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기업의 대표님은 일에 대한 집중력과 넓은 시야를 모두 갖추고 계셔야 합니다. 어떤 업무에 몰입하다가도 중간중간 우리가 어디쯤 왔는지 고개를 들고 확인해봐야 하죠. 

1. 타깃고객을 선정한다
2. 그들에게 전할 가치와 메시지를 만든다
3. 그들을 만날 방법을 찾는다
4. 그들에게 좋은 첫인상을 남긴다
5. 그들에게 신뢰를 얻는다 
6. 그들을 고객으로 만든다
7. 그들이 감탄하게 만든다
8. 그들을 우리의 단골로 만든다
9. 그들을 우리의 열렬한 팬으로 만든다
10. 좀 더 넓은 타깃고객을 위한 가치와 메시지를 기획한다

위 과정을 계속 반복하며 우리만의 마케팅 시스템을 만든다. 

 

이제 매체를 통해 우리 타깃 고객에게 마케팅 메시지를 마구 던지면 될까요? 만약 여러분이 유명인이라면 그렇게 해볼 수도 있습니다. 타깃 고객들이 여러분을 친근하게 느끼고, 그 업에 대해 ‘충분히 신뢰할만하다’라고 말하는 상황이라면요.  

그게 아니라면 고객과 친분을 먼저 쌓아야 합니다. 고객의 입장에서 작은 기업은 ‘낯선 사람’과 같습니다. 브랜드 인지도도 없고, 유명 히트 상품도 없고, 사용자 리뷰도 많지 않고, 소개 페이지에서 느껴지는 내공도 부족하죠. 이런 낯선 사람이 다짜고짜 다가와 자기 제품을 소개하면서 지갑을 열라고 합니다. 바로 지갑을 열 고객이 몇 명이나 될까요?  

기업들을 컨설팅하다 보면 ‘효율적인 광고’가 당장의 해결책이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광고는 고객이 우리를 더 빨리, 더 자주 발견하게 하는 역할만 합니다. 구매까지 이어지게 만드는 건 광고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광고 이전에 기업이 준비해야 할 또 다른 영역의 일이죠. 긴 시간이 필요한 일이기도 합니다. 고객이 우리와 만나는 그 순간에 지갑을 열 확률을 높이기 위해 오늘부터 이 일을 시작해야 합니다. 우리가 선정한 매체 운영을 통해서요.

 

사업 초기 매체 운영의 목적 

여러분이 운영할 브랜드 매체로 ‘인스타그램’을 선택하고 계정을 만들었다고 해보죠.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뭘까요?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고 다짜고짜 제품 사진부터 올리는 브랜드들이 많습니다. 갑자기 대표님의 일상 사진이 올라오는 경우도 있죠. 블로그, 유튜브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일관성 없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소개하는 방식의 콘텐츠가 여전히 많이 발행되고 있습니다. 

고객들에게 인스타그램, 블로그, 유튜브 등의 매체가 어떤 의미인지 먼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순간에 이 공간에 접속하시나요? 친구들의 소식을 듣거나, 재미난 이야기를 찾거나, 지금 내 소비에 필요한 정보를 검색하거나, 동경하는 인플루언서들의 삶을 보며 영감을 얻기 위해 접속하지 않나요? 브랜드가 계정을 열고 다짜고짜 제품 이야기를 쏟아내는 건 이런 그들의 공간에 침입해 훼방을 놓는 것과 같습니다. 

작은 브랜드가 매체를 운영하는 목적은 타깃 고객이 있는 그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인연을 맺는 것이 되어야 합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을 먼저 주면서요. 우리가 재미를 줄 수 있는 브랜드라면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친해지자고 말합니다. 우리가 정보를 잘 가공할 수 있다면 유용한 정보를 꾸준히 주면서 서로 알고 지내자고 말합니다. 고객들이 우리가 속한 업에 대해 대화를 나눈다면 그 주제에 대한 우리의 생각도 내놓습니다. 우리가 충분히 힙하고 멋지다면 우리 브랜드 자체를 드러내면서 영감을 줄 수도 있겠죠.

그들이 우리를 계속 알고 지내고 싶게 만들어야 합니다. 고객과 만나는 그 공간에 적합한 방식으로 연락처를 교환하면 목표 달성입니다. 전화번호가 될 수도 있고, 이메일이 될 수도 있고, 팔로우나 구독이 될 수도 있겠죠. 앞으로 지속적으로 연락하며 지낼 수 있는 방식이면 무엇이든 좋습니다. 점점 더 많은 타깃 고객들에게 ‘아는 브랜드’로 자리 잡는 것. 이게 작은 브랜드의 초기 매체 운영 목적입니다. 

 

우리는 타깃 고객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까? 

조금만 생각해 보면 큰 비용 부담 없이 고객에게 꾸준히 줄 수 있는 것이 분명히 있습니다. 기업은 필연적으로 한 명의 개인보다는 더 많은 ‘줄 것’을 가진 존재입니다. 특히 그 기업의 업과 관련해서는 더욱 그렇죠. 꼭 물건일 필요는 없습니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쌓아온 지식이나 경험이 대다수의 개인보다는 많을 겁니다. 이 지식과 경험도 고객이 원하는 형태로 가공하면 훌륭한 ‘줄 것’이 될 수 있죠.  

대학생을 위한 가방을 만드는 브랜드라면 무엇을 줄 수 있을까요? 다양한 가방을 디자인하면서 감각을 쌓았다면 [패션에 따른 가방 선택 팁]을 정리해 줄 수 있습니다. 학교 갈 때, 데이트할 때 챙기는 소지품들에 맞춰 [가방 내부를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줄 수도 있죠. 우리 제품의 강점이 튼튼함이라면 [튼튼한 가방을 고르는데 필요한 안목]을 고객들에게 심어줄 수도 있습니다. 훗날 우리 제품의 진가를 알아볼 수 있도록요. 경쟁사 조사는 모든 기업이 하는 기본 업무 중에 하나입니다. 대학생이라면 가격에 민감한 고객들이 많을 테니 [10만 원 이하의 가방 브랜드 모음집]을 소개할 수도 있습니다. 비방하는 게 아니라면 공식 계정에서 타사 브랜드를 언급해도 상관없습니다. 우리는 지금 홍보가 아니라 고객과 대화를 하고 있으니까요. 언급한 타사 브랜드의 품질과 퀄리티를 통해 우리 브랜드의 안목과 지향점을 보여줄 수도 있는 거죠. 충분히 훌륭한 대화 소재가 될 수 있습니다. 

반려동물 산책을 대신시켜 줄 이웃을 매칭해 주는 서비스라면 무엇을 줄 수 있을까요? 안전한 매칭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면 매칭될 이웃을 위한 최소한의 교육 자료는 만들어 두었을 겁니다. 이 자료를 가공해 [반려견과 보호자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산책 교육] 콘텐츠를 만들어 배포할 수 있습니다. 직접 매칭 현장에 나가본 경험이 있다면 [지역별 산책 추천 코스]나 [산책 중 응급상황 발생 시 갈 수 있는 근처 동물병원] 등을 고객에게 알려줄 수 있겠죠. 서비스를 경험한 반려견의 행복한 얼굴을 촬영해 꾸준히 올려보는 건 어떨까요? 귀여운 강아지를 보며 생긴 호감이 자연스럽게 우리 브랜드로 번지지 않을까요? 

자신의 업과 관련된 이야기를 꾸준히 고객에게 전하다 보면 제품이나 서비스의 깊이도 더 깊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고객과의 친분을 만들면서 브랜드도 더 발전할 수 있는 거죠. 가격이 얼마고 우리가 얼마나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었는지는 웹사이트나 상세페이지에서 말하면 됩니다. 매체에서는 고객에게 ‘줄 것’에만 집중해 보세요. 

 


 

고객에게 ‘줄 것’을 떠올리기 위한 질문들

  • 우리의 업과 관련해서 타깃 고객들은 어떤 대화를 나누고 있을까?
  • 타깃 고객들이 원하는 정보 중 우리가 가장 잘 줄 수 있는 정보는 뭐가 있을까?
  • 타깃 고객은 하루 일과 중 언제 우리의 역량을 가장 필요로 할까? 
  • 타깃 고객들이 동경하는 대상과 우리 브랜드 사이에 공통점이 있을까? 
  • 타깃 고객들이 좋아하는 콘텐츠에는 어떤 요소들이 담겨있을까? 

 


 

꾸준히 해야 할 일은 빨리 시작할수록 좋습니다.  

라라브레드를 창업한 강호동(국민 MC 강호동 아니에요!)씨는 자신이 처음 오픈한 식당을 홍보하기 위해 매일 똑같은 시간, 똑같은 장소에 나가 전단지를 나눠줬다고 합니다. 당시 가게 이름이 ‘초콜릿’이었다고 하는데요. 이 이름을 기억하게 만들기 위해 도매가 170원짜리 가나 초콜릿을 준비해 따뜻한 인사와 함께 건네면서 손님들에게 다가갔다고 하죠. 

어떤 사업을 하던 고객에게 좋은 첫인상을 남기는 일은 중요합니다. 비용이 크게 부담되지 않는 선에서 우리만의 ‘줄 것’을 찾아보세요. 그걸 들고 고객에게 친근하게 다가가세요. 제품부터 파는 것이 아니라 연락하고 지내는 사이가 먼저 되어보는 겁니다. 

지금은 이 일이 시간과 비용만 드는 일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쌓은 관계는 곧 대표님들께 큰 비용을 아껴줄 소중한 자산이 될 겁니다. 여러분의 브랜드를 좋게 기억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훗날 집행할 광고비는 점점 더 낮아질 테니까요. 

 

박상훈님이 브런치 게재한 글을 편집한  모비인사이드에서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