빠르다”

 



주목할 점은 애플은 신제품 이벤트마다 전 세대 프로세서보다 얼마나 빨라졌는지 비교했는데, 이번엔 이례적으로 경쟁사 프로세서를 중심에 두고 비교한 것입니다.

그 ‘경쟁사 제품’이 무엇인지 명확히 하진 않았지만 출시 시기 등을 감안하면 스냅드래곤888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입니다.

 

 

 



스냅드래곤888 시리즈도 5nm 공정으로 설계됐고, 파운드리는 삼성전자거든요. 올해 나온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프리미엄 스마트폰 주력 AP가 바로 스냅드래곤888시리즈입니다.

지난 8월 출시에 나온 삼성전자의 ‘갤럭시Z폴드3’과 ‘갤럭시 Z플립 3’도 스냅드래곤888을 장착했고요.

 

 

삼성전자 3세대 폴더블폰 갤럭시 Z 폴드3와 갤럭시 Z 플립3

 


애플은 이번에 탑재된 새 칩이 “머신러닝 한계를 넘어서려는 칩”이라고 자신했습니다.

아니 근데, 그게 뭣이 중한디, 머신러닝 한계를 넘어서면 뭘 할 수 있는데?!라고 궁금하실 텐데요.

애플은 ‘이 머신러닝 한계를 넘어서는 칩’으로 실시간 대화를 번역해주는 앱을 만들었고요. 인터넷이 끊기더라도 위치를 정확히 추적할 수 있고, 카메라가 피사체를 추적하면서 영상을 찍을 수 있습니다. 이게 바로 ‘시네마틱 모드‘입니다.

 

 

아이폰13 시리즈의 동영상 촬영에 도입된 시네마틱 모드 사용 장면

 


시네마틱 모드는 영화처럼 초점을 옮기는 속도를 자연스럽게 조정하고, 화면의 내용에 따라서 초점을 옮깁니다. 주인공이 카메라를 보다가 다른 곳을 쳐다보면 그 방향으로 초점을 옮기는 식으로요.

이는 머신러닝을 통해 화면 속 요소를 읽어 들이면서 가능하게 된 기능입니다. A15 바이오닉 프로세서를 비롯해 애플이 지향하는 프로세서의 성능은 직접적인 처리 속도 외에 이미지 처리와 머신러닝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내는 데에 있습니다.

 

 

 


 



❏ 애플은 콘텐츠 기업이다, 그리고 홈트 시장 장악 나선다



가장 인상 깊었던 발표 부분은 홈트레이닝(홈트) 시장을 장악하려는 애플의 움직임이었어요. 애플은 스스로를 “세상에서 가장 큰 헬스클럽“이라고 밝혔습니다. 애플은 음악(애플 뮤직)→영화/드라마(TV+)→뉴스(뉴스+)→홈트(피트니스+)로 영역을 점차 확대하는 모습인데요,

피트니스+는 지난해 애플이 홈트 시장을 겨냥해 내놓은 콘텐츠 모델인데요. 드라마, 영화에 이어 ‘건강’까지 구독 서비스 대상으로 확대한 거죠. 지난해 코로나19 장기화로 실내 활동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자 ‘비대면 운동관리’라는 형태로 미래 헬스케어 시장을 개척하기에 나선 겁니다.

1년이 지난 이번에, 애플은 홈트 영상을 1200개로 업데이트했고, 출시국도 6개국에서 15개국으로 확대한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은 이번에도 빠진 듯하지만요..)

애플은 애플만의 생태계를 매우 잘 활용합니다. 애플워치시리즈7에 45가지 운동을 선택해서 체크 할 수 있도록 했는데요. 구독만으로 손쉽게 요가 필라테스를 따라 할 수 있어요. 만약 윈드서핑을 하고 있다면 파도가 몇 번 쳤는지 확인이 가능하고 암벽 등반을 하고 있다면 심장박동수를 체크할 수 있는 거죠. 그리고 이를 홈트와 연동합니다.

피트니스플러스는 워치, 아이폰, 아이패드 등을 통해서 볼 수 있고 실제 참여도 할 수 있는데요, 특히 32명이 동시 접속해 강사가 진행하는 요가 필라테스 명상 등 강의를 따라 할 수 있습니다. 해당 콘텐츠는 애플 결합 상품인 애플원에 가입하면 볼 수 있습니다.

 

 


 



❏ 아이폰은 프로를 위한 폰이다. 프로에게는 접히는 폰보다 똑똑한 폰이 필요하다



이번 아이폰13은 말씀드린 대로 A바이오닉15 칩으로 머리가 엄청 똑똑해지고 눈이 한층 밝아졌습니다.

그런데 아이폰13 공개 직후 삼성전자가 공식 트위터 계정에서 이를 저격합니다. 애플이 아이폰13 공개 행사 도중 “경쟁사는 아이폰 칩을 따라잡기 급급하다“며 비꼰 것을 두고 맞받아친 모양샙니다. 물론 그 경쟁사가 어디인지 밝히진 않았지만, 애플과 함께 글로벌 스마트폰 양대 산맥인 삼성전자는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습니다.  

삼성전자 미국법인의 공식 트위터 계정인 ‘삼성 모바일 US’는 애플이 아이폰13 공개 행사를 진행한 직후인 한국 시간 15일 오전 3시 “반으로 접혔으면 더 멋있었을 텐데“라는 트윗을 남겼습니다. 최근 삼성전자가 출시한 갤럭시Z폴드3과 갤럭시Z플립3과 달리 애플 신작이 폴더블 스마트폰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한 것이죠.

 


 


삼성전자는 또 “우리는 이미 주사율 120Hz 적용한 지 꽤 됐는데“라고 했습니다. 이번 아이폰13 시리즈에 주사율 120Hz이 처음 적용된 것을 조롱한 것입니다. 주사율이 높을수록 화면이 부드럽게 전환됩니다. 이어 “우리만 데자뷔라고 느끼는 거 아닌거죠?”라고 덧붙였습니다.

어디에 ‘혁신’의 기준을 두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어쨌든 보시는 그대로 애플은 큰 변화보다는 애플 프로세서 활용에 안정적인 진화를 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성능이 넉넉한 애플의 프로세서로 배터리, 화면 등에서 짜내지 않고도 여유롭게 전력 소비량을 낮출 수 있게 됐습니다. 특히 고가 제품군인 아이폰13프로와 13프로맥스의 특징 하나는 손가락 움직임을 감지해 프레임수를 자유롭게 조절해 배터리 수명을 늘려 주는 기능입니다. 배터리 시간은 1.5~2.5시간 늘었습니다.

Apple 월드와이드 마케팅 담당 수석 부사장인 그렉 조스위악(Greg Joswiak)은 ‘애플은 프로를 위한 폰’이라고 강조합니다.


“iPhone 13 Pro와 iPhone 13 Pro Max는 우리가 지금까지 선보인 제품 중 가장 프로다운 라인업으로, 역대 최고의 발전을 이룬 카메라 시스템, iPhone 사상 최고의 배터리 사용 시간, 그리고 스마트폰 사상 가장 빠른 성능을 선사하며 iPhone의 새로운 기준을 정립하고, 이제껏 불가능했던 놀라운 경험을 가능하게 해준다”

“새로운 프로급 카메라 시스템은 향상된 망원 카메라 줌, 접사 사진, 사진 스타일, 시네마틱 모드는 물론 ProRes 및 Dolby Vision 동영상 등 더욱 프로다운 촬영 역량을 선사한다”

“iPhone13의 시네마틱 모드는, 영상 촬영에 관한 대대적인 연구와 랙 포커스 기법의 효과적인 활용을 기반으로, 자동 초점 변경을 적용한 아름다운 심도 효과를 바탕으로 전문 영상 제작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영화 같은 느낌으로 순간을 포착할 수 있다. 창의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초점은 촬영 중은 물론 촬영 후에도 변경 가능하다”

“iPhone 13 Pro 및 iPhone 13 Pro Max는 ProRes2 역시 지원한다. ProRes는 고성능 동영상 코덱으로 광고, 장편 영화 및 방송에서 최종 전송용 포맷으로 폭넓게 사용되며, 향상된 색 충실도와 낮은 압축률을 제공한다. 강력하고 새로운 프로급의 작업 환경은 새로운 카메라 하드웨어, A15 Bionic의 첨단 비디오 인코더 및 디코더, 그리고 플래시 스토리지 파이프라인을 통해 구현된다. iPhone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촬영부터 편집과 공유까지 전 작업 과정에 Dolby Vision 또는 ProRes 방식의 작업 환경을 제공하는 스마트폰이다”



다음 글에서는 ‘아이폰13에 빠진 세 가지’를 주제로 이어갈게요~

기대해주세요 🙂



아, 그리고 저는 아이폰13이 한국에 출시되자마자 살 예정입니다! 맥북프로 M1 쓰고 있는데 정말이지, ‘생산성’이라는 것에 감탄하고 있습니다.. 아이폰과 함께 쓰며 저도 이제 그만 애플 생태계에 빠져보려 합니다.!!

 

 

기자 김연지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