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적된 경험치를 드러내 신뢰를 얻으세요!

 
 

광고를 집행하기 전에 해야 할 일이 하나 더 있습니다. 이 역시 비용이 많이 드는 일은 아닙니다. 오히려 극단적으로 잘하면 광고를 시작하기도 전에 구매를 일으킬 수도 있는 일이죠. 

어떻게 보면 돈을 쓰는 건 가장 쉬운 일에 속합니다. 쉬운 일은 좀 나중에 해도 괜찮습니다. 광고는 돈만 있으면 언제든 태워볼 수 있습니다. 스스로 하기 어렵다면 좋은 대행사를 써서라도 시도할 수 있습니다. 물론 사업을 하다 보면 큰 자본의 힘을 활용해야 하는 순간이 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런 순간은 대부분 사업이 충분히 성숙했을 때 찾아옵니다. 고객을 확보하는 것 이상의 목표를 위해서요. 

지금 우리가 원하는 바람직한 결과는 ‘적은 비용으로 최대한 많은 고객을 얻는 것‘입니다. 세상 모든 대표님들의 목표이기도 하죠. 이왕 돈을 써서 고객을 만날 거라면, 그전에 할 수 있는 기본적인 준비는 다 하고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고객이 광고를 통해 우리를 만나는 그 순간에 구매하고 싶은 마음이 더 쉽게 들 수 있게요.  

 

 

‘구매해도 괜찮다’고 생각하게 만듭니다

 

가끔 예능 방송을 보다 보면 유명 연예인들이 일반인들과 물물 교환이나 장사를 하는 장면들이 나옵니다. 그들의 거래 제안을 보면 어설프기 짝이 없습니다. 하지만 시민들은 그 어설픈 제안에 기꺼이 지갑을 엽니다. 손해 보는 물물 교환에도 기분 좋게 응합니다. 

 
 
 
 
중저가 와인 한 병에 고급 위스키도 기꺼이 내주시려는 사장님 (출처 : MBC 놀면 뭐하니 캡처)
 
 
 

시민들은 왜 이런 어설픈 제안에 응할까요? ‘신뢰’가 있기 때문입니다. 일단 상황을 신뢰할 수 있습니다. 다수의 카메라를 보면 지금 이 거래가 방송이라는 걸 파악할 수 있습니다. 상대방에 대해서도 신뢰할 수 있습니다. 유명 연예인은 일반인보다 신원이 확실히 보장된 사람이니까요. 상황과 사람에 대한 신뢰는 불안감을 낮춰줍니다. 

누군가는 거래 결과가 좋지 못해도 그들과 방송을 함께한 추억을 산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팬심) 방송을 통해 내 사업을 더 알릴 수 있으니 오히려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 수 있죠.(=손익) 신뢰를 느낀 고객은 ‘적어도 손해는 아니다’라고 생각할 확률이 높습니다.  

기업도 신뢰를 줄 수 있으면 훨씬 더 수월하게 고객의 지갑을 열 수 있습니다. 대표의 인지도, 브랜드의 명성, 많은 수의 긍정적인 리뷰, 타인의 강력한 추천, 상세페이지에서 느껴지는 전문성 등은 처음 만난 고객에게 ‘구매해도 괜찮다’는 신뢰를 주는 요소들입니다. 

모든 것을 다 갖추고 시작하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몇 가지는 지금 바로 준비할 수 있습니다. 최소한의 신뢰도 주기 힘든 상태에서 자극적인 ‘클릭용’ 광고를 돌리면 어떻게 될까요? 고객은 광고 클릭에 돈을 지불하지 않습니다. 얼마든지 눌렀다가 나갈 수 있습니다. 기업은 모든 클릭에 돈을 냅니다. 봤다가 그냥 나가는 고객을 줄이기 위한 준비를 미리 해두지 않으면 예산만 줄줄 새어나갑니다.  

고객의 ‘사도 괜찮겠다’는 마음은 돈과 광고 스킬만으로 이끌어낼 수 없습니다. 매체 운영을 통해 친분을 쌓은 고객에게 신뢰까지 주면 구매 확률을 조금 더 높일 수 있습니다.   

 

 

 

 

고객이 신뢰할 수 있는 기업이 되는 방법  

 

지금 바로 실행할 수 있는 방법에는 이런 것들이 있습니다.  

 

1) 운영하는 매체에서 느껴지는 깊이

일부 대표님들은 장기간 루틴처럼 운영해야 효과를 내는 매체를 남들보다 빠르게 신뢰 요소로 바꿀 수 있습니다. 창업 이전부터 그 분야에 대해 충분한 전문성과 영감, 콘텐츠를 축적해 왔던 분들은 매체 운영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을 때 사람들을 좀 더 쉽게 사로잡습니다. 보통 매체를 통해 신뢰를 얻으면 이런 현상들이 함께 나타납니다. 

  • 콘텐츠에 담긴 전문성이 널리 공유되어 다수의 구매, 문의, 의뢰, 요청이 들어온다
  • 특유의 재치와 유머가 단숨에 인기를 끌어 다수의 팬들이 또 다른 콘텐츠를 기다린다 
  • 남들과는 다른 독특한 콘셉트가 사람들 사이에서 하나의 장르로 인정받는다
  • 고객들에게 동경의 대상(따르고 싶은 존재)이 되어 여기저기에 인용되거나 초대받는다 
  • 일부 고객들의 특정한 신념이나 철학의 상징이 된다 

 

2) 상세페이지 (혹은 랜딩페이지)에서 드러나는 전문성 

여러분이 감탄했던 상세페이지를 자세히 분석해 보신 적 있나요? 내가 왜 감탄했는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면 단순히 ‘디자인이 예뻐서’, ‘카피가 좋아서’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고객의 감탄을 부르는 상세페이지에는 제품을 만든 대표님이 쏟아부은 시간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우리는 시간이 축적된 결과물에 반응합니다.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장인의 가게에 가면 느껴지는 압도적인 분위기, 종교의 사상이 깃든 장소에 가면 느껴지는 경외심은 오랜 시간의 축적이 만들어낸 결과물입니다. 긴 시간의 노력이 깃든 제품은 그 자체로 힘이 셉니다. 그냥 ‘최첨단의’ 기술 자랑은 힘이 없습니다.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치열한 고민을 거쳐 적용된 기술은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좋다는 게 느껴집니다. 단순히 ‘예쁜’ 디자인도 힘이 없습니다. 고객의 편리한 사용성을 위해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완성된 디자인은 뭔가 다른 게 보입니다. 

이 노력을 증명하는 수단으로 전문가들의 추천이나 믿을만한 기관의 인증서를 상세페이지에 넣기도 합니다. 그런데 종종 이런 노력을 흉내만 내려는 분들도 만나게 됩니다. 지인을 섭외해 전문가의 추천을 꾸며내거나 기관에 돈을 주고 인증을 구매하는 거죠. 고객은 바보가 아닙니다. 내공이 담기지 않은 결과물은 본능적으로 알아챕니다. 그런 곳에 열심히 노력해서 번 소중한 돈을 쓰지 않습니다. 

우리 제품과 서비스에는 고객을 위한 어떤 고민과 노력들이 담겨있나요? 꼭 긴 시간이 아니더라도 고객을 위해 밀도 높게 고민한 결과물을 상세페이지에 최대한 반영해 보세요. 아마 이전 단계에서 정리해 둔 마케팅 메시지와도 자연스럽게 연결될 겁니다. 

 

3) 다른 고객들의 후기  

다른 고객의 말은 기업의 말보다 훨씬 더 신뢰할 수 있습니다. 흔히 마케터들이 ‘시드‘라고 말하는 콘텐츠들을 생산해 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제품을 일부 고객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대신 그들의 개인 매체에 관련 콘텐츠를 올려줄 것을 부탁하는 형태로 이루어집니다. 

‘누구에게 나눠줄 것인가’가 가장 중요합니다. 무작정 팔로워가 많은 분들에게 제품을 뿌리지 않습니다. 그 수가 적더라도 우리 타깃 고객과 비슷한 성향의 팔로워 비중이 높은 분을 선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인플루언서 자체가 우리 타깃 고객이라면 더 좋고요.  

많은 사람들이 검색하는 키워드를 전부 장악할 생각이 아니라면, 진정성이 담긴 리뷰를 몇 개라도 얻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그들이 우리 제품을 사용하는 방식이나 우리 제품을 타인에게 설명하는 데 쓰는 단어들을 잘 관찰해 보세요. 생각지 못했던 통찰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4) 입소문 설계

고객에게 가장 강력한 구매 동기 중 하나가 ‘지인의 추천‘입니다. 나를 잘 아는 친한 친구의 추천은 그 어떤 광고보다 믿을 수 있습니다. 나를 진찰해 준 의사, 내 반려동물을 진찰해 준 수의사의 추천 역시 어떤 광고보다 마음에 와닿습니다. 물론 고객 간의 추천을 기업이 통제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추천을 유도할 수 있는 장치 정도는 미리 설계해 둘 수 있죠. 

한 사람이 자신의 지인에게 무언가를 추천할 때는 지인을 진심으로 돕고 싶은 마음 + 지인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공존합니다. 우리 제품을 지인에게 소개할 때 고객이 사용할 멋진 스토리를 만들어두세요. 아로마티카는 자신들이 환경에 기여하는 바를 정리해 놓은 리포트를 모든 고객에게 공개합니다. ‘환경을 아껴주세요’같은 문장으로 고객에게 직접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실천을 자료, 사진, 영상 등으로 담담하게 공유합니다. 아로마티카를 지인에게 소개하는 사람들은 제품의 품질과 함께 ‘환경에 진심인 브랜드’라는 소개를 항상 덧붙입니다. 소개하는 본인도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임을 은근히 알리면서요. 

 

 

출처 : 아로마티카 웹사이트 캡처
 
 
 

이 외에도 추천한 사람의 이름을 입력하면 주는 할인 혜택, 특정 직종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에게 ‘그들의 권한으로 줄 수 있는’ 한정 수량의 할인권은 추천하는 사람의 권위를 높여줄 수 있는 좋은 장치가 됩니다. 여러분의 브랜드를 소개할 사람의 권위를 높여줄 장치를 미리 고민해 보세요. 그들은 우리가 집행할 광고보다 훨씬 더 강력하게 고객을 끌어당길 겁니다. 

 

좀 더 시간이 필요한 방법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보시면 쉽게 아실 수 있는 내용이라 짧게만 적어두겠습니다. 지금 당장은 어려워도 사업을 지속하는 대표님이라면 몇 년 안에 도전해 보실 수 있습니다.

 

1) 출판 : 내 업과 관련 있는 분야에 대한 책을 씁니다. 

2) 강연 : 내 업과 관련된 지식을 나누는 현장에 강연자로 참여합니다.

3) 영향력 있는 매체 출연 : 대중적으로 영향력이 큰 TV 프로그램 혹은 채널에 출연합니다.

4) 내 분야에서 영향력이 강한 연예인, 전문가와의 협업

: 유명 연예인, 전문가를 비즈니스 파트너로 만들어 함께 사업을 전개하고 수익을 나눕니다. 돈으로 섭외하는 게 아니라 협업을 제안해야 하기 때문에 그들에게도 내 사업이 매력적으로 보여야 합니다. 결국, 나 스스로가 충분히 성장하지 않으면 하기 어려운 일이라 장기적인 시간이 필요한 일로 분류됩니다. 

 

 


 

 

고객은 작은 기업을 작은 기업과만 비교하지 않습니다. 고객의 입장에서 우리는 선택할 수 있는 수많은 선택지 중 하나입니다. 그 대안에는 이미 인지도가 높은 대형 브랜드들도 모두 포함됩니다. 

압도적인 힘을 가진 브랜드들은 자본을 통해 넓은 층의 고객을 끌어들입니다. 그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잘 들여다보지 못하는 깊고 좁은 분야에서 우리의 내공을 보여줘야 합니다. 큰 기업들이 해소해주지 못하는 타깃 고객의 갈증을 우리가 해소해줘야 합니다. 그래야 적어도 그 분야에서만큼은 고객이 우리를 더 신뢰할 수 있습니다. 

구매를 권하기 전에 우리의 내공을 먼저 보여주세요. 우리에게 돈을 써도 좋다고 느낄 수 있게 해 주세요. 대표님과 팀원들이 힘들게 노력해 만든 가치를 제대로 보여주세요. 고객에게 ‘이 정도면 사도 괜찮겠다’는 감정을 이끌어낼 준비가 됐다면, 그때가 광고를 시작하기에 적절한 시기입니다.  

 

 

박상훈님이 브런치 게재한 글을 편집한  모비인사이드에서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