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터는 숫자를 의심하고 또 의심해야 한다.

 
 

마케터는 정말 많은 숫자와 마주치게 됩니다. 광고비, 매출, 회원가입, 다운로드, 방문자, 클릭률, 이탈률, 체류시간 등 매일매일 확인하고 점검해야 하는 숫자는 너무나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최근에는 마케터가 수학이나 통계를 잘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많아지고 있고, 광고 데이터 분석을 위해 SQL(structured query language)을 배우는 경우도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광고 분석이 점점 고도화되면서 수많은 숫자를 찾아야 하고, 그 숫자를 분석해야 하는 과정이 매우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몇 년 전 그로스 해킹(growth hacking)에서 최근에는 데이터 드리븐(Data Driven)까지 정말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마케터가 적응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저 같은 오래된 마케터한테는 너무나 생소한 용어들과 기존과 다른 새로운 분석 방식을 이해하고 배우기 위해서 나름 노력을 했지만, 솔직히 아직도 제대로 실전에 적용하는 게 매우 어렵습니다. 새로운 분석 방식에 대해서 아직 제 스스로 확신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결국 숫자는 많지만 어떤 숫자를 더 믿고 광고를 진행할지는, 마케터마다 조금씩 기준이 다를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광고 분석에 참고할 만한 숫자가 적어서 고민이었다면, 이제는 참고할 숫자가 너무 많아서 도대체 어떤 숫자를 봐야 할지가 고민인 환경입니다. 이런 환경 속에서 마케터는 틀리지 않는 숫자를 찾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 같은 경우는 모든 숫자를 의심하고 또 의심하기로 했습니다. 조금이라도 불안하거나 정확하지 않은 숫자와 틀리지 않은 숫자를 구분하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제 나름대로의 광고 분석 기준이 생겼던 것 같습니다.

 

 

 

 


 

 

마케터가 가장 먼저 보는 숫자는 보통 광고 숫자입니다. 노출수, 전환수, 클릭수, 광고비 등입니다. 그런데 이 숫자를 100% 믿을 수 있는지를 생각해 보면, 의외로 이 숫자들은 많이 틀릴 수 있습니다.

노출수” 의 경우, 노출이 실제로 된 부분을 마케터나 광고주가 일일이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노출수는 솔직히 그다지 신뢰할 수 있는 숫자가 아닙니다. 몇백만 명에게 노출이 되었다고 모든 온라인 광고들이 쉽게 애기하지만, 노출 기준이 광고마다 다르기 때문에 이 숫자는 매우 변화가 심합니다. 그리고 노출이 아무리 되어도 실제 클릭이나 전환이 적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단순히 노출수가 높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숫자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했습니다.   

전환수” 의 경우도 광고 채널들의 전환 기준과 실제 전환 기준의 차이가 매우 큰 편입니다. 광고 관리자의 전환수와 실제 전환(매출, 회원가입 등) 수의 차이는 언제나 발생합니다. 특히나 여러 광고를 동시 운영하다 보면 서로 모든 광고들이 자신들의 광고 전환기준을 우선으로 잡습니다. 그래서 광고 보고서에서 발생한 회원가입이 100명인데, 실제 회원가입은 70명 밖에 안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합니다. 이런 부분이 발생하는 이유는 여러 광고를 동시에 클릭한 고객의 전환을 서로 자신들의 광고를 보고 발생한 전환으로 잡기 때문이고, 이렇게 여러 광고를 동시 클릭한 고객의 전환을 도대체 어느 광고라고 봐야 할지에 대한 분석도 쉽지 않습니다. First click 광고와 Last click 광고 중 어느 광고가 전환에 더 많은 기여를 했는지에 대한 논의도 오랜 기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클릭수, 설치수” 의 경우는 그래도 어느 정도 믿을 수 있는 숫자입니다. 이 숫자는 바로 광고비와 연결되는 가장 민감한 숫자이다 보니 모든 온라인 광고들이 가장 철저하게 관리하게 때문입니다. 그러나 숫자가 정확한 게 문제가 아니라, 그 클릭수나 설치수가 단순 광고비 소진을 위한 부정 광고인 경우가 문제입니다. 특히나 최근 CPI 광고의 경우 수많은 부정이 발생되고 있습니다. Click Spamming, Click Injection, SDK Spoofing 등 다양한 방법으로 광고비에 손해를 끼치고 있습니다.   

부정 광고, 부정 클릭은 온라인 광고에서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세계광고주연맹(WFA)은 2020년 9월에 발표한 자료에서 디지털 광고 사기가 2025년까지 500억 달러(한화 약 593조 원) 규모의 범죄 시장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코바코(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는 국내 디지털 광고 사기의 손실 규모가 3조 1800억 원에 이른다고 잠정 집계하였습니다. 다양한 방법으로 부정 클릭을 발생시키는 경우는 온라인 광고 초창기에도 끊임없이 있었고 수많은 방어 대책이 나왔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부정 광고는 더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순수하게 그저 광고 채널들이 제공하는 숫자를 믿고, 광고를 진행하는 마케터와 광고주들은 큰 손해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광고비” 는 결국 여러 가지 광고 숫자 중에서 가장 틀리지 않는 숫자입니다. 왜냐하면 결국 마케터나 광고주가 자신들이 진행한 광고에 광고비를 지불해야 한다는 사실은 절대 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전환, 노출, 클릭 등을 믿을 수 없는 환경이지만, 그래도 결국은 직접 선택하고 진행한 광고의 광고비는 꼭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광고 숫자 중에서 가장 틀리지 않는 숫자로 구분하였습니다. 결국 광고비 대비 실제 효율이 어느 정도 나와서 광고비 손해가 없었는지를 파악하는 게 중요합니다.   

온라인 광고 숫자를 의심한다는 건 광고를 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이 숫자가 틀릴 수 있다는 걸 어느 정도 인정하고 광고를 진행하는 게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노출의 경우도 단순히 노출이 늘었다고만 보는 게 아니라, 쓸데없는 곳에 노출이 되는지 마케터는 계속 끊임없이 확인해야 합니다. 최근 모든 온라인 광고들이 노출 영역을 확장하면서 콘텐츠 매체, 네트워크 매체 등 마케터가 생각하지도 못한 영역으로 노출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이 노출 영역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도저히 정상적으로 보기 어려운 사이트나 앱도 많고, 전혀 진행하는 광고와 연관성이 없는 곳이 매우 많습니다. 이런 경우 광고 숫자만 보면 노출이 늘었고, 클릭도 늘었고, CPC는 크게 하락한 매우 좋은 경우지만, 가장 중요한 실제 효율만 떨어지는 상황이 자주 발생합니다. 광고 숫자에서 모든 숫자를 계속 의심하여야 하고, 조금이라도 마케터한테 손해를 끼치는 숫자의 변화를 끊임없이 찾고 분석해야 합니다.

 

 

출처 : 2018 Mobile Ad fraud Report, interceptd

 

 


 

 

마케터가 가장 먼저 보고, 가장 많이 보는 광고 숫자가 여러 가지 이유로 의심이 가는 환경에서 가장 믿을 만하고 틀리지 않는 숫자는 결국 매출, 회원가입 같은 내부 숫자입니다.

매출“은 가장 중요하고, 가장 틀리지 않는 숫자입니다. 매출이 틀리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모든 회사에서 매출이 오르든지 떨어지든지를 가장 정확히 확인하고 있고, 그 어떤 숫자보다 정확하게 관리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마케터는 매출만큼은 정말 상세히 분석해야 합니다. 일, 월, 년 단위로 분석하고 지속적으로 기간별 비교를 하면서 변화를 확인하는 게 중요합니다. 마케터가 자신이 진행한 마케팅이 매출의 변화에 실시간으로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최대한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면, 이것만큼 확실한 광고 분석은 없는 것 같습니다.

회원가입“도 거의 틀리지 않는 숫자 중에 하나입니다. 마케터가 진행하는 다양한 마케팅으로 이 숫자가 변화하는 걸 확인하는 게 매우 중요합니다. 회원가입은 꼭 광고비를 써서 올리는 게 아니라, 콘텐츠 마케팅, 브랜딩 마케팅, 바이럴 마케팅 등 다양한 활동으로도 성장할 수 있는 숫자이므로, 성장 변화를 자세히 파악하는 게 중요합니다.

방문자“도 외부 숫자가 아닌 내부에서 확인된 숫자를 확인하는 게 중요합니다. 광고비를 사용해서 증가시킨 방문자와 실제 방문자의 차이를 확인하고, 마케터를 가장 고민하게 만드는 숫자인 다이렉트(direct) 방문자, 오가닉(organic) 방문자 숫자의 변화를 정확히 파악하고 분석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밖에도 틀리지 않는 여러 숫자(객단가, 고객 결제 주기 등)를 계속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ROAS(Return on Ads Spending) 외 추가로 CAC (Customer Acquisition Cost, 고객 획득 비용), LTV (Life Time Value, 고객 생애 가치) 등 조금 더 상세하게 분석하는 게 마케터한테 큰 도움이 됩니다.

 

 


 

 

마케터가 여러 숫자들을 의심하고 또 의심하다 보면 광고 효율은 점점 좋아지게 됩니다. 왜냐하면 손해를 끼치는 숫자들을 조금씩만 줄이기만 해도, 광고 효율의 큰 차이를 발생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노출수를 의심하면서 효율이 크게 떨어지는 노출 영역을 줄일 수 있게 됩니다. 자극적인 콘텐츠만 가득한 정보 사이트, 실제 활동하는 유저가 보이지도 않는 커뮤니티, 합법과 불법의 중간에 있는 도박 정보 사이트, 게임 전적 정보만 가득한 게임 사이트, 정체가 불분명한 수많은 앱 등 정말로 이상한 노출만 찾아서 이 영역의 노출을 줄이기만 해도 큰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의외로 많은 온라인 광고들이 노출 위치를 공개 안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노출 영역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는 광고나 노출 영역 설정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광고는 최대한 피하는 게 좋습니다.   

클릭수를 의심하면서 실제 전환 효율이 좋은 클릭과 단순히 숫자를 올리기 위한 클릭을 구분할 수 있게 됩니다. 예를 들어 같은 광고비로 100명의 클릭을 받는 광고와 1,000명의 클릭을 받는 광고 중에 어떤 광고를 우선적으로 선택하는가에 대한 기준이 생기게 되고, 광고비 비중을 조정할 수 있게 됩니다.  

전환수를 의심하면서, 광고 보고서나 분석 툴에서 효율이 좋은 광고와 실제 효율이 좋은 광고를 구분하게 됩니다. 온라인 광고를 하면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 광고 숫자만 비교해서는 도저히 진행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는 광고들이 간혹 있습니다. 그 어떤 광고 분석 툴로도 효율이 높지 않은 광고들인데, 꼭 그 광고를 했을 때만 실제 효율의 변화가 느껴지는 광고들이 드물게 있습니다. 흔히 다이렉트나 오가닉 전환에 영향을 주는 광고라고 합니다. 이 숫자는 실제 내부 숫자의 변화로서만 감지될 때가 있습니다. 이런 광고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오직 틀리지 않는 숫자의 변화를 마케터가 끝까지 파악해야 합니다.

마케터가 틀리지 않는 숫자를 찾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수많은 숫자에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 조금 더 정확한 분석을 위해서, 광고비를 절약하기 위해서 등 너무나 많은 이유가 있습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건 결국 단 1% 라도 조금 더 나은 결과를 내기 위해서입니다. 실제 최종 결과는 그리 좋지 않은데 분석 보고서에서 광고 효율이 좋다고 하는 경우, 콘텐츠의 인기가 높았다고 하는 경우 등 무언가 현실과 동떨어진 분석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마케터가 수많은 숫자에 빠져서 정작 중요한 숫자를 놓친 경우나, 오직 보고를 위한 분석을 하다 보면 생기게 됩니다.

마케팅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때, 마케터마다 분석의 해석이 달라지는 경우가 생기게 됩니다. 재방문자가 늘었다! 체류시간이 증가했다! 클릭률이 증가했다! 콘텐츠 조회 수가 증가했다! DAU가 증가했다! 등 모호한 숫자로 좋은 결과로 포장을 하려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틀리지 않는 숫자인 매출, 회원가입, 팔로워 수 등이 증가하지 않는다면 그 어떤 해석을 하더라도 좋은 결과라고 보기가 어렵습니다. 결국 마케터가 자신의 실력을 증명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그 어떤 누구도 해석이 달라지지 않는 틀리지 않는 숫자를 증가시키는 것 외 다른 방법은 없는 것 같습니다.  

 

 

작은 스타트업 마케팅 팀장 K님의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