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기업들은 자신들의 영역 확장 혹은 (잠재력 있는) 스타트업의 인큐베이팅 그리고 해당 분야의 주도권을 가져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투자’라는 걸 합니다. 결코 적지 않은 돈이 투입되는 것이니 굉장히 전략적으로 이루어지겠죠. 저도 주식하는 개미이지만 주식에 투자하는 것도 이런저런 호재나 악재 고려해 가면서 나름의 전략을 세우기도 하잖아요? (물론 그게 제일 어렵지만)

 

4차 산업혁명이라는 키워드가 등장한 이후 자율주행과 로보틱스, 헬스케어 그리고 인공지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첨단 기술에 투자하는 케이스들을 종종 볼 수 있었습니다. 한때 블록체인과 메타버스, 웹 3.0이 각광을 받기도 했고 관련 기술을 가진 곳에 대기업들의 거대한 투자가 이어지기도 했었죠. 급기야 본격 인공지능 시대를 맞았고 생성형 인공지능에 투자하는 사례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습니다.    

 

오픈 AI나 구글, 메타 등 생성 AI의 주도권을 잡고 있는 예상 가능한 빅테크 기업 말고도 글로벌 최대의 전자 상거래 기업으로 손꼽는 아마존이 AI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사례도 있답니다.

 

아마존이 투자한 곳은 다름 아닌 앤스로픽(Anthropic)입니다. 이번에 투자한 금액은 27억 5천만 달러. 투자한 누적 금액만 무려 40억 달러에 달합니다(SK텔레콤 또한 앤스로픽에 약 1억 달러를 투자한 바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 등 클라우드 기반의 인공지능 모델 경쟁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사실 앤스로픽은 그렇게 작은 회사도 아닙니다. 오픈 AI의 경쟁기업으로 손꼽는 회사이고 AI 경쟁 시장에서는 이미 기술력을 인정받은 곳이라 글로벌 AI 100대 기업에도 꾸준하게 이름을 올리고 있는 곳이랍니다. 미국의 스타트업 평가 기관 CB인사이츠에서도 매년 AI 스타트업을 선정하곤 하는데 여기에도 오픈 AI 옆에 앤스로픽의 이름을 볼 수 있습니다. 

 

 

출처 : CB insights

 

 

앤스로픽은 창립자 모두가 오픈 AI 출신 인물입니다. 그 중에서도 아모데이 남매를 놓치면 안 되겠죠. 다니엘라 아모데이(Daniela Amodei)는 오픈 AI 안전&정책팀 부사장을, 다리오 아모데이(Dario Amodei)는 오픈 AI 연구팀 부사장이었습니다. MS의 투자를 받았던 오픈 AI가 영리화되면서 마찰이 조금 있었고 퇴사 후 공익기업을 표방하는 앤스로픽을 세운 것이죠.

 

앤스로픽은 2021년 설립되었으며 2023년 초에는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 컴퓨팅 자원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3억 달러에 지분 10%를 확보하기도 했습니다. 오픈 AI와 마이크로소프트 연합을 견제하는 느낌이었죠. 같은 해 7월에는 LLM 모델 클로드(Claude)를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아마존이 최대 40억 달러까지 투자할 예정이라며 2023년 9월과 2024년 3월 두 차례에 걸쳐 그 금액을 채워 넣었습니다.

 

오픈 AI와 마이크로소프트 그리고 구글과 파트너십이 있는 앤스로픽이 생성형 인공지능 경쟁에서 가장 거대한 연합군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챗GPT와 클로드의 생성형 인공지능 모델 경쟁 또한 볼만한 경기가 될 것 같습니다. 

 

아마존이 앤스로픽에 언급했던 투자 금액 40억 달러를 모두 던지면서 두 회사의 전략적 협업 관계는 이제 시작이라고 말했습니다. 알다시피 아마존에는 AWS(Amazon Web Service)라는 클라우드 컴퓨팅 솔루션이 있죠. 앤스로픽 역시 아마존의 AWS를 사용합니다. 또한 아마존이 자체 개발했다는 ML 추론 칩 인퍼런시아(Inferentia)와 모델 훈련 칩 트레이니엄(Trainium)을 사용해 인공지능 모델을 구축한다고 했습니다.

 

오픈 AI의 경우는 MS의 클라우드 서비스 에저를 통해 챗GPT 모델을 서비스하는데 이러한 전략적 관계와 매우 유사하다고 볼 수 있죠. 오픈 AI와 앤스로픽,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 그리고 에저(Azure)와 AWS는 서로를 위협하는 거의 대등한 경쟁 관계이지만 다른 회사들이 쉽게 범접할 수 없는 세계에 자리 잡은 듯합니다. 

 

오픈 AI도 그렇지만 앤스로픽의 기업가치도 쭉쭉 오르고 있는 추세랍니다. 아마존의 투자를 통해 기업가치 또한 눈에 띄게 치솟았다고 하죠. 오픈 AI의 기업가치는 290억 달러 수준이고 앤스로픽의 기업가치는 약 184억 달러라고 합니다. 

 

 

아마존과 앤스로픽의 만남.  출처 : aboutamazon.com

 

 

아마존과 함께 협업하게 되는 앤스로픽의 인공지능 모델 클로드는 이제 막 3번째 모델을 출시하기도 했습니다. 클로드 3은 2024년 2월 론칭되었는데 오픈 AI의 GPT4나 구글의 제미나이 울트라를 능가하는 수준이라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양자역학을 연구하는 케빈 피셔(Kevin Andrew Fischer) 박사는 클로드 3가 자신이 쓴 양자 역학 논문을 학습한 첨단 인공지능(Claude is one of the only people ever to have understood the final paper of my quantum physics PhD)이라고 했답니다.

 

딱 두 번의 프롬프트를 통해 양자 알고리즘을 처음부터 재창조하기도 했고 노르웨이 멘사 테스트에서는 대화형 AI 중에서 처음으로 100점을 넘기는 스코어를 기록했다고 했습니다(빙 코파일럿 79점, 클로드 2가 82점, GPT4는 85점 그리고 클로드 3가 101점)

 

작문 능력에 다국어에 대한 이해도, 기계 번역의 정확도도 뛰어나다고 합니다. 여기에 언어적 특성에 굉장한 편인데 한자라던가 고대 그리스어, 고대 영어, 그 언어들의 문체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고 하네요. 보통 생성 AI는 영어로 된 데이터 셋이 많기 때문에 영어에 대한 학습능력이 뛰어난 편이지만 이제 생성 AI는 비영어권 언어에 대한 이해도도 꽤 높은 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클로드는 생각보다 월등한 능력을 갖춘 셈이죠. 

 

아마존이 앤스로픽에 거는 기대는 매우 클 것 같습니다. 아마존 역시 자신들의 영역 확장을 위해 앤스로픽에 거액을 투자했을 텐데요. 아마존의 인공지능 칩은 물론이고 AWS 확장과 경쟁력 확보는 앤스로픽의 생성형 인공지능 솔루션을 통해 이뤄지게 될 것 같습니다.

 

테크 기업뿐 아니라 의료 분야와 공공 부문, 금융, 보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산업군이 요구하는 AI 솔루션을 갖추되 인공지능 경쟁 시장에서 가장 최상위의 모델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처럼 생성형 인공지능을 대상으로 한 빅테크들의 투자 열풍은 지속될 것처럼 보입니다. 보이는 건 상위권에 랭크된 몇 곳일 테지만 글로벌로 보면 수많은 기업들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100개에 달하는 AI 스타트업들이 있는데 잠재력을 가진 곳은 분명히 있습니다. 잠재력 있는 스타트업과 빅테크의 콜라보는 보다 뛰어난 인공지능 모델을 만들어내겠죠. 


– <Amazon and Anthropic deepen their shared commitment to advancing generative AI>(2024.3.28), aboutamazon.com

– <AI 100: The most promising artificial intelligence startups of 2024>(2024.4.2), CB insight

 


해당 콘텐츠는 Pen잡은 루이스님과 모비인사이드의 파트너쉽으로 제공되는 기사입니다.