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블라인드니스(Banner Blindness)

 

 

나는 마케팅에 익숙하지 않은 클라이언트를 만나면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곤 한다.

 

오늘 봤던 광고 중에 기억나는 게 있으신가요?

 

이 질문에 대부분의 클라이언트는 한 개 정도 말하거나 혹은 기억나는 광고가 전혀 없다고 대답하곤 한다. 그러면 나는 이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일반적으로 한 사람에게 하루에 노출되는 광고(메시지)의 수는 3,000개에서 10,000개나 됩니다

 

 

한 사람에게 매일 3,000 ~ 10,000개의 광고 메시지가 노출된다. 이 광고들은 TV, 잡지, 옥외 광고, SNS 등 다양한 곳을 통해 개인에게 노출된다.

– Jon Simpson, “Finding Brand Success in the Digital World”, Forbes, 20170825 –

* 본인 번역

 

 

대부분의 클라이언트는 이 말을 들으면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인다. 본인이 기억하는 광고 숫자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광고에 노출되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다. 마치 내가 딛고 있는 땅이 평평한데 지구가 둥글다는 이야기를 받아들이기 힘든 것처럼 말이다.

내가 이런 말을 초반에 하는 이유는 두 가지에 대해 미리 협의하기 위해서다. 이 두 가지에 대한 협의가 되지 않으면 마케팅 캠페인은 모두에게 만족스럽지 않은 결과를 얻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1. 광고에 많은 메시지를 담지 말자

 

대부분의 클라이언트는 본인의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애착이 너무 큰 나머지 광고에 최대한 많은 메시지를 담으려고 한다. 그런데 앞서 말한 대로 하루에 최대 10,0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고객에게 인지돼야 하는 상황에서 많은 메시지를 광고에 담는다는 것은 고객에게 기억되지 않겠다는 다짐과도 같다.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어떤 메시지를 더 넣을까’가 아닌 ‘어떤 메시지를 더 뺄까?’이다. 생텍쥐페리가 말한 완벽함처럼 말이다.

 

완벽함이란 더 이상 더할 게 없는 상태가 아닌 더 이상 덜어낼 게 없는 상태이다

– 생텍쥐페리 –

 

우리는 고객에게 인지시킬 단 하나의 메시지에 집중해야 한다. 고객이 광고를 인지하고 브랜드에 관심이 생기면 자발적으로 정보를 검색하게 되어 있다. 그래서 이를 위해 고객이 정보검색을 하는 다양한 채널(네이버,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에 자세한 정보가 담긴 콘텐츠를 광고 집행 전에 미리 포스팅해두어야 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광고에서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고객에게 인지시킬 단 하나의 메시지이다.

 

 

2. 브랜딩을 생략하거나 불충분하게 하지 말자

 

브랜딩은 퍼포먼스 마케팅에 비해 즉각적인 결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지금 1시간만 70% 할인”과 같은 메시지의 퍼포먼스 마케팅을 하면 광고비를 투여하는 만큼 매출이 늘어나는 것이 눈에 보일 것이다. 하지만 브랜딩은 그렇지 않다. 퍼포먼스 마케팅이 사냥과도 같다면 브랜딩은 농사와 같다. 즉 브랜딩은 인풋을 들인 시기와 아웃풋이 나오는 시기의 차이가 크다.

그렇다 보니 클라이언트들 중 상당수는 브랜딩을 최소화하거나 심하게는 생략하려고 한다. 그러나 이렇게 하면 브랜드 자산을 쌓지 못하고 가격경쟁만 하는 악순환에 빠질 확률도 높아지게 되고, 심지어 퍼포먼스 마케팅의 효율에도 매우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게 된다. 대표적인 예가 배너 블라인드니스 현상이다.

 

 

배너 블라인드니스(Banner Blindness)

아무리 배너광고를 노출하더라도 특정 고객들은 브랜드를 인지하지 못하는 현상으로 광고는 계속하고 있는데 매출이 오르지 않는다면 브랜딩 활동이 부족한 건 아닌지 의심해봐야 함.

– 아이디어오븐 <나의 첫 마케터 실무> 중 –

 

 

인터넷에서 동일한 사이즈의 광고가 노출되더라도 고객은 ‘나이키’ 광고는 기억해도 이름도 모르는 운동화 브랜드의 광고는 기억하지 못할 확률이 높다. 왜냐하면 나이키는 브랜딩이 이미 잘 되어있는 훌륭한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나이키 전품목 30% 할인’과 ‘나이스 전품목 30% 할인’ 중에 어느 퍼포먼스 광고에 고객들이 더 반응할지 생각해보면 바로 답이 나올 것이다.

 

 

 

 


 

 

지금까지 알아본 것처럼 광고를 한다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치열한 경쟁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인식 없이 광고를 하게 되면 “광고에 돈을 들였는데 왜 고객은 모르지?”와 같은 답답함을 겪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광고를 집행하기 전에 클라이언트와 이러한 부분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를 하고 서로 합의된 기대치에서 출발하여야만 효과적인 광고를 집행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10,000대 1의 경쟁에 도전할 준비가 되었는가?

 

 

캡선생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