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소통 방식을 보면 항상 감탄하게 됩니다. 최근 나온 아이폰 14 광고 영상을 보면서 이들의 스토리텔링에 또 한 번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탁월한 광고를 보면 이 광고의 기획서에는 어떤 내용이 적혀있었을지 떠올려보곤 합니다. 소비자의 관점에서 볼 때는 안 보이던 것들을 발견하기 위해서요. 

 

제가 본 두 편의 광고는 비슷한 흐름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30초라는 시간을 동일한 흐름으로 구성한 게 느껴졌습니다. 영상을 세 파트로 나누고, 각 파트에서 ‘이런 부분들을 신경 쓰면서 만들지 않았을까?’ 싶은 내용들을 정리해 봤습니다. 광고 영상을 기획 중인 분들이라면 이 흐름에 세부 내용만 변형시켜 적용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네요 🙂 

 

 


 

 

전하고 싶은 메시지

1.아이폰 14의 액션모드를 켜면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영상을 찍을 수 있다 

 

애플은 하고 싶은 말을 먼저 하지 않습니다.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인물들의 특정한 순간을 보여주면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주어진 30초 중 대부분의 시간은 상대방이 이 이야기에 빠져들게 만드는 데 사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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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주인공과 배경 설정 
  • 설정 : 운동회에서 달리기를 하는 아이와 이를 영상으로 기록하려는 엄마 (주인공)     
  • 상황 속으로 빠지게 만드는 요소 : 클로즈업 된 주인공들의 표정(감정), 음악과 효과음 

 

영상을 3초만 보고 있어도 애플이 준비한 이야기 속 상황, 주인공의 감정을 모두 파악할 수 있습니다. 빠져들게 만드는 ‘속도’가 압도적입니다. 인물의 표정 연기, 음악 선정 등 디테일에 얼마나 진심이었을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인트로에 과한 어그로를 배치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상대를 몰입시킬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기도 합니다. 

 

 

2) 감정 몰입 유도 
  • ‘긴장감’이라는 분위기에 더 몰입할 수 있는 전개 : 출발 전 비장한 아이와 엄마의 얼굴(제품 등장), 아이의 빠른 질주, 이를 놓치지 않으려 더 빨리 뛰는 엄마, 그러다 웅덩이를 밟아 출렁이는 물결, 박진감을 더하는 효과음 

 

제품이 등장합니다. 하지만 몰입에 전혀 방해되지 않습니다. 점점 더 이야기에 빠져듭니다. 15초쯤 보다 보면 어느새 아이와 엄마를 응원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저렇게 과하게 흔들리는데 영상이 제대로 찍힐까?’ 하는 불안감도 슬쩍 생겨나죠. 초반 이후의 전개에서는 등장인물들의 표정을 자주 노출 약간의 부정적인 감정(긴장, 떨림)에 함께 빠져들게 만듭니다. 곧 등장할 메시지를 위해서죠.  

 

 

3) 반전과 함께 등장하는 메시지 
  • 반전 : 안정적으로 영상에 담긴 아이의 모습
  • 메시지 : “흔들리는 카메라. 안정적인 영상. 안심하세요. 아이폰이잖아요.”

 

애플은 이 순간이 메시지를 던지기 가장 좋은 순간임을 알고 있습니다. 아이폰 14의 액션모드 기능은 마치 해결사처럼 스토리에 등장합니다. 어려움에 빠진 주인공이 자신의 과제(=아이의 모습을 멋지게 기록하는 것)를 멋지게 해낼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애플의 메시지는 마지막 5초에만 등장합니다. 하지만 해결사’의 위치에서 전달한 이 짧고 강렬한 메시지는 영상이 끝난 후 가장 기억에 남는 메시지가 됩니다.  

 

 

전하고 싶은 메시지 2.

아이폰 14를 쓰면 실수로 보낸 메시지를 취소할 수 있다 

 

아이폰 14의 또 다른 기능을 설명하는 이 광고 역시 구조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또 하나의 이야기 속으로 우리를 끌고 들어가면서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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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주인공의 배경 설정   
  • 키우던 도마뱀(?)이 죽어 슬퍼하는 남성 (주인공)
  • 상황 속으로 빠지게 만드는 요소 : 클로즈업 된 남성의 표정(감정), 음악

 

역시 3초만 보면 상황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영상을 보는 우리는 죽은 레온(이름이 레온인 걸 보니 카멜레온일 수도 있겠네요)을 바라보는 남성의 슬픈 감정에 공감하기 시작합니다.  

 

 

2) 감정 몰입 유도 
  • ‘슬픔’에 더 몰입할 수 있는 전개 : 어쩔 줄 모르는 표정, 도마뱀을 툭툭 쳐보는 주인공, 친구에게 슬픔을 표현하는 메시지 전송 (제품 등장)

 

제품이 거의 모든 일상 상황에 쓰이는 ‘스마트폰’이다 보니 이번에도 첫 등장이 너무나 자연스럽습니다. 스마트폰을 파는 마케터는 흔치 않으니, 다른 마케터들은 몰입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제품을 등장시킬 수 있는 상황을 처음부터 잘 설정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3) 반전과 함께 등장하는 메시지 
  • 죽은 게 아니라 자고 있던 레온이 일어남     
  • 메시지 : “보낸 메시지 실행 취소. 안심하세요. 아이폰이잖아요.”

 

역시 슬픔이 최고조가 된 상태에서 아이폰이라는 해결사가 또 등장합니다. 기억하기 쉬운 짧은 몇 단어의 메시지를 남겨 이 제품을 써보고 싶게 만듭니다. 

 

 


 

 

 

스토리에 빠져들게 만드는 세 가지 요소  

 

 

  1. 스토리는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애플처럼 ‘모든 사람’을 타깃 고객으로 삼는 대기업도 한 인물의 구체적인 상황 속 스토리를 들려줍니다. 타깃이 좁아질까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큰 바탕에 ‘인간이라면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이 깔려있으면 타깃이 좁아진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습니다.  

 

  • 아이를 사랑하는 엄마의 마음
  •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보호자의 마음 

 

  1. 몰입에는 ‘감정’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애플은 감정을 전달하기 위해 인물들의 표정을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눈에는 인간의 표정이 보이고, 귀로는 분위기를 고조하기 위해 엄선한 음악과 효과음들이 들립니다. 빠져들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3. 청중이 긴장이나 슬픔 같은 불편한 감정에 충분히 빠져들었을 때 반전과 함께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해결사의 위치에서 전달한 메시지는 더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고객의 기억에 남는 것’. 이게 우리가 메시지를 내보내는 단 하나의 목적입니다. 애플은 항상 그 목적을 달성합니다. 

 

 

 

박상훈 (플랜브로)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