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0년이 넘은 기억이다. 누군가 직업을 ‘에반젤리스트‘라 소개하길래 꽤 당황한 적이 있었다. 이게 마케팅 모임이었으니, 종교 관계된 일을 하시는 분은 아닐 거고.. 도대체 무슨 일을 한다는 건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그분들께 미안하지만, 지금도 잘은 모르겠다.)

근데 최근엔 ‘스토리텔러‘라는 타이틀을 쓰는 분들이 늘어났다. 참고로 말하자면, 위의 ‘에반젤리스트’도 그렇고, ‘스토리텔러’도 그렇고 둘 다 실리콘밸리의 빅 테크 기업들에서 시작된다.

에반젤리스트보다야 직관적이지만, 스토리텔러는 또 뭘까? 할리우드나 디즈니도 아닌데 왜 IT 기업에서 ‘스토리텔링’이 필요한 걸까?

 

 


 

 

이상 광고 스토리를 듣지 않는다

 

사실 스토리 자체는 태곳적부터 중요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이라는 ‘성경’도 결국 이야기 책이다. 성경 속 이야기로 만들어진, 또는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작품들은 부지기수다. 이상한 건 왜 지금, 새삼스럽게 스토리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느냐는 거다.

결론부터 먼저 이야기하자면 그 이유는 ‘SNS’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마케터에 있어서 ‘브랜딩-스토리-광고’는 (거의) 같은 개념이었다. 무려 백 년 전 만들어진 ‘아이보리’ 비누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또 말보로 맨의 남성적 이미지나, 코카콜라가 어떻게 산타에게 빨간 옷을 입혔는지 등이 마케팅과 브랜딩의 역사에 전설처럼 전해온다. 이런 스토리가 광고가 되고, 곧 브랜드가 됐다.

당시의 마케터나 광고쟁이들에겐 이런 스토리의 내용이 중요하지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의 방법은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매체라봐야 몇 개 되지 않았고, 전달은 무조건 One-Way니깐.. (그래서 광고회사의 조직 역시 광고를 만드는 부서와 집행하는 부서가 다르다, 광고주에 따라선 아예 다른 회사를 쓰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를 생각해보자.

이제 어떤 브랜드의 메시지를 접할 때 ‘원본’으로 접하기보다 누군가의 ‘공유’를 통해 알게 되는 일이 많아졌다. 모든 브랜드와 스토리를 ‘광고’로 기억하고 전 국민이 CM송을 흥얼거리던 때는 한참 전에 지났다.

매일 습관처럼 마시는 ‘스타벅스 아아’는 광고 때문에 마시게 됐을까? (광고를 본 기억이 있나?) 서점가엔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가 베스트셀러라는데, 이 책이 갑자기 인기를 끌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당근 마켓을 처음 알게 된 경로는 무엇인가? 지금 내 스마트폰 화면을 차지하는 수많은 앱들을 언제부터 깔려 있었나?

 

 

과거의 스토리가 광고를 위한 것이라면, 지금의 스토리는 확산을 위한 것이다.

 

 


 

 

스토리와 SNS 결합

 

그럼 스토리는 어떻게 SNS와 연계되는가? 여러 가지 방식들이 있겠지만,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나눠서 생각해 볼까 한다. ‘인사이드-아웃’ 방식과 ‘아웃사이드-인’ 방식이다.

 

 

1. 아웃사이드 (밖에서 들여오기)

 

한 마디로 외부의 잠재 소비자들이 우리의 이야기를 들으러 오게 만드는 것이다. 재미있는 이미지나 영상이나 장소, 제품 등이 해당된다.

돌고래 유괴단이 만드는 ‘광고 같지 않은 광고'(?)들은, 굳이 광고를 광고하지 않아도 수백만 조회수를 일으키고 서로 링크를 공유하고 응원 댓글을 남긴다. 또 구찌 가옥이나, 신세계 본점의 미디어 파사드 같은 경우엔 직접 방문해서 사진을 남기려는 이들로 북새통이다.

 

 

 

신세계 백화점 본점의 미디어 파사드, 이 건너편에는 사진을 찍으려는 인파가 어마어마하다.

 

 

장점이라면, 메시지 자체의 KPI를 비교적 정확히 측정할 수 있다. 영상 조회수가 높고, 우리 매장 앞에서 인증샷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많다면 ‘인지’나 ‘관심’의 단계까지는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후 실질적인 성과(매출)에 어느 정도 기여했는지 측정하기란 쉽지 않다. (이 중 몇 %의 전환이 일어나느냐의 문제다)

소비자는 메시지에 충성도가 있는 것이지, 그것이 제품의 충성도로는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광고 회사에서는 선호하는 방식이겠지만, 그게 돈이 돼?라는 마인드의 사장님이라면 싫어할 수도..   

 

 

2. 인사이드아웃 (안에서 퍼트리기)  

 

이 경우 Original Source가 어디에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이야기는 사람들 사이에 흘러 흘러 어떤 결과를 만든다. 아주 아주 오래된 예를 찾아보자면 ‘서동요’까지 거슬러 갈 수 있지 않을까? 앞서 예를 든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열풍이나 ‘곰표 맥주’, ‘돈쭐’, ‘OO_챌린지’의 경우도 비슷한 예다.  

보통 이 경우 행동에 참여한 이들은 ‘결과’에 대한 인증을 원한다. 제품을 구매했을 경우, 또 돈쭐이나 기부에 참여했을 경우 본인의 인스타에 올리면서 함께 참여하길(사실은 자랑질) 권한다.

따라서 소비자들의 행동을 수반하여, 실질적인 마케팅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확산되는 과정에서 메시지가 어떻게 변이 될지 예측하기 어렵고, 이 성공이 스토리 덕인지 좋은 제품 덕인지, 어떤 사회적인 열풍 덕인지도 명확히 구분하기 쉽지 않다.  

또 ‘결과’를 보길 원하는 심리는 양날의 검과 같아서.. 자칫 ‘역린’을 건드릴 경우, 누군가의 눈물 어린 사과나 더 나아가서는 회사가 문을 닫는 것까지 보길 원하니.. 쉽지 않은 문제다.

얼핏 보면 스토리텔러들은 ‘인사이드-아웃’ 방식을 더 선호할 것 같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기술 기업의 경우 우리 제품이 왜 좋은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길 원한다면, 또 신제품이 나왔을 경우 무엇이 왜 좋은지, 경쟁사와 어떤 점이 다른지 등을 알리려면 아무래도 원 소스를 직접 보는 게 효과적이다.

문제는 이런 ‘정보성XPush형’ 메시지 만으로 소비자를 끌어들일 수 있느냐다.

그렇기 때문에 스토리는 중요하다. 우린 더 이상 광고를 통해 이야기 전해 듣는 것이 아니라, 전달될 만한 가치가 있는 이야기만 듣게 된다. (다만 여기서 애플이나 삼성 같은 곳의 얘기를 하는 것은 아님을 기억하자.)

그렇다면 어떻게 스토리를 만들까? 어떤 스토리가 먹히나? 다음 글에서 이 부분에 대해서 좀 더 생각해 보기로 하자.

 

 

Ryan Choi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