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9월, LVMH는 브랜드 겐조(KENZO)의 디렉터로 니고(NIGO)를 임명한다.

가히 파격적이고 놀라운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인스타, 트위터, 여러 패션 매체에서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이 소식을 다루었고 ‘니고’라는 사람에 대한 콘텐츠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름을 들으면 누구나 알법한 칸예 웨스트, 퍼렐 윌리엄스,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 등 해외 유명 셀럽들의 축하가 더해지니 9월은 ‘니고’의 달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9월 20일부터 정식적으로 디렉팅을 시작한 니고의 첫 겐조에서의 데뷔 컬렉션이 1월 공개되었다. 9월 이후 잠시 잊히는가 했던 니고의 존재감이 다시 한번 폭발했다.

패션 좀 안다는 사람은 너도 나도 할 거 없이 전부 니고와 니고의 겐조를 찬양했다. 칭찬이라는 단어로는 부족할 정도. 찬양이라는 단어 정도는 되어야 하는 수준이었다.

니고의 겐조, 겐조의 니고. 사람들의 찬양을 보고 있자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니고의 겐조 컬렉션, 왜들 그렇게 난리야?

 

 


 

 

패션업계 종사자, 패션 유튜버, 딥하게 패션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까지.

그들이 니고의 겐조에 열광하는 이유가 뭘까?

 

1. 유명 셀럽들의 지지

 

 

 

 

니고의 겐조에는 ‘유명’이라는 수식어로는 부족할 정도로 영향력이 강한 슈퍼 스타들의 지지가 있었다.

줄리아 폭스, 카니예 웨스트,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 푸샤 티, 퍼렐 윌리엄스 등 버질 아블로 급이 아니라면 한 자리에 모을 수 없는 라인업들이다.

그들이 니고의 겐조를 응원한다는 것만으로도, 니고는 그들을 추종하는 셀 수 없이 많은 팬들의 지지를 자동으로 얻게 되었다. 자신들의 스타, 아이돌들이 좋아하니 그냥 이유 없이 자신들도 좋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또한, 슈퍼 스타들의 스타일은 항상 관심을 받아왔다. 그들은 트렌드를 이끄는 트렌드 세터다. 그런 그들이 니고의 겐조를 응원한다는 것은 니고의 겐조가 또 하나의 트렌드, 떠오르는 브랜드라는 신호이기도 하다.

따라서 자연스레 패션, 특히 스트릿 패션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 또한 니고의 겐조에 열광할 수밖에.

 

 

2. Nigo 업적

 

 

 

 

슈퍼 스타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니고이지만, 그에게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스트릿 패션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아니 관심이 없어도 알 수밖에 없는 브랜드. 바로 스트릿 브랜드 베이프(BAPE)의 창시자가 바로 니고(Nigo)이다. 

 

 

 

 

그뿐만 아니라, 퍼렐 윌리엄스와 빌리네어 보이즈 클럽(Billionaire Boys Club)을 설립했고, 최근 루이비통과 협업한 휴먼 메이드(Human Made)를 론칭한 장본인이다. 

그냥 한 마디로 설명하자면 일본 스트릿 패션계의 대부이다.

이런 쟁쟁한 브랜드들을 만들어내며 그의 실력은 이미 입증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럭셔리 패션이 사람들에게 환상과 이미지를 판매한다지만, 패션의 본질인 옷과 디자인이 예쁘지 않으면 소용없다.

니고는 이미 패션의 본질적인 부분을 갖추고 있고, 심지어 문화를 이끌어 가는 사람이다.

 

 

3. 일본인

 

 

 

 

니고가 일본인이라는 사실이 무슨 연관이 있냐?라는 생각을 할 것이다.

앞서 잠깐 얘기했듯, 겐조의 창시자는 다카타 겐조로 일본인이다. 근데 놀라운 사실을 그를 제외하고는 일본인 디렉터가 아무도 없었다는 사실이다.

다카타 겐조는 프랑스에서 브랜드 겐조를 전개해왔지만, 그의 뿌리는 일본이다. 따라서 겐조라는 브랜드에서 일본을 빼놓을 수는 없다. 일본에서 태어나 일본의 패션계에 한 획을 그은 니고(Nigo)는 그야말로 적임자였다.

 

 

4. LVMH 인정한 스트릿 패션디렉터

 

 

스트릿을 인정하지 않고, 고귀한 패션만을 고집했던 럭셔리 브랜드에서 스트릿 계의 대표적인 디렉터들을 임명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아직까지 기존의 문화, 생각들이 남아 있어서 예전에 비하면 스트릿계 출신의 디렉터가 훨씬 많아진 편이지만 아직까지도 훨씬 부족한 편이다.

 

 

 

 

LVMH는 킴 존스, 버질 아블로, 매튜 윌리엄스 등을 자신들의 브랜드의 디렉터로 임명했다. 가장 핫한 디렉터들만 꼽아서 자신들이 소유하고 있는 브랜드의 수장으로 앉혔다. 즉, LVMH의 선택을 받은 디렉터라면 현재 스트릿 씬에서 가장 핫한 디자이너, 디렉터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니고(Nigo)가 겐조의 아트 디렉터가 되는 것은 어쩌면 이미 정해진 일이었다. 

LVMH는 루이비통의 디렉터로 버질 아블로를 임명했다. 버질 아블로가 루이비통을 맡은 이후 가장 먼저 협업을 한 것이 바로 니고(Nigo)의 휴먼 메이드(Human Made)였다.

 

 

 

 

휴먼 메이드와의 협업의 결과는 매우 우수했다. 협업을 하기만 하면 모두 판매가 될 정도로. 매출뿐만 아니라, 둘의 협업은 이슈가 되었다.

아마 이때부터였지 않을까? LVMH가 니고를 디렉터로 임명하겠다고 마음을 먹은 것이.

심지어 일본인이 설립한 겐조의 디렉터로는 니고(Nigo)만큼 적합한 인물은 없었다.

 

 

5. 버질 아블로의 빈자리

 

2021년 11월의 어느 날 아침. 갑자기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의 여러 SNS에서 버질 아블로의 소식이 도배되었다. 현시점 가장 잘 나가는, 트렌드를 만들어내는, 영향력이 가장 센 디렉터의 죽음 소식. 이는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가져다주었다. 

 

 

 

 

루이뷔통, 오프 화이트를 이끄는 디렉터뿐만 아니라 DJ로도 활동을 했고 나이키, 벤츠 등과의 협업까지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었던 버질 아블로였기에 그의 빈자리는 더욱 크게 느껴졌다.

버질 아블로를 사랑했던 많은 이들에게 그의 빈자리는 큰 상실감으로 다가왔다. 피비 파일로가 패션계를 떠나면서 상실감을 느낀 이들이 다니엘 리의 보테가 베네타를 통해서 그 상실감을 채운 것처럼, 버질 아블로의 빈자리를 채워줄 누군가가 필요했다.

 

 

 

 

그 사람이 바로 니고(Nigo)였다. 니고는 버질 아블로가 가장 존경하는 디렉터였다.

그들은 DJ, 음악, 패션이라는 공통점을 통해서 친해졌고, 버질 아블로는 니고와 가깝게 지내며 그에게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

 

Virgil :  삶이나 문화적인 방식에 완전히 몰입해 유산을 새로운 버전으로 만들어냈죠. 문화적 분위기가 패션 디자인만큼 그에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이런 방식의 작업이 저에게 영감을 주죠.

 

새로운 디자인을 창조해내기보다는 기존의 것을 편집하여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버질 아블로의 작업 방식은 니고에게서 영감을 받은 것이었다. 버질 아블로와 비슷한 작업 스타일. 어쩌면 버질 아블로보다 더욱 딥(deep)할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버질 아블로의 죽음으로 인해 깊은 상실감과 충격을 받았고, 그의 빈자리를 니고(Nigo)가 채워줄 것이라 강하게 믿는다.

 

 


 

 

니고의 겐조 데뷔 컬렉션은 다양한 볼거리가 있었다.

과거와 현재, 동양과 서양, 럭셔리와 스트릿이 공존했고, 그는 버질 아블로의 빈자리를 채우고 럭셔리-스트릿 패션을 이끌어갈 사람이 자신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장뚜기 님의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