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용도 조사는 사용성 평가와 어떻게 다를까요?

변화하는 시장 환경과 진화하는 고객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능과 서비스를 제공해야 합니다.이는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고 포화된 시장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개척해 나갈 수 있게 합니다. 그렇지만 새로운 기능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은 높은 불확실성을 내포하게 되는데요. 신제품 개발 과정에는 긴 개발 기간과 높은 비용을 수반함에도 불구하고, 출시 후 시장에서의 성공은 보장해 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신제품 개발하기에 앞서 기획하고 있는 아이디어들을 검증하는 과정은 중요합니다. 수용도 조사에서는 새로운 기능이나 서비스에 대한 아이디어를 고객들에게 검증을 받도록 하는데요. 이를 통해 고객의 니즈에 부합되는 아이디어를 선별하고 개선 방향성을 도출하게 해 줍니다. 이러한 고객 검증 과정을 통해 신제품 개발 리스크를 최소화해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향후 시장에 출시되었을 때의 고객 반응을 미리 예상해 볼 수 있게 해 줍니다.

이번 글에서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고객이 어떻게 수용하는지에 대해 먼저 살펴보고, 신제품 개발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줄여줄 수 있는 수용도 조사를 어떻게 진행하고 어떤 요소로 평가해야 하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혁신의 수용(Adation of Innovation)

 

수용도 조사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제품을 수용하는 고객의 인지적 특성에 대해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새로운 제품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결국 고객이 잠재적으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을 평가하는 인지적인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새로운 제품이 제공하는 이득이 높다면 이를 채택(Adaption)하고, 입소문 등을 통해 다른 고객들에게도 빠른 확산(diffusion)이 일어날 텐데요. 예를 들면 아래 그림과 같이 ChatGPT는 MAU 100만을 달성하는 데에 불과 2개월 밖에 소요되지 않았습니다. 이는 고객이 ChatGPT에 대해 이전의 서비스들보다 확연하게 이점이 높다고 평가했거나, 더 나아가 이전에 경험해 보지 못한 혁신적인 경험을 제공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ChatGPT가 백만 MAU에 도달하는 시간을 다른 서비스와 비교한 결과 (출처: UBS / Yahoo Finace)

 

고객이 이러한 혁신을 수용하는 과정은 단순히 이득뿐만 아니라, 예상치 않게 발생할 수 있는 손실에 대해서도 고려가 필요합니다. 혁신적인 제품은 기능적으로 기존 제품의 한계를 뛰어넘는 편익을 제공하기도 하지만, 고객의 행동 변화를 요구하기 하는데요. 

예를 들면 사용을 위해 새로운 사용 방법을 학습해야 한다거나, 사생활 침해의 위협이나 안정성에 대한 의심과 같은 혁신의 불확실성은 결국 혁신이 제공하는 편익에도 불구하고 채택을 포기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대표적으로 드보락 키보드는 쿼티 키보드에 비해 많이 쓰는 키가 근접하도록 디자인되어 있어 타이핑 속도 향상과 피로 감소와 같은 명백한 장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용이 익숙해지려면 많은 훈련과 노력이 요구하게 됩니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사용자는 기존에 익숙해진 쿼티 키보드의 사용을 유지하고 새로운 드보락 키보드를 채택하지 않게 됩니다.

 

드보르락 키보드와 쿼티 키보드 (이미지 출처: Rockstar Research)

 

이러한 고객들의 불확실성이 높은 혁신의 수용 과정을 고려해, 신상품을 개발하는 R&D 과정에서는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고객들에게 검증받는 것이 필요한데요. 이러한 혁신 수용 과정을 고려해 효과적으로 수용도 조사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진행하여 새로운 아이디어를 검증할 수 있는지 좀 더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수용도 조사(Acceptance test)

 

새로운 제품에 반영하기 위해 기획된 아이디어들은 고객들의 니즈를 만족시킬 것이라는 가설을 가집니다. 그렇지만 기획자나 디자이너가 예상하는 고객의 니즈와 실제 고객이 요구하는 니즈 간에는 간극이 있을 수 있는데요.

그러므로 새로운 기능이나 서비스에 대한 아이디어들을 고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를 검증하는 수용도 조사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신제품 개발에 활용될 아이디어들을 선별해주고, 더 나은 제품이 되기 위해 필요한 개선 방향성을 도출할 수 있는데요. 이를 통해 신제품 개발 리스크를 줄여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수용도 조사는 어떻게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까요? 수용도 조사는 디자인 프로세스 초기의 아이디어 정의 단계 뿐만 아니라, 이러한 아이디어가 컨셉으로 구체화되어 개발이 이루어지기 직전 단계에도 수행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수용도 조사가 수행되는 단계에 따라 평가에 사용되는 프로토타입의 수준이 결정될 수 있는데요.

만약 초기의 아이디어 정의 단계라면 단순히 아이디어를 글이나 이미지 형태로 작성된 시나리오나 스토리보드 형태의 낮은 수준의 프로토타입(Low fidelity prototype)일 수도 있습니다. 반면에 개발 직전의 컨셉 구체화 단계라면 제품 디자인 목업이나 화면 및 인터랙션이 구현되어 사용이 가능한 수준의 높은 수준의 프로토타입(High fidelity prototype)일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스케치나 피그마와 같은 디자인 프로토타입 툴이 발전됨에 따라, 좀 더 이른 단계에서도 High fidelity prototype을 구현하여 수용도 조사에 활용될 수 있습니다.

 

(좌) Low fidelity prototype 예(출처. pinterest), (우) High fidelity prototype 제작 과정(출처. systranbox)

 

수용도 조사는 온라인 또는 오프라인으로도 진행될 수 있습니다. 이는 결국 프로토타입 수준이나 비용이나 시간과 같은 조사 리소스에 따라 효과적인 방법을 결정하는 것이 필요한데요. 단순히 글이나 이미지 형태로 기술된 Low fidelity prototype은 온라인 설문 조사로 진행하는 것도 비용과 시간 측면에서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온라인으로는 참가자가 실제 제품을 보고 사용해 볼 수 없으므로, 아이디어에 대한 상세 정보를 명확히 기술하여 설문 조사를 진행해야 합니다.

오프라인에서는 Low fidelity prototype 뿐만 아니라, High fidelity prototype을 사용해 수용도 조사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특히 개발 직전에 다소 높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더라도 좀 더 신중하게 판단이 필요하므로, 실제로 제품에 가까운 프로토타입을 보고 사용해 보면서 고객의 반응을 살펴보는 것이 효과적인데요. 오프라인에서 High fidelity prototype으로 조사하는 것은 조사 결과의 더 높은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수용도 조사에서는 신제품의 잠재적인 수용자인 고객을 대상으로 새로운 제품 아이디어를 평가하도록 합니다. 이때 일반 사용자 뿐만 아니라, 얼리어답터(Early adopters)나 전문 IT 블로거나 해당 도메인의 전문가을 대상으로도 평가를 진행할 수도 있는데요. 선행적인 미래 컨셉에 대해서는 일반 사용자들보다 전문가들이 좀 더 유효한 의견을 제시해 주기도 하며, 이후 이런 신제품은 얼리어답터에 의해 먼저 사용되기 때문입니다.

수용도 조사에는 일반 사용자와 전문가 집단을 모두 평가에 참여시킬 수도 있는데, 이를 통해 일반 사용자와 전문가 간의 수용성에 대한 간극을 살펴볼 수 있고, 이를 분석해 보면 신제품의 적절한 출시 시점을 가늠해 보는 데에도 참고할 수 있습니다.

 

기술 수용 주기(Technology Adpation Lifecircle)에서 얼리어답터의 포지션 (출처. Tayub)

 

수용도 조사가 언제, 어디에서, 누구를 대상으로 어떤 프로토타입으로 진행해야 하는지 살펴보았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평가해야 고객이 잘 수용할 수 있을지를 효과적으로 검증할 수 있을까요? 수용도 조사의 평가 요소는 디자인 프로세스 단계와 프로토타입 수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데요.

예를 들면 디자인 프로세스 초기의 Low fidelity prototype을 평가할 경우에는 참가자가 실제 제품을 보거나 사용해 볼 수 없기 때문에 사용성이나 감성적인 측면에 대해서는 평가하는 데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므로 새로운 아이디어의 유용성이나 시장성에 맞춰서 평가를 진행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예를 들면 기존 제품이나 서비스 대비 얼마나 유용하고 새롭고 혁신적인지, 만약 이런 제품이 출시된다면 이용하거나 구매할 의향이 있는지 평가합니다.

반면에 High fidelity prototype을 평가할 경우에는 제품을 보고 사용해 볼 수 있기 때문에, 유용성과 시장성 뿐만 아니라 사용성과 감성적인 측면도 평가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아이디어는 사용자의 행동 변화를 요구하기도 하기 때문에, 사용성 측면에서 사용하는 데에 우려점이 있는지, 만약 새로운 조작 방식이라면 얼마나 사용방식을 예측할 수 있는지와 같은 평가 요소를 포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제품 디자인 목업에서는 심미성과 같은 감성적인 부분을 평가하는 것이 필요한데요. 이러한 상세한 평가를 통해 선별된 아이디어의 개발 이후에 실제 시장 출시 반응과의 간극을 줄일 수 있습니다.

 


수용도 조사 vs 사용성 평가

 

오프라인에서 진행되는 수용도 조사의 진행 절차는 사용성 평가와 유사합니다. 조사를 기획하고 참가자를 모집해, 참가자들을 평가룸으로 모아 진행자가 사전에 정의된 절차에 따라 설명해 주면 참가자가 프로토타입을 보고 조작해 보며 평가를 진행하게 됩니다. 이를 통해 선행 컨셉에 대한 고객 반응 데이터를 수집하게 됩니다. 사용성 평가에 대한 절차에 대해서는 이전 글(사용성 평가로 생생한 유저 피드백 수집하기)을 참조하시면 좋습니다.

다만, 평가 요소 측면에서 수용도 조사와 사용성 평가의 확연한 차이를 볼 수 있는데요. 상대적으로 디자인 프로세스 초기 단계의 수용도 조사는 아이디어나 컨셉이 제시하는 유용성이나 시장성에 초점을 맞춘다면, 후기 단계에서 이루어지는 사용성 평가는 사용성이나 감성과 같은 요소를 초점을 맞춰 이미 출시된 제품과 서비스의 개선을 위해 활용됩니다. 특히 수용도 조사에서는 아이디어를 선별하고 시장성을 파악한다는 점에서 사용성 평가와 차이를 보이는데요. 수용도 조사에서 차별화되어 사용될 수 있는 평가 방법인 카노 모델(Kano Model)과 함께 지불 의향(Willingness to pay)에 대해 좀 더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카노 모델(Kano model)

제품 개발 과정에는 비용과 시간이라는 리소스 한계로 모든 아이디어와 기능을 개발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고객의 니즈 관점에서 우선순위가 높은 아이디어나 기능을 선별하는 것이 필요한데요. 카노 모델은 고객이 기대하는 것과 그것을 충족시켜주는 것 사이의 만족도를 설명해 줄 수 있는 모델입니다. 카노 모델의 분석 과정을 통해 신제품에서 기획하고 있는 기능이 구현되었을 때 고객 니즈 충족에 어느 정도의 의미있는 영향이 있을지 파악할 수 있게 해줍니다.

카노 모델을 통해 특정 기능에 대한 반응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참가자에게 설문지를 평가하도록 해야 하는데요. 참가자에게 특정 기능에 대해 긍정적 질문과 부정적 질문을 함께 평가하도록 합니다. 예를 들면 ‘만약 A 기능을 추가한다면 당신은 어떨 것 같습니까?, 만약 A기능을 추가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어떨 것 같습니까?’ 라는 질문에 5점 척도(‘매우 만족한다’, ‘이정도는 당연하다’, ‘상관없다’, ‘어쩔 수 없이 사용한다’, ‘매우 불만족스럽다’)로 각각 답변하도록 합니다. 이렇게 측정된 데이터는 카노 모델의 산술식에 의해 만족 계수와 불만족 계수로 각각 계산됩니다. 

각 기능 별 만족도 계수와 불만족도 계수를 2차원 평면에 표시하면 아래 그림과 같이 4가지 영역으로 구분될 수 있습니다. 매력적 품질(Attractive: 상품 자체에 대해 기대했던 것 이상의 만족을 주어, 만족도를 급격히 상승시킴), 일원적 품질(Perforamance: 충족되면 만족을 주지만, 충족되지 않으면 불만을 일으킴), 당연적 품질(Must-have: 충족되면 만족을 주지 못하지만, 충족되지 않으면 불만을 일으킴), 무관심 품질(Indifferent: 충족되거나 충족되지 않아도 사용자의 만족도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음)으로 구분되는데요. 이러한 분석 결과를 통해 각 영역으로 구분된 기능들을 검토해, 기획하고 있는 신제품 전략에 따라 개발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데 참고할 수 있습니다. 

 

카노분석 결과 예 (출처: FineBI)

 

2) 지불 의향(Willingness to pay)

신제품 개발 과정에는 많은 개발 인력과 시간이 들어가기 때문에 많은 비용이 소요됩니다. 이렇게 투자된 비용 대비 신제품이 기업에게 얼마만큼의 이익을 돌려줄지에 대한 ROI(Return On Investiment)는 신제품 개발 의사결정에 중요한 정보를 제공해 줄 수 있습니다. 수용도 조사에서는 지불 의향과 함께, 더 나아가 지불의사 가격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습니다. 

참가자에게 신제품의 컨셉을 먼저 설명해 주고 설문지를 통해, 고객의 지불 의향과 함께 가격 수용도를 파악해 낼 수 있습니다. 구매 의향도는 단순히 살 의향이 있는지 없는지로 구분해 평가할 수 있으며, 5점이나 7점과 같은 리커드 척도로도 평가할 수 있습니다. 지불의사가격은 구매 의향이 있다면 고객이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기꺼이 지불하고자 하는 가격 경계선을 파악하는 것인데요. “이 제품의 비용이 어느 정도이면 구매하실 의향이 있으신가요?’와 같이 주관식으로 물어볼 수 있고, 특정 가격 범위로 객관식으로 평가할 수도 있습니다.

 


마치며…

수용도 조사를 통해 신제품 개발에 앞서 기획하고 있는 아이디어를 고객들에게 평가하도록 해, 고객의 니즈에 부합하는 아이디어를 선별하고 개선 방향성을 도출할 수 있게 해 줍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단순히 개인의 주관이나 객관에 의존하지 않고, 고객 관점에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원해 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수용도 조사 결과를 해석하고 활용하는 데에는 그 한계점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한데요.

첫 번째로 평가에 활용되는 프로토타입이 개발 후 실제 출시되는 제품과는 차이가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Low fidelity prototype로 수행되는 수용도 조사의 경우 그 간극이 더욱 차이날 수 있는데요. High fidelity prototype이더라도 실제 양산 과정을 통하면서 기획하였던 컨셉의 이상적인 면이 퇴색되어 전혀 다른 형태의 제품이 될 수도 있습니다. 

두 번째로 평가되는 시점인데요. 실제 수용도 조사를 거쳐 짧은 기간 내에 출시된다면 그 간극은 크지 않겠지만, 만약 개발 양산 기간에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면 결국 고객의 니즈는 진화하고 트렌드에 따라 변화되기 쉽상인데요. 그렇다면 고객의 반응은 수용도 조사가 이뤄진 시점과는 다른 반응을 보일 수 있습니다. 

세 번째로 수용도 조사는 단순히 제품이나 기능에만 초점을 맞춰 평가되기 때문에, 실제 제품 출시 후 고객이 경험하는 직간접적인 모든 경험을 대변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면 포장이나 브랜드와 같은 시각적이거나 심리적인 요인은 수용도 조사에서는 고려하기 어렵습니다. 뿐만 아니라 광고나 주변인이나 SNS로 인한 사회적인 영향도 수용도 조사에서는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용도 조사는 신제품 개발에 앞서 고객의 니즈를 검증해 보고, 시장 출시 후 반응을 예측해 줄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실제 출시될 제품 및 경험과의 간극을 최소화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용도 조사를 기획 및 진행하고, 그 결과 해석에 유의해서 활용한다면 많은 부분에서 신제품 개발 리스크를 줄여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오의택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